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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힘이다]“놀이터의 힘은 친구들과의 관계망… ‘왕따’ 있어도 헤쳐 나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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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무맨 2014. 3. 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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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힘이다]“놀이터의 힘은 친구들과의 관계망… ‘왕따’ 있어도 헤쳐 나갈 수 있어”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ㆍ‘학교 안 자율 놀이터 만들기 학부모 교육’ 강좌

“야, 빨리 이리 와봐!”

27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청 2층 대강당 앞에서는 30명 넘는 아이들의 신명나는 놀이터가 열렸다. 한 손에 신문지로 둘둘 만 종이 야구배트를 쥔 남자아이 둘은 넓은 복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구석에 깔아놓은 돗자리엔 아이 다섯 명이 앉아 종이로 배를 접거나 색칠하고 있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까지 놀이는 끊이지 않았다. 색종이를 접어주고, 야구배트를 만들어준 3학년 형, 언니들은 엄마들이 교육 받을 동안 동생들 봐주는 자원봉사를 하러 온 ‘어린이 자원봉사단’이다. 동네, 학교의 와글와글 놀이터에서 놀아 온 자원봉사단은 처음 본 동생들과 자연스레 어울려 놀았다.

밖이 시끌벅적한 사이 대강당에서는 노원구청과 참교육학부모회가 공동주최한 공개강좌 ‘학교 방과후 자율 놀이터 학부모 교육- 놀이터는 힘이 세다’ 둘째 날 강좌가 열렸다. 서울 동북지역 3개
초등학교에서 저학년들이 방과 후에 뛰놀고 있는 ‘와글와글 놀이터’의 체험을 듣고 생각을 나누기 위해 찾은 어른은 50명이 넘었다. 강좌가 시작된 전날에는 80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여전히 밖은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소리로 가득했고, 놀다가 지친 아이들은 언제든 강당 문을 열고 들어와 엄마 옆에서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3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2시간씩 ‘와글와글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는 참교육학부모회 서울 동북지회에서 27일 서울 노원구청에서 ‘학교 방과후 자율 놀이터 학부모 교육- 놀이터는 힘이 세다’ 를 열었다.

 


‘와글와글 놀이터’를 운영해온 유현초 한희정 교사는 ‘학교폭력보다 힘이 센 놀이터’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한 교사는 “놀이터의 힘은 아이들에게 (사람)관계와 주체성을 돌려주는 데서 온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왕따가 있어도 동네 친구들의 관계망이 있었으므로 그것이 절망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관계망이 사라진 현재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가해자들로 가득한 ‘지옥’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도 ‘어른의 개입’이 아니라 ‘관계를 통한 아이들의 자발적인 갈등 해결’이라고 했다. 한 교사는 “놀이터에선 갈등이 생겨도 더 놀고 싶으면 아이들이 스스로 갈등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선생님의 말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교실의 메커니즘과는 완전히 다른 아이들만의 세계”라며 “놀이터에서 주도적으로 갈등을 해결한 아이들은 이후에 어떤 어려움에 처해도 그것을 헤쳐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객석에는 얼마 전까지 영어유치원 놀이학교 교사를 했다는 이모씨(31)도 있었다. 그는 “4년여간 5~7세 아이들에게 매뉴얼뿐인 놀이교육, 영어유치원 수업을 하다 보니 회의가 몰려왔다”며 “영어유치원에서 하루에 9~10시간씩 앉아 있던 한 아이는 심지어 5세가 돼도 점프를 못해 크게 다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억눌린 아이들에게 생기를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은 놀이를 돌려주는 것뿐임을 느꼈다고 했다.

강연회에 참석해 새로운 ‘놀이터 이모’로 활동하겠다고 약속한 노원구 상수초등학교의 학부모 이모씨(48)는 “어린 시절 흙을 밟고 놀았던 기억은 평생 나를 지탱해온 긍정적인 기억”이라며 “아이들에게도 그런 경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작년에 3억5000만원으로 잡았던 학교 내 마을학교 사업비를 6억 5000만원으로 늘렸다. 와글와글 놀이터도 교육공동체 사업으로 학교에 제안해 놀이터를 여는 학교는 적극 지원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강좌를 주도한 놀이터 이모들은 학부모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3월 초에 실무강좌를 한 번 더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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