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된 공청회…'원전 비중 29%로 증가' 논란

2013. 12. 11. 23:56환경과 기후변화/원전 문제

 

 

아수라장 된 공청회…'원전 비중 29%로 증가' 논란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뒷전

남빛나라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2-11 오후 3:55:39

 
복잡한 수치와 어려운 전문 용어가 등장하는 탓에 여론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지만, 국가의 백년대계인 정책이 있다.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이하 기본 계획)이 그것이다. 기본 계획은 국가 에너지 정책 중 최상위 정책으로,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잡고 5년마다 수립·시행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오전 공청회를 열고 제2차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장장 2035년까지의 국가 에너지 정책을 결정짓는 계획이다. 국무회의 심의가 끝나면 이 안대로 확정된다. 그러나 공청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기본 계획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기본 계획을 둘러싼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2차 기본 계획을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지속하고 원전을 더욱 확대하려는 위험천만한 계획'으로 총평했다.

원전 비중, 26.4%→29%로 증가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인들이 2035년에 전력을 현재보다 80%가량 더 많이 소비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본 계획에 따르면 2035년 전력수요 예측치는 7020만TOE(석유환산톤)으로, 2011년 3910만TOE보다 80%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전 비중은 현재 26.4%에서 2035년에는 29%로 덩달아 상승한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선진국들이 탈원전 정책으로 선회한 것과 반대로 가는 추세다.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은 23기다. 건설 중인 원전이 5기, 건설이 예정된 원전이 6기다. 여기에 2차 기본 계획이 정한 원전 비중을 맞추려면 앞으로 원전이 최대 40여 기까지 들어설 수 있다.

국토 면적 세계 4위인 미국에 원전 100기가 있다. 2035년이 되면 국토 면적 109위인 한국에 미국의 약 절반만큼의 원전이 들어서는 것이다.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로는 강원 삼척시와 경북 영덕군이 꼽힌다.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는 삼척·영덕 주민이 신규 원전 건설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일기도 했다.

▲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 본사에서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 공청회가 열렸다.'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을 비롯해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참석자들이 원전 건설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대 수요 예측…"수요 예측의 전제 자체가 오류"

가장 큰 문제는 수요 예측이다. 환경단체는 한 마디로 '비상식적인 과대 수요 예측'이라고 지적했다.

기본 계획 민관워킹그룹에 참여했던 시민사회 인사들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전력 수요 전망 결과는 2008년 수립한 1차 기본 계획의 기준 수요에 견줘 2020년 19.5%, 2030년 30.2% 증가한 수치"라며 "불과 5년 만에 이처럼 오차가 큰 전망을 내놓은 것은, 분석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신뢰도를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수요 예측의 전제는 △국제 유가와 전기요금 전망 △인구 전망 △산업 구조 △GDP 등이다. 인구가 늘어나고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성장하고 경제 규모가 커지며 유가가 낮아지면, 전력 수요가 증가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2차 기본 계획은, 1차 기본 계획보다 수요 전망치가 되려 더 낮아져야 한다. GDP 성장률, 제조업 부가가치 성장률, 에너지 다소비 업종 성장률 등이 갈수록 감소하고 유가는 대폭 상승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토목, 철강, 알루미늄 산업 등 국내 전기 다소비 업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2010년에 철강 산업의 설비 증설이 이어지면서 전력 소비가 급증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설비 증설 효과가 사라지면서 전력 소비 증가율은 2009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중국 효과로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폭락하면서 지난 5년간 전력 수요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워킹그룹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고환율 정책과 저렴한 전기 요금으로 철강 업종 설비가 늘어서 지금도 설비가 과잉된 상태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모델로 미래 수요를 예측하니 오류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문제가 미래 20년 동안에도 반복될 거란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공급 위주 정책으로 가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는데 앞으로 20년간 또 그런 정책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총평했다.

한국, 2035년에도 신재생에너지 비중 최하위

원전은 늘었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찬밥신세였다.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 2.8%로, 현재도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기본 계획에 따르면 2035년에도 최하위를 면할 수 없다. OECD 국가들의 신재생에너지 비중 평균은 12.8%이며 특히 뉴질랜드, 핀란드, 스웨덴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30%가 넘었다. 20% 이상인 국가도 오스트리아(25.3%), 덴마크(22.4%), 노르웨이(27.8%) 등 7개국(출처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5년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1%가 된다. 양이원영 처장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5%로 높이자고 제안했는데 무시됐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5년에도, 현재 OECD 국가 평균만큼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