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역당 조직을 위한 첫걸음, 베를린에서 시작하다

2014. 5. 13. 23:02시민, 그리고 마을/로컬 파티

유럽 지역당 조직을 위한 첫걸음, 베를린에서 시작하다

 
2013년 7월 12일
글: 정연운 l 사진: 임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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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말(2013년 7월 6일 ~ 8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국 녹색당원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사는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초고속 열차 이체에(ICE)로도 네다섯 시간이나 걸리는 제법 먼 곳이지만, 당원으로서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할 첫 기회였기 때문에 고민할 것도 없이 참석을 결정했었고, 들뜬 마음으로 한달음에 베를린까지 갔습니다.

첫날 비공식 행사로 리틀 티벳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온라인에서만 메시지를 주고받던 분들과 처음 뵙는 자리여서 약간은 긴장을 했었는데, 다들 반갑게 맞아 주셔서 편안하게 얘기 나누고, 서로 소개도 하고, 금새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마을 이장님 같은 마당발 유재현님 덕분에 우연히 지나가던 분들과도 여러 차례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네요. 독일 땅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신기한 경험이었죠.

모임 당일에는 거의 미리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참석한 분들끼리 간단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어서 한재각 정책위원님이 <한국 녹색당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당원이 된 저로써는 한국 녹색당의 형성 과정과 현재 상황, 그리고 당면한 과제까지 소상하게 배울 수 있어서 가장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독일 녹색당에서 약 20년간 활동해 온 토마스 랑에(Thomas Lange) 씨가 일부러 행사장에 방문해 주셔서, 선거를 불과 두여 달 앞둔 독일 정당의 현황과 독일 녹색당의 선거 전략에 대해 소개해 주셨습니다. 또, 한국의 녹색당과의 협력이나 교류에 관한 이야기도 간단하게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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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녹색당의 2013년 사업 기조를 설명 중인 한재각 정책위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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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녹색당의 선거 포스터 여러 장을 훑어보며 전략에 대해 설명 중인 토마스 씨

토마스 씨도 저희가 모임을 가졌던 당원 사무소를 보고, 여긴 너무 좌편향된 곳이라고 약간은 농담조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유재현님에게 좀 더 얘기를 들어 보니, 그곳 Kottbusser Tor 역 근처 지역에서 좌파들이 모임이나 대회를 곧잘 갖기도 하는 등, 요컨대 좌파 밀집 지역인 모양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맛있는 식당도 많은 곳이어서 바로 근처 식당가에서 흡사 케밥과 비슷해 보이는 아랍식 샌드위치, 샐러드를 사다가 점심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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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여서 밖에다 테이블, 파라솔까지 설치해 놓고 식사 중인 모습

오후 시간에는 함부르크에서 온 최형식님이 <기후변화 과확의 불확실성과 기후변화 정치>라는 주제로 준비한 내용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본인 연구 분야이기도 해서 자세한 연구 결과 자료와, 특히 그래프를 통해서 여러 가지 주요 지표들을 짚어 보았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과학이 예측하는 불확실성의 범위보다 정책에서 나오는 불확실성의 스펙트럼이 훨씬 더 넓다는 점이 인상 깊었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여담이지만, 오래 전에 봤던 기후프로젝트, 앨 고어의 강연이 계속 생각나더군요. 아마 앞으로 형식님을 볼 때마다 앨 고어가 겹쳐서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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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인가 검증해 온 역사를 설명 중인 최형식님

마지막 주제로,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 박진희님과 문기덕님이 발표해 주셨습니다. 사건 일지, 현재 상황 및 쟁점, 그 배경에 대해서 다루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근 대필 논란이 있었던 전문가협의체 보고서가 다행히도 채택되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 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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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 설명 중인 박진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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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고압 송전선 건설 과정과 몇 가지 사례를 설명 중인 문기덕님

이번 모임의 목적이기도 했던, 지속적인 교류 활동을 위해 유럽 당협을 조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을 표시해 주셨고, 덕분에 준비팀(가칭 '돗자리'팀)이 꾸려졌습니다. 거기에다, 비당원으로 참석하셨다가 알찬 행사 내용에 감명을 받고 그 자리에서 당원 가입을 약속한 분들도 있어서 대단히 고무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주말에 먼길 다녀왔던 게 전혀 후회스럽지 않았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일요일 아침에는 예전에 영화 제작사가 있던 곳을 개조해서 조성한 문화생태마을인 우파 파브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자세히 소개된 적이 있는 곳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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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파브릭에 대해 열심히 설명 중인 녹색 가이드 유재현님

오후에는 국회의사당 주변으로 향했는데, 저는 기차 시간이 다 되어서 먼저 떠나야 했습니다. 이날은 특히 유재현님이 현지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 주셔서 남은 시간도 매우 유쾌한 시간이었으리라 짐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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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주변을 배회하는 녹색 무리

정당 가입도 그렇고, 당원이나 그 외 관심있는 분들과의 모임 자체가 처음이었던 저로써는 느끼는 바가 많았던 행사였습니다. 공부해야 할 과제나 목표도 몇 가지 생겼고요. 그중 하나는 유재현님이 권하셨던 "지역구 사무소에 방문해서 관찰하기"인데, 독일어가 좀 더 이해 가능한 수준이 되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 밖에도 다른 지역에 사는, 또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나는 것도 지금까지 여기서 겪어보지 못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오프라인이 될지 온라인이 될지 모르지만 다음 모임을 또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