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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의 위기] 국경 없는 사회문제 국경 넘어 ‘한몸’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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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의 위기] 국경 없는 사회문제 국경 넘어 ‘한몸’ 대처

‘동아시아’라고 하면 수출시장으로만 이해되는 우리 현실에서 ‘동아시아 연대’라는 말은 아직도 생소한 감이 있다. 하지만 최근 동아시아 연대는 진보 진영의 새로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의 연대 활동이 활발하다.

최근 서남포럼에서 펴낸 ‘2006 동아시아연대운동단체 백서’에는 동아시아 연대 활동을 하는 단체 73개가 소개돼 있다. 여기에는 참여연대,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등 기존 시민운동 단체들도 포함돼 있지만,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한국동남아연구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 연대 등 동아시아를 중점으로 하는 단체들가 많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환경운동은 문제 자체가 지구적인 문제여서 출발부터 국제연대가 자유로웠다”면서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황사와 사막화 문제 등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공동의 대안 모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나라의 시민사회와 국가의 관계, 시민운동의 특성 등이 달라 국제연대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지만 환경운동의 경우 이제 안정적인 대화의 채널을 확보했다. 한·중·일의 환경단체들은 각국의 대표적인 환경단체 주도로 만든 다국적 환경정보 사이트인 ‘인바이로아시아(EnviroAsia)’를 통해 매주 3개국 언어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에어컨 설정 온도 높이기’ ‘원자력발전 반대’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 받고 공동 보조를 취한다.

지난 13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던 ‘2006년 동아시아연대의 현황과 전망’ 포럼의 휴식시간에 귀에 익은 노래가 연주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비디오였다. 놀랍게도 한국어 가사가 아니었다. 태국 민중가요 밴드 부른 태국어 ‘임을 위한 행진곡’이 태국 노동박물관에서 연주되는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 이 장면을 담아온 전제성 전북대 교수는 “태국 노동자 밴드가 부른 이 노래에는 아시아 연대에 대한 희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운동의 수출’이라는 비판이 존재하지만 한국 노동운동의 경험은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에게도 많은 참고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노동운동의 연대는 해외 진출 한국기업들의 부당노동행위를 감시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 사업의 문제(경향신문 12월8일자 1면 보도)를 끈질기게 추적해온 국제민주연대가 대표적이다. 불과 연간 3천만원의 예산에 상근자 두 명, 약간명의 비상근자로 이뤄진 이 단체는 한국 또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활동 중인 미얀마 민주화 운동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현지조사를 수차례 했다. 조사대상에는 필리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도 포함된다. 그 과정에서 공고히 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기준을 정리하는 사업도 벌였다. 민주노총 역시 지난해 10월 태국에 현지법인을 둔 ‘삼성 일렉트로-메카닉스’가 현지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려 하자 수당과 복지가 떨어지는 하청업체로 부당전출시킨 편법 조치 등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최미경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해외 한국기업의 인권 문제를 우리가 감시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서 본사에 접근이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로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는 마웅저씨는 “우리들의 도움으로 ‘버마’(현 독재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명칭을 고집한다)에 들어갔다온 한국인들이 지난 3년간 100명이 넘는다”며 “한국의 시민사회 덕분에 버마가 더 투명하게 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이른바 ‘우리 안의 아시아’에 더욱 관심을 갖는 연대 활동도 활발하다. 40만명을 넘어선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아시아 출신이다. 외국인 이주여성의 인권 보호와 권익 신장을 위한 일을 하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대표적이다. 국제결혼 여성들이 겪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상담하고, 이들의 모성보호와 무료진료 등을 한다. 한국염 대표는 “21개 국가에서 온 외국인 여성노동자 15만명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운명적으로 아시아의 21개 국가 여성들과 연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연대 활동은 반전평화, 인권일반, 노동, 여성과 소수자, 환경, 문화와 학술, 국제개발협력, 재외동포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목표를 지향한다. 하지만 진보 운동의 역량이란 한 나라 내에 갇히지 않고 국경을 넘어서 약한 자들의 연대를 이룰 때 비로소 힘을 얻고 보편적인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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