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경제관계의 구조적 특성과 남북경협에의 시사점 이종운 (극동대학교 교수) 1. 문제 제기
남북 경제공동체 추진을 위해서는 상당기간 상호간 경제협력을 규율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비하고, 이를 통해 남북한 간의 교역 및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경제력 격차와 체제상의 이질감 등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남북경협 활성화를 통한 경제공동체 형성에는 북한의 변화와 함께 대북 경제지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 관련국의 지원과 국제 협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우리의 희망과는 달리 퇴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군사적 갈등의 심화로 남북관계는 매우 위축되어 있다. 특히 2010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사건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남북 경제교류는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중단되고 있으며 남북한의 경협체계는 거의 와해된 상태이다. 더욱이 남북 간의 안보적 긴장과 북핵문제의 미해결은 대북 정책을 둘러싼 국내외의 갈등을 증가시킴으로서 남북 경제교류협력 재개와 관련한 논의는 약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의 악화된 남북한 관계는 역설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필요성과 경제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분단의 당사자인 남한에게는 북한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혼란을 언제든지 야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상존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군사적 충돌뿐만 아니라, 북한의 식량위기와 경제난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정세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남북경협의 진전과 북한 경제의 연착륙, 체제개혁은 남한으로서 피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남북관계가 지난 몇 년 동안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협력은 전례 없이 확대되고 있다. 2006년 이후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은 국제사회와의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북한은 해외자본의 투자와 국제사회의 경제지원 획득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무역은 대외관계 저해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중국세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북한의 대중국 교역은 59억 3천만 달러를 기록하였으며, 대중 무역은 전체 교역의 거의 90%에 달한다. 2000년대 후반기에 북한 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여 중국은 북한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하였으며, 투자확대는 교역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계획의 차원에서 논의되던 북한 접경지역에서의 협력사업들이 최근 구체화됨으로써 북·중 간의 경제관계는 더욱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밀착은 북한의 대외경제관계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며, 북한의 대외관계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더욱 확대되고 있는 중국과의 경협은 북한 정치경제와 남북한 관계에 함의하는 바가 크다. 우선적으로 대중 경제관계 확대는 정치적 후원과 함께 북한경제가 낮은 수준이나마 현재와 같이 작동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의 대중국 거래가 핵문제, 경제제재에 따른 여타 국가들과의 교역, 투자 감소를 상쇄할 정도로 증가하면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조치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UN의 대북 제재안 동참에 대한 중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북한의 핵개발에는 분명히 반대하지만, 강력한 경제제재 집행에 따른 북한의 경제적 혼란이나 체제붕괴는 원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과의 정치적 특수성에 기초하여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과 경제제재조치의 이행과 관련해 서방국가들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대북 경제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대중 경제협력 확대와 중국의 비협조로 인한 대북 제재조치의 효과가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2010년 5.24조치에 따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과의 교류협력과 지원사업을 중단한 남한으로서는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중국과의 경제관계 확대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과도해 지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대외무역과 투자유치에서 중국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은 북한의 대중 경제관계가 비정상적인 종속형태로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북한경제의 대중국 의존이 심화되는 부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체제유지가 우선적인 목표인 북한 정권으로서는 중국의 지원에 의한 의존적 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지하자원, 기간산업의 개발권이 중국기업에 과도하게 넘어갈 경우 향후 북한이 경제주권을 실현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고 무분별한 개발이 진행될 수도 있다. 경제공동체 추진의 당사자인 남한의 입장에서도 북한의 대외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 심화는 중장기적으로 남북경협 사업의 추진과 북한산업의 구조조정 지원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대북 경협이 확대되었다면 북한경제 회복과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와 관련한 중국의 긍정적 역할이 부각되었을 것이다. 북한경제의 대중국 예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북한의 대외관계가 악화되고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북·중 경협이 확대되고 중국의 역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남북 경제관계는 전환이 필요하다. 남한으로서는 중국으로 인해 대북 경제제재조치의 유효성이 한계를 보이는 현실에서 남북경협의 단절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 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를 포함하여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임으로서 대외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여 과도한 대중 경제의존을 완화해야 한다. 남북 간의 경제협력 재개는 현재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북·중간 경협을 북한의 경제회복, 개혁·개방 지원과 동북아 경제협력을 위한 촉진제로 전환되게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북·중 경제교류의 현황과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양적,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북·중 교역과 중국의 대북 투자를 살펴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대북 경제제재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검토하면서 남북경협 단절 지속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또한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도 심화와 북한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 파악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향후 추진해야 할 몇 가지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북·중 무역관계의 현황과 특징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의존도 심화는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한 무역규모에서 우선적으로 파악된다. 북·중 간의 교역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에 4억 8천만 달러였던 양국간 교역규모는 2012년에 59억 3천만 달러로 10배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북·중 교역은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2010년 북·중 무역액은 34억 6,568만 달러를 기록하였으며, 2011년에는 56억 2,919만 달러로 전년 대비 62.4% 증가하였다. 북한의 2012년 대중 전체 무역액은 59억 3,054만 달러를 기록하여 전년에 비해 5.4% 증가하였다. 북한의 대중 수입은 34억 4,584만 달러로 2011년에 비해 8.8% 증가하였으며, 대중 수출은 24억 8,47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0.8% 증가하였다. 원자재의 국제가격 하락에 따라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광물자원 가격이 하락하여 2012년 북한의 대중 수출은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으나, 2011년 107%에 달하는 큰 폭의 증가 실적에 이어서 지난해 북한은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의 전반적인 대외경제관계 악화에 더불어 중국과의 무역량이 2000년대 후반 들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북한 교역의 대중 지역편중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남북 교역을 제외한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에 48.5%로 절반을 하회하였으나, 2005년에 53%를 기록하고 2007년 67%, 2009년 79%, 2011년 89%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2012년 북한의 대외무역액이 68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어 중국의 비중은 약 88%를 기록하였으며, 남한과의 교역(19억 7천만 달러)을 포함할 경우 70%에 달하였다. 대북제재와 납치문제로 인해 2000년대 초반까지 제3위의 교역국이었던 일본과의 경제교류가 단절되고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 남한기업과의 경협사업이 위축됨에 따라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은 더욱 고착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세관 통계를 통해 파악되고 있는 60억 달러에 근접하는 북·중 간의 교역 규모는 2013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대중 교역량이 금년 상반기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언론들은 3차 핵실험에 대응한 UN차원의 대북제재 강화조치와 중국의 경제제재 동참이 효과를 내는 증거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표 1]에서 보듯이 2013년 8월까지의 북·중 무역액은 40억 9,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40억 2,100만 달러 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대중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다소 감소하였으나, 수출은 18억 5,1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과 비교하여 7.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 나타났던 북·중 교역의 미약한 감소와 대북제재 조치와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금년 하반기에도 북한의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경우 북·중 교역은 소폭이나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대중 교역에서 최근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은 수입 증가 위주로 규모가 확대되던 양국간 교역관계가 2010년대 들어 광물자원 분야의 생산 증대와 섬유부문의 임가공 사업 증가로 대중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2000년대 교역액 증가에 따라 대중 무역 적자도 함께 커지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던 북한은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10억 달러 수준의 무역 적자를 다소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2010년 광물자원 대외 수출은 6억 7천 8백만 달러를 기록하였으며, 2011년에는 전년대비 138%가 증가한 16억 5,665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광물성 생산품의 중국으로의 수출은 전체 광물자원 수출의 약 97%를 차지하여 북한 광업의 생산과 해외수출에서 중국의 절대적 역할을 알 수 있다. 특히 석탄(무연탄)의 중국으로의 급격한 수출증대가 주목을 끌고 있다. 2000년대 전반기까지 북한의 대외수출 총액에서 5% 미만의 비중을 차지하던 무연탄은 2000년대 말부터 중국으로 빠르게 판매가 증가하면서 북한의 최대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주요 수출품목의 변화 추이를 보여주는 [그림 2]에서 2010년 이후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무연탄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에 전년대비 190%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무연탄의 대중국 수출은 11억 4천 9백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2012년에도 전년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되었지만, 북한의 대중 무연탄 수출은 11억 9천 8백만 달러 규모로 증가하였다. 북한 광업부문의 생산량 증가와 함께 중국의 지하자원 수요 증대가 북한산 광산물의 대중 수출확대에 기여하였다. 북한당국은 2000년대 들어 4대 선행부문(금속, 전력, 석탄, 철도)의 한 축으로 광물자원 생산 정상화를 강조하였다. 비록 북한의 광산물 생산은 최고치를 기록하였던 1980년대 후반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였지만, 북한당국의 정책적 강조에 따라 주요 광산과 탄광의 설비 개보수,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2000년대 하반기의 광물자원의 국제가격 상승과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은 중국의 대북한 광물자원 수입을 크게 증가시키고 중국기업들이 북한 부존자원 개발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하였다. 북한의 무연탄의 수출 증가는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화력발전소에서 이용되는 석탄의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당국의 입장에서 대중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이 제한되어 있어서 외화획득을 위해 무연탄과 같은 지하자원의 반출이 급격히 일어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 | | |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광물자원, 의류제품, 어패류 등과 같은 한정된 품목에 편중된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중국 주요 수출 품목을 살펴보면 제조업과 기타 산업의 가동률과 생산량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후반이후 광물성 생산품이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 섬유제품은 2000년대 들어 북한의 대중 수출 비중에서 꾸준히 1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기업 또는 중국 중계인의 위탁을 받은 임가공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의류봉제 제품의 대중 위탁가공으로 인해 제조업 생산품의 비중이 증가하긴 하였지만, 저임 노동력을 이용한 위탁가공 생산은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 광산물과 어패류, 견과류와 같은 1차산품과 의류제품, 전자기기 부품 정도가 중국시장에서 판매되는 현실에서 북한산 제품의 낮은 국제경쟁력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수입은 수출에 비해서 다양한 품목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는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구매하는 품목은 한정되어 있지만, 북한은 주민생활에 필요한 각종 물품, 산업 설비와 원부자재 등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상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수출과 비교할 때 주요 수입품목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은 원유 도입을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광산물품목의 비중이 항상 제일 크다. 최근 들어 나타나는 특기할 변화는 의류 임가공을 위한 원부자재로 사용되는 섬유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후반기부터 크게 증가하여 2012년의 경우 전체 수입액의 15%를 차지하였다. 기계류는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에서 수입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 일본과 유럽에서 주로 수입하던 품목인 운송용 차량, 전기·전자제품, 기계류의 상당 부분은 중국시장으로 대체된 것으로 파악된다. 저가 공산품에서 첨단기술장비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생산기반이 발전함에 따라 북한의 높은 대중 수입의존도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 | |
북한의 2012년 대중 수입 품목을 살펴보면 광물성연료 및 에너지가 7억 8,998만 달러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은 기계류로 2억 9,270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광물성연료 및 에너지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북한이 원유(HS 2709) 수입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 3]에서 보듯이 2010년대 들어 대중 수입 품목의 1위에서 6위는 각각 광물성연료 및 에너지, 기계류, 전자·전기 제품, 일반차량, 플라스틱 제품, 인조 필라멘트 섬유로 순위의 변동이 없었다. 2012년에는 의류 제조를 위한 인조 필라멘트 섬유와 인조 스테이플 섬유가 각각 6위와 8위를 차지하였다. 북한에서 산업설비와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생산기반이 마련되지 못함에 따라 일부 공장과 기업소의 개보수와 가동을 위한 장비와 기계부품, 화학제품 등은 중국으로부터 대부분 수입됨을 알 수 있다. 곡물은 2010년과 2011년에는 북한의 대중 수입에서 각각 8위와 7위를 기록하였으나, 2012년에는 10대 품목에는 포함되지 않아 농산물의 대중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 중국의 대북 투자 현황과 특징 상품교역 위주의 북·중 경제관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기업들의 대북 투자가 활발해짐에 따라 질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 2000년대 후반 남한기업의 대북 투자가 중단된 이후에는 북한의 외국인 투자는 중국에 대한 의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 중국의 투자는 접경지역인 랴오닝성과 지린성 연변지역의 소규모 기업과 상인들이 북한에서 식당, 상점, 양식장 등을 운영하는 수준이었다. 영세한 민간 사업가들의 상업분야 진출이 주를 이루던 중국의 대북 투자는 2000년대 중반 규모가 큰 기업들이 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중국은 북한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중국 상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까지 중국정부가 승인한 대북 투자와 관련된 중국기업은 140여개로 대부분 랴오닝성, 지린성, 베이징, 산둥성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 투자기업 중에서 항저우와하하그룹, 하남일타그룹, 길림방직진출구공사, 길림연초유한공사, 연변천지공업무역공사, 산동초금광업그룹, 난진슝모전자그룹유한공사 등은 기업 규모와 대북 투자액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구체적인 투자 내용과 생산 현황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단동과 심양, 연변 등의 랴오닝성과 지린성에 소재한 소규모 중국 기업과 사업가들은 북한에 장비와 연료, 자금 등을 제공하면서 의류 등의 임가공사업과 광산개발에 직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사업가들은 여러 지역의 투자가들의 자금을 모집하여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광산 개발, 제조업, 유통업 등에서 투자를 실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북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분야는 광물자원 개발이다. 중국기업들은 짧은 기간에 매장량이 풍부하고 개발 잠재력이 높은 철광, 금광, 석탄광, 동광을 증심으로 북한 광물자원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였다. 북한자원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기업은 2000년대 중반과 후반기에 20개 광산에서 31개 사업을 진행하였다. 중국이 채굴계약을 체결하거나 투자를 실행하고 있는 북한의 광산으로는 함경북도 무산철광, 함경남도 상농금강, 양강도 혜산청년동광, 평안북도 덕현철광, 평안남도 2.8직동청년탄광, 황해북도 은파아연광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지린성에 소재한 연변천지공업의 무산광산 투자와 저장성에 위치한 완샹그룹의 혜산광산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인 중국기업의 투자사례이다. 북한 최대의 철광산인 무산광산은 노천광산으로 투자에 따른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중국 지린성과 접경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채굴된 철광석의 중국으로의 운송이 용이하여 중국기업의 투자 관심이 높다. 연변천지공업은 국유기업인 통화강철그룹과 중강그룹의 자금 지원을 받아 북한에 생산설비와 운영자금을 제공하고 무산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을 보상무역방식으로 중국으로 반입하여 통화강철그룹에 판매하고 있다. 철광석의 판매가격 조정과정에서 북한당국과 갈등을 겪고 있지만, 천지공업의 무산광산에서의 채굴과 중국으로의 반입은 지속되고 있다. 2007년부터 북한의 최대 동광산인 양강도 혜산청년광산에 투자를 준비한 완샹그룹은 북한 채굴공업성과 합작으로 혜중광업합영회사를 설립하고 광산 개발과 함께 제련공장을 건설하였다. 2011년 9월에 완공된 제련공장은 년간 6천톤 수준의 동을 생산하여 중국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북한과 광물자원 합작사업에 참여한 중국기업들은 채굴 장비, 연료, 운송장비 등의 생산설비와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생활용품을 북한측에 제공하고 있다. 북한 광산은 생산설비가 노후화되고 장비, 전력이 부족하여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채굴을 위해서는 생산설비·인프라 개보수와 중국으로의 운송 환경을 사전에 개선할 필요가 있다. 중국기업은 생산설비·인프라에 대한 투자의 대가로 확보한 광산물을 중국으로 반입하여 판매하고 있다. 일부 국내언론을 통해 북한당국이 광물자원의 단순 채굴과 해외유출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로 광산물에 대한 외국인 개발과 수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제1비서의 2012년 4월 국토관리사업과 관련한 담화에서 관리체계 정립과 관련한 지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추정이다. 그러나 광물자원의 수출과 중국기업의 투자를 규제하려는 북한당국의 시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광업부문의 생산력 복구와 수출 증대를 통한 외화확보를 위해 중국기업의 투자 유치에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2012년 12월 후난웨이진투자그룹(湖南緯金投資集團)은 북한의 금광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북한의 도로, 호텔 건설 등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금광 개발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린성 훈춘시 정부는 북한 자강도의 금광에 대해서 양국이 공동으로 채굴, 가공, 수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중국 측에서는 훈춘융이수출입무역유한공사(琿春永益進出口貿易有限公司)가 사업을 추진하여 북한의 평양모란봉무역총회사와 합작으로 금광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북 투자가 광물자원에 집중되어 있지만, 제조업 및 유통업, 수산업 등에 대한 투자도 이루어지고 있다. 2005년 10월 준공된 대안친선유리공장은 형식적으로는 중국의 요화유리집단공사(耀华玻璃集团公司)가 투자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정부가 건설비용 2,400만 달러를 무상원조하여 건설되었다. 2005년 10월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에 즈음하여 대안친선유리공장의 준공식을 가졌으며, 하루 최고 약 200톤의 유리를 생산할 수 있는 최신 유리공장이다. 비록 투자 금액에서는 중국 정부와 국유기업이 주도하는 자원개발과 산업인프라 구축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민간기업들의 북한 제조업과 유통업 진출은 산업생산과 주민들의 소비생활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배종렬(2008)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기업이 북한에 투자하여 성과를 거둔 분야는 △컴퓨터(아침판다컴퓨터합영회사), △건물 지붕재 등의 건설자재(조선영초건재품합영회사), △가구(영광가구합영회사), △전기(평양전기기구합영회사, 평양아명조명합영회사), △자전거(평진자전거합영회사), △가축 사료(조선은풍합영회사) 등이 있다. 중국기업들이 북한에서 생산하는 소비재와 전기기기, 건자재 등의 경공업 제품은 북한에서 공급 부족으로 중국 등 해외에서 수입하던 품목이었다. 몇 가지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조선영초건재품합영회사의 중국측 투자회사인 길림방직진출구는 2004년 북한에 지붕 슬레이트 공장을 건설하였다. 북한이 자금과 기술이 부족하여 공장을 설립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중국기업이 투자하여 생산한 슬레이트 제품은 주택 건축에 사용되고 있다. 북·중 간 최초의 자전거 합작회사인 평진자전거합영회사는 2005년 중국 천진디지탈무역책임유한공사가 투자하여 설립되었다. 길림연초공업유한공사(吉林烟草工业有限责任公司)는 대동강연초유한공사와 평양백산연초유한책임공사(2008년 설립, 중국 지분 51%, 1,514만 달러 투자)를 합작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나선시에서 조선나선신흥연초회사(2011년 설립)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북한에서 담배를 생산하고 있다. 길림연초공업유한공사가 북한과 합작으로 설립한 세 담배회사들은 북한시장의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북·중 경제관계에서 특기할 사항은 중국정부가 자국의 낙후지역인 동북3성의 개발과정에서 북한 접경지역과의 연계개발을 추진하고 산업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2010년 12월에 북한의 나선지역과 신의주 인근의 황금평지대를 경제특구로 공동 개발하고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2011년 6월 8일과 9일에는 경제특구 개발을 위한 착공식을 공식적으로 진행하였다.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황금평 지역의 개발은 현재까지 관련 법률과 개발방식에 대한 북·중간의 협의가 진행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중국 단동과 남신의주를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측 교각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교량 공사와 함께 남신의주로 연결되는 배후도로 건설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북한 동북부 접경지역과의 인프라 연계개발에서 투자를 실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나선지역과의 운송인프라 구축과 나진항 개발 사업이다. 북한당국은 중국정부와 ‘개발합작 연합지도위원회’를 세 차례 개최하였고, 조선대외경제투자협력위원회와 관련 정부기관 주최로 베이징, 장춘, 샤먼 등에서 투자설명회를 2012년에 수차례 개최하였다. 북한과 중국은 2012년 8월 14일 베이징에서 ‘개발협력 연합지도위원회’ 3차 회의를 개최하면서 양국 간의 발전기획요강을 확정하고 지린성과 나선시 정부가 ‘중조 라선경제 무역구와 황금평 위화도 경제구 관리위원회' 설립을 발표하였다. 또한 관리위원회 설립 운영과 관련한 협의, 경제기술협력에 관한 협의, 농업협력에 대한 관한 협의, 통신 송전 공단건설 등에 관한 협의를 진전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유훈사업의 성격을 가진 나선특구 개발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의 특구개발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중국기업 유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며, 전반적인 물적 인프라의 구축과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중국측의 입장을 상당부문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2012년 3월 17일에 2011년 12월 3일 개정된 ‘라선경제무역지대법’을 공포하였다. 개정된 특구법에서는 나선특구의 개발중점, 중점건설 업종을 명확히 규정한 동시에 지대개발 방식의 다양화, 기업경영활동 여건의 개선 등 다소 파격적인 개정내용들을 포함하였다. 중국기업의 투자 편의를 도모하는 북한 나름의 노력으로 나온 것이 나선특구에서의 중국 위안화 결제통화 사용과 중국 단독투자은행의 개설 허가라고 할 수 있다. 중국기업의 구체적인 투자 내용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중국 국유 기업과 민간 사업체들이 나진경제특구에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기업의 투자 사례로는 아태집단의 시멘트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정이 2012년 8월 나선시 당국과 체결되었고, 나선지역으로 중국에서 전기가 공급되면 공장을 착공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 북대황집단에서 농업과학기술시범구 건설의 일환으로 나선시의 2개 협동농장에 2천만 위안을 투자하여 벼와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접경지역 연계개발과 관련하여 나진항 개발과 북·중 간의 운송로 개보수사업은 진척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09년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에 맞추어 나진항 부두의 사용권을 확보한 이후 현재 1호, 2호 부두를 보수하여 이용하고 있으며, 4호~6호 부두의 건설권과 50년 사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과의 운송로 구축을 위한 사업으로 중국측 구간인 훈춘~권하의 37km의 고속도로 보수공사는 2010년에 완공되었으며, 나진항으로 연결되는 53km 구간의 북한측 도로는 지린성이 2011년 5월 2.3억 위안을 자금 지원하여 2012년 10월에 개통하였다. 또한 훈춘에서 북한 나진항으로 가는 관문인 권하 통상구와 원정리를 잇는 새 교량, 일명 신두만강대교를 조만간 착공하기로 하고 지린성과 중국교량집단이 투자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정부는 창지투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2020년까지 중국 국경과 북한 나진, 청진, 무산 등과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훈춘~권하~나선 고속도로 건설, △연변 화룡~남평~무산 철도 건설, △연변 화룡~남평~청진 고속도로 등이 있다. 중국 접경을 연결하는 새 도로의 개설과 교량의 건설은 중국의 물류통로가 나진항과 청진항을 거쳐 동해로 열리는 것을 의미하며 중국의 나선지역과 북한 동북부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 대북 경제제재조치 실효성의 한계와 남북경협 단절의 지속 문제 북한은 현재 UN차원의 다자간 제재조치와 남한, 미국, 일본의 양자간 경제제재의 대상이다. UN안보리 대북제재결의는 2006년부터 2013년 3월까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여 다섯 차례 이루어졌다. 그동안의 UN대북제재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무기 및 사치품 금수·수출통제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2013년 3월 7일에 채택된 UN안보리 결의안 2094호를 통해 과거보다 강력한 금융제재를 비롯해 선박과 항공기의 검문․검색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UN 차원의 다자간 제재가 북한의 미사일, 핵개발과 관련된 의심 물자수송과 금융거래활동 차단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남한과 관련국들의 양자간 제재조치들은 무역 및 투자를 제한하기 위한 인적·물적 교류 중단 등의 광범위한 경제제재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민 피랍문제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문제로 2000년대 중반부터 독자적인 대북 경제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제재는 크게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동결, 대북 송금의 금지, 무역 및 투자의 불허, 북한 선박의 입항금지를 포함하고 있다. 북핵문제가 도출되면서 침체되던 남북경협은 2010년 3월의 천안함 사태와 이에 대응한 우리정부의 5.24대북제재조치에 따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무역과 투자는 중단되고 있다. 남한의 대북 경제제재는 인도적 지원의 급격한 축소와 함께 제재의 직접적 대상이 된 일반교역과 위탁가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0년대 거래 유형이 다변화되고 상업적 거래가 확대되던 남북교역이 단절되면서, 2009년 기준으로 북한과 거래하던 1,288개의 남한 경협업체들은 대부분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 또한 2007년 4억 6,141만 달러, 2009년 2억 5,614만 달러를 기록하였던 일반교역은 5.24조치이후 실적이 감소하다 2011년 증순 이후에는 거래가 전무하다. 이러한 현상은 남북한 상업적 거래에서 비중이 2000년대 중반이후 증가하던 위탁가공 (2009년 4억 971만 달러, 전체 남북교역의 24%)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북경협에서 발생하던 외화소득이 인도적 지원과 상업적 경협사업의 중단으로 차단되면서 북한이 입게되는 손실을 대북 경제제재조치의 직접적인 효과로 산정하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방식에 따르면 북한은 통상적인 남북경협을 통해 획득하던 년간 최대 8-9억 달러 상당의 교역실적 (2007년 일반교역 4억 6,141만, 2009년 4억 971만 달러)과 외화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확대는 북한의 대외교역이 증가세를 유지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북한의 2010년 이후 대중국 거래가 남한과의 교역 중단에 따른 실적감소를 상쇄하는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아래의 [그림 4]에서 보듯이 남북경협이 활발하였던 시기에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남한의 위상은 2010년부터 크게 감소하였다. 2002년의 경우 북·중 교역의 규모는 7억 3천만 달러 수준이었고, 남북교역은 6억 4천만 달러를 기록하여 남북 교역은 북·중 무역의 87%에 달하였다. 그러나 2012년에는 북한과 중국의 교역이 59억 3천만 달러를 기록한 반면에, 개성공단의 임가공 생산을 위주로 한 남북한 교역액이 19억 7천만 달러에 머물러 북·중 무역량의 1/3 수준에 불과하였다. | | | |
북·중 간의 경제관계 확대는 5.24조치에서 의도한 대외교역과 투자 감소에 따른 외화수입 축소라는 경제제재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더욱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북한의 사과와 핵개발 저지를 위해 추진된 양자간 대북제재조치는 중국 변수(비협조)에 의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의 북한문제에 대응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핵개발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채택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이후 UN 대북제재안 결의 채택과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북제재 결의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사물의 옳고 그름을 근거로 입장과 정책을 결정한다. 북·중 사이 정상적 교류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대북 경제제재로 인해 북한과의 정치적 관계와 경제교류가 제한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최근의 북·중 경제관계의 확대에는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따른 중국정부의 정치적 후원과 함께 △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자원 확보와 동북3성 지역개발정책 추진, △중국 기업 및 상인들의 수익 창출을 위한 대북사업 확대, △ 경제제재에 대응한 북한의 적극적인 대중국 협력 추진 등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공개적인 비난을 하면서도, 북한과의 정상적인 경제교류를 강조하면서 나선특구와 신의주지역의 황금평지대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천젠(陳健) 부부장은 2013년 4월 2일에 개최된 '제9회 중국-동북아박람회'에서 북한 핵문제로 인해서 북·중간의 경제관계가 손상 받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며, “나선 경제특구는 북·중간의 협력으로 인민의 생계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서 북한에 경제적 발전이라는 혜택을 줄 것”이라며 “이는 정상적인 프로젝트이고 발전할 것”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가 강화되어 투자환경이 극히 나빠지는 상황에서도 나선특구를 포함하여 중국의 대북 투자가 증가하는 것에서 대북 영향력 확보를 위한 중국 정부의 전략적 개입과 민간사업자들의 북한과의 거래를 통한 경제적 이익 추구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북한산 석탄, 철강 등의 광물자원의 대중 수출은 중국기업의 수요증가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라 동북3성과 산등성, 장강삼각주 지역에 위치한 철강회사와 화력발전소 등에서 필요한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의 부족분을 해외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매장량이 풍부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워 개발의 경제적 가치가 높은 북한 탄광과 광산에 대한 투자와 수입을 확대한 것이다. 중국의 민간기업은 중앙정부나 국가기관이 통제하는 원유, 전략물자의 지원성 교역을 제외하면 일반무역, 변경무역, 중계무역, 가공무역 등의 방식을 통해서 북한과의 교역에 참여하고 다양한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북·중 교역에서 지원성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대부분의 중국업체과 사업가들은 이윤추구를 위해 북한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랴오닝성 단동에 경우는 2천개 이상의 사업체들이 북한과의 교역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 접경지역의 중국업체들에게는 북한은 중요한 비즈니스 대상이다. 랴오닝성에 위치한 대표적인 대북한 거래 기업인 홍상실업(鴻祥實業), 삼강무역(三江貿易), 천부집단(天富集團), 삼의집단(三義集團) 등은 북한과 거래를 통해 영세한 변경무역회사에서 출발하여 2000년대 후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이와 같이 시장경제에 바탕을 두고 이윤추구를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사업가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외국의 요구에 따라 대북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중 간의 경제교류가 남북경협을 대체하며 5.24조치의 효과를 제약한 하나의 사례로 의류 임가공사업을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북한은 과거 임가공 생산의 최대 상대자였던 남한기업의 역할을 중국기업으로 대체함으로서 북한의 위탁가공 사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증가하였다. 경제성장에 따른 인건비와 부대비용이 상승함으로서 중국기업 또한 북한에서의 위탁제조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최근에는 전통적인 임가공 업종인 의류뿐만 아니라 가발, 장신구, 기계조립, 전자제품의 부품 조립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그림 5]에서 보듯이 중국의 대북 섬유제품 수출은 2000년대 후반 들어 크게 증가하였다. 중국산 합섬직물, 인조섬유 및 부직포와 같은 의류 원부자재의 대북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북한의 위탁가공 생산이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하는 추이를 방증하고 있다. 광물성 생산품 다음으로 북한의 주요 수출품으로 부상한 의류 제품은 [그림 6]와 같이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남성 및 여성용 코트, 바지, 자켓 등을 포함한 의류제품(HS 62류, 편물 제외)은 2010년 1억 6,057만 달러 상당을 중국에 수출하였으나, 2012년에는 3억 7,299만 달러로 증가하였다. 이와 같이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원부자재 수입과 의류 완제품 및 부속품의 대중 수출에서 중국업체의 대북 임가공 제조가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말부터 과거 남한기업과 거래되던 의류제품의 임가공 수출을 북한이 중국시장으로 대체하고 남한기업과 북한기업체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던 일부 중국 무역회사와 사업가들이 북한과의 위탁가공 사업을 최근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조치가 실효성을 갖고 북한에 경제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원유나 비료, 식량 둥의 전략물자의 공급 축소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 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중 수입품목과 규모를 분석해보면 북한의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추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북 전략물자 지원은 변화가 없었으며, 경제제재조치의 유효성이 매우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연간 100만 톤 정도가 필요한 전체 화학비료 수요량 중 일부는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대외관계 악화에 따라 남한과 국제사회의 대북 비료지원이 중단됨으로서 북한의 대중국 비료 수입은 2000년대 후반 들어 증가하고 있다. 중국세관 통계의 대북 비료 수출금액을 단가를 대입하여 분석하면 북한은 중국에서 2010년 294,465톤, 2011년 355,147톤의 비료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대중국 원유 수입액은 [그림 7]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0년 이래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으며, 수입량은 매년 50만 톤 정도로 비슷한 규모를 나타내었다. 중국세관 통계를 분석하면 북한이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수입한 원유는 2010년 525,443톤, 2011년 523,597톤, 2012년 525,360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2013년 2월에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이 세관통계에 전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제제조치 동참과의 연관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2월에는 중국의 긴 춘절 연휴 등으로 인해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유 수출 등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하며, 이는 대북한 제재와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표 7]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2월에 대북 원유 수출실적이 없었다. 중국은 금년 3월 이후에 예년과 유사한 규모의 원유를 북한에 수출함에 따라 원유 공급과 관련한 중국정부의 조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5. 북한의 대중 의존도 심화와 경제회복 지연의 문제 중국과의 경제관계 확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회피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핵개발 문제로 북한의 대외관계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중국의 정치적 후원과 경제교류 확대는 북한이 ‘버티기(muddling through)'전략을 전개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당국이 체제유지를 위한 정치적 계산에 따라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정책을 지속할 경우 북한경제는 되돌리기 힘든 수준의 대중 종속구조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대외교역에서 중국에 대한 절대적 의존은 이미 고착화되었다. 주민들의 일상 소비생활 영역에까지 중국자본의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으며, 북한의 산업 현장에서 이용되는 설비와 원부자재의 대중 의존도는 매우 높다. 중국 위안화는 북한 내에서의 유통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조명철 외(2005)의 연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이 중국시장에서 수입하는 설비와 장비로 발전소와 같은 산업인프라를 가동하고 기업소와 공장의 개보수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산업설비와 원부자재는 향후 다른 시장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대중국 지역편중 문제와 함께 저가 1차산품을 수출하고 전략물자와 공산품을 수입하는 저개발 국가의 교역 형태가 북한경제의 대중국 의존과정에서 심화되고 있다. 교역액이 크게 증가하고 중국의 투자가 확대되고는 있지만, 북한경제의 생산기반 확충이나 경제난 극복을 위한 토대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림 8]과 같이 1990년대 말부터 북한의 대중 수출품목을 살펴보면,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일부 품목에 한정되어 있으며 지난 10여 년 동안 큰 비중을 차지하던 수출 품목이 목재, 어패류 등의 농수산물에서 광산물과 섬유제품으로 옮겨갔음을 알 수 있다. 2003년에 8.3%에 지나지 않던 광산물 비중은 2007년에 무려 59%로 증가하였다. 그에 비해 2000년대 초반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이었던 어패류 등의 동물성 생산품은 북한의 최근 수출에서 5% 이하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2012년에는 광물성 생산품의 비중이 64%로 더욱 증가하였으며 섬유제품의 비중도 다소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지체되고 있는 북한의 경제회복과 산업구조의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북·중 경제관계의 형태와 구조는 북한경제의 지속적 성장가능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업체들은 지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중국에서조차 경쟁력을 상실해가는 저가의 노동집약적 의복제품, 전기부품 및 광산물, 농수산물 등 1차산품의 대북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남기는 구조이므로 북한이 교역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산업회생을 위한 대규모 자본유입과 선진기술 도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중국기업의 대북 투자는 대부분 기술협력 또는 설비투자를 통한 기술이전 효과가 미약한 자원개발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의 가장 큰 외화 공급원으로 평가되고 있는 광산물의 대중국 수출 의존은 북한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에서의 원자재 가격 급락과 같은 외부 충격에 북한경제가 취약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2000년대 하반기의 광물자원의 국제가격 상승과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은 중국의 대북한 광물자원 수입을 크게 증가시키고 중국기업들이 북한 부존자원 개발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하였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중국경제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여파로 중국 발전소 및 기간산업의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업체들은 내수시장의 가격하락으로 북한산 무연탄의 가격을 1톤당 95달러 수준에서 85달러로 낮게 판매할 것을 북한 무역회사에게 요구하고 있으며, 북한회사는 대체시장을 마련하기 어려워 낮은 가격으로 중국에 수출하거나 판매를 유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례는 북한의 최근 무역구조와 북한당국의 외화 획득, 경제운영 방식에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지하자원의 대중국 수출에 의존하면서 필요 물품을 수입하는 교역구조와 증가하는 무역적자, 불균형이 심화되는 산업구조를 방치할 경우 북한은 제3세계 저개발 국가들이 경험하고 있는 만성적인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최근 북한경제는 미약하나마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침체된 북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1~3%대의 성장률은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 무역의 다각화와 외국인 투자 확대를 통해 경제적으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제를 해소하여야 한다.
6. 남북경협에 대한 제언 본고는 북·중 교역, 투자에 대한 실태를 조사함으로서 양국간 경제관계의 구조적 특성과 문제점에 대해 검토하였다. 또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확대되고 있는 북·중 경제협력이 북한 정치경제와 남북관계에 어떠한 함의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현재의 남북한 관계는 남북한 모두가 바라는 방향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태도변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는 상대방의 우선적 조치를 기다리며 대화단절이 장기화되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을 바라보는 남북한의 입장도 모두 편하지 않다. 대북 경제제재조치의 실효성을 제약하는 중국의 비협조는 경제적 제재를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려는 남한과 관련국의 대북정책 집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중국의 정책변경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취한 다양한 다자간·양자간 제재조치들이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성과를 거두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의존하는 경제정책은 북한의 현상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만, 만성적인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경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는 없다. 북한당국은 과도한 대중 경제의존이 향후 중국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 정권유지에 위협이 되거나 북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와 재가동의 과정을 거치면서 남북경협 20년의 바닥을 경험한 남북한은 경제협력사업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북문제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이며 장기적으로 북한의 체제개혁을 유도하고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을 정책적 지향점을 가진 남한으로서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남북한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북한 또한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비정상적 의존구조인 북·중 경협을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균형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남북 경협사업은 경제난 완화라는 북한의 필요에 의해서 추진되는 측면도 있으므로 2010년부터 중단되고 있는 일반교역과 북한 내에서 위탁가공을 재개하여 남북관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금년 여름의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남북 당국간 협상과 같이 남북경협의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을 논의하면서, 남북한이 일반교역과 투자사업 재개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한은 북한의 태도변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경직된 자세를 지양하고 인내심을 발휘하여 북한의 전향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 대북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당국 또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를 포함하여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대북 경제협력은 북한경제의 회복과 대외개방 확대 및 시장화를 촉진하는 긍정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북한 내에서의 남한기업의 경협사업이 단절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지원은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더욱이 중국 동북3성의 배후지역으로 개발되는 나진항 등의 운송인프라 연계와 접경지역의 산업기반시설 구축은 북한의 경제종속 측면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신의주, 나선지역의 산업기반시설 구축에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맡아 준다면, 남한은 공동투자 형식으로 인프라 시설 확충에 참여함으로써 남북한 산업협력을 위해 부담해야 할 대규모 자본소요에 대한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북·중 접경지역 개발 움직임은 남한의 활용여부에 따라 경색되어 있는 남북경협을 촉진하고 동북아지역의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협상을 진행할 때 우리정부는 북한에 대한 지원책의 일환으로 나선특구와 북·중 접경지역 개발에 대한 투자계획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특구의 입지적 측면에서 보면 개성공단은 남북 간의 제조업 협력을 위주로 하지만, 나선경제특구는 제조업과 함께 물류운송, 천연자원, 관광자원 개발을 병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선과 신의주 지역의 지리적 고립성은 북한이 과거 단독으로 경제특구 개발을 추진할 때는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중국, 러시아, 주변국과 연계하여 물류·운송 중심의 개발을 추진할 때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남한기업의 북·중 접경지역 진출은 남북한 경협 확대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극동지역으로의 진출을 위한 주요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북아 철도 연결과 에너지 협력과 같은 다자간 국제협력사업을 촉진하는 효과를 유발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자치분권 Issu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