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논란 뒤로한 채… 경주 방폐장 ‘8년 공사’ 막바지

2014. 3. 13. 15:01환경과 기후변화/원전 문제

안전성 논란 뒤로한 채… 경주 방폐장 ‘8년 공사’ 막바지

경주 |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ㆍ공정률 99.25%… 6월 완공 앞둔 ‘경주 방폐장’ 건설 현장 가보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3주기를 하루 앞둔 10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에서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26만여명이 사는 ‘천년고도’ 경주에 원전 6기에 이어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다.

방폐장은 경주지역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덕동호에서 25㎞, 신경주역이 있는 시내에서 40㎞ 떨어진 곳에 건설되고 있었다. 현장 직원들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신라 문무왕 수중릉이 있다고 했다.

최기용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구조부지실장은 “만에 하나라도 공사가 부실하면 지역주민이나 문화재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어 그만큼 까다롭게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지하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다. 경주 | 정지윤 기자


▲ ‘무른 암반’ 등 지적 두 차례 연기… 터널 안 거대한 ‘저장 동굴’ 6개
드럼통 10만개 분량 방폐물 저장… 60년 뒤 콘크리트로 ‘영구폐쇄’


방폐장 입구에서 차를 타고 굴 안쪽으로 1.35㎞를 들어갔다. 뽀얀 먼지와 탁한 공기가 섞여 있는 통로 양 옆에 원통 모양의 지하공간이 3개씩 모두 6개가 만들어져 있었다. 두께 1.6m, 높이 50m에 이르는 이 콘크리트 구조물이 방사성폐기물을 묻는 ‘사일로(저장 동굴)’였다.

1만6700개 방사성폐기물 드럼통을 수용할 수 있는 사일로는 지름이 23.6m에 이른다. 안전을 위해 지하 80~130m 사이에 위치해 있다.

경주 방폐장의 사일로는 공사 시작 8년여 만인 지난달 종합공정률 99.25%를 기록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실상 마무리 단계이지만, 이미 두 차례나 준공이 연기돼 현장 관계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2005년 방폐장 부지로 경주가 선정된 이후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완공 시기도 2010년 6월에서 2012년 12월, 2014년 6월로 잇따라 연기됐다. 부지의 절반 이상이 5등급 암반으로 분류되면서 보강공사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5등급은 사람이 곡괭이로도 팔 수 있을 정도로 무른 암반이다.

지하수 유입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하루 600~3000t의 지하수가 사일로 주변으로 들어와 물을 퍼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이 사일로 폐쇄 이후 최소 300년 동안은 방사성물질 누출 여부를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 측 입장은 다르다. 방사성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중·저준위 방폐물이 일반 폐기물로 변하는 300년 동안은 사일로 안 콘크리트에 지하수가 닿아도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강공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큰 문제가 없는 한 경주 방폐장은 6월에 완공된다. 이후에는 드럼통 10만개 분량의 방폐물이 이곳에 저장된다. 원전을 구성하는 기계와 부품, 냉각수부터 원전 현장에서 사용된 장갑, 신발 등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폐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방사성물질이 이곳에 모이는 것이다. 60년 후 사일로가 채워지면 콘크리트로 막아 영구 폐쇄한다.

저장동굴식 사일로와 함께 건설 중인 또 다른 시설인 ‘천층처분시설’은 2016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이 시설은 땅을 10m 정도만 파고 기초공사를 한 뒤 집을 짓듯 사일로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날 공사현장을 지켜본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원전 폐기물은 인류가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