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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경쟁력이다, 골목길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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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경쟁력이다, 골목길의 재발견

  •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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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7.14 03:05

    관광객 끌어모으는 동네길… 구로공단 탐방 투어만 7개
    구청마다 예산 확보 경쟁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7번 출구 부근에는 '집단점성가 촌'이라 적힌 안내판이 있다. 성북구가 올해 동네 관광상품으로 선정한 '미아리 점성촌' 입구다. 안내판을 지나 이어지는 골목길에는 '예언가' '철학관' '역학사' 같은 간판이 즐비하다.

    1970년대 이후 시각장애인 점술가들이 모여 생긴 점성촌이지만, 성신여대 학생들이 통학길로 이용하는 평범한 골목일 뿐 관광지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성북구는 서울시 지원을 받아 이 골목길을 '미아리고개 마실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관광 자원화할 계획이다. 서민들이 힘들 때 찾았던 장소라는 점에 착안해 재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탐방코스도 조성할 예정이다.

    
	구로구 항동 기찻길(위 왼쪽), 종로구 창신동 봉제마을 골목길(위 오른쪽), 성북구 미아리고개 점성촌 골목길(아래).
    구로구 항동 기찻길(위 왼쪽), 종로구 창신동 봉제마을 골목길(위 오른쪽), 성북구 미아리고개 점성촌 골목길(아래). /구로구청 제공·종로구청 제공·김효인 기자
    골목길 전성시대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이태원 '경리단길'까지, 유명 관광지가 아닌 동네 골목길이 젊은층과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골목길이 인기를 얻으면 인근 상권이 발달하니 최근 서울시내 각 구청들은 소리 없는 '골목길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구로공단 골목길을 공유하고 있는 금천구와 구로구는 작년 각자 다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경쟁하기도 했다. 두 구청이 따로 투어를 진행한 덕에 구로공단을 탐방하는 7개 투어 코스가 생겼다.

    골목길을 관광상품으로 만들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지도와 안내책자만 만드는 데도 돈이 든다. 그렇다 보니 각 구청들은 예산을 더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올해 초 서울시가 '동네 관광상품화 사업'을 공모하자 25개구 중 10개구가 몰렸다. 각 구청은 한두 달 동안 관광상품이 될 만한 동네 길을 선정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1차 서류심사, 2차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거쳐 선정된 구는 5곳. 시는 각 구청에 8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총 3억원의 예산을 차등 지원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사업 공모에 참여하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하지만, 지역 관광에 관심 있는 구청은 눈에 불을 켜고 몰린다"며 "자체적으로 관광산업이 잘 되고 있는 강남구 같은 곳을 빼면 대부분의 구청들은 관광사업을 하고 싶어도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 재수, 삼수하는 구청도 여럿이다. 종로구는 작년 공모에서 탈락한 후 올해 두 번째로 지원해 당선, 가장 많은 시 예산을 받게 됐다. 종로구는 올해 시 예산 8000만원과 구 예산 2000만원을 들여 창신동 봉제공장길을 관광상품화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창신동 골목길해설사' 사업을 확대하고, 창신동 일대 봉제공장들을 거리박물관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종로구는 쇠퇴하고 있는 봉제산업을 관광과 접목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동네 관광상품화 사업'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골목길 살리기 정책에 의문을 표한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대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 처음으로 '동네 관광상품화 사업'을 진행한 이후 각 구청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경제효과 분석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결과 보고서에는 각 구청의 주관적 평가만 담겼다. 객관적 지표는 찾아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주변 상권 변화나 방문객들의 만족도 조사 등 실측 자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작년 동네관광상품화 사업으로 선정됐던 은평구 산새마을, 노원구 104마을 등은 외국인 관광객은커녕 서울시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예산을 지원하고 난 다음 자문단 평가를 하긴 하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따로 조사하지는 않는다"며 "아직은 경제 효과를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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