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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안 파동 제대로 알기

정치, 정책/복지정책, 문화 기획

by 소나무맨 2013. 10. 2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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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안 파동 제대로 알기

-김태일(고려대)

지난달에 공무원연금 얘기를 못 끝내서 이번 달에 계속하겠다고 했다. 사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매우 중요하며 시급성도 있다. 하지만 이 얘기는 다음 달로 미루고 이번에는 좀 더 시급한 주제, 얼마 전에 나왔던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기초연금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무성하고 논쟁도 심하다. 자신의 입장이나 가치관에 따라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기초연금안의 내용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제대로 이해했으면 한다. 이런 취지에서 기초연금안의 내용 중에서 주요 쟁점에 대해 해설을 달아보려고 한다. 이하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필자가 속한 좋은예산센터의 뉴스레터로 이미 소개되었지만, 다시 한 번 설명하기로 한다.


○ 국민연금 가입자는 손해일까? 가입기간 연계는 형평성을 저해할까? 탈퇴가 늘어날까?

애초의 기초연금 공약은 누구에게나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공약과 비교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액이 낮아지는 수정안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 입장에서는 확실히 손해다. 

하지만 누가 지원을 더 많이 받는가라는 면에서 따져 보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비례하여 기초연금액을 깎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현행 국민연금은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 이자나 운영수익을 포함해도 그렇다. 받는 게 더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 지원을 받는 셈이다. 대다수는 낸 것보다 1.5배 이상은 받게 된다. 매달 60만원을 받는 사람이라면 20만 원 이상 재정 지원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은 연금 수급권자에게만 해당된다. 보험료를 내지 않아서 연금 수급권이 없으면 애초부터 이런 혜택에서 배제된다. 또한 연금 수급액은 가입기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가입기간이 길수록 혜택도 커진다. 

그런데 연금수급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가입기간이 긴 사람과 짧은 사람 중에서 누가 더 형편이 나을까? 개별적으로야 예외가 있겠지만 대체로 수급권자가 비수급권자에 비하여, 가입기간이 긴 사람이 짧은 사람에 비하여 좀 더 형편이 나은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사람의 노후 대비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측면이 있다(물론 지원이 정부 세금에서 충당하는 대신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되지만 결국에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민연금 수급권이 없거나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불공평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국민연금 가입과 보험료 납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문제점 중 하나는 연금의 사각지대, 즉 연금수급권이 없거나 (가입기간이 짧은 탓에) 급여액이 너무 적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입률을 높이고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은 국민연금의 중요한 과제이다. 안 그래도 보험료 납부를 꺼리는 자영업자가 많은데 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액을 깎는다면 더욱이 납부를 기피할 것이다.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주부들의 연금 가입 추세도 주춤해질 수 있다. 노후 대비의 근간은 국민연금이고 기초연금은 보조 수단이다. 보조가 근간을 흔드는 것은 곤란하다. 수정안대로 확정된다면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참고로 대부분의 경우는 기초연금액이 줄어들더라도 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내는 것보다 많이 받게 되어 있는 국민연금 구조는 고쳐져야 한다. 이 문제는 미래세대에게 지나친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즉 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기초연금액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하는 바람에 당분간 국민연금 구조 개선은 논의 자체도 어렵게 되었다. 


○ 급여액 인상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한 것의 의미는? 

이번 기초연금안에 대해 처음에는 사람들이 잘 몰랐다가 최근 들어 논점으로 삼는 것이 있다. 기준연금액을 물가상승률에 맞춰서 인상한다는 점이다. 현행의 기초노령연금 제도와 공약에서는 물가가 아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에 맞춰서 올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왜 물가로 바뀌었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재정 절감이다.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 소득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다. 따라서 물가를 기준으로 연금액을 인상하면 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보다 인상폭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재정 절감을 위해서는 소득보다 물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낫다. 

또 하나는 국민연금과의 연계 때문이다. 전술했듯이 이번 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나면 기초연금액이 줄어들게 설계되어 있다. 개인별 국민연금 지급액은 물가상승률에 맞춰서 인상된다. 그런데 기초연금액이 소득상승률에 맞춰서 인상되면 국민연금 급여 인상률보다 기초연금 인상률이 더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사람이 ‘국민연금+기초연금’을 기준으로 할 때 11년 이하로 가입한 사람보다 손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는 11년만 가입하고 더 이상 가입하지 않으려고 할 유인이 생기며 가입기간을 조정할 수 없는 월급쟁이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급여액 인상을 물가상승률에 맞춘 것 자체를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왜 소득이 아니라 물가인지, 그리고 이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솔직하게 밝혔어야 했다. 


○ ‘기초연금안 파동’의 시사점은?

공약을 수정한 기초연금안을 제출한 까닭을 아무리 좋게 이해해 준다고 해도 한 가지 만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향후 대선 공약을 얼마나 어느 정도로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히 하는 것이다. 대선 공약이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과 여건이 바뀌면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과 상황과 여건이 변해서 수정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이번의 수정에 대해 경기침체로 재원 조달이 여의치 못해서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 때문일까? 아니다. 대선 기간에는 누구라도 장래 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싶을 테니 (비록 객관적으로 따지면 올해 경기가 좋을 이유가 별로 없었다고 해도) 올해의 경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비록 올해 경기가 좋았다고 해도 현행 재정 구조 하에서는 애초의 대선 공약들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는 새로운 얘기가 전혀 아니다. 증세 없이는 대선 공약 준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증세 없다’와 ‘공약 준수’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데는 이제는 대부분 동의할 것 같다. 그렇다면 향후 기초연금을 비롯하여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고교무상교육, 반값 등록금 등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공약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서 우리나라 재정운영의 방향에 대해서도 분명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다. 부담을 높이고 복지를 확대할 것인가 아니면 부담을 억제하는 대신 복지 확대를 포기할 것인가는 향후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른 어느 때보다 지금의 선택이 이의 향방을 정하는 데 중요할 것 같다. 

기초연금을 비롯한 다수의 복지공약들은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실행 또는 수정할 것인지를 정할 때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만들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면에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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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보건복지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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