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의 장기전망 - 구조조정인가 체제개편인가
윤지관(덕성여대, 사학문제해결연구회 회장)
1. 대학 구조개혁의 의미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과제는 문민정부에서 시작되어 참여정부에서부터 본격화되었지만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정원의 대폭축소가 불가피해지면서 더욱 절박한 위기감과 더불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의 예상에 따르면 지금부터 5년 후에 고교졸업자 수가 대학정원을 상회하게 되고 10년 후에는 현재 정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6만명이 부족하게 된다. 10년 사이에 모집정원 4천명 규모의 대형대학이라면 40개가. 1600명 규모의 작은 대학이라면 100개가 없어져야 한다는 흉흉한 분석이 당국자에게서든 대학 현장에서든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대규모 정원감축에 수반되는 혼란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고등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향후 한국 교육정책의 가장 큰 과제가 되어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정원감축을 매개로 한 구조개혁 정책은 참여정부에서부터 시작되어, 국립대학의 통합을 통한 정원 15퍼센트 감축을 목표로 하였고 대형 사립대학의 구조조정에 재정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나 만 오천명 정도의 삭감에 그쳤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좀 더 직접적인 구조조정 정책을 시행하여 평가를 통해 하위 15퍼센트 대학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하고 3단계 과정을 거쳐 부실사학을 퇴출시키는 정책을 폈다. 학령인구 감소 일정이 다가옴에 따라 더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이 시행되는 것 자체는 필연적이지만, 지난 정부의 부실대학 퇴출 정책은 학생충원률과 취업률을 중심적인 지표로 하여 대학들을 생존을 건 상호경쟁으로 몰아넣었으며 실제적으로 정원 조정은 미미한 반면 각 대학마다 지표상승을 위한 편법이 판을 치게 만들었고 취업률이 대학운영의 핵심과제가 되면서 대학이념의 심각한 훼손을 야기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부터 이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 아래 구조조정 정책을 지속하되 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이 초래한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으로 학생충원율과 취업률의 반영률을 각각 5프로씩 줄이고 인문 예술계에는 취업률 지표를 제외하는 방침을 세웠으며, 문민정부 이후 유지되던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폐지하고 지표 상 경쟁력이 떨어져 주된 퇴출대상이 되고 있는 지방대 육성을 신정부의 중요정책으로 부각시켰다. 신정부의 전체적인 대학 구조조정 정책방향은 지난 10월 17일 연세대에서 교육부와 대교협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대학구조개혁 정책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구조개혁의 틀이 될 것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구조개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교육부 발표문은 임박한 구조조정의 위기를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는다는 합당한 문제의식에서 작성된 점에서 평가할 만하며, 구조조정을 대학 경쟁력의 중심요건인 특성화와 연계하여 추진하고 대학의 유형이나 지역의 차이를 반영하는 평가를 통해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운 점에서 기존의 획일적인 방식에서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장에서 분석할 것처럼 박근혜 정부의 구조개혁 방향 자체는 근본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부실대학 퇴출’ 정책을 이어받고 있으며, 고등교육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대학의 구조적 병폐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책이 미약하다는 점에서 큰 한계를 지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1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이 구조개혁이 단순히 정원을 줄이는 구조의 ‘조정’에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구조의 ‘개혁’이 되려면 현재 한국 고등교육의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에 관련된 많은 문제가 있지만 대부분 동의할 수 있는 구조화된 병폐 내지 문제라면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의 대학들이 전국적으로 철저하게 서열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등 일부 세칭 ‘일류’ 대학들을 정점으로 한 서울 소재의 대학, 수도권 대학, 지방 국립대, 지방 사립대 식의 서열구조는 근래 들어와서 점점 강해지고 고착되고 있다. 이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과도한 사교육과 입시전쟁 등 중고등학교의 공교육이 무너지고, 인재의 수도권 집중 등 지역 간의 불균형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고등교육의 또다른 구조적인 문제는 사립대학의 과도한 팽창으로 비롯된 고질화된 병폐이다. 사학이 한국 고등교육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지만, 가족 중심의 족벌경영이나 비근대적인 운영방식으로 부패, 비리, 분규가 끊이지 않았고 이같은 사학문제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족벌경영의 왜곡된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분규나 비리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학의 지나친 팽창(전체 대학의 85프로)은 세계적으로 수위권의 고액 등록금, 공립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 등으로 한국 대학의 선진화에 큰 장애요인이 되어 왔다. 고등교육을 선진화하는 방향으로의 대학구조 개혁은 이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하고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위험이 크다. 중요한 것은 이 조정과정에서 고착된 대학의 서열구조를 완화시켜 입시 중심의 중등교육에서 비롯되는 교육의 악순환을 개선하고, 과도한 사학 중심의 대학체제를 혁신하여 고등교육의 공교육적 성격을 강화함으로써 선진국 형의 고등교육 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기존대학들을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는 당면한 조건은 오래 굳어진 한국 고등교육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 교육부의 구조개혁 방향은 이 문제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가?
2. 박근혜 정부의 구조개혁안 평가와 문제점 현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안이 이 두 가지 근본문제에 대해서 전혀 무감각한 것만은 아니다. 그럴 수가 없는 것이 대학을 구조조정한다고 하지만 그 초점은 그동안 대학설립준칙주의와 고등교육 수요팽창으로 과잉설립 내지 규모가 커진 사학들을 정리하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 정리의 대상이 적절한 국가의 개입이 없으면 사립 가운데서도 지방대학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수위 시절에서부터 지방대 육성정책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부터가 이런 형태의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성격이 짙다. 즉 지방대학들이 일방적으로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서 수도권 집중이 더 심화되는 결과를 빚는 것은 국정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가 될 소지가 크다. 그런 점에서 현 정책안에서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정원 감축 비율을 정책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대목은 주목할 만한 진전이다. 또한 부실사학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는 데서 나아가서 비리 부패 사학의 퇴출을 명시한 점도 사학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하나의 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방안은 “대학교육의 질과 경쟁력 제고”를 최종목적으로 하고 “대학의 특성화, 고등교육 생태계, 고등교육의 질 관리”를 그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을 뿐, 한국 고등교육의 구조를 개혁한다는 명시적인 목표설정은 찾아볼 수 없고, 구체적인 방안 또한 이같은 진정한 의미의 구조개혁과 상충하는 대목들이 많다.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지금의 대학 구조개혁에서 현안이자 토대가 되는 것은 역시 현재의 과다한 대학 입학정원을 축소하는 과제다. 정부 발표문에서 다양한 정원축소 방안을 예시하고 그 장단점을 분석하고 거기에 토대를 둔 “평가를 통한 차등적인 구조조정”을 정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평가의 방법과 차등의 정도에 따른 복잡성이 발생하기 마련이나. 더 간단한 정원축소의 방안이 있다면 다음의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정부가 일체 개입하지 않고 시장의 수요공급에 맡겨 두는 것이다. 그 경우, 교육부 발표문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대학 소재지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거나 수급상의 불균형으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도 개입을 선택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각 대학이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동등한 비율로 감축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일이고 신입생 모집이 유리한 지역의 대형대학들은 반발한 것이 예상되지만, 10년간 매년 대학마다 2-3프로 정도만 공평하게 감축하면 무난하게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대로만 되면 가장 혼란이 적고 공평한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나, 현 정부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위의 두 방안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방안이지만, 설혹 실행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즉 둘 다 현재의 고등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더 악화시키거나 아니면 규모만 축소된 상태에서 현재의 문제를 그대로 보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구조의 ‘조정’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구조의 ‘개혁’이라고 칭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안은 과연 다른가? 현재 제시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안의 핵심은 하위 15프로를 대상으로 했던 지난 정부의 그리고 현행의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제도와는 달리 모든 대학들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통해 그룹화하고 그에 따라 재정지원과 정원감축을 차등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토론회에서 발표된 당시의 상위 하위 최하위 구분이 현재는 5그룹(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으로 더 세분화되었고, 상위에 해당하는 최우수 우수 보통은 재정지원과 더불어 각각 자율적인 감축, 일부 감축, 추가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하위에 해당하는 미흡과 매우 미흡은 재정지원을 제한하면서 대폭 감축을 추진하며, 매우 미흡에 해당하는 대학 중 교육의 질이 현저하게 낮거나 부정비리 대학은 최하위로 분류하여 퇴출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서 ‘실질적 정원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동시에 (상위 그룹에 대해서는) 대학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시된 로드맵에 따라 내년 이후 이 그룹화를 통한 구조조정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많은 고비가 예상되며 무엇보다도 모든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 절대평가의 기준이나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고, 실제로 정성평가에 대학의 유형과 소재지에 따른 특성을 고려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 판단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행의 현실적 어려움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방식의 구조개혁으로는 앞에서 말한 한국 고등교육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는 과제에는 미치지 못하거나 역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체 대학을 다섯 부류로 그룹화하는 것은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는 지금의 방식보다 개선된 것도 같지만, 그룹화되었다 뿐이지 기존의 서열구조는 거의 조금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 확실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고착될 위험성이 다분하고, 일류 이류 삼류 식의 통속적인 구분이 교육부 정책 속에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더 문제적일 수도 있다. 아무리 특성을 고려한 정성평가를 겸한다고 하지만, 지방대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교육부 발표문의 문제의식과는 상반되게, 모든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사립대가 대거 하위 그룹에 분류될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또 이 방식으로는 사학중심의 고등교육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사학들이 퇴출되기는 하지만, 상위권에 포함될 것이 확실한 수도권이나 광역시의 대형 사학들은 상대적으로 재정지원을 통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구조조정 또한 자율적인 감축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사학들이 퇴출된다해도 현재의 사립 대 공립 80대 20 구조가 다소 완화될 뿐 사학중심의 고등교육 편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물론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 구조개혁 방안은 지방대 육성방안과 한 묶음으로 제시되고 있는 점에 유념할 필요는 있다. 예상대로 또 지금까지처럼 지방대학에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이 집중되어서 소위 고등교육생태계가 무너지지 않을 완충장치 역할을 하게끔 설계된 셈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방대학에 매년 800억을 지금보다 추가지원하여 지방대학의 특성화를 촉진하고 동시에 대학 내부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방대 육성방안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한 지방대 육성책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거니와, 핵심적인 지원책인 특성화는 특정학과나 전공 (거의 모두가 이공계통)에 투여되고 각 대학이 특성화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특성화 사업의 지원을 받은 대학은 대학대로 대학내부적인 집중지원으로 인해 여타 학과나 전공들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한편 지원을 못 받는 대학은 평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대폭적인 정원감축의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결국 지방대 육성책은 하위대학 퇴출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방편인 측면이 더 강하다. 특성화 등 재정지원이 가지는 또다른 숨은 문제 하나는 일부 사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학들이 족벌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열악한 현실에서 비롯한다. 그런 현실에서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 부실한 사학재단을 연명시키면서 대학의 교육을 왜곡시킬 위험이 다분한 것이다. 생존경쟁에 몰린 이같은 성격의 사학재단이 퇴출을 면하고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서 대학구성원에 대한 통제와 독단과 편법을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크며, 이로 인해 교육현장이 무너지면서 대규모의 분규가 곳곳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물론 현 정부의 정책도 이같은 위험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닌 것은 사학재단의 자발적인 퇴출을 촉진하기 위해 적절한 보상책이 있어야 함을 언급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퇴출 사학운영자에 대한 물적 보상은 법적으로나 국민 정서상으로 쉽게 수용되지 못하는 난점이 있음은 교육부 발표에서도 언급되었거니와, 근본적으로 대학을 사유물로 여기는 족벌적 사학이 대부분 그대로 온존하는 한, 한국 고등교육의 개혁이나 경쟁력 강화는 구두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3. 장기전망에 따른 구조개편의 방향 그렇다면 학령인구 감소라는 절대적인 위기 상황을 고등교육의 선진화를 기할 기회로 전환시키는 방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 대학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세워지고 집행되는 것이다. 즉 고착화된 대학의 서열구조를 완화시켜서 교육생태계를 정상화하고, 사립대학 중심의 기형적인 고등교육 편제를 공영 중심 체제로 전환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면 의외일 정도로 만약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한 사고의 전환이 있다면 그 실현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본다. 여기서 세부적인 방법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므로 몇가지 중심적인 방향에 대해서만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구조조정이라고 해서 대학의 ‘퇴출’만 이야기하고 말 것이 아니라 퇴출 이후에 대한 전망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대학이 퇴출된다고 하지만 국공립대학이 그 대상은 아닐 터이고. 퇴출대상인 대학은 모두 사립대학일 가능성이 크다. 퇴출이 대학 자체를 폐쇄하고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는 방식이 된다고 해도, 여전히 건물과 대지 그리고 감축된 상태지만 학생과 교수들은 남는다. 즉 퇴출되는 대상은 사학 즉 사립대학을 운영하던 재단이며, 대학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서 다른 대학과 통폐합되거나 다른 성격의 대학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일단 이 퇴출대학들을 공영화하는 것이 한국 고등교육의 구조를 재편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본다. 공영화의 방식은 국립이나 아니면 그 지방의 지자체의 공립대학으로 전환하는 방법, 인근의 국공립대학에 편입되는 방법이 있고, 사립대학으로 남는 경우에도 공익적인 이사가 다수를 점하고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일부 운영비 지원을 받는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성격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부실사학이 공립 혹은 공영형 사학으로 전환되면 그 지방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존속하며 중심적인 역할을 할 뿐아니라 낮은 등록금 등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생기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유념할 것은 이 구조조정의 과정은 10년에 걸친 장기적인 기획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이 과정에서도 대학교육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국가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현장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고 그만큼 대학교육의 주체 즉 교수와 학생들의 신분 및 입지에 불이익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 발표에서도 그런 부분을 언급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대학교육의 현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퇴출된 대학의 교직원이 공립 혹은 공영형 사학, 혹은 편입된 국공립대학의 교직원으로 자격을 승계하도록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학생의 경우에도 전환된 대학이나 같은 학과의 인근 대학에서 학업을 계속할 자격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다. 교수 수가 현 수준으로 유지되고 학생 수가 감소되는 것은 대학평가의 국제적 지표 가운데 하나인 교수 일인당 학생 수가 지금보다 대폭 줄어든다는 말이며 전체적으로 구조조정 후에 한국 대학의 교육의 질과 국제경쟁력이 상승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정원축소의 방향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절대평가를 통한 차등 축소로는 서울 및 수도권의 대형 사립대들의 정원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대신 지방대의 궤멸을 방지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의 발표에서도 언급된 수도권과 지방뿐만 아니라, 광역시와 비광역시 등 지역에 따라서도 축소비율에 차등을 두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특성화를 정원축소와 연관지어 진행하는 방식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방대 지원책에서는 대학 내의 사업단을 통한 특성화를 의도하고 있지만, 실제의 구조조정 국면에서는 각 대학의 특성이라는 좀 더 큰 범주에서 고려되는 것이 옳다. 즉 기본적으로 고등교육기관은 일반대와 전문대로 대별되고 (일부 평생교육대학이나 산업대를 제하자면), 일반대는 다시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으로 특화될 필요가 있고 현재도 그런 구분이 실행되고 있기도 하다. 연구중심대학은 대학원 중심의 운영을, 교육중심대학은 학부중심의 운영을 특성으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 대학들은 이같은 특성에 따라서 정원조정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서울이나 수도권의 연구중심대학인 대형 사학들은 학부 정원을 대폭 감축하는 대신 BK21 플러스 등 연구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원을 더 활성화하도록 해야 하며, 여기서 확보된 학부 정원축소 분량만큼 지방대학의 정원감축 규모는 줄어들게 된다. 교육중심대학 또한 취업이 아니라 일반소양과 학문분야별 전공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대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함으로써 전문대와의 차별성을 가지게 하고, 그럼으로써 취업 중심의 전문대는 전문대대로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학의 구조개혁과제는 단순히 정원감축이라는 구조조정 자체에만 한정되어서는 세계화 시대의 대학의 책무를 다할 수 없다. 이번 구조조정을 계기로 선진국처럼 고등교육의 체제를 공교육 중심으로 재편한다면, 즉 10년에 걸쳐 사립과 국공립이 80대 20인 지금의 기형적인 구조를 선진국처럼 국공립이 중심이 되는 체제로 재편한다면 10년 후의 한국 고등교육은 질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10년 사이에 국공립이 그만큼 비중이 커지기 어렵다면, 앞에서 말한 공영형 사학을 더 확대하여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수가 있다. 즉 퇴출대상이 아니더라도 경영이 어려워진 상당수 사립대학은 정부지원을 일정정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대학들은 영국의 대학들처럼 준공립형태인 공영형 사학으로 성격을 바꾸면 될 것이다. 구조개혁을 본격화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 앞에는 현재의 문제를 그대로 떠안은 단순한 구조조정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체제를 재편하여 고등교육의 선진화를 지향할 것인가의 선택이 가로 높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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