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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활로, ‘제2북방정책’에서 찾는다--추원서((사)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3. 11. 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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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활로, ‘제2북방정책’에서 찾는다

추원서((사)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  |  webmaster@self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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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18  23: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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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제 : 추원서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
  
 
  
   ▲ 사회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토론 :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토론 :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


  
 
  
 
  
 
  
 
  
 
  
 
  
 
  
 
  
 
  
 
  
 
  
 

한국경제의 활로, ‘제2북방정책’에서 찾는다

 

 

 


1. 문제의 제기

한국경제의 체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갈 길은 먼데 벌써부터 축적된 힘이 소진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로 향한 길은 걸음마를 뗀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박근혜 정부의 복지 관련공약은 예산상의 이유로 벌써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가속되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는 경제의 큰 짐으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성장 모범국가로 꼽힌다며 우쭐대지만 선진국 클럽인 OECD 국가 가운데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에 도달하는 시간이 가장 길었던 나라의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17년이 걸렸다. 그것도 IMF 외환위기라는 6.25 이후 최대 국난(國難)의 터널을 많은 근로자와 국민들의 희생을 대가로 천신만고 끝에 뚫고 온 결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느 나라보다도 잘 극복했다고 자부하지만 그것 역시 상당부분은 IMF 위기 당시 뼈아픈 구조조정과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예방주사를 맞아놓았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IMF 위기 때에야 비로소 한국의 사회안전망이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복지제도 정비와 확충에 나서기 시작했다. 복지제도의 뒷받침이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곤란하다는 점을 깨달은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선진국 진입 문턱에 다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990년대 이후의 한국경제 성장은 제조업에 기초한 수출경제 호조에 큰 힘을 얻었다. 그런데 지난해 수출액 5,481억 달러 중, 중국이 1,343억 달러, 러시아가 111억 달러로 한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4.5%와 2.0%를 차지한다. 홍콩을 통한 간접수출이나 동구권 수출을 감안할 때, 구 사회주의권 시장에 대한 수출은 30%를 훨씬 웃돌게 될 것이다. 이들 시장은 한국정부가 1988년 이후 추진한 ‘북방정책’의 결과로 본격 열리게 되었기 때문에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성장의 주요 공신(功臣)의 하나는 노태우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북방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방정책은 1973년 6월 박정희 대통령이 발표한 ‘6·23선언’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동 선언은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과 호혜평등(互惠平等)의 원칙 아래 모든 국가에게 문호를 개방할 것을 천명한 내용이다. 노태우 정부는 사회주의권의 변화를 활용하여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때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 제1차 북방정책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남북관계 정상화와 본격적 교류협력 시대의 개막으로 최정점(climax)을 찍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일부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한반도 평화정착과 경제통합 더 나아가 유라시아 경제협력 추진의 시발점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완전 중단(All-Stop) 되면서 제1차 북방정책은 사실상 마감되었다. 비용을 줄이는 분배제도를 도입한 이후 착실한 성장가도를 달렸다.

  
 

 

 

때마침 지난 10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Eurasia Initiative)’ 구상을 밝혔다. 요동치는 동북아 국제질서 그리고 날로 쇠약해지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위해 동 구상은 기대되는 바가 크다. 출범 후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그리고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로 이어지는 세 가지 대외협력구상을 발표하였다. 대상 협력국가는 다소 다르지만 공통점은 모두가 북쪽의 막힌 길을 뚫어 한반도 평화정착과 동북아 및 유라시아 지역의 공동번영을 도모하겠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 확보와 평화통일 기반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이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세 가지 정책은 모두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와 협력 없이는 공허한 구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향만 잘 찾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제1차 북방정책이 199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하였듯이, 이 구상 역시 한국경제의 재도약과 한국외교의 독자적 공간을 키울 수 있는 건설적이며 야심찬 계획이 될 수 있다. 이제 ‘남북 간 경제협력’은 결코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쇠약해지고 있는 한국경제를 위해서, 더 나아가서는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제2장에서 한국경제의 현주소와 바람직한 대응 전략을 알아보고 이어 제3장에서 한국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구상이 ‘제2북방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지 적실성을 검토한다. 제4장에서는 ‘제2북방정책’에서 중시해야 할 대표적 사업들을 알아보고 제5장에서는 ‘제2북방정책’의 실현을 위한 5대 실행전략을 제시한다. 제6장에서는 지금까지 주장한 바를 간단히 요약한 다음 몇 가지 점을 강조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2. 한국경제의 진단과 대응 전략

1) 한국경제의 현황

한국(대한민국)은 국토면적이 99,720㎢로 세계 109위의 작은 나라이다. 그러나 인구수는 4천9백만 명으로 세계 25위, 경제규모(2012년 기준)는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1조 1,635억 달러로 세계 15위, 1인당 GDP는 23,679달러로 세계 34위인,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며 적어도 중견국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무역에 있어선 수출이 5,481억 달러로 세계 7위, 수출입을 합친 무역총량에서는 1조 674억 달러로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다. 또한 한국은 다양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제조업 강국이다. 조선(31.4%, 2위), 자동차(5.7%, 5위), 석유화학(5.5%, 5위), 반도체(13.3%, 3위), LCD(44%, 1위), 철강(4.1%, 6위) 등에서의 시장점유율이 이와 같은 위상을 말해 준다. 하지만 자원의 98%, 에너지원의 97% 이상을 수입하는 세계 4위의 에너지 수입대국이자, 곡물의 73%와 쌀을 제외한 식량의 95%를 수입하는 세계 5위의 식량 수입대국으로 에너지와 식량안보 측면에서는 매우 취약한 나라이다.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적 환경변화에 민감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한국은 반도 국가이면서도 분단으로 인해 지경학적으로 반도의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실상의 섬국가이기도 하다.

한국경제는 1960년대 초부터 경제성장의 깃발을 올리기 시작하여 개방경제하에서 경제총량 규모를 크게 키우며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눈부신 성장을 일궈내었다. 그렇지만 한국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경기 하강과 복원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지난 3분기 모처럼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가 늘어났으며 올해 경상수지 흑자도 6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부에서는 본격적 회복세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숫자의 착시일 뿐 저성장을 탈피하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경상수지 흑자 역시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입증가율이 계속 감소함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내수 부진과 가계부채 누증, 부동산경기 침체, 고용저하로 저성장-저투자의 악순환 구조가 고착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적자 규모 역시 상반기 재정지출의 집중으로 인해 상반기까지 46조 2천억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로 인해 한국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송희영(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이렇게 주장한다. “한국은 성장이 멈춰가는 나라다. 엔진이 뚝 꺼지지는 않았지만 최근의 성장속도는 유럽.일본 같은 고령국가와 비슷하다. K-팝이 뜨고 휴대폰과 반도체가 세계 1위라고 으스대봤자 나라경제는 거침없이 뛰어 달리던 모습을 잃었다. 느릿느릿 잔걸음, 비틀걸음 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한편, 지난 10월 26일에 발간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한국은 ‘급속 감압(The great decompression)’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보도했으며, 최근 김종수(중앙일보 논설위원)는 “여전히 안갯 속을 헤매는 한국경제”라는 칼럼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만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확실한 성장전략을 가진 나라는 위기에 강하고, 기회를 활용할 여지가 크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변수들에 나라경제를 내맡긴 채 그 결과를 하릴없이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면서 성장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전략 제시를 촉구했다.

2) 한국경제의 문제점

한국경제는 외형상 아직까지는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어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제는 어떤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증상과 징후들은 어떤 모습들인가?

첫째, 한국경제는 실제 성장률과 성장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물론 어느 나라나 경제는 성장궤도에 진입한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초기의 고속성장에서 성장률이 차츰 하락해 가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경제국들이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 것이 그 예이다. 한국도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박정희 정부 이래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제성장률은 줄곧 하향곡선을 보여 왔다. 특히 IMF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한국경제는 사실상 저성장궤도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상황 인식일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향후 복지 및 통일 수요를 고려할 때, 저성장 기조로의 고착과 경제의 조로화(早老化) 현상이 너무 빨리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방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잠재 성장률은 1990년대의 7%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대로 급락하고 있으며 그나마 실제 성장률은 이를 하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소득분배 악화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전망할 때, 고령화 및 저출산 등으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10년 72.8%에서 2060년에는 49.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둘째, 한국경제의 경기 회복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체력이 소진되어가고 있으며 기업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성과기업과 저성과기업 간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등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 회복력이 약화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경제성장의 양대 축인 설비투자와 수출이 급락하고 여기에 국내 수요마저 부진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는 결국 기업 활동이 예전 같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업가 정신과 사업의욕 그리고 근로의욕 등이 저하되어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선 기업들의 실태를 살펴보면 기업들은 대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출성장률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2012년에는 한국기업의 영업이익률(5.2%)이 미국기업(12.5%)은 물론 일본기업(5.8%)에도 역전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때 한국기업이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위기극복 경험에 따른 역량뿐만 아니라 환율효과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산효과를 제거하면 미국과 일본기업이 역(逆)성장했던 2009년에 한국기업 역시 △ 4%의 역성장을 했던 것이다. 또한 기업 전체적으로 평균 실적뿐만 아니라 질적인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2010년 25%에 머물렀던 저성과기업(저성장/저수익) 비중이 지난해(2012년)에는 42%로 급상승한 반면, 고성과기업(고성장/고수익)의 비중은 16%에서 9%로 급감했다. 그나마 한국경제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일부 소수 대기업의 전례 없는 영업실적 호조가 뒷받침되어 기업의 평균 실적이 무난한 것처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현상 외에 대기업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작은 충격에도 도산 위험성이 있는 ‘채무상환능력 취약기업’,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지급하기 어려운 기업의 비중이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부진은 일자리 창출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들어서 고용률은 목표치인 70%와는 거리가 먼 65% 수준 내외를 맴돌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체력 저하는 기업성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설비투자 부진에서도 나타난다. 산업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투자율의 경우 최근 전세계 평균은 상승(’10년 23.0% → ’11년 23.4% → ’12년 23.6%)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하락(’10년 29.6% → ’11년 29.5% → ’12년 27.5%)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경제성장률 둔화와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행은 이와 같이 설비투자가 부진한 원인으로 첫째, 국내외 수요 부진 및 불확실한 경기전망 둘째, 기업의 위험기피성향 증가 등 전반적 투자 심리 악화 셋째, 최근의 수익성 악화 및 연구개발투자 위축 넷째, 한계기업의 증가로 인한 설비투자에의 부정적 영향 다섯째, 설비과잉으로 설비투자유인 감소(특히 철강. 조선. 해운 등 설비투자 부진 산업은 대부분 설비과잉) 등을 들고 있다.

한편, 국민들의 삶도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이미 빈곤층 가구가 2009년에 30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근로빈곤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구도 300만 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가계부채와 인구고령화는 한국경제에 잠재적 위험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올 2분기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기준으로 980조 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37%로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자금순환표상 개인부문 부채기준으로는 1,182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신용대출의 비중이 커지고 주택담보대출에서도 생계형 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앞으로 경제가 어려움에 빠질 경우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또한, 2013년 현재 한국 가구의 평균연령은 39.3세로 1960년부터 매년 0.3세씩 증가하고 있다. 고령인구 비중은 지난 2010년 11%에서 2060년이 되면 40.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통일이 20~30년 내에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의 어린이 세대와 10~20대는 노인 부양과 통일 이후 부담으로 허리가 휘다가 정작 자신들이 노인들이 되면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는 가장 불운한 세대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득분배 악화 등으로 인한 중산층의 비중 감소 역시 내수의 위축을 가져오는 주요 원인의 하나이다. 세계화. 정보화. 고용불안 등으로 중산층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990년 75.4%에 달하던 2인 가구 이상 중산층 비중이 2011년 67.7%로 줄어들고 있다.

셋째, 신 성장산업의 발굴이 미흡하며,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축적 부족으로 지속성장 가능성이 줄고 있다. 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성장산업의 발굴이 더딘 것은 기초 과학 및 독자기술 개발이 미흡한데다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며 체계적 산업정책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뢰.성실.정직.투명 등 선진국형 가치관이 결여되어 있으며 이분법과 흑백논리가 횡행함으로써 사회적 갈등 구조가 다양화되고 악화되고 있다. 통합을 위한 리더십이 부족한 것도 사회적 자본이라는 차원에서 부정적이다.

넷째, 남북 간의 극단적 대치로 인해 국방비의 과중한 부담이 계속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경제의 대외 신용도의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 10월 7일 타임(TIME)지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등의 자료를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2년 중국과 일본은 각각 국방예산이 1,661억 달러와 592억 달러인 반면, 한국은 316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일본의 지난해 GDP 규모가 각각 한국의 6.9배와 5.1배, 인구는 한국의 27배와 2.5배임을 감안하면 한국 국민의 1인당 군사비 부담이 얼마나 과중한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또한 한국은 지난 2007년~2011년도 중 전체 무기수입량의 6%를 수입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2008년~2012년에는 전체 5%를 수입해 세계 4위로 많은 무기를 수입한 무기 수입대국으로 랭크되어 있다. 한국의 국방력 강화조치가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비하는 자위적 조치라 하더라도, 과연 이렇게 과중한 갈등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남북 간 대치와 경색국면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용도 상승을 가로막아 불필요한 금융비용을 부담케 하고 있으며, 북방지역과의 교류협력을 제약함으로써 대외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3) 새로운 대응 전략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대외환경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른 것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8%보다는 나아진 것이지만,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의 국내총생산(GDP) 상위 11개국 가운데서는 대만(3.3%)과 파키스탄(3.0%)을 제외하곤 최하위이다. 이러한 전망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 한국경제는 냉철한 현실인식에 기초한 새로운 좌표 설정이 요구되는 시점임은 분명하다. 특히 한국은 사실상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국토의 절반이 미개발상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고착화되고 있는 저성장 기조를 탈피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함께, 미래 세대에 지나친 짐을 지우지 않도록 지금부터 서둘러 통일한국을 대비한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즉 한국경제의 지속성장과 성장궤도 상향 그리고 북한과의 경제통합을 대비하는 3차원의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 설정과 함께 ‘한국호(.)’의 발전과 각종 인적.물적 자원 활용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한국경제의 최대 장점인 제조업을 더욱 굳건하고 내실 있게 육성하여야 한다. 우리는 그간 두 차례의 금융위기 등을 경험하면서 역시 제조업이 튼튼한 국가가 위기에도 잘 견뎌내며 경기의 복원력도 강하다는 사실을 경험하였다. 무엇보다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 방식을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혁신창조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과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 신기술사업개발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돌파구는 물론, 통일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북한과의 산업구조 보완을 통한 제조업의 육성과 발전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통일 독일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에 일자리 창출은 역시 많은 중소 및 중견 제조업의 육성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지원 대상 역시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이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남한기업의 북한 지역 진출 등의 방법을 통한 산업개발협력을 착수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물류와 금융 등 서비스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는 3면이 바다이며 북쪽 지역을 통하여 거대한 나라인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 통할 수 있는 반도 국가로서 물류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금융산업 역시 세계 경제의 2대, 3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있어 틈새를 노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물류산업과 금융산업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분단으로 인한 불편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했던 동북아 물류 및 금융허브 구상이 크게 진전되지 못한 것도 이런 원인에 기인하는 것이다. 러시아.몽골.중앙아시아. 북한 등에는 철도. 도로. 항만. 공항. 발전소 등 풍부한 개발금융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과거 한국의 경험을 활용하여 국제금융기구 등과 손을 잡는다면 한국의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향후 북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표산업으로 제조업 외에 물류와 금융산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대외적으로 교역 및 투자시장의 확대에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여야 하며, 차제에 새로운 북방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노력해 온 바와 같이 아세안 및 인도.중남미 및 아프리카 등 팽창하는 시장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북쪽으로 북한.러시아.중국의 동북3성과 내몽고 지역, 몽골 그리고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북방 시장을 적극 확보해 나가야 한다. ‘제2북방정책’은 제1차 북방정책에서 비켜나 있었던 지역을 새로운 협력 대상으로 발굴하여 한국의 경제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한편,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은 에너지와 식량안보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다음 장에서 논의할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구상과 연계된 ‘제2 북방정책’을 적극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러시아.몽골.중국 동북지방 그리고 중앙아시아 지역은 가스.석유.유연탄 등 풍부한 에너지자원과 식량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서 중국의 동북3성과 내몽고 지역은 인접한 광대한 상품시장으로서 새롭게 접근이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또한 북한과도 남북 공히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지역을 택하여 경제협력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아직 북한은 경제발전 단계상 여전히 요소투입형(노동집약적 생산) 및 투자주도형(자본투입형 생산) 발전전략이 유효하다. 특히 북한은 현재의 산업발전 단계에서는 경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요소투입형 발전전략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견지에서 남한 관련기업의 북한 지역 진출은 상호 윈-윈의 협력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때마침 북한은 지방 곳곳에 개발구를 신설하여 외자유치를 통해 경제개발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구상에 대해 미리 편견을 가지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면서 남북이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공간이나 방안은 없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호 윈-윈의 남북협력이 북한 내에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3.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와 ‘제2북방정책’의 적실성

1)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와 ‘제2북방정책’의 관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18일, 광대한 유라시아를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만들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구상을 발표하였다.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그리고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자는 지향 속에 “유라시아 동북부를 철도와 도로로 연결하는 복합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유럽까지 연결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부산을 출발해 북한과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판 ‘초원의 실크로드’ 구상이다. 여기에 “새롭게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와 연계해 유라시아 동쪽 끝과 해양을 연계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 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전력.가스.송유관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한중일 FTA 등 무역자유화 논의를 가속화하여 이를 RCEP(역내 포괄적 경제협정)이나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등 유라시아 역내.외를 아우르는 무역협정과 연계한다면 거대한 단일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천방안으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북핵문제의 진전에 따라 러시아 극동지역, 중국의 동북3성, 남북러, 남북중 3각 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은 ‘물류’, ‘통상’ 그리고 ‘에너지’를 3대 축으로 한 경제협력 구상으로 그 배경에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지렛대 삼아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인식을 전제로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와 ‘제2북방정책’과의 관계를 정의하고 이 글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북방정책의 범주와 지향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제2북방정책’은 협력 사업 범위가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보다는 좀 더 확대 된 개념이다.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구상이 상정하고 있는 ‘물류’, ‘통상’, ‘에너지 및 자원’ 협력 외에 ‘산업’과 ‘관광’ 분야에서의 협력을 포함한다. 한국의 신 성장동력으로서 가치가 배가되기 위해서는 물론, 북방3국이 모두 중시하고 있는 산업과 관광 분야에서의 협력을 포함하는 것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상 사업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러시아 극동지역에서의 농업협력이나 북.중.러 접경 지역에서의 관광협력사업 그리고 중국 동북 지역이나 북한의 나선 지역에서의 산업협력 등을 포괄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제2북방정책’의 대상 지역은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와 비슷하나 북한과 몽골이 포함되며, 특히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중국의 동북3성과 내몽고 자치주와의 협력을 중시한다. 초국경 협력사업인 광역 두만강개발사업(GTI)이나 창지투사업의 핵심대상 지역이 바로 이 지역이며 앞에서 설명한 5개 협력사업 분야는 이 지역을 소홀히 하고는 그 성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물류가 불편하여 남한과의 교류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지린성(吉林省)과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이 북방정책의 주요 대상 지역으로 부각될 것이다. 또한 북한지역은 전 지역이 대상이나 아무래도 나선이나 황금평 등 북.중.러 접경지역이 우선 대상 지역이다. 북방정책이 펼쳐지게 되면 나선을 거쳐 한반도종단철도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될 것이며, 경의선 철도는 중국의 단둥 지역에서 중국의 철도와 연결되는 등, 기존의 접경지역의 철도노선의 활용도가 점차 제고될 것이다.

  
 

 

 

2) ‘제2북방정책’에 대한 북방 3국의 입장

그러면 이러한 한국정부의 구상 또는 이 글에서 주장하는 ‘제2북방정책’은 대상 지역인 동북아 역내 국제협력 사업이나 관련 국가의 정책, 특히 러시아.중국 및 북한의 입장과 어느 정도 정합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사실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구상은 러시아.북한 그리고 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만강 하류지역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현실성이 없는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성장의 축(軸)으로부터 소외되었던 두만강 지역의 인프라와 산업을 개발하여 이 지역을 ‘극동 지역의 로테르담’으로 발전시키려는 구상은 구 사회주의권 붕괴와 체제전환 직후인 1990년대 초부터 본격 논의되어 UNDP 주도하의 이른바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 Tumen River Area Development Programme)’이라는 국가 간 개발협력 사업으로 진전되어 199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관심과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동 사업은 관련국들의 여건 미성숙, 즉 중국의 연해안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관심 소홀, 러시아의 극동 지역 경제발전 의지 부족, 북한의 개방 의지 및 내부 수용태세 미흡 등으로 인해 2000년대 들어 차츰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6.15 정상회담 이래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되면서 북한 역시 지지부진한 북.중.러 접경지역보다는 남북 접경지역인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서의 남북협력에 역량을 집중함에 따라 두만강 지역에서의 관련국 간 협력 사업은 2005년 광역 두만강개발사업(GTI)으로 협력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걷게 되었다. 그러다가 러시아가 2007년부터 라진.선봉지역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고, 중국이 2009년 ‘창지투 개발계획’을 국가급 전략으로 격상한 데 이어, 북한이 남북관계 악화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에 눈을 돌리면서 북.중.러 접경 지역에서의 개발 사업들이 다시 표면에 떠오르게 된 것이다.

특히 종래 두만강 지역의 협력에 있어 다소 소극적이었던 러시아는 근년 들어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변하고 있다. 성장하는 동아시아 시장을 활용하여 경제발전을 도모하면서 낙후된 극동 지역의 개발을 추진코자 하는 의도가 크다. 아울러 중국의 동진전략과 초강대국화, 그리고 이 지역 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6월 중국과 <중.러투자협력 규획강요>를 비준하는 등 중국과의 협력도 강화하여 러시아 극동 지역 인프라 및 산업시설에 대한 중국의 본격적인 투자를 받게 되었으며, 특히 중.러 접경 두만강 유역의 항만.도로.철도.세관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변경자유무역지대의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푸틴 2기 정부의 극동중시정책은 이러한 협력을 더욱 가속화시킬 공산이 크다. 푸틴 대통령도 2012년 12월 국정연설에서 시베리아·극동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3기 내각에서 극동개발부를 신설하는 한편, 시베리아 극동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등 ‘동방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와 한반도와의 경제협력은 에너지.전력 및 수송 부문에서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과 나진-하산 철도 및 나진항 현대화 프로젝트, 블라디보스토크-청진 간 송전망 연계 프로젝트, 남.북.러 가스관 연계 프로젝트 등을 통해 북한 동북부 지역과의 물류 및 에너지 연계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남한 입장에서 가장 기대가 크고 협력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는 단연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을 통한 유럽으로의 육상 수송로 확보 그리고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이용이다. 북한 역시 이 두 프로젝트를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와 같이 러시아는 이미 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한국정부가 추진할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이 동북지역(과거 만주)에 본격적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점은 2003년 ‘동북진흥정책’ 착수 이후이다. 우선 동북3성 내의 노후 공업 기지를 재정비하고 국유기업을 정리하는 등 내부 문제에 힘을 쏟던 중국은 2000년대 후반 들어 그동안의 경제력 신장을 바탕으로 한동안 소홀히 했던 각종 교통인프라 등 개발 사업을 스스로의 힘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논의 수준에 머물렀던 북.중.러 접경 지역에서의 주요 개발계획들이 최근 실천단계에 접어들었고 그 중 철도.도로.항만.에너지 관련 협력 사업들이 나름대로 하나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나진항 1호 부두 1호 선석 보수, 취엔허-원정리 다리 보수 및 원정리-나진 간 도로보수 공사 완공 등이 그 예이다. 관광 부문에서도 훈춘-나선 간 버스의 정기운행, 백두산 공동개발 등의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북.중 간 경제협력은 나선 특구와 황금평 특구의 공동개발이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은 특히 나선 특구의 개발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북한의 나진항을 통하여 동해로 출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나진항 1호 부두 1호 선석 보수는 중국 동북지역의 석탄이나 곡물 등을 중국 남부지역으로 보다 빠르고 수월하게 운송하기 위한 중국의 목적과 북한의 의도가 결합 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만일 한국이 북한과 협력을 통하여 나진 특구 지역으로 진출한다면 중국은 크게 환영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적 측면은 물론 주변 국가와의 협력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나진 지역을 근거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기업들이 나선 특구에 진출하고 중국의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등과의 교역과 투자를 진행해 나간다면 상호 윈-윈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북한의 입장을 살펴보자. 북한경제는 최근 다소 호전 기미를 보이고는 있으나, 장기간의 사회주의 폐쇄경제 지속으로 ‘빈곤의 함정(poverty trap)’에 빠져 있어, 외부 지원 없이는 자력갱생이 어려운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경제의 근본적 회생을 위해서는 SOC와 에너지, 기간산업(제철.정유 산업 등)과 자원개발, 물류망 등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며, 제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력난이 해결되어야 한다. 특히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체제의 개방성 확대가 요구됨은 물론이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은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천명한 이후 관광과 오락, 유통업 등을 중심으로 경제개발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이를 위해 전방위적인 대외관계 개선과 외자 유치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15억 9천만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전국에 걸쳐 14개 개발구를 만들겠다는 ‘투자제안서’가 공개되어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는 수출과 관광을 중시하는 북한의 입장이 잘 나타나 있다.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 경제적 성과가 중요한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한국의 제2북방정책의 추진을 내심으로 환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지렛대로 남북 간 신뢰구축과 현안인 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은 남한의 당면과제라 할 것이다.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 등 도발을 행하지 않고 6자회담의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북한의 ‘경제중시정책’은 남북대화와 경제협력 활성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3) 신 성장동력으로서 ‘제2북방정책’의 실현 가능성

사실 아무리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가 포함된 ‘제2북방정책’이 지향하는 바가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관련 국가들이 이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할 때에는 정책으로서의 실현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방정책의 당사자 국가가 될 러시아, 중국 그리고 북한의 입장에 대해서는 앞 절을 통하여 살펴보았다. 한마디로 핵문제라는 난제가 한반도 상공을 드리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국들이 조금만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노력해 나간다면 그 어느 때 보다 협력의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복병이 있다. 바로 남북관계의 불안전성을 극복하는 문제, 미국.일본 등 전통적 우방과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 그리고 남한 내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는 일 등이다. 일본의 경우 아직은 북핵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의 미해결 등으로 이 지역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상황은 아니나,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서해안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인 중요성의 인식과 함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 및 중국 동북지역 등 대륙으로의 진출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어떤 문제보다도 한.미간에 충분한 전략적 소통과 협조가 중요하다. 미국이 북핵 문제의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을 명분으로 가스관 사업 등 남한이 추진코자 하는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관련 사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내의 문제는 현 정부가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를 적극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감안할 때, 6자회담이 열려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면 대국민 설득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6자회담 재개의 열쇠는 북한과 미국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양측 모두 현재와 같은 평행선이 지속될 경우 핵문제 해결은 물론, 자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중재 노력과 한국의 역할 여하에 따라서 적절한 명분만 주어진다면 6자회담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최근 동북아를 감돌고 있는 일본과 중국 간의 알력과 신경전이 계속될 경우, 일본을 편들 수밖에 없는 미국의 입장으로 인해 ‘제2북방정책’은 대외환경 악화라는 의외의 난관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간 소통을 강화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와 함께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을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 사업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러시아를 남북경제협력과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의 주요 조력자로 삼으면서 미국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한국정부의 외교력과 자주적 통일 환경 조성능력을 시험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4. 신 성장동력으로서 ‘제2북방정책’의 주요 협력사업

1) 철도 연결 등 물류 인프라 협력사업

한국이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구상’을 추진하면서 신 성장동력사업 발굴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사업 분야는 바로 물류 분야이다. 여기에는 철도.도로.항만.물류 기반시설 등 물류와 관련한 제반 사업이 대상이 될 것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논의 되고 있는 주요 물류 분야의 국제협력 과제인 철도 분야의 대륙철도 건설계획, 도로 분야의 아시아하이웨이 건설계획, 그리고 초보적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 항만 분야에서의 협력 등이 모두 망라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표적 상징사업은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 화물운송을 의미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이다. 철도.도로.항만. 물류 시설 등 교통 및 물류 협력 과제가 총집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진항 제3부두와 나진-하산 철도의 개.보수, 그리고 화물 수송용 화차(wagon)를 확보한 후 부산-나진간 해상수송을 거쳐 TSR을 경유하는 컨테이너 물류 수송사업이다. 러시아가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사업의 핵심 고리가 되는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 극동지역 하산을 연결하는 총 길이 54㎞의 철도는 2008년 10월 개.보수에 들어가 5년만인 지난 9월 재개통된 바 있다. 이미 TKR과 TSR은 연결이 완료된 것이다. 약 3천억 원의 공사비는 모두 러시아가 부담했으며, 나진항 3, 4호 부두에 대한 이권을 대가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도와 항만의 연결을 전제로 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번에 러시아식 광궤와 한반도식 표준궤를 합친 복합궤를 새로 깔아 선로 방식이 달라도 차량 바퀴를 바꿔 달지 않고 열차 운행이 가능할 수 있게 함으로써 화물열차는 시속 70km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철도를 매개로 한 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개통식에서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 사장이 밝힌 다음과 같은 말이 러시아의 기대를 나타낸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하산-나진 철도와 나진항 및 터미널이 남북한 단일 철도망 복원을 위한 시범 사업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철도망은 한반도와 그에 인접한 국가들을 러시아를 거쳐 유럽과 연결시켜 줄 것입니다.” 러시아는 이번 철도 연결로 주변국들의 수출 화물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우선 이 노선을 활용할 때 한국 기업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얼마나 플러스가 되느냐는 점이며, 다음으론 한국이 철도와 항만 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는 점일 것이다. 한 걸음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시발로 대륙과 연결하는 다른 여러 노선을 한반도와 연결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우선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 볼 때, 가장 기대되는 것은 물류비용과 수송시간 절약이다. 현재 해상로를 통하여 한국에서 유럽으로 화물을 운반하려면 40여 일이 걸리지만 부산항-나진항-하산 노선을 이용하면 17일밖에 걸리지 않아 시간을 절반 이하로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유라시아 수송 노선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러시아.중앙아시아.몽골.중국.동유럽 국가들과 같은 이 지역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여 유라시아 철도를 이용한 물자 수송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물류 노선의 확보는 기존의 운송 노선에 비해 이들 국가와의 수송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편 나선 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이자 최대의 경제적 가치를 안겨주는 것은 바로 ‘나진항의 개발가치’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2020년에 동북3성으로부터 유입되는 물동량을 기준으로 연간 400만 TEU 처리가 예상되어 총 4억 3천만 달러 규모의 부가가치가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추후 한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 등의 물동량이 유입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다음으로 남한의 활용 가능성 문제이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철도·항만 물류사업)’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포스코, 현대상선 등 국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며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러시아철도공사와 북한 나진시가 합작회사를 만들었고, 지난 9월 철도공사 설립이 완료돼 연말쯤 상업운행이 시작될 예정이다. 사실 오래 전부터 국내 기업들도 이 프로젝트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었다. 2007년에는 현대글로비스와 범한판토스, 코레일로지스가 루코로지스틱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2011년에 러시아 정부가 국내 기업인 포스코에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하면서 다시 국내 기업 참여가 논의되기 시작했고, 이후 현대상선과 코레일이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 정부(국토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 참여를 보류시켰지만, 하반기 들어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업 참여방식은 5·24 조치가 유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러시아철도공사의 지분을 국내 기업이 인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합작회사의 지분율은 러시아가 70%, 북한이 30%다. 국내 기업이 참여하면 러시아 지분 70%의 일부분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3자간 협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매개로 남.북.러 물류 협력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하겠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져야만 한국과 한국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으며, 러시아와 대등한 입장에서 사업을 토의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정상화는 필수적 과제가 된다 할 것이다.

철도 부문에서 또 다른 중장기적 과제는 종합적인 남북 간 철도협력사업이다. 위에서 검토한 TSR과 연결되는 유라시아 화물 철도망 외에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 및 몽골횡단철도(TMGR) 등과 연결되는 인적.물적 동북아 철도망이 포함된다. 분단 이후 실종된 한반도를 기.종점으로 하는 두 개의 국제철도망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전자가 ‘초원 실크로드’의 부활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오아시스 비단길’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희승은 남북경제공동체의 견인차로써 남북철도의 단계별 추진 전략과 이에 따른 다자간 대륙철도 협력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단계별 북한철도 현대화와 물류사업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여 국제물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남북철도 최소 개.보수 → 물류사업에 따른 수익 창출/재투자 → 개량개념의 북한철도 현대화 → 물류사업 확대/국제 콘소시엄 구성→ 신선개념의 북한철도 현대화 → 유라시아 랜드브리지 완성」으로 이어지는 남북철도의 단계별 국제경쟁력 제고방안을 제시한다. 그는 남북.대륙 철도구축을 위한 3단계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저비용.정부주도형의 파급효과가 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이후 고비용.국제투자가 가능한 민간 참여의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해 가는 단계별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 외에 중장기적으로 주목되는 또 하나의 노선은 몽골에서 중국의 내몽고 지역과 동북3성 지역을 거쳐 한반도로 연결되는 새로운 운송 루트이다. 시베리아 노선이 물류와 자원의 통로로서 경제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면, 몽골과의 루트는 자원 협력의 루트로 적극 검토할 가치가 있다. 물론 아직 몽골 내에서 제2간선철도인 ‘신선철도건설’이 지체 되고 있어 최소한 5~10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지난 10월 몽골의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목적 중의 하나는 바로 몽골의 지하자원을 나진항을 통하여 수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었음을 감안할 때, 향후 10~20년 내에 몽골의 풍부한 석탄과 구리 등 지하자원을 한국이 이 루트를 통하여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향후 시베리아 루트를 통한 상품 및 자원 교역 외에 몽골과 중앙아시아의 자원 등이 양대 루트를 통하여 한국에 반입될 경우 한국의 산업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고, 북한의 경우도 나진항과 청진항이 동북아 경제협력의 허브 항구로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이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충분한 물동량의 확보 문제인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중국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등 중국 동북지방의 물동량이 나진항이나 청진항 등을 거쳐 한국이나 중국 동부 연안 그리고 일본 등 다른 나라로 운송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은 나진항 개발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여 개척된 물류 통로는 한국 기업의 동북지방 진출을 도우면서 동북아 국가 간 경제협력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이 밖에 도로의 경우에도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ESCAP)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관통 아시아고속도로(Asian Highway) 3개 노선 중 AH6 노선(부산-경주-강릉-원산-청진-나선-러시아)과 AH 32 노선(북한의 나선-원정리-중국-몽골 울란바타르) 2개 노선이 나선을 통과하게 된다. 이렇게 철도.도로.항만 등에 걸쳐 물류네트워크가 구축되면 한반도는 대륙과 연결되어 중국의 만주 지역 및 연해주를 거쳐 중앙아시아 지역과 유럽으로 연결되는 21세기 실크로드의 출발점이 되게 된다. 이는 곧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면서 한반도와 동북3성 지역을 축으로 한 동북아경제공동체 구축의 토대가 될 것이다.

2)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에너지 및 자원 협력사업

에너지는 한 국가를 지탱해 주는 핵심 자원이다. 그러나 한국은 에너지의 중동 의존도가 무려 87%에 달하는 국가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은 얼마나 에너지의 다변화가 필요한 국가인지를 대변해 준다. 한반도와 인접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러한 한국의 에너지 불균형과 에너지 안보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는 국가이다.

극동 러시아 및 시베리아 지역은 가스.석유.석탄 등 광물 자원과 삼림.어업 및 여행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그러나 발전 수준이 크게 떨어지고 그나마 살고 있는 적은 수의 인구마저 줄어들고 있는 곳이다. 러시아 정부는 2007년 극동 지역 경제발전과 인구의 안정적 증가를 위해 ‘러시아 극동 및 바이칼 호수지대 경제와 사회발전 2113 연방특별계획(이하 중.러 계획요강)’을 비준하여 중국 동북지역과의 협력에 매우 적극적으로 임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극동 지역 개발에 있어서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경제협력에 있어서 상호 보완관계를 이루기 용이하며 안보 등의 측면에서도 가장 리스크가 적은 대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주변의 다른 강대국과는 달리 외교적 부담이 적고 한국이 갖고 있지 않은 풍부한 자원- 특히 에너지 및 자원 분야-의 활용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리고 향후 북한에 대한 긍정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바람직한 협력 대상 국가라고 보고 있다.

이 중 프론티어 사업이 바로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이다. 즉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북한 지역을 관통하는 가스관(pipeline)을 이용해 한국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관련 당사국 모두가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 등이 이루어지면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동 사업과 관련하여 아직 남북 간에는 구체적 대화가 진전되고 있지 않지만, 한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 간에는 이미 원칙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9월 러시아 방문 때, 이르면 2015년부터 사할린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PNG: Pipeline Natural Gas)을 통해 연간 750만 톤 이상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하고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가스공사와 가스포럼이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으며, 2011년 8월에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극동 지역 가스의 한국 수출을 위한 북한 통과 가스관 건설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남.북.러 전문가 특별위원회 설립에 동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11월 12일에 열리는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외에 가스관 사업에 대한 보다 진전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 사업은 희망적 시각도 많지만, 현실적으로는 극복해야 할 장애와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동 사업에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에너지 강국 ‘러시아’를 제외한 남북한의 입장을 살펴보면, 우선 ‘북한’은 러시아로부터의 경제협력 확보와 함께 가스 통과와 영토 임대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력 문제와 인프라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편중된 대중의존도를 완화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카드가 될 수 있다. 특히 오늘날 북한의 산업이 붕괴된 주요 원인이 에너지 부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북.러 간에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부문에서의 협력이 이루어질 경우 북한은 산업정상화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안보에 끼치는 영향 등, 정치.군사적 변수는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의 진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부상할 위험이 있다.

‘한국’의 경우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견해가 많다. 무엇보다 경제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원 확보와 지속 성장을 위한 신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북방으로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에너지 자원이 빈약한 한국으로서는 수입원 다변화라는 에너지 전략 차원은 물론,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도입이 단위당 수송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에너지 공급원의 다변화와 동북아 통합 에너지망을 위해 논의 중인 가스관 부설과 송전망 구축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극동 러시아 지역의 여유 전력 송전 외에 석유 및 유연탄 그리고 산업발전에 소요되는 광물과 목재 등의 반입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남북관계이다. 그러나 앞으로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남북관계의 개선 여하에 따라서는 그 어느 때보다 탄력을 받을 소지도 있다. 남·북·러 3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자원과 에너지를 매개로 한 동북아 경제협력의 큰 장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제2북방정책’의 성공은 이와 같은 다자간 숙원사업을 성사시켰을 때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3) 중국 동북 지역과의 경제 협력사업

수교 이래 해를 거듭하며 발전해 온 한중(韓中) 경협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의 경우, 과거 저렴한 토지 구입비와 값싼 인건비 그리고 각종 세제혜택 등에 기대어 투자를 했던 시기가 사실상 끝났기 때문이다. 적어도 동부 연안 지역에서는 현지사정에 밝으며 능동적 대응 체계를 갖춘 대기업이 아니고는 사업하기가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중국 입장에선 투자의 양이 아닌 질을 중시하는 시기로 들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과거 중국에서 사업을 했거나 사업을 검토했던 상당수의 기업들이 투자대상 지역을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전환하거나 중국 내에서는 동부 연안이 아닌 지역으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지역이 바로 동북3성과 내몽고가 포함된 중국의 동북 지방이다. 이 중 동북3성은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을 지칭하며 과거 만주로 불리던 곳이다. 면적은 약 79만㎢, 인구는 약 1억 9백만 명으로 공히 중국 전체의 8.2%를 점한다. 지역은 풍부한 자원과 중공업 기반 그리고 비옥한 땅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혁.개방 이후에는 동부 연해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2003년부터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진흥정책’에 힘입어 그동안 경제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3차 산업이 전면적으로 발전하면서 경제적 기초가 좋아졌다. 산업 집중도도 제고되어 기존의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랴오닝성은 ‘장비 제조, 야금, 석유화학, 농산품 가공업’에서, 지린성은 ‘자동차 제조, 석유화학, 식품 가공업’에서, 헤이룽장성은 ‘에너지, 석유화학, 장비 제조, 식품 가공업’에서 나름대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이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동북3성에서의 한.중간 경제협력은 여러 면에서 미흡하며, 특히 교역의 경우는 투자에 비해 빈약하다. 동북3성 가운데서는 바다를 끼고 있는 랴오닝성은 그나마 투자와 교역이 모두 상당 수준이지만, <그림 4>에서 보듯이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그나마 투자는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여 직접 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채산성만 뒷받침된다면 중장기적 입장에서 추진할 수 있지만, 교역의 경우는 물류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교역으로 인한 이익이 없어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근년 들어 중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창지투(長吉圖)계획’ 등 교통 및 산업기반 확충 노력은 한국 기업의 이 지역 진출에 새로운 가능성을 안겨주고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말에는 하얼빈에서 다롄( 連)으로 연결되는 고속철도가 개통되었으며, 2010년에 이미 창춘에서 훈춘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개통되는 등 전체적으로 교통 인프라가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내년에는 헤이룽장성 쑤이펀허에서 북.중접경 지역을 따라 랴오닝성 다롄으로 이어지는 1,380km의 ‘동변도 철도’가 완전 개통되어 동북 지방을 동서해의 바다로 손쉽게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러 국경무역이 활발한 쑤이펀허를 비롯해 각종 자원이 풍부하지만 그동안 물류의 어려움으로 발전이 더디었던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그리고 랴오닝 동부 지역 등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한국 기업은 나진항을 활용하여 이 지역에 진출하는 것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제2북방정책’이 중시해야 할 지역의 하나가 바로 동북3성과 네이멍구 자치구인 것이다. 이 지역에는 물류.에너지.통상 협력 외에 산업과 관광 등 분야에서 협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4) 광역 두만강개발계획(GTI) 등 초국경 협력사업

광역 두만강개발계획(Greater Tumen Initiative)은 두만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의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다자간 경제협력 사업이다. 1990년대 초, 두만강 접경 지역을 국제자유무역 지대로 조성하기 위해 추진한 두만강개발계획(TRADP)이 사업대상 지역을 확대하면서 광역 두만강개발계획으로 전환되어 오늘에 이른다.

당초 TRADP는 두만강 하류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의 교통.에너지.관광.환경분야의 개발과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으로, 1992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을 받아 출범하였다. 이후 1995년 12월 두만강 접경국인 북한.중국.러시아와 비접경국인 남한.몽골이 ‘두만강권 지역개발’에 관한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사업이 공식 추진되었으며,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 제도적 경제협의체로 각국 차관급 대표로 구성된 5개국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사업지역 범위는 북한 청진, 중국 옌지, 러시아 나홋카를 연결하는 삼각지역으로, 국가별 거점을 정하여 자체개발을 하고, 외자 유치를 통한 국제합작으로 지역발전을 이룬다는 계획에 따라 교통·물류 인프라 구축, 경제특구 조성, 투자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북한 나진·선봉, 중국 훈춘, 러시아 나홋카 특구가 조성되었으나 경제력이 약한 북한.중국.러시아 위주로 추진되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2005년 광역 두만강개발계획(GTI; Greater Tumen Initiative)으로 전환되었다. 이후 GTI는 사업대상 지역을 한국 동해안 지역(강원, 경북 울산, 부산), 북한 나선(나진·선봉) 경제무역 지대, 중국 동북 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과 내몽고 자치구, 러시아 연해주와 하바롭스크, 몽골 동부로 조정·확대되었다. 2009년 중국이 이 사업을 동북 3성 개발계획과 연동하여 중앙정부 사업으로 격상시키고, 중국과 러시아가 두만강 접경지역의 운송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면서 활기를 띠었으나 2009년 11월 북한이 탈퇴함으로써 핵심사업인 교통과 물류분야 협력에 차질이 생겼다.

사실 두만강 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각종 개발 사업은 그 자체가 두만강 유역 내에서 자족적인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래 개별 협력 사업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북아 차원의 물류 및 산업협력 등의 영역까지 확대됨으로써 종국에는 동북아경제 협력과 공동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평화통일, 그리고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가 포함된 ‘제2북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역 협력 사업에 관심을 갖고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북방정책의 전개 과정에서 다양한 정책 사업들이 정부 수준 또는 민간 수준에서 제기될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몽골과의 자원협력 사업, 러시아 연해주에서의 농업협력 그리고 북.중.러 접경 지역과 시베리아 일대 그리고 북한 지역에서의 관광협력은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으로 기대된다.

우선 몽골과의 자원 협력 가능성을 검토해 보면, 몽골은 6,000개 이상의 광물자원 매장지에 석탄(매장량 기준, 세계 10위), 구리(13위), 우라늄(14위), 금, 아연, 텅스텐, 몰리브덴, 인광 등 80종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10대 자원부국이라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석유생산 역시 매우 유망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미국.일본.독일.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자원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인 내륙국가로서 두 나라의 협력 없이는 대외 통로를 확보할 수 없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자원 확보를 위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역시 부족한 자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1999년 11월 양국 정부 간 ‘자원협력협정’을 체결한 이래 공동 탐사, 개발, 생산 및 가공처리를 위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으며 정상급 차원에서도 수차례에 걸친 상호방문을 실시하였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1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하여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partnership)’로 격상하는 데 합의하였으며, 자원.보건.인적 교류 등 중장기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특히 몽골은 도로.철도 등 교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으로 인해 자신들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결합된 상호 보완적 경제협력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 사실 한국의 입장에서 당장은 몽골이 일방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할 대상이자 경제협력 수준이 낮은 파트너이다. 하지만, 장차 한국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원과 길을 제공할 수 있는 협력 대상국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요망된다. 즉 몽골은 유라시아 대륙의 운송 및 교통의 교차지로서의 역할이 기대 되며, 특히 신선철도를 활용하여 시베리아나 중국 동북 지방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리게 되면 동북3성을 거쳐 한반도 북단의 나선이나 신의주로 연결하는 새로운 수송 루트가 생기게 되어 자원과 인프라 협력의 길이 활짝 열릴 가능성이 높다. 북극해 항로가 열리게 될 경우는 더욱 긴요한 노선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밖에 남북 모두에게 우호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서 3자간 국제협력을 추진하는데 적합하기에 몽골은 제2북방정책의 주요 협력 대상국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연해주에서의 농업 협력도 관심을 끈다. 현재 한국.중국.일본의 동양 3국은 세계 곡물 수입의 30%를 차지하며, 주로 미주대륙으로부터 수입한다. 유라시아 지역의 곡물 수출 잠재력은 농업투자로 단수가 증가할 경우 연간 1,720만 톤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쌀을 제외하면 식량 자급도가 매우 저조하여 식량안보를 우려할 정도이다. 따라서 대안의 하나로 한반도와 이웃한 러시아 연해주와의 농업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연해주 투자시 곡물생산량이 연간 132만 톤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지역은 철도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는 지리적 이점, 낮은 생산성, 높은 휴경지 비중 등으로 인해 투자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러시아의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현대중공업 등 8개 한국기업이 약 16만ha(여의도 면적 190배)에 달하는 토지를 임차하여, 옥수수·콩·밀 등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영농업의 연해주 진출은 2010년 10월 현재, 남양알로에·현대중공업 등 7개 기업이 약 15만ha를 확보하였으며, 2010년에는 3만ha에서 콩과 옥수수 등을 경작하였다. 연해주 이외 지역으로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지역에 셀트리온(Celltrion) 사가 2009년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비닐하우스 영농 분야에 진출하였다. 한국과 러시아는 농업 분야에서 정부 간 협의 채널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협력을 전개할 경우 상당한 성과가 예상된다. 특히 연해주의 광활한 토지는 남한 경작지의 4배 규모로서 인건비가 저렴해 안정적인 식량기지로 기대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러시아가 제공하는 토지 위에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하는 삼각협력이 이루어질 경우, 삼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의 농업협력 모델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에서 놓쳐서는 안 될 분야가 관광 분야에서의 협력증진이다. 교통수단의 발달과 지역 주민들의 소득 향상 등으로 이 지역에서의 관광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남북 간 단절로 인해 북.중.러 접경 지역과 시베리아 일대 그리고 북한 지역에서의 관광 협력은 극히 한정적 수요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시베리아 철도를 관통하는 초원비단길 관광, 과거 발해 지역을 관광하는 두만강 하류 지역과 연해주의 관광, 백두산 및 칠보산 관광, 고구려 유적지 관광 등 빼어난 명승 절경과 유적지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의 관광 사업을 한국과도 연계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남북관계가 정상화된다면 이러한 관광 자원을 활용한 국제협력과 교류가 빈번해지고 평화 증진과 번영에 기여하는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나선 등 북한경제특구 협력사업

북한은 최근 공개된 경제개발구 계획 이전에 공식적으로 4개의 경제특구를 운용해왔다. 1990년대 초 가장 먼저 문을 연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나선특구)’, 2000년대 이후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문을 연 개성공업지구(개성특구)와 금강산관광특구 그리고 2010년대 초 중국과의 공동개발을 위해 문을 열기로 한 ‘황금평 및 위화도 경제특구’이다. 물론 2002년 9월에는 신의주 특구를 추진키로 한 바 있었으나 중국과의 불협화음으로 폐기되고 대안으로 인근 지역에 추진하게 된 것이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라고 할 수 있다.

4개의 특구는 그 설치 목적이나 법체계에서 상이한 점도 있지만, 적어도 특구 내에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보장되고 조세 등 각종 특혜를 부여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향후 ‘제2북방정책’은 이들 경제특구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을 남북경협의 주요 어젠더로 추진해야 되겠지만 이 가운데서도 현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와 관련하여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나선 특구이다. 나선 특구의 출발은 1991년 12월 28일 북한의 정무원 결정 제74호에 의거하여, 나진시 및 선봉군 일부 지역 621㎢를 자유경제무역지대(Free Economy Trade Zone)로, 나진항.선봉항.청진항은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하는 데서 비롯한다. 사회주의권 붕괴와 지속된 경제난으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한 북한이 중국식 특구 형태로 외자기업의 유치를 도모코자 추진한 것이다. 이 지대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100% 독자 기업 설립 허용 △기업소득세 감면 △관세 면제 △무비자 입국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기존의 환상철도와 도로망을 확충하고 항만을 활용하여 중국.러시아와 서태평양을 연결하는 동북아시아의 △국제화물 중계기지로 발전시키고 △가공 수출기지 및 △국제관광지구로 건설코자 하는 플랜이다. 이를 위해 항만을 중심으로 한 각종 인프라 정비와 신흥.백학 등 9개 공단 건설 등에 총 69억 8,900만 달러의 외자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북한의 의욕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외자기업의 참여에 그친 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 북.중 관계가 긴밀해지고 중국의 ‘창지투 개발계획’이 본격 추진되면서 이 지역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북한도 2010년 1월 나진시를 특별시로 승격시키고 이어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법>을 개정(2010.1.27): 정령 583호)하여 동 지대에 헌법상의 특수경제지대의 지위를 부여하는 등 관련 법령과 기구 정비에 나선다. 7월에는 내각 전원회의의 비준을 거쳐 ‘합영투자지도국(2009.12 정부직속 설립)’을 ‘합영투자위원회’로 격상시킨다. 동위원회는 이후 대풍국제투자그룹과 함께 외자 유치의 양대 축으로 활동에 나서게 되며 황금평과 나선 개발을 전담한다. 이렇게 해서 나선 특구는 2010년 들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듬해인 2011년에 북한은 나선 지역과 황금평을 중국 정부와 공동 개발.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6월에는 북한 측에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중국 측에서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현지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2011년 12월 3일에는 전년에 수정.보충한 바 있는 나선특구법 등을 다시 대폭 개정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나선 특구는 중국의 입김이 크게 강화된 특구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개발이 진전되면 개발운영 주체는 정부에서 투자기업으로 전환될 것이다. 아직은 초창기인 까닭에 투자는 주로 인프라 시설 구축과 수산물 가공.식료품.의복 등 경공업과 호텔.숙박업 등에 치우쳐 있으나 투자 분야도 다양화되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사업이 궤도에 오르게 되면 나선 지역은 향후 신설 산업단지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교통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철도는 이미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되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중.몽 대통로를 따라 몽골과의 철도가 새롭게 개척되고 이 노선을 거쳐 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도로의 경우에도 한반도 관통 아시아고속도로(Asian Highway) 3개 노선 중 AH6 노선과 AH 32 노선의 2개 노선이 통과하게 된다. 항구 역시 나선항이 동북아 물류 허브의 중심 항구로 부상하면서 선봉항, 웅상항은 물론 청진항의 발전을 촉진하고, 나아가 남쪽의 부산항 및 속초항 등과도 연계될 것이다. 남한의 이지역 진출이 적극 검토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5. ‘제2북방정책’의 5대 실행 전략

1) 5.24 조치의 과감한 해제 및 남북정상회담 개최

‘제2북방정책’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전제로 할 때만이 실효성을 담보 받을 수 있다.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가 포함된 제2북방정책은 북한 지역을 통과하지 않고는 아무런 성과를 기대하지 못하거나 비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시한 주요협력 사업이 이를 입증한다. 그런데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에는 핵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당장 남한 기업의 대북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5.24 조치’와 남북 간의 불신이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5.24조치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패러다임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자체를 형해(形骸)화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변화만을 기다리기에는 아까운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으며, 정치적.경제적.안보적 측면에서 너무도 많은 기회비용이 들고 있다. 남북경협사업을 추진했던 기업들은 이미 도산했거나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더 이상 시간이 흐르면 남북경협의 모멘텀을 찾기도 어려워지며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체면과 명분을 중시한다. 북한의 굴복을 요구하기 앞서 역사는 항상 진실한 자의 편에 있다는 경건한 믿음으로 대승적 자세로 5.24 조치를 해제하는 결단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연내에 5.24 조치를 과감히 해제하게 되면 이는 북한에게 남북관계의 평화와 협력 국면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남북은 모두 최근 1~2년 사이에 지도자의 교체를 경험했다. 과거 국제정치 사례는 지도자의 교체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유연한 정책의 출현이 이루어져 기존의 정치적 흐름을 바꾸어 놓는 경우를 종종 목격해 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출범 직전에 발생한 북한의 핵실험과 취임 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및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의 사태로 자신이 제시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하여 신뢰를 축적해 나갈 여유를 갖지 못했다. 김정은 역시 자신의 통치 기반 확립을 위한 내치의 필요성과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건설적 남북관계를 구축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신뢰는 만남과 접촉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5년 임기의 단임 대통령제하에서는 2년차가 가장 의욕적으로 주요 정책을 펼치기가 용이한 시점이다. 내년 초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2007년 10월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문으로 정상회담의 의의와 중요성이 많이 훼손되었지만 정상회담만큼 상호 진솔한 대화와 현안문제 해법을 모색하기에 적합한 자리가 없다. 남북 간 신뢰는 남북 양지도자들의 신뢰를 자산으로 발전의 궤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안보 딜레마’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를 해소하고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를 향한 남북의 공동 보조를 합의할 필요가 있다.

2) 북한문제와 북핵문제의 분리 대응

서로의 항복을 강요하는 현재의 남북관계는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비생산적 남북관계의 설정에는 남북한 모두 정경일치(政經一致)의 접근자세가 자리한다. 북한의 개성공단 일방적 철수, 남한정부의 5.24 조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개성공단과 같이 남북이 합의한 경제협력사업이나 민간 베이스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은 전쟁 가능성 우려 등 최악의 상황이 아니고는 경제논리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경제협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바로 북핵문제였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특성상 한국의 주도적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다. 어차피 세계의 핵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리더십 하에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중국과 한국이 적극 협력하고 러시아 및 일본 등이 힘을 합치는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한국은 핵문제를 다룸에 있어 다른 국가들과 비핵화의 목표는 같지만 그 접근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대이면서도 같은 민족으로서 언젠가 통일을 이루어야 할 형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는 핵문제 해결은 국제사회의 공조에 맡기고 남북 간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상호 신뢰를 축적하는 것이 오히려 핵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동안 매달렸던 북핵문제의 해결은 그 자체만 따로 떼어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로 드러났다.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주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게 하는 전략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정서적 접근법도 필요하다. 이러한 신뢰 관계가 형성될 때 북한은 동족인 남한만은 안보위협이 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되어 핵 포기를 보다 쉽게 결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남한이 주역이 아니라 조역으로 알찬 역할을 수행할 때 오히려 문제가 쉽게 풀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과거 남한이 핵문제 해결에 집착했을 경우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면서 쓸 수 있는 카드는 전혀 없게 되고 결국은 미국이나 주변국에게 매달리게 됨으로써 많은 비용을 치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교훈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 해결 노력과 경제협력 등 북한문제는 서로 분리하여 대응하되, 경제협력을 대북정책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3) 실행 거점으로서의 ‘나선 특구’ 진출

앞에서 ‘제2북방정책’의 주요 협력 사업을 예시하면서 지경학적으로 함경북도 나선지역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따라서 한국은 제2북방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통일 후를 대비하기 위해서 북한과 중국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나선 특구에 항만 등 물류기지 확보와 함께 ‘남한전용공단’의 신설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왜 이러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지 그 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현시점에서의 동 사업 참여는 한국에게 동북아경제공동체 형성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나선 지역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의 전초기지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내에서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가 포함된 ‘제2북방정책’의 출발점은 북.중.러 접경 지역인 나선 지역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부진했던 북.중.러 접경 지역 관련 주요 개발 사업들이 근년 들어 본격 추진됨으로써 나선 특구 개발 역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때가 무르익은 것이다. 이는 나선 특구 사업이 관련국들, 특히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한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향에서 참여할 수 있는 기본여건이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최근 한국 정부가 공들여 추진코자 하는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같은 프로젝트가 이미 나선 특구에서는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그동안 관련국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광역 두만강계획(GTI) 사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따라서 나진항 개발과 맞물려 추진되는 중국의 창지투 개발계획의 목표 연도가 2020년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 시점에서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참여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셋째, 북한의 경제회생을 돕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시장화가 촉진되고 스스로 개혁개방의 효용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에서 참여가 필요하다. 개성공단도 미약한 수준에서나마 북한의 개방과 시장 마인드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지만, 나선 특구는 개성공단에 비해 북한 주민과의 교류나 협력의 폭이 훨씬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의 일관된 목표는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여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토록 하는 것이었다. 나선 특구는 북한이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해 나가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이 사업을 통해 이 지역에서라도 우선 붕괴된 제조업이 정상화되어 경제 회생의 단초가 마련되고 부동산시장, 소비재시장, 생산재시장, 자본시장, 노동력시장이 형성된다면 이는 북한경제체제 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게 되면 북한은 시장화가 촉진되면서 개방을 더욱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넷째, 한반도를 대립과 갈등의 장이 아닌 평화와 협력의 장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이 동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그렇지 않아도 동 사업에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일본이나 미국은 동 사업에 대한 협력을 보류하게 되고 다른 많은 서방국가들 역시 참여를 주저하게 된다. 이 경우 중국이 나진항이나 청진항 등을 통해 동북3성의 자원이나 생산품을 상하이 등 중국 동남부로 실어 나르게 되면 수송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군함이 이를 호위한다는 명분이 생기고 결국 동해가 중국의 내해처럼 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이 지역에 바다를 끼고 있는 러시아의 동아시아 전략 환경을 구조적으로 위협하게 되며 이 경우 미국 역시 동맹국들의 동해에서의 안보 불안을 명분으로 지역 갈등에 개입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동북아 국가 간의 지역 갈등은 자연스럽게 남북 갈등은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강대국 간 갈등으로 비화되어 신 냉전구도를 초래 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동해를 갈등과 대립의 바다가 아닌 평화와 협력의 바다로 만들고, 두만강 유역을 국제협력의 장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서의 북.중, 중.러, 북.러 간 양자 구도를 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력 구도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여 남.북.러와 남.북.중으로 형성된 2중의 삼각협력은 동북아 경제공동체 형성의 초석이 되고 이를 발판으로 몽골과 중앙아시아가 포함된 유라시아 협력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통일을 대비한 북한과의 산업 및 인프라 개발협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나선 지역은 북한 최대 종합공업지역인 ‘청진공업지구’에 속해 있다. 이곳에 한국의 물류 및 에너지 관련 기업과 기업들이 진출하여 개성공단에 이어 새로운 활동의 공간을 마련한다면 남북 모두에게 상호 윈-윈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나선 지역에 위치한 「승리화학」의 정상화를 지원함으로써 현재 석탄화학공업 위주로 편재되어 있는 북한의 화학공업을 세계적 조류인 석유화학공업 위주로 재편해 나가는 산업구조 개편작업을 이끌 수 있다. 선봉항의 개건작업과 함께 승리화학의 정상적 운영에 최대 장애요소였던 원유 도입을 러시아와의 협력 속에 원활히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는 적절한 수준에서 유무상통이나 호혜의 원칙들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인프라 협력의 여지도 많다. 이 지역은 물류 운송의 잠재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문제가 많다. 도로와 다리는 협소하고 상태가 열악하여 차량 운행에 제약이 따르며, 철도와 항만 등은 개.보수나 확장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용에 문제가 있다. 특히 철로의 경우는 차량 및 침목 시설 노후화와 함께 전력이 부족하여 정상적인 운행이 어렵다. 전력 공급은 석탄 생산 감소 및 탄질 저하, 수력 자원의 한계, 발전소 추가 건설 부진, 기존 발전소 설비의 노후화 및 송.배전상의 비효율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통신 사정 역시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주요 요인의 하나이다. 이와 같은 제반 상황은 인프라 부문에서 남북 협력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으며 이것이 성공하였을 경우 북한의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남.북.러 가스관이 이 지역을 통과할 경우, 개발, 물류 인프라 개선, 주변 공장들의 가동율 제고 등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그 영향들은 직간접으로 북한 주민들의 임금소득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가스를 북한이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그 의의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나선 지구가 포함된 청진공업지구는 한반도의 제2울산공업단지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비전은 향후 남북 간 경협 시 논의할 수 있는 획기적 구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낙후된 북한의 산업, 특히 제조업을 정상화하는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어 훗날 통일 한국의 미래를 위한 선행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이 나진 특구 사업에 참여하는 결정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내년쯤 남북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루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업의 상징성과 파급 효과가 지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 한.미 협력과 6자회담을 통한 국제협력 확보

안정적인 한반도 주변정세, 즉 평화로운 동북아 안보질서는 제2북방정책의 성공을 위한 열쇠의 하나이다. 만일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관련국들이 대립과 갈등을 지속한다면 국제협력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최근 지역 강국인 중국과 일본이 동중국해상의 한 섬(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가쿠 열도)의 영유권을 놓고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지속되면서 양국 간 치열한 신경전은 유사시를 대비한 훈련 강화와 군사력 증강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중일관계가 말해 주고 있듯이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매우 취약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한국이 절대로 동북아 신 냉전질서를 조성하려는 기도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점증하는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갈등을 잠재우고 동아시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답은 ‘남북관계 정상화’이다.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면 남북 및 주변국가 간 불필요한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제2북방정책을 힘 있게 추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함으로써 한국경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러한 안보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보다 미국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다. 일본의 우호적 참여와 협력도 필요하다. 북방 3국과 미국 및 일본을 함께 엮는 국제적 무대는 바로 6자회담이다. 따라서 6자회담이라는 틀을 잘 활용하여야 한다. 우선적으로 전통적 동맹인 미국에게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특히 그 길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동아시아 국가 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임을 잘 설득하여야 한다. 아울러 중국의 협력을 얻어 6자회담이 재개되도록 하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종국에는 북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만일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과 진정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게 된다면 제2북방정책은 물론 향후 통일 과정에서 든든한 후원국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세계적 군사강국인 러시아와는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이야말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인식시키면서 동시에 북핵문제에 있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도록 전통적인 대북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6자회담의 틀을 북핵문제 해결은 물론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과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활용하여 야 할 것이다.

5)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입각한 남북경협 추진

제2북방정책이 염두에 두고 있는 국제협력 사업들은 남북경협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다. 그러나 한국은 나름대로 가용 자원의 한계와 국내적 지지의 확보 필요성 등으로 인해 모든 사업을 대상으로 역량을 쏟을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투입대비 성과가 좋은 곳, 한국경제에 정말 필요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이 좋은 예이다. 개성공단은 개발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인프라 및 제도 정비를, 민간 부문은 생산시설 투자와 경영을 분담하여 책임을 맡았다. 남측은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여 생산한 제품을 통하여 수익을 얻고, 북측은 인력과 토지를 투자하여 인건비와 기술이전 등의 혜택을 보게 되는 상생 협력구조로 추진력을 얻었다. 올해 들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지만 남북 모두 이익을 얻는 사업구조로 국내 5,900개 업체가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종사자 수도 9만4,000명, 연관 산업체의 매출액은 8,368억 원에 달했다. 특히 신발 및 섬유 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렇듯 입주기업이 국내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남북 모두 상생의 사업들을 발굴하여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거나 리스크(risk)가 큰 사업은 뒤로 미루고 그동안 여건이 성숙된 사업들을 중심으로 하나씩 성과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정부 및 기업 차원에서 물류.에너지.산업 등에서의 협력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감안해야 하고, 여러 지역으로 분산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소수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에너지 설비나 교통 인프라 구축 등이 용이하여 경협사업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시간성 그리고 북한의 수용성을 감안한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른 경제협력 추진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6. 맺음말

‘제2북방정책’에서 한국경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한국경제는 지금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도처에서 위험한 증후들과 많은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각종 지표와 현상을 진단할 때 매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더욱이 한국경제는 복지와 통일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남겨 놓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성장의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착화되고 있는 저성장 기조를 탈피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오늘의 기성세대는 미래세대에 지나친 짐을 지우지 않도록 지금부터 서둘러 통일 한국을 대비한 새로운 경제발전 및 남북한 통합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기업.사회 모두가 현 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해 ‘위기의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중한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성장 모멘텀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향후 한국경제의 발전 방향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지속성장과 성장궤도 상향 그리고 북한과의 경제통합을 대비하는 3차원의 중장기 전략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전략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한국에게 주어진 각종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경제발전 수준에 걸맞은 발전 전략을 실천하는 한편,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력한 답의 하나는 바로 ‘남북관계 정상화’를 발판으로 한 ‘제2북방정책’이다. 보다 쉽게 말하면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가 상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진력을 확보하여 실천에 옮겨지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협력대상 사업은 물류.에너지 및 자원.통상.산업 그리고 관광 등 5개 분야이다. ‘제2북방정책’의 대상 지역은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와 비슷하나 북한과 몽골이 포함된다. 특히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 국가가 되며, 동북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중국의 동북3성과 내몽고 자치주와의 협력이 중시된다. 중국이 내몽고가 포함된 동북 지역의 발전을 원하고, 러시아가 연해주와 시베리아의 개발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원하며, 북한 역시 경제적 활로 개척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일단 북방3국과의 경제적 협력 여건은 괜찮은 편이다. 여기에 몽골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 시점이 이러한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서방 국가들의 견제나 이해 상충을 적절히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안목과 외교적 역량이 중요하다. ‘제2북방정책’은 제1차 북방정책에서 비켜나 있었던 지역이나 협력 대상 분야를 발굴하여 한국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기 때문에 결코 배타적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잘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 구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꼬여 있는 남북관계이다. 특히 핵문제로 인한 불신의 남북관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대북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신뢰는 무엇보다 소통과 만남 속에 형성되는 것이다. 이제 기다리는 정책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는 정책이 필요한 소이(所以)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남북 모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교류협력의 장을 열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제2북방정책’을 실천함으로써 한국경제의 활로를 찾고 민족경제의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 글에서 제시하고 있는 ‘5대 실행 전략’을 하나씩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서도 북한문제와 북핵문제의 분리 대응과 실행 거점으로서의 남한의 ‘나선 특구 사업 참여’는 매우 중요한 실행 전략이다. 그리고 정책 전환의 신호탄은 ‘5.24 조치’의 해제로 나타날 것이다.

‘제2북방정책’의 실행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1945년 분단 이후 반도로서의 이점을 상실하여 사실상의 섬 국가로 머물러야 했던 한국에게 반도 국가로서의 이점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16세기의 스페인 등이 반도 국가로서 인류역사의 발전과 융성에 기여했듯이 제2북방정책을 통한 한국의 반도성 회복은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면서 통일의 초석이자 지역평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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