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영어교육의 현실
로자
영어는 이제 한국의 학생들(유치원부터 대학생들까지) 더 나아가 모든 국민들에게 필수가 되어버렸다. 출생 전의 태아 단계에서부터 영어교육을 받아야 한다. 모국어인 한글을 배우기도 전부터. 직장인들은 승진 시험을 위해 필사적으로 영어에 매달린다.
대학교육의 중심에도 영어는 이미 확고부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의 대학들은 졸업을 위해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등급 획득을 규정해 놓고 있다. 즉 영어 능력 평가시험에서 일정한 등급 이상을 얻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다. 장학금과 해외연수 프로그램의 지원자 평가에서도 영어는 항상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대학 교과과정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학생회 등에서 주관하는 TOEIC TOEFL 등의 취업대비 공인시험 관련 특별과정도 일 년 열두 달 진행되고 있다. 물론 교수들의 승진에도 해외 학술지에 발표하는 논문에 더 많은 점수가 부여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어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대학의 교양 과목 중 영어가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는 지난 칼럼에서 설명했으니 이제는 교육과정에 대해 살펴보겠다.
영어 과목에 붙인 이름도 다양하다. 생활영어, 영어회화, 대학영어, 취업영어 등등 헤아릴 수없이 많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1년 또는 2년 동안 영어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규정한 대학이 대다수다.
교양 과목이면서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양필수 과목은 통상 대학에서는 전공과 관련이 있거나 거의 전공과 다름없는 과목들이 지정되는데, 영어는 전공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1년 또는 2년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졸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수준 이상의 등급을 획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이렇게 강제로 규정해 모든 학생들이 수강하도록 규정한 영어교육의 내용에 있다. 교양영어 과목의 대부분이 생활영어와 대학영어로 구분되는데, 역시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생활영어는 원어민(외국인)이 대학영어는 한국인 강사가 강의하고 있다. 그런데 생활영어와 대학영어 모두 그 내용은 영어회화 중심이다.
외국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연습을 해야 하니 한 반의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학생들 수가 보통 20여명 내외로 제한된다. 모든 학생들이 1~2년 동안 의무적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니 폐강될 위험도 없다. 아마 한국 대학의 수업 과목 중 가장 좋은 수업환경을 학교로부터 보장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부와 각 대학당국의 경영 효율화 정책, 쉽게 말해 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대학경영으로 수많은 전공과목들이 4~50명 또는 그 이상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20명 내외의 학생들이 수업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교과목에서 보면 부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배우는 영어 수업들이 기껏해야 생활영어 수준이라는 점이다. 전공자도 아닌 교양으로 배우는 영어 수업을 위해 이렇게 많은 배려를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전국 200개가 넘는 대학에서 모든 학생들이 생활영어를 1~2년 동안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생활영어를 가르치고 또 배우도록 하는 것일까? 생활영어를 대학의 교과과목에 그것도 필수로 지정해 놓고 교육을 시키다니. 영어는 이미 대학에서는 외국어가 아니다. 최근 대학생들의 표현 능력이 문제가 되어 ‘사고와 표현’, 또는 ‘글쓰기’ 등의 과목을 개설해 한 학기 동안 모국어를 통한 표현력 향상을 위한 수업이 개설된 것에 비하면 오히려 영어가 모국어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생활영어, 즉 영어회화는 필요한 사람들이 스스로 배우면 되지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영어회화를 가르칠 필요는 없다. 영어권 국가의 한 주로 병합하기 전에는. 다시 반복하지만 영어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영미권 국가들이 전지구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따라서 영어에 능통한 인재들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렇게 일방적이면서도 무계획적이고 비효율적인 영어교육 방식은 올바른 영어교육을 위해서도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교육부와 대학 당국자들의 진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