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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의 적 '기후변화'.. 2080년엔 개최지 찾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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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의 적 '기후변화'.. 2080년엔 개최지 찾기도 힘들다

경향신문 | 목정민 기자 | 입력 2014.02.09 21:35 | 수정 2014.02.09 21:48
'2014 동계올림픽'이 8일 러시아 소치에서 개막했다. 동계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눈의 양이 충분하고 설질도 좋아야 한다. 빙판도 마찬가지여서 빙질에 따라 기록 차이가 날 수 있다.

유명한 휴양도시인 소치는 러시아 도시치고는 따뜻한 곳이다. 아열대성 기후로 2월 평균기온이 5~7도에 이른다. 시내에는 야자수가 자랄 정도다.

이번 동계올림픽도 지난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눈 확보작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겨울부터 눈을 모아 보관하는 '눈 보장(Guaranteed Snow)' 작전을 펼쳤다. 소치 인근에 내린 눈을 모아 빛을 반사하는 두꺼운 담요와 방수포로 덮었다. 눈이 녹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모은 눈의 양은 71만㎥나 된다.

기후 전문가들은 소치에서 추후 또 동계올림픽을 치르려면 이 같은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심지어 2080년에는 동계올림픽을 열기 힘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얼마 전까지 동계올림픽을 치른 곳이더라도 앞으로는 열지 못하게 되는 곳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점차 오르고, 이로 인해 겨울이 짧아지고 눈의 양이 줄어드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온실가스 배출 줄지 않으면 2월 평균 기온 최대 4도 상승
역대 올림픽 개최지 19곳 중 2080년엔 6곳서만 개최 가능


▲ 한국 20년간 겨울 2주 짧아져 2100년엔 평균기온 5.3도 올라
남한의 대부분
아열대 기후로 스키장 개장기간도 20일 예상


■ 역대 개최국 태반 21세기 말엔 경기 못 열어

기후변화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최근 발표한 제5차 보고서를 보면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중반 이후 0.85도 상승했다. IPCC는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계속되면 2100년 지구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최대 4.8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IPCC는 이 같은 온도 상승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IPCC는 지구 온난화에 관한 최신 연구 성과를 각국이 공유하기 위해 1988년 만든 국가 간 협의체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경험이 있는 도시 태반이 21세기 말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기후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지난달 22일 캐나다 워털루대 지질학과 대니얼 스콧 교수 연구팀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22곳 가운데 19곳의 1981~2010년 2월 평균 기온 및 강설량 자료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2050년과 2080년대 각 도시의 동계올림픽 개최 가능성을 살폈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려면 2월 기온이 낮고 눈이 많이 내려야 한다.

스콧 교수 연구팀 분석 결과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2도, 2080년에는 최대 4도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연구에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더라도 2050년 19곳 가운데 소치 등 4곳은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캐나다 밴쿠버 등 4곳은 대회를 개최하지 못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진단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면 개최 불가한 도시는 6곳으로 늘고, 개최하지 못할 위험성이 높아지는 도시는 3곳이 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때는 2080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는 곳이 13곳으로 늘어난다. 소치, 밴쿠버 등은 동계올림픽을 치르지 못하게 된다. 개최 가능한 도시는 프랑스 알베르빌, 캐나다 캘거리,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페초, 스위스 생모리츠,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일본 삿포로 정도다.

지난 수십년 동안 북반구에서는 눈 내리는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IPCC의 탄소배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 눈이 약간 증가하는 뉴질랜드 고지대는 2090년이 되면 눈 내리는 날과 눈 덮인 설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콧 교수는 2007년 기후변화 관련 학술지 '지구의 변화에 대한 적응'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북동부 지역의 스키 리조트에서 1980년대에 비해 눈을 만드는 기기 등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각종 기후 예측 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2070~2099년이 되면 2007년보다 눈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곳은 최대 2배가량 많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알프스 산도 눈의 깊이가 30㎝ 이하로 떨어져 자연설 스키를 타지 못하는 곳이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 2100년엔 스키장 개장기간 20일 불과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건국대 허인혜 교수와 이승호 교수 연구팀은 2012년 2월 기후분야 국내 학회지인 '기후연구'에 2100년 경남 양산의 에덴밸리리조트나 전북 무주 무주리조트는 스키장 운영기간이 20일에 불과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처럼 유지될 경우를 가정해 2071~2100년의 남한지역 평균기온을 예측해 스키장 운영이 가능한지를 살폈다. 그 결과 한국의 모든 스키리조트는 2012년에 비해 스키장을 운영하는 기간이 줄고 눈을 확보하는 작업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팀은 "남부의 에덴밸리리조트는 지금 같은 방식의 스키산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도 지난 20년간 겨울의 길이가 2주 정도 짧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이 1981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10개 지점의 겨울 지속기간을 분석한 결과 2000년대 겨울의 평균 기간이 1980년대에 비해 적게는 3.9일에서 많게는 14일 짧아졌다.

IPCC도 5차 보고서에서 2100년 남한은 최고 5.3도, 북한은 6도까지 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평양이 현재 서귀포 정도로 따뜻해지고 서울을 비롯한 남한지역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셈이다.

<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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