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완장-- 윤흥길

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by 소나무맨 2014. 5. 2. 18:06

본문

 

 

(책소개)

한국전쟁 이후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해학적 필치로 그려낸, 소설가 윤흥길의 대표작으로, 권력의 피폐한 모습을 해학과 풍자의 거울로 들여다보았다. 해학성의 두루뭉실한 그릇에 담아 대상을 원천적으로 수용해버리는 웃음의 처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소개

저자 윤흥길

저서 (총 53권)
윤흥길 194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고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21세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 '장마' '꿈꾸는 자의 나성' 장편소설로'묵시의 바다' '에미' '완장' '낫'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등이 있다. 현재 한서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저자 윤흥길의 다른 책 더보기
묵시의 바다 묵시의 바다 휴이넘 2013.06.10
꿈꾸는 자의 나성 꿈꾸는 자의 나성 휴이넘 2013.06.10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휴이넘 2013.06.10
윤흥길 3 - 완장 윤흥길 3 - 완장 휴이넘 2013.06.10

상세이미지

 

  (서평)================================

[완장]은 1983년 초판이 1993년에는 제 2판이 발행되었다.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한국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어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초판 이후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는 거의 절판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이것은 전적으로 「현대문학」사의 책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를 달리해도 가치를 잃지 않을 작품은 마땅히 있을 자리로 끌어내 다음 세대들의 읽을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뜻에서 복간을 결정하였다.

[완장]은 윤흥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남도 방언을 빌은 그의 걸죽한 입담과 해학은 이 작품을 단연 돋보이게 만든다. 전통 패관문학이 담고 있었던 해학은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완장]은 그 요소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만도 충분히 평가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다.

[완장]은 우리 근대사에서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암울했던 역사를 모티브로 씌어진 역작이다. 한국전쟁 이후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해학적 필치로 그려낸 이 작품은 한국적 특질을 가장 잘 살린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평론가 김병익 씨는 [완장]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처럼 현실의 분명한 알레고리"를 가진 작품이라고 평하면서,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던 정치 상황을 가늠하는 잣대"로 "제식훈련"을 차용했던 작가가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진단하는 도구"로 "완장"을 차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이 작품은 "권력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럿은 우리에게 어떤 심리적 반응과 효과를 요구해왔던가 하는 보다 심각하고 진지한 반성들을 이 하작것없는 완장에 얽힌 숱한 사건들을 통해 제기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권력의식의 상황을 가장 첨예하게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하였다.

끝으로 작가 윤흥길의 작품세계를 평론가 황종연 씨는 다음과 같이 집약하고 있다. "윤흥길이 '사랑'이나 '살림'이라는 말로 표현한 유토피아의 원리는 대체로 휴머니즘의 계보에 속한다.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는 인간 사이의 화해나 제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믿음은 한국문학이 지금까지 가장 줄기차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표출한 윤리적 감각임에 틀림없다."



본문 소개


"종술이 자네가 원한다면 하얀 완장에다가 빨간 글씨로 감시원이라고 크막허게 써서 멋들어지게 채워줄 작정이네."
고단했던 생애를 통하여 직접으로 간접으로 인연을 맺어온 숱한 완장들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종술의 뇌리를 스쳤다. 완장의 나라, 완장에 얽힌 무수한 사연들로 점철된 완장의 역사가 너훌거리는 치맛자락의 한끝을 슬쩍 벌려 바야흐로 흔들리기 시작하는 종술의 가슴을 유혹하고 있었다. -본문 19p

"죄인이라는 증거다. 집안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맨든 죄를 만천하에 자복허는 뜻으로다가 사람들은 상장을 둘렀다. 죄인이 부정을 멀리허고 매사에 근신허게코롬 상장을 둘리워서 일반인들허고 확연허니 구분을 지었다. 본시 우리가 조상님네로부터 물려받은 완장은 이렇게 미풍양속에서 시작된 것이니라."
교장 선생은 말을 멈추고 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구태여 그것을 함께 마시지 않더라도 종술은 엔간히 입맛이 쓴 판이었다.
"완장도 여러 질이지요."
"니 말이 맞다. 완장도 완장 나름인 벱인디, 니가 시방 차고앉었는 그것은 말허자면 왜놈들 찌끄레기니라." -본문 276p

운암댁은 물문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들 때까지 아들의 완장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뗄 수가 없었다. 일단 소용돌이에 먹혀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싶던 그것은 물고기떼의 탈출을 막으려고 물문 주위에 둘러친 굵고도 촘촘한 철망에 걸려서 제자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소용돌이를 타고 언제까지나 맴돌이를 계속할 작정인 듯했다. 그것이 눈앞에서 없어지지 않는 한 운암댁 역시 언제까지고 물문 근처를 떠나지 않고 지켜볼 작정이었다. -본문 318~319p

많은 독자들이 주인공 임종술과 김부월을 아직도 따스한 애정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소설 속에서 해학의 옷을 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 마땅한 것이다. 사실성이나 풍자성이 지닌 예리한 식칼로 대상을 토막쳐 공격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해학성의 두루뭉실한 그릇에 담아 대상을 원천적으로 수용해 버리는 웃음의 처리는 때로 더욱 유효한 공격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가장 한국적인 비판 방식이라고 믿고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소개

지은이 윤흥길
1942년 전북 정읍 출생, 전주사범학교와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한국문락작가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요신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서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황혼의 집』『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장마』『꿈꾸는 자의 나성』등의 소설집과 『묵시의 바다』『에미』『밟아도 아리랑』『낫』『빛 가운데로 걸어가면』등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완장 ====================================================================================
2010년 04월 04일 (일) 이갑상 sjb8282@gmail.com
 

채근담에 이런 글이 있다.
“權貴龍?(권귀용양) 英雄虎戰(영웅호전) 以冷眼視之(이냉안시지) 如蟻聚?(여의취전) 如蠅競血(여승경혈). 是非蜂起(시비봉기) 得失?興(득실위흥) 以冷情當之(이냉정당지) 如冶化金(여야화금) 如湯消雪(여탕소설).”

이 말은 “권세와 부귀 있는 사람이 다투고 영웅호걸이 호랑이처럼 싸우는 것도 냉정한 눈으로 본다면, 개미들이 비린내 나는 것에 모여 드는 것과 같고 파리떼가 다투어 피를 빠는 곳과 같다. 시비가 벌떼처럼 일어나고 이해득실이 고슴도치 털처럼 서는 것을 냉철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풀무로 쇠를 녹이고 끓는 물로 눈을 녹이는 것과 같다.” 라고 해석 할 수 있겠다.

요즘 우리는 완장을 빼앗으려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들의 온갖 추태를 구경한다. 흠해와 흉계가 난무하고 사기와 거짓이 춤을 춘다. 선거라는 방법으로 서로 완장을 차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한방이면 모든 게 끝이 나던 구습이 아직 남아서일까? 권력의 주변에서 맴돌던 한이 표출 된 걸까? 아니면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감투에 대한 환상일까? 한번 의원이면 죽을 때 까지 의원님으로 호칭되는 이름값에 대한 꿈일까? 하기야, 우리 동네 큰 기와집 어른은 지금도 면장님으로 불리우고, 그 옆집 어른은 퇴직하신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교장선생님으로 호칭된다.

한번 차면 결코 벗기 싫은 완장은 코뚜레처럼 거추장스럽지만 겉으로 보여 지는 마력 때문에 도무지 벗을 수 없다. 남들은 보고 웃을지라도 완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권력이란 그래서 오르기는 쉬워도 내려오기는 너무 어렵고 힘이 드나보다. 완장을 한번 차보면 어지간한 경지의 학식과 교양이  쌓인 사람일 지라도 그 마력에 흠씬 빠지고 만다.

모든 사람들이 고개 숙이고, 말씨 또한, 부드럽고 아첨이 뚝뚝 떨어진다. 이것도 역시, 나는 모르고 있는데, 남들은 모두 알고 있는 완장의 속성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숙명으로 알고 희생과 헌신을 도덕성이라는 갑옷으로 무장한 시민운동 조직이나 진보주의자의 정치 행위를, 내가 혹여 완장으로 폄하 하고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 문론 참된 보수진영의 우국지사에게도 완장이란 딱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주변의 정치 신인이든 구인물이든 이들의 프로필을 좀 더 가까이서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게다. 끊임없이 권력의 주변에서 서성이다가 이제 한번 완장을 차보려는지, 아님 세상을 한번 제대로 바꾸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으려는 사람인지, 이제 여야 정치권은 세상 민심을 바로보고 원칙과 선명함을 기본으로 하여,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갑상 객원편집위원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