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운동과 NGO의 지속 가능성, 전문성, 책임성을 위하여
[NGO가이드] 한겨레신문사. 조희연
개념적 의미에서 NGO는 시민운동 조직들, 정부조직이 아닌 다양한 사회조직들ㅇ,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리단체(NPO)들을 포함한다. 제3섹터라는 개념은 정부부문이나 기업부문과는 구별되는, 잔여(殘餘)적 영역에 존재하는 일체의 단체 조직 기구를 포괄한다. 거기에는 교회와 노조, 교육기관, 복지기관, 동호회, 이익단체 등 다종다양한 조직이 모두 포함된다. 한국적 사용 맥락에서 보면, NGO는 제3섹터에 존재하는 조직 중 이타적 공익적 목적에 따라 활동하는 비정부 비영리적인 자발적 결사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NGO는 크게 사회행동적 NGO와 사회서비스적 NGO가 있을 수 있다. 시민운동이나 민중운동이 행동적이라면, 구호단체나 자원봉사 단체가 서비스적이다. 그런데 서비스적 NGO는 준 정부기구적 성격이 강하므로, NGO라고 할 때는 행동적 NGO를 중심에 놓고 사용하게 된다.
NGO를 중요한 기구로 인식하게 된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시민적 활동영역이 크게 넓어짐에 다라 그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권위주의 정부(그와 유착되어 있는 기업과 자본)를 비판하면서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주체적 활동이 대거 나타나게 된 데 기인한다. 한국에서는 시민운동과 함께 NGO가 부각된 것이다.
6월 민주항쟁 이전의 사회운동은 ‘임박한 혁명’을 전제로 ‘한시적’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전격적인 대(對)권력투쟁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에게 조직의 지속성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조직 자체보다는 조직이 성취하고자 하는 투쟁목표를 우선시했다. 사회운동이 ‘감옥 갈 각오’를 하거나 사법적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결단의 운동’으로 전개된 것이다.
그러나 1987년 이후 민주주의로 이행하면서 합법적 제도적인 공간이 확장됨에 따라, ‘결단’이 없어도 제도적 합법적 수단을 이용하여 제도화한 사회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지게 되었다. 투쟁과제보다는 조직 자체가 우선이고, 투쟁목표는 조직이 수행하는 다양한 과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합법적이고 제도적인 사회운동 공간 혹은 저항의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중운동은 확장되고, 새로운 다양한 운동이 등장한다. 이런 양측면에서 새로운 이론적 실제적 차원의 지적 요구가 생긴다.
①새로운 구조적 변화를(세계화, 정보화, 지방화, 민주화에 따른 변화) 이해
②새로운 구조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이슈(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표현됨)들을 이해
③사회운동 이론의 재정립 혹은 수정과 풍부화(사회주의 시장경제, 현대자본주의)
④변화된 조건에 따른 정부-기업-NGO 관계의 재조정에 대한 이해 및 대응전략 모색
⑤NGO의 지속 가능성과 전문적 운영을 위한 지적 자원
최근 NGO에 대한 비판담론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각각의 비판은 그 ‘계급적’성격이 다르므로, 다양한 비판을 본질적 성격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①보수적인 비판은; 시민운동의 권력화, 초법화
②관찰자적 비판은; 시민 없는 시민운동, 명망가 중심의 운동, 시민운동의 관료화
③성찰적 비판 ; 중소단체의 주변화, 풀뿌리 운동의 주변화, 언론 의존적 태도, 운동의 관성화
④급진적 비판 ; 개량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부재
①권력화
미시적인 차원에서 특정 시민 사회운동단체가 ‘권력적 행태’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수적 비판의 논지와는 정반대로,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거시구조적 관계에서 볼 때 시민사회의 힘, 시민들의 권력, 민중들의 권력, 소수자들의 권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시민운동의 권력화라는 비판의 근저에는 다음과 같은 ‘긍정적’으로 파악되는 변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시민․사회운동이 강화되면서 기존 사회 운영 주체들의 ‘독점적’지위가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권력(정부, 정당)과 자본(재벌, 기업) 등의 권력분배 구조에 시민사회가 위협적 존재가 되었다.
둘째, 시민사회 내부에서 기존의 ‘지배적’주체들이 약화되고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직능단체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약화되고, 공익 지향적인 시민사회운동이 그것을 대체한 데 대한 위기의식이 있다.
셋째, 보수언론의 위기의식이 있다. 기존 언론은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사회의 종속화를 매개하면서 그 국가권력에 ‘편승’하고 있었고, 시장의 ‘성장논리’를 시민사회에 내재화하면서 스스로 ‘성장’기업이 되고자 했다. 언론은 권력의 재생산을 주도하던 자신의 입지에 대한 새로운 경쟁자를 만난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분명 기존 독재체제 아래서 국가권력, 정치권력, 경제권력, 재벌권력, 언론권력 등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왔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시민사회, NGO, 시민권력, 노동자권력, 민중권력이 강화되면서 정상적인 상황으로 바뀌는 데 따른 ‘정상적’인 진통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원적’사회로 가는 진통이다.
②이익집단의 이해를 뛰어넘는 힘
시민․사회운동이 대안 없이 ‘무책임한’비판을 한다거나 ‘이상론적’으로 급속한 제도 변화를 도모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 비판의 이면에는 시민사회 내의 이익집단이나 직능집단의 비공익적 행위와도 대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있다. 과거 사회집단들은 국가가 위에서부터 위계적으로 지시하고 제시한 틀에 적응하면서 존재해 왔다. 일종의 ‘국가조합주의’적 방식으로 권위주의적 사회통합 방식이 공적 민주적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과정인 것이다. 구제도나 체제에서 특정 이익집단의 특권적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는 것이 민주주의 이행과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개혁의 장애물이 권위주의 국가의 억압에서 시장주의(신자유주의)의 위협과 시민사회 내 이익집단의 저항이 주된 장애물이 되는 시점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적 이해 추구를 뛰어넘어 공적 이해를 지향하는 시민사회운동이 되어야할 것이다.
③책임성
첫째, 시민사회운동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상응하여 더 놓은 책임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전에는 ‘대세와는 관계없는 좋은’이야기로 칭찬되던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이제는 때때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면서 더욱 책임성 있는 행동을 요구받기에 이르렀다.
둘째, NGO가 과거처럼 소수의 ‘자기결단적’사람들만 모인 운동이 아니라 다종다양한 사람이 참여하는 운동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양한 일탈 사례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아졌다.
그런 점에서 NGO내부의 높은 도덕적 기율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하되, NGO가 도덕주의적 운도이거나 도덕적으로 완전한 사람들의 활동이라는 인식은 정정할 필요가 있다.
④급진적 비판
시민운동이 보수적 혹은 자유주의적 인식과 실천에 한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보수적 혹은 ‘자유주의’적 성격을 띤 시민운동이 부상함으로써 급진적 운동이나 이슈를 ‘주변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자유주의 정부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많은 시민운동 단체가 대중성 내지는 국민적 지지라는 ‘허상’속에서 자신의 운동을 ‘(개혁)자유주의’적인 영역에 가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 국민 지지’의 영역에만 한정하다 보면 ‘운동성’을 견지하기 어렵다. 사회운동으로서의 시민운동은 보수적 의식을 뚫고 전개되는 진보적인 것이어야 생명력을 유지 할 수 있다.
시민운동의 이념적 스펙트럼도 개혁자유주의에서부터 사회민주주의, 급진주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장되지 않으면, 시민운동은 지속적으로 포섭의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편, 법률적 전문적 운동과 현장의 투쟁은 상호 전술적 분업 관계에 놓여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하나의 수단을 선택하더라고, 다른 수단을 배제하는 인식은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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