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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치사회적 전략--이정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환경과 기후변화/원전 문제

by 소나무맨 2013. 11. 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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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치사회적 전략

                        이정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webmaster@self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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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7  22: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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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제 : 이정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마무리 발언 : 문제인 (민주당 국회의원)
  
   ▲ 토론 : 양이원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토론 : 이상훈(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 토론 :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 토론 :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 토론 : 하승수 (녹색당 정책위 운영위원장)
  
   ▲ 토론 : 정희정(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반장)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치사회적 전략



                                                         
이정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1. 정치.사회 시나리오에 주목하자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에서도 탈핵 에너지 전환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논의할 만한 주객관적인 조건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이제 탈핵의 가능성을 검토해보고 이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한 방법과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가로막혀 있는 사회적 상상력에 숨통을 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의식에서 이 글은 탈핵 에너지 전환의 정치.사회 시나리오를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치.사회 시나리오에 앞서 기술.경제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기존 에너지 시나리오는 주로 기술. 경제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정부의 시나리오와 달리 대안적인 기술.경제 시나리오는, 우리가 원하는 목표 시점에서 어떤 에너지 수요와 에너지 믹스를 가질 것이며(혹은 가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기술적, 경제적, 정책적 수단을 사용하여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경로가 어떤 것인지 탐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점에서 2011에너지대안포럼(2012), 그린피스 한국사무소(2012),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2012)는 정부/관료 독점적인 에너지의 기술.경제 시나리오에 대항하는 대안적 시나리오의 성격을 갖는다. 앞으로 ‘탈핵의 정치’에서 ‘전문성의 정치(the politics of expertise)’는 더욱 빈번하고 더욱 활발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탈핵 정치에서 이런 에너지 시나리오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대안적 에너지 시나리오들이 정부의 에너지 시나리오들과의 ‘전문성의 정치’ 속에서 경합하면서 사회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탈핵 정치는 에너지 전환의 기술.경제적인 가능성을 논증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 가능성의 수용과 거부, 그리고 그 각각의 입장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이해관계의 다툼이라는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누가 핵산업의 유지와 확대에 사회.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세력은 누구인가? 반대로 핵발전소를 축소·폐지시키는 대신 에너지효율화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회.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이들은 누구이며, 이들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또 누구인가? 이와 같은 질문이 탈핵 정치의 핵심적인 요소로 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안적 에너지 시나리오는 이러한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시회 시나리오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술.경제 시나리오와 밀접하게 관련되지만 성격을 달리하는 정치.사회 시나리오는 어떻게 탈핵 에너지 전환을 시작할 것이며, 이를 지속해나가는 데 필요한 정치.사회적 균열구조와 그 변화 과정에 집중한다. 탈핵의 정치.사회 의제 설정 과정, 탈핵 결정을 둘러싼 균열과 갈등, 합의의 동학, 그리고 탈핵의 ‘전환 관리(transition management)’ 등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이다.


2. 탈핵 에너지 전환의 정치.시나리오를 쓰자

1) 후쿠시마 사고 전후의 핵발전의 균열구조의 변화

한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탈핵 에너지 전환에 ‘닫힌 사회’로 규정할 수 있다. 관료-자본-지식의 ‘핵 카르텔’ 구조가 확대 재생산되어 왔다. 이 때문에 한국의 탈핵운동은 환경단체와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반대운동에 머물러 있었고, 정치.경제.사회 전 영역에서 고립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제 한국에서 탈핵과 찬핵을 둘러싼 정치.사회.경제 분야의 세력분포와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각 영역의 핵심적인 담론과 실례를 중심으로 핵정책을 둘러싼 조건을 분석해보자. 특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전후의 달라진 정치사회, 경제사회, 시민사회, 언론.지식사회의 균열(cleavage)을 살펴보고, 탈핵을 위한 전략적 실천과제 도출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기로 한다. 먼저 ‘찬핵’과 ‘탈핵’으로 구분하고, 각각에 속한 그룹과 그들의 담론/논리와 비전을 분석하고, 해당 그룹의 강도와 영향력을 질적으로 평가한다. 그룹의 강도는 핵발전에 대한 입장의 정도를, 영향력은 국가 전체에 행사하는 권력의 정도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핵발전의 객관적 조건을 파악하고 탈핵의 동학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핵발전의 균열구조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탈핵운동의 전국적인 연대, 지식사회의 각성, 녹색당의 창당과 민주당의 탈핵강령 채택 등 탈핵의 저변이 확장되면서 전반적으로 탈핵/찬핵의 균열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탈핵동맹의 강도와 영향력, 동시에 동맹의 응집력이 짧은 기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찬핵동맹이 힘의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 눈여겨 볼 부분은, 탈핵동맹 내의 정치사회, 시민사회, 언론.지식사회에 비해 경제사회에서의 탈핵 네트워크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에너지 전환을 지지할 정도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고, 대안 에너지에 대한 노동친화적 접근이 부족한 것 또한 현실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국내에서 변화된 핵발전을 둘러싼 균열구조를 정리하면 다음 [그림 1]과 같다. 선두께는 동맹의 응집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선이 두꺼울수록 다양한 세력들이 맺고 있는 연결망의 밀도가 크다고 볼 수 있다.

  
 

(1) 후쿠시마 이후 정치사회의 균열 심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치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탈원전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강령에 “우리는 지속가능성과 인류평화라는 관점에서 원전을 전면 재검토한다”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는 이전 강령인 “환경과 경제발전을 조화시켜 미래세대도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라는 추상적 표현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다. 이에 반해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최근까지 핵발전 확대와 수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녹색당이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정식으로 창당하여 총선에 참여한 것도 정치사회의 중요한 균열요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탈핵입장을 강력히 채택했던 진보정당의 분열과 대중적 지지도 추락은 탈핵을 가장 원칙적으로 대변하던 원내정당의 위상 추락이라는 위협요소가 지속될 수 있어 탈핵이라는 사회적 균열이 정치적 균열로 반영되는 데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 된다. 결론적으로 후쿠시마 이후 ‘보수는 찬핵, 개혁/진보는 탈핵’이라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그렇지만 탈핵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점을 감안하면, 탈핵에 강력한 입장을 보인 녹색당과 진보정당들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탈핵 입장의 민주당을 견인하고 함께 연대해 새누리당을 비롯한 찬핵동맹의 반발을 넘어 설 수 있는가가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2) 지식사회의 각성과 탈핵운동의 강화

후쿠시마 이후 언론.지식사회는 탈핵과 관련한 각성이 두드러졌다. 특히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는 60여명의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법률가로 구성되어 있고, 신규원전부지 선정과 관련한 주민소환운동과 고리1호기 수명연장 관련 소송 지원 등 법적수단을 동원한 탈핵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독일의 사례에서처럼 핵 드라이브 정책에 법률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일정 정도 제동을 거는 탈핵운동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외에 탈핵.에너지 교수모임은 1,052명의 교수 명의로 탈핵교수선언을 발표했고, 반핵의사회는 원전주변지역 주민의 건강권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이렇듯 전문가집단의 각성과 탈핵운동 결합은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중심의 고립적인 탈핵운동을 시민사회 전체로 확산하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핵 카르텔이 후쿠시마 이후 수세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강고한 물적, 조직적, 제도적 기반에서 점차 재결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한동안 시민사회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3) 핵산업계의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산업 포섭

2010년 기준으로 원자력공급 산업체의 업종별 총매출액 대비 원자력 매출액 비중은 4.9%에 불과하고, 원자력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23,835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핵발전 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낮은 수준이다. 한편 1990년대 이후 핵산업계의 연간 매출규모는 연간 2조 원대였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급상승해 2010년 현재 4조 8천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매출의 대부분(79.2%)이 원전건설과 운영분야에서 발생했고, 이 중 제조업(38.6%)과 건설업(20.1%) 비중이 매우 높았다. 즉 원자력 관련 매출 1,0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제조업의 두산중공업과 한전원자력연료, 건설업의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이해관계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핵산업과 정반대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의 부회장단에 두산중공업 대표가 포함돼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현대계열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핵산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대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산업 분야에도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탈핵을 하는 데 중요한 쟁점을 형성할 수 있다. 유럽의 조선산업이 풍력산업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듯이 핵 산업 축소에 따른 재생에너지로의 산업전환이라는 긍정적 조건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역으로 탈핵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잠금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지역에 기반을 둔,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의 사회적 경제 육성을 통한 재생가능에너지 산업 육성이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

(4) 탈핵동맹 강화를 위한 에너지 전환의 기반 조성 필요

탈핵동맹이 전반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강고한 관료-산업-지식의 핵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는 탈핵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후쿠시마 사고와 ‘원전 스캔들’을 계기로 원전, 특히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는 매우 낮아졌다. 지난 2009년의 원자력문화재단의 조사에서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여론은 61.1%에 달했지만, 2012년 3월의 조사에서는 34%로 급락했다. 그러나 연간 100억 원을 편법적인 방법으로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지원하여 원자력 우호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국가 지원 홍보비가 전무한 상황에서 유독 원자력만을 홍보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특히 전기요금으로 조성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이를 지원하는 것은 법과 정책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탈핵을 위해서는 찬핵동맹의 약한 고리를 끊어내는 것과 동시에 탈핵동맹의 경제.사회적 이해관계를 조직하고 정치적인 것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환경단체와 지역에 고립되어 온 핵발전 이슈를 전국 의제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에너지정책의 시민참여와 거버넌스 보장, 지역에너지를 위한 권한이양과 같은 탈핵 기반을 조성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지역 에너지 네트워크’와 ‘에너지 협동조합’과 같은 새로운 흐름을 확대하는 데 사회적, 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탈핵 에너지 전환의 ‘기회의 창’ 혹은 ‘정책변동의 창’은 얼마나 열려 있을까? 후쿠시마 사고 전후로 살펴본 정치사회, 경제사회, 시민사회, 언론.지식사회의 균열구조를 정책흐름모형에 대입해 보면 다음 [표 3]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에서의 탈핵 에너지 전환의 기회의 창은 조금 열렸으나 숱한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탈핵 에너지 전환의 정치.사회적 전략 제안

‘닫힌 사회’일수록 탈핵 에너지 전환이 어려우나, 정치적 기회구조의 변화와 정책변동의 흐름에 조응하는 정치.사회적 전략을 세워 구체 상황과 상대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경로전환의 성패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찬핵동맹 약화’와 ‘탈핵동맹 강화’를 추구하는 데 유용한 전략적 선택지는 무엇인가? 탈핵동맹이 몇몇 수단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더라도 일차적으로는 정치적 기회구조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탈핵 에너지 전환의 정치.사회적 전략을 다음 [표 4]와 같이 효과성과 활용도를 놓고 평가해보자.

  
 

국내에서는 이제 정치적 의제설정 단계에 진입했기에 경로 전환을 위해 다층적.다면적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각 전략마다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도적 전략에서는 입법/제도 개선, 탈핵 선거가 효과가 높고, 국민/주민투표와 법적 소송은 중간이거나 효과가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운동적 전략으로는 대중운동/지역운동과 에너지 전환 실험/대안 시나리오 공론화가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탈핵동맹에서 기본이 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경제사회에서의 동맹구조가 형성되어야, 독일에서처럼 계급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전략에 대해서 탈행동맹의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거나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하반기에 소용돌이 치고 있는 대통령 선거가 비록 찬핵동맹과 탈핵동맹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다른 대선 의제에 비해 사회적 균열이 크지 않고 탈핵동맹을 대표하는 민주당과 그 후보가 탈핵 전선을 만드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여기에 한 몫하고 있다.

비록 선거과정에서 탈핵이 공식적으로 정치 의제화가 되었더라도, 더욱 중요한 것은 2014년의 탈핵동맹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강력한 핵 카르텔의 영향력을 쉽게 제어하기 힘들 것이고 여대야소의 국회권력을 감안하면 더욱 ‘탈핵의 정치’에 제약이 따를 것이기 때문에, 정치사회에 대한 관심 이상으로 사회운동적 전략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의 이슈와 균열이 정치사회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때에는 현 제도의 절차적 활용과 함께 제도를 구성하는 정치.사회적 조건을 바꾸는 전환요소에 천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주장을 2013년 이후 탈핵동맹이 집중해야 할 전략적 과제로 제안한다. 이에 걸맞는 법.제도 개선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표 5] 탈핵 사회를 위한 10대 입법과제(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

1. 원자력 안정성 제고를 위한 5대 분야 입법 과제
.원전폐로계획 법적 제도화(원자력안전법 개정)
.지방자치단체의 원전관련시설 권한 강화(원자력안전법 개정)
.생활 방사능 물질에 대한 규제강화(방사성폐기물관리법 개정)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진정한 규제기간으로 재정립(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운영법 개정)
.원자력 방호 및 방재제도 개선 및 손해배상 현실화(원자력손해배상법 개정)

2. 에너지 전환을 위한 5대 분야 입법 과제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탈핵기본법 제정
.기후변화 대처 및 지속가능 에너지 확대를 위한 환경에너지부 신설(정부조직법 개정)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재생가능에너지법 제정
.자연에너지재단 설립 및 원자력 진흥정책 폐지(발전소주변지역에 관한 법률 개정)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발전차액지원제도 부활(신재생에너지법 개정)

(1) 찬핵동맹을 해체하기 위해 핵 카르텔의 제도적 기반을 약화시켜야 한다

독일에서 ‘에너지합의’ 대화를 경험했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한국 핵 카르텔의 제도적 기반은 대단히 굳건하고 그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효과적이다. 탈핵동맹 입장에서 ‘탈핵 에너지 기본법’ 통과가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몇 년 내에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다. 이런 점에서 탈핵 에너지 전환 진영은 독일의 경험을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핵발전 고착 수준이 높은 프랑스의 동향에도 큰 관심을 둬야 한다. 찬핵동맹이 최근 다시 전열을 쉽게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전 사회에 연결되어 있는 핵 카르텔을 확대 재생산하는 메커니즘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에너지 정책과 현재 구축된 에너지시스템이 이런 구조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인적, 재정적, 산업적, 정치적 요새로 기능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로 이 핵 카르텔의 물적 토대인 제도적 기반을 잠식해 들어가야 한다. 전기요금과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대폭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나아가 탈핵을 염두에 둔 전력산업구조개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에너지 소비자’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에너지 정책 전반에 걸쳐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고 시민들의 민주적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나아가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을 지역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해서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해 ‘지역에너지공사’ 설립과 같은 제도적 전환도 중요하다.

(2) 탈핵 정치동맹을 위해 민주당과 연대할 녹색당/진보정당의 성장이 필요하다

양당구조가 고착화된 한국 정치현실에서는, 느슨한 탈핵 입장을 보이더라도 민주당을 ‘지지’
혹은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전략적 선택’ 경향이 우세하다. 녹색당과 진보정당의 영향력이 정치사회에서 제한적이라는 현실을 보더라도 당연하고, 독일 등 몇몇 해외 사례를 절대화시켜 국내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것도 무리이기 때문에 올바른 판단이기도 하다. 탈핵 에너지 전환은 장기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고 전환과정이 길수록 ‘찬핵의 반동’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일관되게 탈핵을 주요 강령으로 내세우는 ‘국민정당’의 존재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민주당만을 상수로 놓고 탈핵동맹의 핵심 정치세력으로 설정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민주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탈핵에 나서 찬핵정당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입장을 갖고 있는 녹색당과 진보정당이 성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넓은 탈핵 스펙트럼에서 민주당을 견인하는 것은 시민사회와 언론.지식사회의 몫이기도 하지만, 정당체제 내에서도 필요하다.

(3) 재생에너지/에너지 효율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동맹과 녹색 사회적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체제에서의 변화와 함께 재생에너지 자체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한 묶음으로 생각하더라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산업/일자리를 특화시켜야 한다. ‘선 에너지 전환, 후 탈핵’이라는 도식을 경계해야겠지만, 핵발전소를 한꺼번에 곧바로 폐쇄하는 ‘단절적’ 탈핵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핵에너지와 재생에너지와의 ‘공생적’ 단계를 거쳐야한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우호적이지 않은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공생적이거나 틈새적인 전략적 방향으로는 재생에너지법을 제.개정하여 관련 녹색산업과 녹색일자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그 자체로 당위적일뿐 아니라 탈핵 과정에서 사회적, 경제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처럼 재생에너지 기업과 노동자들은 탈핵을 지지하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기 마련이고 ‘찬핵의 반동’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조직적 동력이 된다. 아직까지 경제사회에서의 탈핵동맹이 취약하고, 탈핵동맹 내에서도 ‘적녹동맹’ 혹은 ‘재생에너지동맹’을 탈핵전략으로 구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특별한 관심과 실천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핵산업의 축소와과 고용의 변화와 관련해 ‘정의로운 전환’의 관점에서 고용 불안을 제거하고 노동자와 지역 사회에 미칠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화가 재벌 중심, 수출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미 그런 징후가 포착된다. 따라서 탈핵동맹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분야의 사회적 경제 영역을 의식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제작하는 비정규직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에너지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지역에너지공사 등 지역에너지자립을 위한 사회적 경제단위를 실험해야 하다. 이러한 재생에너지동맹 형성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탈핵동맹의 또 다른 이름이 될 것이고, 에너지 기본권이 실현되고 녹색사회로 향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3. 2014년 지방선거 대응 제안

2014년 지방선거는 2012년 총선과 대선 못지않게 탈핵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핵발전을 둘러싼 갈등에만 국한될 수 없으며, 화력발전을 포함한 지역에너지체제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과 연결되어야 한다. 과거의 에너지 시스템에 경로 의존적인 현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 늘고 있으나, 우리 사회는 사후적 갈등해결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내의 에너지 시스템이 환경적, 민주적, 참여적인 연성 에너지 시스템(soft energy system)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연성 에너지 시스템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사람과 지역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중앙 집권적인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판명된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들어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에 주목해 자립형 지역에너지체제 그리고 호혜평등에 기초한 지역간 에너지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담론과 정책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탈핵 에너지 전환 진영은 2014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이런 흐름을 주도하면서, 탈핵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에서 ‘사람과 지역 중심의 에너지(Energy to the People! Energy to the Local!)’ 담론과 정책.공약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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