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관계인구시대를 열자
‘국민선망 1번지’란 이점을 살려야 해남이 산다
‘인구 8만 지키기’란 소극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 해남은 전국 최고의 자원부촌이지만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쇠락일로에 있다. 지역혁신 전문가인 박상일 소장과 함께 매월 1회씩 해남에 내제된 희망요소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 싣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필자는 지난 1993년 셋째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셋째 아이 출산 때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 산아제한 정책을 역행한데에 따른 일종의 벌칙이었다. 셋째 아이를 낳은 지 10년도 안돼 세상이 돌변하기 시작했다. 이젠 아이를 낳는 일을 애국행위로 대접하는 것이다.
오늘날은 사람이 자원이다. 그래서 지역마다 인구 늘리기에 혈안이다. 어떤 군이 ‘우리 군에서 아이를 낳으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하자 다른 군에서 ‘우리는 200만원을 주겠다’ 했고, 이에 질세라 또 다른 군은 ‘우리는 300만원을 주겠다’ 하는 등 웃지못할 경쟁극이 벌어지고 있다. 해남군도 8만인구 지키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경쟁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인구는 고장의 가장 일차적인 자원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정주인구만이 능사는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고장과 깊은 인연을 맺는가 하는 소위 관계인구가 매우 유용한 시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고장을 찾아오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고장과 끈적한 인연을 맺고 그 고장의 농수산물의 단골 고객이 되느냐가 그 고장발전의 중요한 동력원이 된다.
단골고객이 많으면 부가가치도 높아진다
오늘날은 유통이 생산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농수산물의 증산이 우선이던 시대가 가고 어떻게 파느냐 하는 유통이 더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 고장의 농수산물을 사줄 고객의 확보가 농수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때문에 서로 자기지역 농수산의 단골고객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지역 간 일대 전쟁을 벌이게 된다.
직거래는 농수산물 유통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수산물의 직거래는 고장의 단골고객의 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고장과 끈적한 인연이 깊은 단골고객을 많이 확보하면 그 고장의 직거래가 더욱 활성화되고 부가가치도 그만큼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 같은 관계인구는 고장의 관광수익을 크게 높이게 만든다. 1회적인 뜨내기 관광객 비해 반복적인 방문이 이루어짐은 물론 단골관광객이 주변 지인을 흡인해주기 때문에 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관광소득도 크게 향상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관계인구는 문화적 교류를 동반하기 때문에 고장의 문화복지를 증대시키고 생태연대의 폭을 열어 생태환경의 보전도 활성화시키게 된다.
국민적 호감도가 높은 건 지극한 행운이다
땅끝은 호감도에서 으뜸이다. 많은 언론매체들의 ‘가보고 싶은 곳’ 조사 결과를 보면 땅끝이 전국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땅끝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꼭 한번은 가봐야 할 곳이라는 일종의 의무감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해남은 국민들의 호감도가 가장 높은 고장이기 때문에 관계인구를 늘리기에는 전국에서 최상의 조건이다. 전국 234개 시군구 중 국민들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지역들이 수두룩하지만 국민 50% 이상이 땅끝을 안다는 것은 엄청난 호조건이다. 게다가 국민들이 땅끝이라는 지명을 막연하게 아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선망의 고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해남군민들에게 지극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이젠 인구 8만 지키기라는 소극적 자세를 벗어나야 한다. 도리어 100만 관계인구, 100만 고객 만들기라는 야무진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해남군민들에게 인연으로 다져진 100만 관계인구가 생겼다고 상상해보라. 농수산물의 안정된 판로가 트이고, 지역자원마다 부가가치가 주렁주렁 열리고, 관광사업이 융성해 지는 등 해남사회가 크게 활기를 띨 것이다.
100만 관계인구를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 해남으로 찾아드는 연간 관광객 200만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구애작전에 들어간다. 이 지역 관광객은 반도 끝이라는 심리적 거리감을 무릎 쓰고 큰 마음을 먹고 온 사람들이란 걸 알아야 한다. 이들은 해남사람들과 서로 인연의 관계가 맺어지길 목말라 한다. 때문에 땅끝 팬사이트 회원 확충, 땅끝 희망나무 심기운동, 땅끝 타임캡슐 만들기 등 수많은 아이디어가 동원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해남군내 축제를 통한 제2의 고향 맺기 운동을 전개하고, 출향인사, 기존의 직거래고객 등 여러 인적네트워크를 동원한다면 연간 10만명 이상의 고객인구를 확충할 수 있다. 해마다 구름떼 팬을 확보해 가는 미황사를 보라.
1회성 이벤트를 지양하고 곰삭은 관계로 발전시켜 가자
현대인들은 교통과 통신발달로 관계 폭이 매우 넓어 졌다. 아침에 눈 뜨면서 지구촌 소식을 접하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전국 범위의 인적네트워크를 엮어간다. 현대인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생활 구조 때문에 소외라는 사회병리에 젖어 간다. 때문에 현대인은 공간적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 즉, 제2의 고향처럼 마음 쉴 곳을 찾아 인연의 닻을 내려 놓으려한다. 주말이면 가족들이랑 200km, 400km 밖까지 도시를 탈출하려 한다. 그러면서 여러 고장의 개성있는 문화와 먹거리를 탐익하고, 단골관계를 맺어간다.
많은 관계인구를 조성만하면 끝나는가? 그간 ‘내 고장 담배 사 피기’나 고향쌀 판매운동을 하면서 많은 출향인들을 찾았지만 1회성 운동에 불과했다. 관계인구는 사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온 군민들이 관계인구 확충과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하지만 군 행정이 이를 조장하는 일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오늘날 기업들이 고객 관계관리 시스템(CRM)에 많은 정성을 쏟는 것을 적극 채용하고 응용해야 한다. 기업은 고작 쿠폰, 사은품 정도만 가지고 고객을 유인하지만 지역은 차원이 다르다. 농어촌지역은 신뢰가 있는 먹거리, 곰삭은 문화유산, 생태자원, 풋풋한 인심 등을 수반하고, 도시민들에게 다층적, 다면적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관계인구를 계속 증폭시킬 수 있다.
국민선망1번지 해남. 이제 해남의 새로운 동력은 관계인구다. 100만 고객인구를 만들어 차원 높은 해남을 일궈야 할 때다.
= 박상일(지역역활력연구소 소장)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평가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한국지역혁신교육원 객원교수, 전남시군지역혁신협의회 대표의장,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위원을 역임했고, 지역혁신 컨설턴트와 농촌개발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방분권시대 지역 살리기’, ‘땅끝에서 봉화를 올리다’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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