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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미래,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예수회 인권연대 인권센터, 다큐 <후쿠시마의 미래> 상영회 열어

환경과 기후변화/원전 문제

by 소나무맨 2013. 10. 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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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미래,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예수회 인권연대 인권센터, 다큐 <후쿠시마의 미래> 상영회 열어
김영미 수녀 “독일의 탈핵이 모범… 태양광, 재생에너지에 관심 가져야”

문양효숙 기자  |  free_flying@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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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3  12: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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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26년, 구소련이 꿈꾸던 인구 5만의 첨단도시 프리파티는 숲으로 변해 버렸다. 사고 이틀 후, 주민들은 1,200대 버스에 실려 강제이주를 해야 했고, 특급호텔과 화려한 공연장이었던 건물은 폐허가 되었다.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소장 박문수 신부)가 12일 오후 6시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다큐멘터리 <0.23 μSV - 후쿠시마의 미래> 상영회를 열었다.

  
▲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 주최로 다큐멘터리 <0.23 μSV - 후쿠시마의 미래> 상영회가 열렸다. ⓒ문양효숙 기자

후쿠시마 사고 이후 17명의 일본인이 방문단을 결성해, 정부와 언론이 말하지 않는 후쿠시마의 미래를 알기 위해 체르노빌로 향한다. 그들은 이미 폐허가 된 체르노빌 원전 주변을 방문하고 주변의 방사능 수치를 스스로 확인하며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도 이렇게 될 것”이라며 걱정에 휩싸인다. 피폭 지역에 살던 주민들이 강제이주 후 정착한 코바린 마을을 방문해 직업과 삶의 터전을 모두 잃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이들을 만난다.

그곳에서 일본 방문단은 이주한지 1년 뒤부터 발작이나 심근경색으로 사람들이 죽어가 매주 장례식을 치렀다는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접한다. 아이들의 건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체르노빌에서 125㎞ 떨어진 3급 오염지역에 있는 폴레스카야 학교 학생들은 피난은 가지 않았지만, 두통이나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60%를 넘었다.

체르노빌과 주변 지역을 방문하고 일본으로 돌아온 시민들은 국회의사당을 포위하고 “아이들을 대피시키라”고 외친다. 이들은 “방사능보다 두려운 것은 정부가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라며 “체르노빌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 같았다”고 말한다.

상영회가 끝난 뒤에는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소속 김영미 수녀, 정순남 수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정순남 수녀는 “오늘 다큐멘터리를 통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문제를 실감하면 좋겠다. 우리뿐 아니라 자손대대까지 이어질 문제이며, 우리의 생활 속 자세와도 연관된다”며 각자가 실생활 안에서 소비 방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박유미 연구원, 정순남 수녀, 김영미 수녀 ⓒ문양효숙 기자

김영미 수녀는 “지금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밀집지역에 살고 있다”며,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밀양을 언급했다.

“송전탑은 누구를 위해 짓는 걸까요? 대도시예요. 그곳 주민들이 전기를 쓰는 게 아니지요. 서울, 인천, 경기 등 대도시를 위해 핵발전소를 세우고 송전탑을 짓습니다. 그걸 가져다 쓰는 우리는 사실 부채가 있는 거예요.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8년간 싸우고 있습니다.”

김 수녀는 “추석 이후 공사가 재개된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참가자들에게 “여력이 된다면 밀양에 꼭 한 번 가달라”고 호소했다.

평소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고등학생 김경민 양은 아버지의 추천으로 상영회를 찾았다. 김 양은 “청소년 토론대회에서 원자력을 주제로 이야기하면 늘 최종적으로 ‘원자력이 없다면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도달했다”면서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고, 위험하다는 것도 알지만 대체에너지는 일반 사람들이 상용화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물었다.

김영미 수녀는 “독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지역을 중심으로 탈핵을 시작했어요. 도시에서 자체 전력을 만들어 공급하고, 가정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어 도시에 팔기도 하지요. 태양광, 재생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초기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방향을 세우고 여러 가지 면을 함께 고민해 나가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 수녀는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을 예로 들며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나간다면 분명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12일 오후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가 다큐멘터리 <0.23 μSV - 후쿠시마의 미래> 상영회를 열었다. ⓒ문양효숙 기자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 박유미 연구원도 “기술 개발을 어느 쪽으로 할 것인가, 에너지 소비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바꿀 것인가가 중요하다. 발전(發電)한 전기를 골고루 분배하고 발전한 양 만큼만 쓰는 방향으로 가면 되지 않겠는가”라며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영회가 끝난 후, 김경민 양은 “문제 지점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다큐멘터리를 봐서 도움이 많이 됐다. 몰랐던 걸 많이 알았다”고 말했다.

상영회를 찾은 김도희 씨는 “건강이나 위험성 때문에 핵 문제에 관심 두지만, 결국 탈핵은 소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탈핵은 근본적으로 가치의 문제를 중점에 두고 벌여야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영회에는 삼척에서 핵발전소 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 이옥분 씨가 참석해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확정된 삼척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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