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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와 한국외교의 선택--전진호(광운대학교 국제학부)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3. 12. 2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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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와 한국외교의 선택

전진호(광운대학교 국제학부)  |  webmaster@self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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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3  19: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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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제 : 전진호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
   
   ▲ 토론 : 김유은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일관계와 한국외교의 선택

전진호(광운대학교 국제학부)

1. 서론: 일본의 우경화와 박근혜 정부의 출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동아시아 외교의 기조가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기본 틀로 하여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전통적인 동아시아 외교를 추진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미국, 일본, 중국대사를 차례로 접견하여, 정부의 전통적인 외교 프로토콜을 따랐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자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순으로 대사의 접견순서를 바꾸어 대중외교 중시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한일관계를 보면, 취임 1년이 되어가는 현재까지 대통령의 일본방문은 물론 한일 정상회담조차 개최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동아시아 외교의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먼저 앞서 지적한 대중외교의 강화이다. 박근혜 정부는 G2로 부상한 중국과의 관계강화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와의 전면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미중 균형외교’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일본의 지속적인 우경화와 한일갈등의 심화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본 천황이 식민지지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정부는 과거사 문제,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과 반성을 요구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정치인의 망언, 독도영유권에 대한 도전, 군사력 증강 및 군사적 역할 확대 등이 이어지면서 한일 간에 정상회담도 개최되지 못하는 이상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와 한국의 원칙론이 충돌하면서 한일관계는 돌파구조차 보이지 상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글은 박근혜 정부의 대일정책과 한일관계를 우리정부의 동아시아 외교라는 큰 틀 안에서 점검해 본다. 특히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우리정부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등으로 미국을 비롯해 한・중・일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정부가 동아시아 외교의 혼돈 속에서 취해야 할 전략적 선택지를 검토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2. 미중 균형외교

이른바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국제정치의 중심이며,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외교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중국을 보다 중시하는 외교적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가 필요하다는 것도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과 관련하여 우려스러운 점은 ‘미중 균형외교’가 미국의 대중정책과 충돌하고 있으며, 또한 대일외교의 실종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먼저, ‘미중 균형외교’와 미국의 대중국 정책과의 충돌을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은 ‘신형강대국관계’라는 새로운 관계구축을 통해 양국 간의 이해와 협력을 높여나가는 외교적 접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미국은 미일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일본의 군사력에 상당부분 의존하며 동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또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직후에 전폭기를 중국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사전신고 없이 비행시킨 것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견제로 보인다.

다음으로 미중 균형외교의 추진과정에서 대일외교와의 균형이 무너진 점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한일관계가 경색되었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도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으로 인해 한일 간에는 정상회담도 개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문제에 대해 미국이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일본은 한국과의 관개개선보다 미일동맹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즉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중외교 강화’와 ‘대일외교 실종(?)’으로 우리의 동아시아 외교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G2와의 균형외교 추진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아시아회귀’ 정책에 의해 미일동맹 강화, 미중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한중 접근과정에서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마치 한국의 대중국 접근과 미일동맹 강화가 상호 대립하거나, 혹은 미일동맹이 강화되면서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또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둘러싸고 미중, 중일 간에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 문제는 한, 미, 중, 일의 4국간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정부는 대중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내실화’를 이루었다고 하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양국은 갈등을 겪고 있으며, 대미외교에서는 ‘경제, 군사동맹을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 되었다고 주장하나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대미외교가 실효적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제로섬 관계에 있지 않으며, 한미동맹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미일동맹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중 간에도 대통령의 방중결과를 보듯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한편 한국의 대중국 접근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가 북중관계보다 친밀해진 것은 아닌 듯하다.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지속적으로 탈북자를 북송하는 것 등을 보면 북중관계는 여전히 강한 우호관계로 유지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한국은 대중국 접근을 강화하는데 비해 중국은 남북간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한국보다 일본에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중일이 본격적으로 관계개선에 나선다면 한국외교가 방향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아베정부 일각에서 동아시아 외교의 우선순위를 한일관계에서 중일관계로 옮기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외교에서 대중정책과 대일정책이 균형을 잃을 경우 한국의 국익이 손상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또한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이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3. 대일 외교 방향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래 한일 간의 외교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등에 이어 안중근의사에 대한 모독발언까지 한일은 도를 넘은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관계악화 속에서도 일본은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거듭 제안하기도 하였지만, 한국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건 조성 등을 요구하여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일 간의 갈등상황에 대해 미국은 양국관계의 개선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2013년 10월 방일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야스쿠니 신사가 아닌 지토리가후치 무명용사 묘를 참배한 것도 일본과 과거사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을 배려한 것으로 보이며,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문제에 우려를 표명하는 한국에 대해서 한일이 긴밀히 협의할 사안이라고 한 것도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2월 초의 바이든 미 부통령의 방한도 한일관계를 조율하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일본이 과거사, 위안부 문제 등에서 양보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도의 양보를 일본이 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1965년의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의 50년의 경험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이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나 여건을 조성하기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사,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정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현재의 경색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양국 정상이 만나지도 않는 상황에서 문제해결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는 매우 낮아 보인다.

아베 일본총리는 다양한 경로로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일본은 9월에 있은 G20 정상회담과 금년 말에 예정되었던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한일 간의 정상회담을 추진하였지만 모두 무산되었다. 또한 아베총리는 11월 일본에서 개최된 한일협력위원회 및 한일의원연맹 총회에 각각 참석해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정상회담에 응하는가 마는가 하는 선택은 이제 우리정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일 간의 현안문제는 산적해있다. 최근 우리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판결을 내 놓으면서 일본정부와 재계가 이 문제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일본 재계는 한국법원의 배상판결로 양국 경제관계가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를 집행해야 하는 우리정부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정부가 일본기업의 국내자산을 압류하면, 일본 측은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한국정부가 대신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법원의 판결에 대해 일본정부는 국제법 위반으로 전면적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우리법원의 판결이 우리정부와 정부의 대일정책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법원의 배상판결은 한일 양국 정부에게 보다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지만, 양국 정부는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보다는 오히려 관계악화에 기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한일관계 냉각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우리에게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는 무책임을 비판하면서도, 그동안 일본이 해온 역사청산 노력에 대해서는 일정한 긍정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이익을 위해 한・미・일이 삼각 군사협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한국의 대일 ‘강경’대응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워싱턴에서 제기되고 있다. 즉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워싱턴의 입장인 것이다. 미국 정부 내에서 한국도 잘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일 양국이 1998년에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합의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을 우리정부가 제안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일본은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하고, 한국은 이를 수용해 화해를 표명한 바 있다. 현재의 대치국면을 풀어가는 접근방법으로 1998년의 사죄와 화해의 원칙 위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생각된다.

   

4.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문제

아베 2차내각 출범 이후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문제가 양국 간의 현안문제로 발전했다. 패전 이후 제정된 일본헌법은 전쟁 포기, 교전권 부인, 전력 비보유 등을 명시하고 있어, 일본은 그동안 집단적자위권은 보유하나 행사하지 않는다는 헌법해석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06년 총리로 취임한 아베는 집단적자위권 행사 추진을 시사했고, 2012년 재차 총리로 취임하자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을 강행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명분 아래 군사적 역할확대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행보가 가능한 것은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미국은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이익을 일본이 지켜주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1990년대 후반 이래 일관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 간에 인식의 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국제법적으로 한국정부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그 자체에 대해 반대할 명분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유엔헌장도 회원국의 집단적자위권을 권장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우리와 연결되는 것은 우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한국의 동의 혹은 승인 없이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지만,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경험한 한국(민)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국익을 해칠 것인지에 대해서 냉철하게 검토해야 한다. 일본에 있는 주일미군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한국, 일본과 각각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이 양국 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은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통해 삼각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한일 간의 갈등이 삼각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을 견제할 것이다. 즉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미일동맹의 틀 안에서 행사된다면, 일본의 '공격적인 군사적 역할확대'에 대해 미국이 견제하고 제어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일본의 군사적 폭주에 대해 ‘병뚜껑’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문제는 한・미・일 협력과 한국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한・미・일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서 일본이 역사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우리가 강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문제는 위안부, 과거사, 독도문제 등의 과거사 이슈와 분리해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위안부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일본을 압박해 나가야 하지만, 이 문제로 인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과거사문제, 영토문제 등과 외교, 안보, 경제 이슈 등을 분리해서 투 트랙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문제는 한일 간의 역사 혹은 과거와 연관된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의 안전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5. 한국외교의 선택

미국은 대중억지라는 전략적 필요에 의해 동아시아 안보문제에 대해서 한미동맹보다 미일동맹을 더 중요시하고 있으며,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동맹 역시 중요한 지역동맹으로 유지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미일동맹과 일본방위라는 틀 안에서 행사되도록 미국에게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해야 한다. 즉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일본의 전수방위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공격적인 군사력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에 종속되지 않도록 미국과의 실질적인 안보대화를 강화해야 한다. 9.11 테러 이후의 군사전략 변환에 의해 미국은 주한미군보다 주일미군에 보다 큰 전략적 비중을 두고 있으며, 한미동맹보다 미일동맹을 상위에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미도 미일처럼 외교, 국방장관협의체인 ‘2+2 협의’의 정례화 등을 통한 한미동맹(한미 안보대화) 강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는 아직 일본 국내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정부가 찬반양론을 지금 명확히 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엄격히 말하자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자체에 우리가 반대 혹은 관여할 명분은 사실상 없다. 다만 한반도 주권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미일 양국에 요구할 수 있으며, 미일 간의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에 우리의 이러한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할 것이다.

아베총리가 주장하는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는 자칫 군사적 수단을 정당화하는 비(非)평화주의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그러나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유엔헌장에도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며, 오랫동안 미국이 요청해 온 사안으로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도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영국, 호주 등의 전승국이 이미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즉 한미동맹의 강화는 물론 미일동맹의 강화가 우리의 국익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반드시 미일동맹의 틀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일본이 단독적인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안에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이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영토, 영해에서 우리정부의 요청 없이 자위대가 활동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히 가장 기본적인 요구가 될 것이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문제와 같은 한반도 주변의 외교, 안보질서 재편과정에서 우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미일 양국과의 안보대화(협력)를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대화 추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일 간의 외교, 안보협력과 과거사 문제, 독도영유권 문제 등은 분리하여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사 문제, 영토문제와 외교, 안보협력을 연계하게 되면, 독도문제나 국내정치에 정부의 외교, 안보정책이 종속되는 악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여기에 있다고 판단된다.

6. 결론: 한국외교의 새로운 지향점 모색

박근혜 정부는 매우 적극적으로 외교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대미외교와 대중외교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비록 한일관계는 악화일로에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내정보다 외교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문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표명과 중국의 이어도 영공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으로 한국정부의 외교적 지향점이 불분명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즉, 우리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한 것은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한미관계가 ‘경제, 군사동맹을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된 것인지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으며, 중국이 우리정부와 충분한 사전협의도 없이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선언한 것을 보면 과연 한중관계가 ‘전략적 동반자관계’인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결국 우리정부가 추진해온 G2 외교가 지향하는 목표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인 것이다. 정부의 활발한 외교노력이 결실을 거두기보다, ‘사상누각’, ‘동상이몽’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우리정부의 대북 및 대외정책의 기본방향이다. 그런데 이 두 구상은 ‘신뢰외교’를 기본개념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동북아는 신뢰구축이 아닌 불신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동북아는 한일, 한중, 미중, 중일 갈등 등 복합적인 불신 구조가 강화되고 있으며,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는 완전히 단절된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일간의 사소한 갈등조차 관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서 일본을 빼놓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또한 일본의 태도 변화만을 기다리는 소극적 외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일본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한・미・일 협조가 필수적이며, 집단적자위권 행사문제도 미일과 긴밀히 협의할 사안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외교의 새로운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정부와 한국외교가 추진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의 ‘외교안보전략’을 명확히 확인하는 작업일 것이다. 급속한 대중접근과 한・미・중 협력의 모색, 한일관계 악화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둘러싼 한미의 이견(異見) 노출, 대북강경 정책과 대일외교 경시 등 최근의 외교안보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의 큰 틀 안에서 충분히 설명되고 기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근원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즉 정부의 대중정책이나 대일전략이 국가의 ‘외교안보전략’의 틀 안에서 검토되고 결정되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정부의 중장기적인 외교안보전략을 명확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정부는 ‘미중 균형외교’를 기반으로 하여 한미동맹 강화와 대중, 대일외교의 균형을 잡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과의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위안부 문제 등 역사인식 문제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의 안보문제는 분리하여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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