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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치는 축제다" - 스웨덴 정치 박람회 현장에서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4. 8. 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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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② "정치는 축제다" - 스웨덴 정치 박람회 현장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대화, 타협, 사회적 합의관련 이미지

 

북구의 유명한 ‘백야’를 스웨덴에서 경험했다. 밤 11시가 되어야 해가 지고 새벽 3시면 해가 뜨기 때문에 밤은 약 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아예 광장에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밤을 새기도 한다. 그래서 취재할 수 있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겨울에 온다면 하루 종일 밤이어서, 취재할 수 있는 해가 떠있는 시간이 4시간이 불과하단다)
 
어떤 가족에게 인터뷰를 하려도 마이크를 들이댔더니,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막내 아들이 ‘강남스타일’ 춤을 춘다. 이어 또다른 소녀를 인터뷰를 하려는데 역시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안녕하세요’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유투브로 런닝맨을 즐겨 보고, K-POP을 듣다보니 한국어가 필요해서 독학을 한다는데, 제법 한국말을 한다. 심지어 TV에서는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CF까지 나오는데...놀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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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국 문화에 심취한 스웨덴이지만, 국력을 수치상으로 보면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선진국이다. 스웨덴은 세계적으로 국가경쟁력이 높은 나라이다. 2011년 기준 1인당 GDP는 4만 1천 달러이고 2012년 경제성장률은 3.71%로 OECD 평균보다 높다. 산업구조도 60년대 초부터 개혁해,
2,3차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1차 산업은 감소하는, 고도화된 산업구조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중공업, 서비스업의 비율이 잘 어우러지면서도, 전체 노동인구의 20%가 제조업 특히 기계, 전자, 통신자재, 가구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꿈꾸는 산업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일자리이다. 스웨덴은 산업구조가 고도화한 7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용률이 거의 변화가 없다. 특히 국내 일자리 창출 수준이 낮은 편이다. 그나마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H&M 같은 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로 바꾼다는 것은 바로 일자리 문제의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먼저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웨덴에는 ‘노동안정법’이 있는데, 해고를 할 때 나중에 입사한 사람을 먼저 해고해야 한다. 그런데도 청년층이 이에 크게 반발하지 않은 것은, 그만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재원의 문제인데, 스웨덴이 그렇다고 법인세를 엄청나게 걷는 것도 아니다. 기업들의 빠른 성장 촉진을 위해 명목법인세는 한국(27.5%) 수준인 28%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은 39.2%, 일본은 41.9%) 게다가 다양한 조세감면 정책을 통해 실효법인세율은 한국보다 크게 낮은 12.1%에 불과하다. (한국은 30.8%) 물론
소비세나 재산세, 소득세 등 개인에게서 걷는 세금은 매우 높다. 즉 스웨덴 모델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반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정부가 법인세를 낮추고 소득세를 높인다면, 기업이 성장한 뒤에 그 낙수효과를 기대하자고 제안한다면, 청년을 먼저 해고하려 한다면, 아마도 적지 않은 홍역을 치러야 할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경험한 서투른 노동 복지 정책의 기억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스웨덴 사람들은 왜 이런 불만에 대해 침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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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대화할 수 있는,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당이고, 미디어이고, 이런 알메달렌 위크 같은 행사이다. ‘참여의 제도화’이다. 얘기를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으로 답해주는 정당이 있어서 시민들은 정치권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 진부할 지 몰라도, 어쩔 수 없이 신뢰, 사회적 자본 같은 단어로 결론지을 수 밖에 없는 곳이 스웨덴 사회였다.
 
개인이 세금을 많이 내는 문제에 관한 시민 두 사람의 인터뷰 답변.
회사원이라는 토마스는 세금을 많이 내는데 괜찮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물론입니다. 좋은 의료복지, 좋은 인프라 구축, 좋은 학교, 좋은 장애 노인 복지를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죠”. 반면, 패션업계에 종사한다는 안니는 다소 까다롭다. “세금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세금이 어디로 가는가, 어디에 사용되는가가 중요합니다. 그걸 들으러 여기 알메달렌에 왔죠. 제가 낸 세금이 만일,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는다거나, 그런 데 쓰인다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괜찮습니다”.
 
이걸 보면 스웨덴 사회도 마냥 신뢰가 있다기 보다는, 신뢰를 잃지 않으려 매우 노력하는 중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 특히 2006년 우파 연합이 집권하면서부터는 사회적 타협이 잘 이뤄지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화와 합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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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중에 증세는 없다’는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한다. 필요가 없다기 보다는, 말을 꺼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을 줄이는 것만으로 복지를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바로 이웃 일본 민주당의 실패 사례에서 우리는 이미 간접 경험을 했다.
 
이처럼 민감한 문제를, ‘꺼내지 조차’ 못하는 한국의 현실은, 대통령 탓이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 거버넌스가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노조, 기업, 미디어, 일반 시민, 우리 사회의 주요 행위자들은 경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한국의 문제는 정부나 정치권, 기업, 노조, 언론, 어느 한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거버넌스(협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타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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