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힘이다]“선생님부터 신나게 놀아야 아이들과 유대감 갖게 돼”
2014. 3. 7. 15:14ㆍ교육, 도서 정보/교육혁신 자치의 길
[놀이가 힘이다]“선생님부터 신나게 놀아야 아이들과 유대감 갖게 돼”
ㆍ놀이연수 참여한 교사들 “학교 공동체 회복의 기반 될 것”
지난 26일 오전 9시 전북 남원시 도통초등학교 운동장에서 20~50대 교사들이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두 무릎을 모으고 그 사이에 손바닥만 한 나무토막을 낀 채였다. 한 교사는 땅바닥에 세워진 다른 교사의 나무토막을 내려다보며 각도를 조절하다 무릎을 벌려 나무토막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놓인 나무토막이 쓰러졌다. 숨죽이며 지켜보던 교사들이 한꺼번에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수십년 만에, 혹은 태어나서 처음 ‘비석치기’를 하는 교사들 사이에선 웃음과 환호가 계속됐다.
그 옆에서는 “푸른 하늘 은하수~” 노래에 맞춰 40대 남자 교사가 고무줄을 뛰었다. 여기저기서 ‘황소씨름’ ‘달팽이집’ ‘왕 도넛’ 놀이 등이 이어졌다. 교사들은 “아 맞다” “기억난다”며 놀이규칙을 다시 떠올렸다. 한 교사는 “이거 우리 동네에서는 다르게 했다”며 다른 놀이규칙을 소개하기도 했다.
흩어졌던 교사들이 모였다. 원을 그리며 강강술래를 하던 교사들이 “남생아 놀아라” 소리치면서 남생이놀이가 시작됐다. 선소리꾼 역할을 맡은 교사가 “행복한 사람 나와 놀아라”고 외치자 모든 교사들이 “절레절레 잘 논다”고 받아치며 원 안으로 들어와 춤을 췄다. “못생긴 사람 나와 놀아라”는 소리에 한 남자 교사가 원 안으로 나와 춤을 추자 폭소가 터졌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신나게’ 놀았다. 놀이 연수에 참여한 남원초와 남원도통초 교사 27명은 초등학교 시절 후에 이렇게 놀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2시간30분 동안 놀면서 얼굴은 환해졌고 땀이 송골송골했다.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교사부터 ‘놀아봐야’ 한다는 연수 목적은 달성된 듯 보였다. 한 여교사는 “30년 전 초등학교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놀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샘을 냈다. 봄방학 중에 방과후 수업에 나온 한 무리의 아이들은 구령대에 앉아 ‘놀고 있는’ 교사들을 지켜봤다. 한 아이가 “학생들이 보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쪽팔리지도 않나봐. 근데…재밌어 보인다”고 하자, 옆에 있던 아이는 “우리도 따라가서 놀자”고 손을 끌었다.
놀이시간이 유대감을 만들었다. 21년째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박은숙 남원도통초 교사는 “오늘 전입 오신 선생님을 처음 본 날이었다. 1시간 동안 비석치기를 하다보니까 내향적인 저조차도 처음 만난 선생님과 함께 환호를 하고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며 “ ‘아이들도 친구들과 놀이에 빠지면 이렇게 친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태껏 ‘놀아주기’만 하고 정작 놀지는 못했다는 교사도 있었다. 강민숙 남원초 교사는 “가끔 아이들과 비석치기를 할 때면 ‘내가 내 시간을 할애해 놀아준다’는 생각에 ‘내가 놀아준 만큼 아이들이 더 나를 잘 따라줘야 해’라고 욕심이 났었다”며 “하지만 오늘 즐겁게 놀아보니 ‘놀아주는 것’과 ‘노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수를 준비하면서 교사들 사이에선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놀이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사의 리더십이 생겨나고,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놀아본 아이들은 학급 규칙도 잘 지킨다는 교사의 체험담이 있다. 김혜정 남원초 교사는 “학기 초에는 ‘아이들과의 기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웃지 않는 선생님도 있다”며 “하지만 아이들과 잘 놀다보면 선생님의 권위는 절로 생긴다. 아이들은 선생님께 함부로 말하는 친구에게 ‘너 선생님께 너무한 것 아니야’라고 스스로 제어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서영자 평화샘프로젝트 연구원(청주 한솔초 교사)은 “학교가 따돌림과 폭력이 없고 평등하고 서로가 신뢰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에 놀이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오전 9시 전북 남원시 도통초등학교 운동장에서 20~50대 교사들이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두 무릎을 모으고 그 사이에 손바닥만 한 나무토막을 낀 채였다. 한 교사는 땅바닥에 세워진 다른 교사의 나무토막을 내려다보며 각도를 조절하다 무릎을 벌려 나무토막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놓인 나무토막이 쓰러졌다. 숨죽이며 지켜보던 교사들이 한꺼번에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수십년 만에, 혹은 태어나서 처음 ‘비석치기’를 하는 교사들 사이에선 웃음과 환호가 계속됐다.
그 옆에서는 “푸른 하늘 은하수~” 노래에 맞춰 40대 남자 교사가 고무줄을 뛰었다. 여기저기서 ‘황소씨름’ ‘달팽이집’ ‘왕 도넛’ 놀이 등이 이어졌다. 교사들은 “아 맞다” “기억난다”며 놀이규칙을 다시 떠올렸다. 한 교사는 “이거 우리 동네에서는 다르게 했다”며 다른 놀이규칙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교사들의 놀이연수가 열린 전북 남원 도통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교사들이 무릎에 나무조각을 끼고 걸어와 땅 위에 있는 나무토막에 떨어뜨려 맞추는 비석치기 놀이를 하고 있다.
흩어졌던 교사들이 모였다. 원을 그리며 강강술래를 하던 교사들이 “남생아 놀아라” 소리치면서 남생이놀이가 시작됐다. 선소리꾼 역할을 맡은 교사가 “행복한 사람 나와 놀아라”고 외치자 모든 교사들이 “절레절레 잘 논다”고 받아치며 원 안으로 들어와 춤을 췄다. “못생긴 사람 나와 놀아라”는 소리에 한 남자 교사가 원 안으로 나와 춤을 추자 폭소가 터졌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신나게’ 놀았다. 놀이 연수에 참여한 남원초와 남원도통초 교사 27명은 초등학교 시절 후에 이렇게 놀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2시간30분 동안 놀면서 얼굴은 환해졌고 땀이 송골송골했다.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교사부터 ‘놀아봐야’ 한다는 연수 목적은 달성된 듯 보였다. 한 여교사는 “30년 전 초등학교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놀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샘을 냈다. 봄방학 중에 방과후 수업에 나온 한 무리의 아이들은 구령대에 앉아 ‘놀고 있는’ 교사들을 지켜봤다. 한 아이가 “학생들이 보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쪽팔리지도 않나봐. 근데…재밌어 보인다”고 하자, 옆에 있던 아이는 “우리도 따라가서 놀자”고 손을 끌었다.
놀이시간이 유대감을 만들었다. 21년째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박은숙 남원도통초 교사는 “오늘 전입 오신 선생님을 처음 본 날이었다. 1시간 동안 비석치기를 하다보니까 내향적인 저조차도 처음 만난 선생님과 함께 환호를 하고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며 “ ‘아이들도 친구들과 놀이에 빠지면 이렇게 친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태껏 ‘놀아주기’만 하고 정작 놀지는 못했다는 교사도 있었다. 강민숙 남원초 교사는 “가끔 아이들과 비석치기를 할 때면 ‘내가 내 시간을 할애해 놀아준다’는 생각에 ‘내가 놀아준 만큼 아이들이 더 나를 잘 따라줘야 해’라고 욕심이 났었다”며 “하지만 오늘 즐겁게 놀아보니 ‘놀아주는 것’과 ‘노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수를 준비하면서 교사들 사이에선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놀이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사의 리더십이 생겨나고,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놀아본 아이들은 학급 규칙도 잘 지킨다는 교사의 체험담이 있다. 김혜정 남원초 교사는 “학기 초에는 ‘아이들과의 기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웃지 않는 선생님도 있다”며 “하지만 아이들과 잘 놀다보면 선생님의 권위는 절로 생긴다. 아이들은 선생님께 함부로 말하는 친구에게 ‘너 선생님께 너무한 것 아니야’라고 스스로 제어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서영자 평화샘프로젝트 연구원(청주 한솔초 교사)은 “학교가 따돌림과 폭력이 없고 평등하고 서로가 신뢰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에 놀이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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