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8 09:19
안녕하세요, 기계와 소통하는 엔지니어, GE 가전사업부 (GE Appliances)의 Advanced Electronic 팀에서 전자기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를 만들고 있는 김호승입니다. 지난 봄에 GE 에디슨 파이오니어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인터뷰를 통해 인사를 드리고, 상상팩토리 여러분을 두 번째로 뵙게 되었네요. 오늘은 제가 GE에서 다방면에 걸친 호기심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기타 세션맨과 냉장고 UI 엔지니어?
▲ GE Employee Day 2013 에서 ‘My GE Story’를 발표하기 전 기타 연주와 함께 멋진 노래를 선보인 김호승 부장
저는 대학 시절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관심사는 기계에만 머물지 않았지요. 음악을 듣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않고 연주까지 했던 저는 음악 스튜디오에서 세션맨과 음향 엔지니어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헤드폰을 끼고 기타를 치고, 소리를 다루다 보니 어느새 제 귀에는 소리에 대한 자연산 센서가 장착되어 있더군요. 어떤 주파수가 사람에게 가장 편안하게 들리는지 구분하게 된 것입니다.
소리에 대한 감각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계에서 소리를 통해 어떤 신호를 주어야 할 때, 주파수를 잘 조정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거슬리지 않으면서 관계된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만들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을 부르는 버튼을 누르면 ‘띵’ 소리가 나지요? 옆에서 잠든 다른 승객들은 그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반면, 그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승무원은 같은 소리도 더 잘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음악을 하면서 알게 된 이러한 주파수의 성질은 훗날 GE에서 냉장고 UI를 개발할 때 고스란히 적용되었습니다. 전공과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었던 세션맨 아르바이트가 업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비 미국인 최초로 GE의 Principal Engineer가 되다
▲ 김호승(영문 이름 Hollis Kim) 부장이 받은 Principal Engineer 인증패
Principal Engineer는 GE 내부에서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인정받은 엔지니어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입니다. 지난 1월, 미국 루이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 결과 저에게 이 타이틀이 주어졌는데요, 미국인이 아닌 엔지니어로서는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제가 루이빌에서 했던 프레젠테이션은 UI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 과정을 간소화하면서도 완성도는 높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미 굳어진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처음 본사에 이 방식을 이메일로 제안했을 때, 반응은 딱 요즘의 바깥 날씨 같더라고요. 썰렁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들에게 제 방식을 직접 보여주는 거죠! 하루하루 작업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냈어요. 매일 더 빨라지고 좋아지는 변화를 보여준 거죠.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나자 드디어 본사에 반응이 왔어요. 미국에서 매니저 한 분이 저를 찾아오시더니 제 작업 모습을 직접 보고 그러시더군요. “다음주에 미국 본사로 와서 임원진을 직접 설득해봐라. 지금 너 때문에 본사에 난리가 났다.”
이사님과 함께 도착한 미국 본사, 그 곳에는 또 넘어야 할 산이 있었습니다. 의심으로 가득 차 저를 바라보는 눈초리였죠. 하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기술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는 한국인의 자질을 맘껏 발취했고, 말뿐이 아닌 결과물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의심을 한방에 날려버렸습니다. 그러자 본사에서는 저를 전적으로 믿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 갓 도착했을 때 놓여있던 큰 산 하나를 넘어선 순간이었지요.
1년 반 동안 성과를 하나 둘 보여주는 사이, 저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되었고, Principal Engineer로 추천 받았습니다. 올해 초 저는 타이틀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검증 받기 위해 또다시 본사에 가서 50분 가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저를 잠시 회의실에서 내보내시더군요. 잠시 뒤 한 분이 나오셔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미국인이 아닌 Principal Engineer는 당신이 처음입니다.” 디자인과 개발을 함께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저만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이지요.
한국인 최초 GE 에디슨 파이오니어 어워드 수상!
우리 속담에 호박은 넝쿨째 굴러들어온다고 하죠? 저에게도 겹경사가 생겼습니다. 지난 5월, 에디슨 파이오니어 어워드를 받은 것이지요. GE 에디슨 파이오니어 어워드는 GE에서 기술과 제품 개발에 이바지한 중간 경력의 엔지니어 및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시상식을 위해 저는 아내와 함께 다시 미국을 찾았습니다. 뉴욕에 도착해 기차역에 내리자 영화에서나 보던 검은 리무진 한 대가 대기하고 있더군요. 검은 정장을 입고 모자를 쓴 기사 분이 저희 두 사람을 태우고 숙소로 데려가 주셨습니다. 그 리무진 안에서, 저의 아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함박 웃음)
▲ 연회장으로 이동하는 리무진 버스에서의 김호승 부장
시상식은 단순히 이름을 부르고 상을 주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GE 가전사업부 (GE Appliances) 케빈 놀란 부사장님이 제이름을 호명하셨습니다. 제가 앞으로 나가자 제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통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저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어요. 소개가 끝난 뒤 여러 사람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저는 제프 이멜트 회장님과 악수를 나누고 상을 받은 다음 사진을 찍었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연회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연회장은 차로 2분 거리였지만, 그래도 리무진이 빠질 수 없죠. 버스 안에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샴페인까지 마련되어 있더라고요. 리무진에서 내린 저와 아내는 레드카펫을 밟고 연회장에 입장했습니다. 영화제에 참석하는 배우가 된 것처럼 양쪽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10년 동안의 고생을 전부 보상 받은 기분이었어요.
▲ GE 리더들과의 기념사진(왼쪽에서부터 케빈 놀란 부사장, 김호승 부장, 제프 이멜트 회장, 마크 리틀 CTO)
저는 이런 결과들이 제가 특별한 사람이어서 가능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호기심이 많고 대부분의 엔지니어들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가진 것뿐이지요. 제가 여러분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적극적으로 소통하라’는 것입니다. 우선 자기 자신과 소통하세요.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알아내세요. 그런 다음, GE와 소통하면 됩니다. 여러분이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하게 알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세요. 그러면 어느 순간 여러분도 세계를 무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을 맘껏 펼쳐 보이는 날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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