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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의 재해석 ⑥ 벤치마킹-용인 희원호암미술관 개관 15주년 기념 개원 / 창덕궁·경복궁·덕수궁 등 장점 본떠

숲에 관하여/숲, 평화, 생명, 종교

by 소나무맨 2013. 10. 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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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의 재해석 ⑥ 벤치마킹-용인 희원호암미술관 개관 15주년 기념 개원 / 창덕궁·경복궁·덕수궁 등 장점 본떠 / 6만6000㎡ 규모, 돌 하나도 생명력 / 담장 낮게 배치 산 풍경 한눈에 감상

정진우  |  epicur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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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20  17: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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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 희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호암미술관을 배경으로 자리한 주정 앞 법연지를 둘러보고 있다.
 

가슴 벅찬 문학작품을 만날 때면 일부러 속도를 늦추곤 한다. 시나 소설의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뒷장 넘기기가 망설여지는 때를 말한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희원(熙園)이 그런 곳이다. 희원의 속살을 들춰보는 게 너무 흐뭇한 나머지 발걸음을 쉽사리 떼지 못할 수도 있다.

△색다른 완상공간

희원은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딴 호암미술관을 품에 두른 정원이다. 지난 1997년 문화유산의 해와 호암미술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개원했다. 전국의 유명한 전통정원에 비하면 역사가 짧다.

하지만 이곳은 '미래지향적인 한국정원의 출발점'이라거나 '전통정원의 백과사전'이라는 평가가 인색하지 않을 만큼 오롯하고 한갓지다. 고즈넉한 정경과 시적인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완상공간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규모의 사설미술관이 자랑하는 국보급 문화재를 만나는 재미와는 차원이 다른 감흥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다름아닌 희원이다.

희원에 대해 찬사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전통의 완벽한 재해석'이 배어있다.

전체적인 구조는 창덕궁 비원에서 차용했고, 입구의 보화문은 덕수궁 유현문을 본떴다. 진입로쪽의 매림(梅林)은 담양 소쇄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꽃담의 길상무늬는 경복궁 자경전의 굴뚝을, 후원은 창덕궁 낙선재의 화계가 모태다.

그러면서도 희원은 단순히 한국 전통정원을 베끼지 않고 전통의 미덕과 모티브를 재해석했다. 실제로 희원의 중심인 주정(主亭)에 서서 감호(鑑湖)쪽을 바라보면 담이 보이지 않는 대신 호수와 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담을 일부러 낮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전통정원이 '정원과 자연의 경계를 구분한다'는 미덕을 중시했다면, 희원은 자연으로 확장하는데 천착한 셈이다.

△희원은 거대한 작품

미술관에 가는 길에는 초록터널이 이어지고, 감탄사가 지겨울 즈음에 미술관 표지판이 보인다. 그리고 유럽식 정원인 부르델정원, 보화문, 매림, 소원(小園)과 관음정, 주정 등을 차례로 만난다.

  

매림에는 전국에서 수집한 벅수 60쌍이 똬리를 틀고 있다. 벅수는 질병과 귀신을 쫓고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맡는 신상(神像)이다. 매림은 원래는 대나무숲이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집안의 서쪽에 대숲을 만드는 전통에 따라 죽림(竹林)을 조성했지만, 날씨가 추워 대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자 매화로 수종을 바꿨다고 한다.

소원에서는 경복궁의 애련정을 본뜬 관음정이 보이고, 연못 속에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들이 수북하다. 주정에는 법연지(法蓮池)로 불리는 네모난 연못이 있다. 마침 흐드러지게 된 연꽃이 희원의 품격을 더욱 높여준다. 법련지의 양켠은 신응수 대목장이 지었다는 호암정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버티고 있다. 희원을 한가롭게 거니는 공작새와 은방울꽃·하늘매발톱 등 한국 야생화 170종은 색다른 오브제다.

희원은 6만6000㎡(약 2만평)에 달한다. 그 공간에 돌하나까지 인문학적 생명을 불어넣으며 거대한 작품을 구체화했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희원도 하루가 다르게 가을로 옮아가고 있다. 이번 가을, 홍엽으로 치장한 희원을 만나는 재미를 만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 김민수 전주시 기획예산과장 "덕진공원 자연 회복 생태 휴식 공간으로"

  

"전주시민이라면 누구나 덕진공원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덕진공원의 모습을 보면서 무상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적지않습니다. 과거 물맞이 때면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도시속 평범한 공원으로 과거의 추억만을 회상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는 게 현재의 모습입니다"

전주시 김민수 기획예산과장은 "덕진공원을 가장 한국적인 정원으로, 나아가 한옥마을에 비견하는 생태휴식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 덕진공원 전통정원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과장은 "덕진공원 전통정원화 사업의 기본방향은 세 가지"라면서 "전통이라는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보다는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전통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우리 시대의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번째 기본방향은 '3무(無)'입니다. 개발논리 속에서 철근·아스팔트·콘크리트로 뒤덮였던 덕진공원을 점차 물·흙·자연이 살아 숨쉬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자는 원칙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끊어졌던 물길과 보행로를 다시 잇고, 덕진공원 100만평을 다시 하나의 생태공간으로 회복시키자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참여와 상생'이라는 김민수 과장은 "덕진공원은 시민들과 수많은 시간을 함께해온 생활공원인 만큼 전통정원으로의 복원 역시 시민들의 참여속에서 시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깃든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면서 "더불어 지역민들이 전통정원의 조성과 함께 상생할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전통의 창조적 재생이 마지막"이라면서 "전통의 모습으로 복원할 부분은 복원하되 무조건 기존 구조물을 도려내고 새로이 구조물들을 앉히는 방식 보다는 기존 구조물을 보완하거나 우리 문화 우리 방식을 덧입힘으로써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다양한 대안들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덕진공원을 앞으로 어떻게 조성해 나아가야 할지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현재 각 분야의 지역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용역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100만평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공간에 어떠한 이야기들이 들어갈지에 대해서 전주시는 집단지성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입니다"

그는 "전주시는 덕진공원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사람들의 지식·아이디어·스토리들을 모아 덕진공원 전통정원 조성의 초석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면서 "100만가지 이야기들이 만들어낼 100만평의 기적을 전주 시민과 전북도민 나아가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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