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14. 07:45ㆍ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지방은 '내부식민지'다!
강준만 교수에게 듣는 지방의 '내부식민지' 탈출법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집계에 따르면, 2005년 11월 1일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의 비중이 1995년 45.3%에서 48.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 대출의 수도권 비중은 95년 59.3%에서 2007년 68.3%로, 은행예금의 수도권 비중은 95년 64.8%에서 2007년 68.4%로, 대기업ㆍ중소기업의 수도권 비중은 1999년 49.2%에서 2006년 53.4%로 커졌다.
이같은 자료는 서울로 정치, 경제, 행정, 교육, 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되는 '서울 1극 체제'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전주에 살며 전북대에서 강의해온 강준만 교수는 이 책에서 지방자치, 지방문화, 지방언론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그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종속이론의 아류라는 멍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내부식민지론'이 지금의 지방문제를 들여다보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내부식민지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몇 가지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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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첫째, 내부식민지의 발판인 교육의 해결책은 교육분산이라며, 서울 소재 대학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한국의 핵심 권력층을 양산하는 SKY대학의 정원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로, 정치ㆍ행정의 사유화를 중단하고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고 조언한다. 세번째로, 지방언론의 살 길과 엘리트의 역할을 강조하고, 마지막으로 내부식민지의 책임을 중앙에만 묻지 않고, 오히려 지방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더 비중을 둔다.
목차
머리말| 지방은 '내부식민지'다!
1장 '내부식민지'의 정치적 현실
왜 '독재권력'없는 '개발독재 논리'인가?
지방의원은 '국회의원 몸종'인가?
서울에서 밀려나면 죽음인가?
'각론'은 없고 '총론'만 있는 한탕주의
줄 서지 않으면 죽는가?
꼭 권력에 목숨 걸고 살아야 하나?
왜 '내부식민지'가 지속되나?
2장 서울의 오만과 편견
지방은 거지인가?
수도권엔 현금, 지방엔 어음?
'지방균형발전의 미망에서 깨어나자'?
청계천 복원은 건설업자들의 '자선사업'인가?
'글로벌.내셔널.로컬 스탠더드'는 어떻게 다른가?
지방엔 '티핑 포인트'가 없는가?
3장 '내부식민지'의 토대, 교육
왜 오늘도 60명이 전북을 떠나는가?
무엇이 한국인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가?
왜 '교육분산'을 외면하는가?
왜 사교육에 대한 착각과 오해를 하나?
SKY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왜 SKY는 인해전술에 매달리는가?
4장 지방의 정치와 행정
정치.행정의 사유화, 이대로 좋은가?
'낙하산 실명제'는 어떤가?
왜 '스톡홀름 신드롬'인가?
단체장 집무실이 넓으면 일 잘하나?
왜 '참여 전북'으로 가야 하는가?
5장 지방의 주목투쟁
'광고.홍보 독과점'을 어찌할 것인가?
왜 '통계 전쟁'이 필요한가?
왜 튀지 않으면 죽는가?
왜 '시민기자 혁명'인가?
왜 '눈높이 저널리즘'인가?
왜 '공익 마케팅'이 필요한가?
6장 지방신문의 현재와 미래
'공무원 신문'을 아십니까?
과연 무엇이 진정한 자존심인가?
지역언론,어떻게 죽일 것인가?
왜 '지방신문 혁명론'인가?
'민원 해결 저널리즘'은 안 되나?
왜 '블루오션'으로 가야 하나?
지역신문 구독하면서 욕하면 안 되나?
7장 지방방송의 현재와 미래
왜 '소통구조의 개혁'은 외면하나?
왜 '여의도 방송'에서 '전국방송'으로 가야 하나?
왜 '방송의회'구성이 필요한가?
왜 '방송 광역화'는 자승자박인가?
왜 지방을 둘로 나눠야 하나?
왜 콘텐츠 수용환경 변화가 필요한가?
왜 지역방송이 지역운동의 주체가 돼야 하나?
8장 지방문화의 현재와 미래
'삶'과 '돈'이 타협하는 '지역문화'는 안 되나?
왜 대중문화와 지역문화의 융합이 필요한가?
왜 지역문화 예산의 투명성이 중요한가?
왜 축제에 적극 참여하고 개입해야 하나?
왜 '지역학의 대중화'가 필요한가?
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인가?
왜 '문화 거버넌스'체제가 필요한가?
9장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신뢰 없는 지역구도 극복이 가능한가?
왜 지역구도 극복에 꼼수를 쓰나?
연고와 인맥이라는 '괴물'을 어찌할 것인가?
유인촌의 고향은 전주인가?
왜 '공공적 연고주의'인가?
동창회가 1%만 변하면 안 되나?
'고향 기부 마케팅'은 안 되는가?
10장 '내부식민지'로부터의 탈출
왜 '경로의존의 저주'인가?
왜 다양성이 혁신의 생명인가?
'후진성의 이점'을 활용하면 안 되나?
왜 협업하지 않으면 망하는가?
왜 암묵지를 공유하지 않는가?
'동아리 천국'으로 가면 안 되나?
왜 '신뢰'는 경제적 자원인가?
맺음말 | 지방이 한국을 책임지자!
강준만에게 듣는 지방의 '내부식민지' 탈출법
지방은 왜 내부식민지인가?
오랫동안 전주에 살며 전북대에서 강의해온 강준만 교수가 지방자치, 지방문화, 지방언론의 현주소를 날카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그 해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맛이 간 지 오래인 종속이론의 아류"라는 멍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내부식민지론'이 지금의 지방문제를 들여다보는 데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은 남미의 도시화를 '종속적 도시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남미의 도시 형태는 남미에서 생산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과정에서 잉여가치의 송출구 역할을 함으로써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1970년대 남미에서 '내부식민지(internal colony)' 또는 '내적 식민지' 이론이 대두되었다. '제4의 식민지(the 4th colony)' 또는 ' 식민지 속의 식민지(colonies within colonies)'라고도 한다. 식민지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극심한 지역간 불평등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내부식민지론은 국가간 수준에서 나타나는 중심-주변 관계를 무리하게 한 국가 안의 지역간 수준에 적용시켰다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 사실 내부식민지 논쟁은 한국에선 사치스럽게 여겨지는 점이 있다. 그 어떤 나라도 한국처럼 그게 심하진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논쟁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
윤택림은 "탈식민시대에 식민주의란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인 종속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며, 영토적 경계에 기초한 것도 아니다. 식민주의는 모든 국가 내부에서도 계층·민족·종족·성·지역적 차별로 인해 계속해서 만들어져 왔고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이제 식민주의는 정치적, 경제적 지배와 종속뿐만 아니라, 문화적 지배와 종속으로까지 그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종속이론은 한물간 것이 아니라, 그 범위의 확대로 되살아난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본문 53~54쪽)
서울공화국, 지방 식민지 체제
서울로 정치, 경제, 행정, 교육, 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되는 '서울 1극 체제' 현상은 이제 '서울공화국'을 넘어서 '서울제국'으로까지 명명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사실인가? 저자가 제시하는 그 근거들 몇 가지를 살펴보자.
2002년 현재 서울은 한국의 중앙행정 기능의 100%, 경제 기능의 76.1%, 정보 기능의 93.6%, 국제 기능의 92.7%를 보유했다. 수도권의 국토면적은 12%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47%가 거주하고 있고, 100대 기업체 중 95개, 공공기관의 90%가 몰려 있고, 금융기관 대출의 64%가 이곳에서 이뤄졌다. 수도권 집중은 계속 심해지고 있다. 수도권 인구 비중만 해도 2007년 48.6%로 증가했다. 금융기관 대출의 수도권 비중은 95년 59.3%에서 2007년 68.3%로, 은행예금의 수도권 비중은 95년 64.8%에서 2007년 68.4%로, 대기업·중소기업의 수도권 비중은 1999년 49.2%에서 2006년 53.4%로 커졌다. (본문 78쪽)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집계에 따르면, 2005년 11월 1일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의 비중이 1995년 45.3%에서 48.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역이 바로 전북이다. 전북인구는 178만 명으로 18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이는 가장 많던 1966년 252만 명에 비하면 70만 명 이상이 줄어든 수치다. 1966년 350만 명이던 서울인구는 979만 명으로, 600만 명 이상이 늘었는데 말이다. (본문 96쪽)
2006년 3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지역신문 구독자 조사'에 따르면, 지역신문 구독률은 제주 19%, 부산·울산·경남 16.6%, 대구·경북 13.2%, 광주·전남 6.7%, 강원 6.3%, 충북 4.6%, 전북 3.7%, 대전·충남 3.4%, 경기·인천 1% 등이었다.(본문 87쪽)
내부식민지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하지만 저자는 절규에 가깝도록 비장하게 백척간두에 놓인 지방의 현실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각론'은 없고 '총론'만 난무하는 방식, 나쁜 점만 부각시키는 ' 네거티브' 해결방식, '도덕성'만 강조하는 '천사표 처방'에 반대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을 '은전'이나 베풀면 되는 '거지' 취급하지 말고 일관되고 공정한 원칙을 적용해야 하며, 지방도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서울로 보내는 걸 지역발전 전략으로 삼는 '내부식민지' 근성"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 하나씩 실천하자고 주장한다.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다양한 해법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내부식민지의 발판인 교육의 해결책은 교육분산이다
하루에 60명꼴로 전북 사람이 전북을 떠나는 이유, 모든 한국인의 삶이 피곤해지고 황폐해지는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교육문제다. 저자는 서울 소재 대학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한국의 핵심 권력층을 양산하는 SKY대학의 정원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KY의 정원 대폭 축소로는 성에 차지 않는 사람들도 '실천 가능성'에 주목하는 게 좋겠다. SKY가 결사반대하는 한 그 어떤 학벌주의 완화책도 실현하기 어렵다는 현실감각을 갖기로 하자.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우선 한 가지 원칙만 재확인하자. 인해전술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엘리트의 시대는 이젠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SKY는 소수정예주의로 가면서 사회적 존경을 누려야 한다. (본문 124쪽)
2) 정치·행정의 사유화를 중단하고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는 처음에 1950년대에 실시되었으나 철저히 지방이 중앙에 예속된 자치였기에 90년대에 다시 지방자치제가 도입되자 많은 사람들이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애초의 좋은 의도가 실종되고 허울만 남았다. 그 이유를 저자는 정치?행정의 사유화라고 보고, 그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유화'는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들에 대한 보상이다. 이게 바로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사유화는 권력자의 연고주의와 정실주의에서 나온다. 자신의 동향·동문·측근 인사들에게 특혜를 베풀어 그간 진 신세를 갚거나 우쭐대고 싶어하는 경우로 볼 수 있겠다.
아무리 정교한 법과 제도라도 이 두 가지 사유화는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 여론의 비판이 유일한 견제책이지만, 정권이 몰염치로 나가면 견제력을 상실한다. 우리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윤리적인 문제로 치환해서 바라보는 데에 익숙하다. (..)
우리는 공공 영역의 사유화에 대해 많은 비판을 쏟아내곤 있지만 작심하고 그걸 본격적인 이슈로 삼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아니, 고양이 목에 방울 매달 사람이 없다고 보는 게 옳겠다. 사유화를 근절할 순 없을망정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공 영역이 전리품으로 탕진되는 걸 막는 것 이상 큰 개혁이 어디에 있겠는가. (본문 131∼135쪽)
3) 지방언론과 엘리트의 역할
저자는 전공이 신문방송학인 만큼 지방언론의 살 길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방언론사의 공공성 강화, 지방의 시민사회 및 엘리트와의 연대로 볼 수 있다.
포지티브 전략의 대표적 실천방안으론 '민원 해결 저널리즘'을 들 수 있다. '민원 해결 저널리즘'? 미국의 '공공 저널리즘'을 흉내 낸 발상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아니다. (..) 신문들은 적극적인 자세로 기업이건 개인이건 모든 지역민들이 갖고 있는 민원을 공공적 차원에서 스스로 발굴해내고 공개적으로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적극 맡는 것이 필요하다. (본문 205∼207쪽)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지상파 방송의 기본 편성정책에 지방의 KBS 지역국, MBC 계열사, SBS 가맹사들이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자. (..)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프로그램의 방향과 내용에 개입하자. 뉴스, 시사 다큐멘터리, 생활정보 프로그램 등은 지방문제를 어느 정도 다루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먹거리나 볼거리 위주가 아니라 민생을 다루라는 것이다. 왜 지방민들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는지 그걸 수도권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알려달라는 것이다. 다수 수도권 주민들도 과거엔 지방에 살았었다는 걸 상기시켜달라는 것이기도 하다. (본문 224∼225쪽)
축제와 같은 지역문화 행사에 대한 감시와 더불어 종합적 평가를 내리면서 기획력을 보완해주는 데엔 지역신문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또 지역신문의 지역밀착화 전략 가운데 가장 유리한 게 문화 관련 기사이기도 하다. 상대적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언론 못지않게 대학도 문제다. '축제는 축제, 대학은 대학'이라는 식으로 따로 놀고 있다. 축제의 주최 측이 개별적으로 접촉해 무슨 위원이라는 직함을 주지 않는 한 자발적으로 참여해 기획을 도우려는 교수가 거의 없다. 시민운동단체와 지역 지식인들이 자발적으로 축제에 적극 참여·개입하는 방안을 모색해보자. (본문 257-258쪽)
동창회·종교단체·종친회·향우회에 공공적 성격을 가미하는 시도를 하지 않고선 사회적 진보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기존 '모드'를 한번 바꿔보자는 뜻이다. 사회를 향해선 연고주의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사적 영역에선 연고주의의 단물을 빨아먹는, '범국민적 쇼'를 그만두고, 이젠 좀더 실천 가능한 대안을 모색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나는 그런 확신에 근거해 '실천 가능한 방안'으로 동창회 활동에 공익적 성격을 가미하자고 주장해왔다. 모임이 있을 때?隻? 회비의 1%라도 떼어내어 공익적 목적을 위해 쓰자는 것이다.(본문 296쪽)
4) 지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지방에 있다
저자는 지방문제의 원인은 오로지 중앙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방에서 자초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며, 지방 스스로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젠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지방은 지방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상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무슨 사건이 터졌을 때에 반발한다거나 서울로 올라가 시위하는 등의 산발적 비상체제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게 충분히 입증되었다. 아예 선거 단계에서부터 '지방 살리기' 프로그램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는 후보나 정당에겐 표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
지방은 이제 '서울 탓'보다는 '내 탓'을 더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의 문제를 지방이 먼저 지적하고 해결하자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그런 내부 교정 노력과 더불어 차분한 설득이 병행되어야 한다. 중앙집권체제가 가져온 '레드오션' 체제가 모든 한국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과 더불어 지방이 블루오션이라는 점을 이해하게끔 해야 한다. 지방의 무능과 부패를 말하는 사람들에겐 "권한은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분권 시스템은 동기부여를 강화할 뿐 아니라 더 큰 유연성을 가져다줌으로써 전체의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걸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
지방의 엘리트들은 서울에도 집을 갖고 있고 자녀를 서울로 유학 보내기 때문에 굳이 기존 '서울 공화국' 체제에 강력 도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보통사람들도 '각개약진'을 선택했다. 바로 그런 ' 각개약진' 체제 때문에 지방이 지방주의를 내세우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서울이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발상을 포기한 만큼 그 걱정도 지방이 해야 한다. 수도권의 고민도 헤아려가면서 좀더 정교한 대안을 제시하고 추진해 나가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지방이 한국을 책임져야 한다. (본문 343∼348족)
누구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 없이 원점으로 논의가 돌아가 버리고 마는 문제 가운데 하나인 지방문제에 대해 명쾌하고 개성 있는 해법을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
책속으로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은 남미의 도시화를 '종속적 도시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남미의 도시 형태는 남미에서 생산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과정에서 잉여가치의 송출구 역할을 함으로써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1970년대 남미에서 '내부식민지(internal colony)' 또는 '내적 식민지' 이론이 대두되었다. '제4의 식민지(the 4th colony)' 또는 ' 식민지 속의 식민지(colonies within colonies)'라고도 한다. 식민지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극심한 지역간 불평등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내부식민지론은 국가간 수준에서 나타나는 중심-주변 관계를 무리하게 한 국가 안의 지역간 수준에 적용시켰다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 사실 내부식민지 논쟁은 한국에선 사치스럽게 여겨지는 점이 있다. 그 어떤 나라도 한국처럼 그게 심하진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논쟁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
윤택림은 "탈식민시대에 식민주의란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인 종속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며, 영토적 경계에 기초한 것도 아니다. 식민주의는 모든 국가 내부에서도 계층·민족·종족·성·지역적 차별로 인해 계속해서 만들어져 왔고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이제 식민주의는 정치적, 경제적 지배와 종속뿐만 아니라, 문화적 지배와 종속으로까지 그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종속이론은 한물간 것이 아니라, 그 범위의 확대로 되살아난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본문 53~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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