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밥이다]매일 20분씩 놀았더니… “학교가 즐거워요” “친구와 친해졌어요”
2014. 3. 7. 15:11ㆍ교육, 도서 정보/교육혁신 자치의 길
[놀이가 밥이다]매일 20분씩 놀았더니… “학교가 즐거워요” “친구와 친해졌어요”
ㆍ(3) 놀이는 힘이 세다
“꺄르륵~” “끼야악~” “야호~”.
오전 10시30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에서 일제히 터졌다. 현관문을 나온 아이들은 부리나케 실내화를 운동화로 갈아신고 운동장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미끄럼틀과 구령대, 축구장과 화단에는 순식간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1학년 남자아이가 화단을 뛰어다니다 넘어졌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릎과 팔에 묻은 눈을 털어내고는 술래를 정하기 위해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를 했다. 주먹을 내밀어 이기자, 또다시 “잡아라. 잡아”라며 내달린다.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다. 구령대 위에 선 아이들은 ‘공포탈출(눈 감고 하는 술래잡기)’을, 농구장의 아이들은 축구공으로 농구를 했다. 놀이기구를 뛰어다니며 콧물을 흘리는 아이에게 ‘춥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 아이도, 옆을 뛰어가는 아이도 “하나도 안 춥다”며 웃었다. 교실 안에는 공기놀이에 정신이 팔린 아이들이 보였다. 한쪽에서 여학생들은 인형스티커를 떼내면서 바로 공책에 뭔가를 열심히 적으며 놀았다.
▲ 1·2교시 연달아 수업 후 쉬는 시간 20분 묶어 놀게 해
▲ 아이들 속상하거나 싸운 일 놀이시간 끝나면 기분 풀려
3교시 수업 집중도 높아져
▲ 아이들 긍정적 반응에 학교 문화 바뀌고 폭력 줄어 학부모도 호응 높아
봄방학을 앞둔 지난 12일 서울 수서초등학교 ‘놀이시간’은 운동장도, 교실도 시끌벅적했다. 1·2교시 수업을 연속으로 진행하고 쉬는 시간 20분을 묶어 놀이시간으로 짠 것이다. 20분의 힘과 활기는 대단했다. 학교를 찾아가며 ‘잠시 숨통을 트겠거니’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올해 9살인 2학년 1반 아이들에게 “놀이시간이 뭐가 좋으냐”고 물었다. 이서연양은 “예전에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놀이시간에 놀고 오니까 마음이 풀렸다”고 말했다. 김예은양은 “한 친구와 싸웠는데, 놀이시간에 다른 친구들과 놀고 들어온 뒤에 기분이 좋아져서 싸웠던 친구에게 사과했다”며 “놀이시간에 놀다보니까 전학온 친구와도 하루 만에 친해졌다”면서 웃었다. 박서현양은 “놀이시간이 끝나면 더 놀고 싶기는 하지만, 다시 교실 들어오면 공부에 집중이 잘된다”고 했고, 주혜온양은 “만약 놀이시간이 없어지면 공부만 계속하게 돼서 지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엄마한테 공부하라는 소리 듣지 않고, 학교에서 놀 수 있어서 좋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순 담임교사는 “만약 ‘줄넘기 하고 놀자’고 하면 아이들 중에는 줄넘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놀이시간이 아닌 체육시간이 되어 버린다”며 “홀로 노는 아이에 대한 개입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아이들끼리 놀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놀이시간이지만, 1년 전 학교에서 놀이시간을 시작할 때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놀다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일 컸다. 교사들과 스포츠강사, 학교보안관은 매일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지 지켜본다. 대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학기 초에는 두통을 앓거나, 학기 말에는 뛰어놀다가 골절상을 입은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다친 아이들은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강연실 수서초 교감은 “놀아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크게 다치는 경우가 적다”고 말했다.
놀이시간에 땀을 흘린 뒤 이어지는 3교시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교사가 놀이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홍순희 수서초 교사는 “ ‘놀고 왔으면 조용히 해야지’라고 훈계하기보다는 ‘무슨 놀이를 하면서 놀았니’라며 놀이에서 수업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돌리면, 오히려 수업에 집중을 더 잘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놀이시간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했다. 아이가 학교 가기를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오늘 놀이시간에 친구들과 딱지치기를 한다’며 등교 전부터 들떠 있는 것을 보면서 놀이시간의 팬이 되고 있다”는 식의 학부모 반응이 전해지고 있었다. 강연실 교감은 “통계치를 따로 내어보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점심시간에 남는 음식량이 줄어들었고, 학교폭력의 빈도도 감소했다”며 “전반적인 학교문화가 변하다보니 ‘왕따’ 등의 문제를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꺄르륵~” “끼야악~” “야호~”.
오전 10시30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에서 일제히 터졌다. 현관문을 나온 아이들은 부리나케 실내화를 운동화로 갈아신고 운동장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미끄럼틀과 구령대, 축구장과 화단에는 순식간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1학년 남자아이가 화단을 뛰어다니다 넘어졌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릎과 팔에 묻은 눈을 털어내고는 술래를 정하기 위해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를 했다. 주먹을 내밀어 이기자, 또다시 “잡아라. 잡아”라며 내달린다.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다. 구령대 위에 선 아이들은 ‘공포탈출(눈 감고 하는 술래잡기)’을, 농구장의 아이들은 축구공으로 농구를 했다. 놀이기구를 뛰어다니며 콧물을 흘리는 아이에게 ‘춥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 아이도, 옆을 뛰어가는 아이도 “하나도 안 춥다”며 웃었다. 교실 안에는 공기놀이에 정신이 팔린 아이들이 보였다. 한쪽에서 여학생들은 인형스티커를 떼내면서 바로 공책에 뭔가를 열심히 적으며 놀았다.
1·2교시 연속 수업 후 20분간 ‘놀이시간’을 갖는 서울 수서초등학교에서 지난 12일 오전 10시30분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뛰어나와 놀이를 하고 있다.
▲ 1·2교시 연달아 수업 후 쉬는 시간 20분 묶어 놀게 해
▲ 아이들 속상하거나 싸운 일 놀이시간 끝나면 기분 풀려
3교시 수업 집중도 높아져
▲ 아이들 긍정적 반응에 학교 문화 바뀌고 폭력 줄어 학부모도 호응 높아
봄방학을 앞둔 지난 12일 서울 수서초등학교 ‘놀이시간’은 운동장도, 교실도 시끌벅적했다. 1·2교시 수업을 연속으로 진행하고 쉬는 시간 20분을 묶어 놀이시간으로 짠 것이다. 20분의 힘과 활기는 대단했다. 학교를 찾아가며 ‘잠시 숨통을 트겠거니’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올해 9살인 2학년 1반 아이들에게 “놀이시간이 뭐가 좋으냐”고 물었다. 이서연양은 “예전에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놀이시간에 놀고 오니까 마음이 풀렸다”고 말했다. 김예은양은 “한 친구와 싸웠는데, 놀이시간에 다른 친구들과 놀고 들어온 뒤에 기분이 좋아져서 싸웠던 친구에게 사과했다”며 “놀이시간에 놀다보니까 전학온 친구와도 하루 만에 친해졌다”면서 웃었다. 박서현양은 “놀이시간이 끝나면 더 놀고 싶기는 하지만, 다시 교실 들어오면 공부에 집중이 잘된다”고 했고, 주혜온양은 “만약 놀이시간이 없어지면 공부만 계속하게 돼서 지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엄마한테 공부하라는 소리 듣지 않고, 학교에서 놀 수 있어서 좋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순 담임교사는 “만약 ‘줄넘기 하고 놀자’고 하면 아이들 중에는 줄넘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놀이시간이 아닌 체육시간이 되어 버린다”며 “홀로 노는 아이에 대한 개입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아이들끼리 놀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말했다.
서울 수서초등학교의 오전 ‘놀이시간’에 2학년 교실에 남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인형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놀이시간이지만, 1년 전 학교에서 놀이시간을 시작할 때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놀다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일 컸다. 교사들과 스포츠강사, 학교보안관은 매일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지 지켜본다. 대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학기 초에는 두통을 앓거나, 학기 말에는 뛰어놀다가 골절상을 입은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다친 아이들은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강연실 수서초 교감은 “놀아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크게 다치는 경우가 적다”고 말했다.
놀이시간에 땀을 흘린 뒤 이어지는 3교시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교사가 놀이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홍순희 수서초 교사는 “ ‘놀고 왔으면 조용히 해야지’라고 훈계하기보다는 ‘무슨 놀이를 하면서 놀았니’라며 놀이에서 수업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돌리면, 오히려 수업에 집중을 더 잘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놀이시간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했다. 아이가 학교 가기를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오늘 놀이시간에 친구들과 딱지치기를 한다’며 등교 전부터 들떠 있는 것을 보면서 놀이시간의 팬이 되고 있다”는 식의 학부모 반응이 전해지고 있었다. 강연실 교감은 “통계치를 따로 내어보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점심시간에 남는 음식량이 줄어들었고, 학교폭력의 빈도도 감소했다”며 “전반적인 학교문화가 변하다보니 ‘왕따’ 등의 문제를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도서 정보 > 교육혁신 자치의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이가 힘이다]“선생님부터 신나게 놀아야 아이들과 유대감 갖게 돼” (0) | 2014.03.07 |
---|---|
[놀이가 힘이다]“놀이터의 힘은 친구들과의 관계망… ‘왕따’ 있어도 헤쳐 나갈 수 있어” (0) | 2014.03.07 |
[놀이가 밥이다]초등 2년생 23% “방과후 1시간도 못 놀아” (0) | 2014.03.07 |
[놀이가 밥이다]아이들, 어릴 적 부모의 20~30%밖에 못 놀아… 노는 법도 달라 (0) | 2014.03.07 |
[놀이가 밥이다]아이 “놀고 싶어요, 더 놀게 해주세요” 부모 “안전하게 놀 곳과 친구들 없어” (0) | 2014.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