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번스타인 부부 "창의적 교육의 핵심 열쇠는 예술"
`생각의 탄생` 저자 루트번스타인 부부 |
기사입력 2010.05.25 16:4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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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번스타인 부부가 25일 코엑스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 공동 저자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예술이 창조적 생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고 확신했다.
25일 서울 코엑스에 열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인터뷰에서 "21세기는 새로운 창의적 상상력을 요구한다"며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부부는 "지구 온난화와 기아, 빈곤, 질병 같은 복합적이고 고치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통적인 훈련으로는 부족하다"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새롭게 조합할 수 있는 사상가와 행동가가 필요하고, 상상력과 창의성을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수준 높은 과학, 창조, 비즈니스를 추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예술교육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과학자는 새로운 예술을, 예술가는 새로운 과학을 발견한다`는 흥미로운 명제를 제시했다.
2005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510명과 일반 과학자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노벨상 수상자들은 일반 과학자들보다 사진작가가 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고 음악가가 될 가능성은 4배, 미술가가 될 가능성은 17배 이상, 기능공이 될 가능성은 15배 이상 높았다고 이들 부부는 설명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또한 일반 과학자들보다 소설가나 시인이 될 가능성이 25배 이상, 배우ㆍ무용가ㆍ마술사 같은 공연가가 될 가능성도 22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이들 부부는 "예술은 특히 창의적 상상력, 사고 도구, 창의적 과정을 완벽하게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3가지 생각의 도구를 사용하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소개했다.
13가지 생각 도구는 △관찰 △형상화 △추상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 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다.
한국 예술교육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평가는 피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한국 교육환경은 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해 다르지 않다"며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예술교육이 줄어들고, 인성 개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예술교육에 대해선 "예전에는 예술이 문화를 이어가는 도구였지만 이제는 기술이 문화를 이어가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며 "예술교육을 통해 과학이나 사회적인 문제를 예술적인 표현으로 풀어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 음악 작곡 등 예술적인 취미 활동이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기 분야에 성공한 학자 등은 다양한 예술 취미를 갖고 있었다"며 "스스로 창조적인 취미 활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창의력에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학교 수업에서 배우는 것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에 문제"라며 "학교 예술교육은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어떤 영감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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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탐구]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ㆍ창조적 사고를 위한 13가지 ‘생각의 도구’ 사용법
과학자 정재승, 광고인 박웅현, 의사 박경철, 심리학자 김정운. 2007년 5월 출간된 과학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역사학자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을 추천한 이들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내가 써야 할 책이 먼저 나왔구나!”라고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결정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이 회장이 <생각의 탄생>을 탐독했고, 이에 따라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도 이 책을 읽거나 A4 용지 7~8장으로 정리한 요약본을 훑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007년 7월 여름휴가 중 최고경영자가 읽을 만한 추천도서 목록에 <생각의 탄생>을 넣었다.
사실 <생각의 탄생>은 대중이 쉽게 손에 들 만한 책은 아니다. 455쪽 분량의 두툼한 하드커버인데다가, 책값도 2만5000원으로 싸지 않다. 저자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이전에는 학술 서적 위주로 저술을 해와 한국에선 무명 필자이며, <생각의 탄생> 이후에도 국내에 나온 책이 없다. <생각의 탄생>이 <Sparks of Genius>란 원제로 미국에 처음 나온 것은 1999년이니, 한국 출판계에서도 오랜 기간 주목하는 이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책은 명사와 언론의 추천에 힘입어 15만부 이상 판매돼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각 서점과 언론에서 2007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책이 인기를 끌면서 에코의서재는 <주니어 생각의 탄생>을 따로 내기도 했다.
<생각의 탄생>은 ‘창조적으로 생각하기’에 관한 책이다. 학문이 분과별로 정교하게 발달함에 따라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간극이 넓어졌지만, <생각의 탄생>은 학문의 경계를 넘어선 ‘종합적 이해’를 추구한다. 수학자가 수식, 작가가 단어, 음악가가 음표를 쓰기 이전에 나타난 ‘창조적 사고’의 근원과 이를 발달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상상력을 학습하기 위한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유추 등 13가지 생각 도구의 사용법을 알려준다. 버지니아 울프, 파블로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버트 아인슈타인 등 분야를 넘어선 창의적 인간들을 예로 든다. 이 시대 교육의 목표는 전문가가 아니라 전인(全人)을 기르는 것이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2010년 5월 서울에서 열린 제2회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창의적인 예술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생각의 탄생>의 인기는 ‘한국적’인 현상이다. 조영희 에코의서재 대표는 “처음 한국에 <생각의 탄생>을 낼 때는 3000~5000부 정도 소화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한국의 판매 부수가 미국의 10여년간 누적 판매 부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생각의 탄생>의 인기는 이건희 회장이 ‘창조경영’을 화두로 제시하는 등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던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이전에도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는 책이 없진 않았으나, 대체로 개인적인 체험을 소개하거나 처세술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조선영 예스24 도서3팀장은 “<생각의 탄생>은 창의적이 되기 위한 13가지 방법을 제시해 기존의 두루뭉실하던 논의를 구체적으로 전개했다”며 “‘인문서’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평소의 인문 독자보다는 실용적 목적으로 접근한 독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이 임직원 교육을 위해 시인에게 강연을 부탁하고 <논어>를 읽을 것을 강조하는 등 ‘인문학적 경영’을 말하는 오늘날 흐름의 앞자리에 <생각의 탄생>이 있었던 셈이다.
<생각의 탄생>이 출간된 2007년 무렵엔 <시크릿>, <이기는 습관>,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등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함께 올랐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이 책들은 개인이 큰 성공을 포기하는 대신 자기만의 가능한 행복을 현실 속에서 추구하는 실천적 방법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2010년 내한해 예술이 입시 도구로 전락한 한국 교육의 현실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을 잘 하려면 노는 것도 잘해야 한다. 두 가지가 공존할 때 창의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전파한 <생각의 탄생>이 창의적인 한국 사회를 만드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 변정수 출판평론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밀리언셀러가 됐지만, 한국 사회에서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며 “<생각의 탄생>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또다른 독서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이는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함께 읽을 만한 책은 ‘대담’ ‘두 문화’ ‘다산 경영법’ 등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 창의성 계발과 관련해 함께 읽을 만한 책이 많다. 영문학자인 도정일 경희대 교수와 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대담>(휴머니스트)은 이 분야의 선구적인 저작으로 꼽힌다.
도정일·최재천 교수는 ‘생명공학 시대의 인간의 운명’이란 주제로 4년에 걸쳐 10차례의 대담, 4차례의 인터뷰를 가진 뒤 그 결과를 책으로 묶었다. 생명공학의 발달과 함께 변하고 있는 인간의 개념에 대해 인문학적 전통과 과학적 미래가 충돌하고 대화한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신화와 과학의 다른 해석,
DNA와 영혼의 관계,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과학성 여부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진다. <대담>은 이후 학문적 유행이 된 ‘통섭’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C P 스노우의 <두 문화>(사이언스북스)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을 강조하는 고전이다. 영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그는 1959년 케임브리지대학 강좌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소통 단절이 세계의 산적한 문제를 푸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고, 이 내용은 곧 책으로 나왔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 이후 영국 교육이 인문학을 강조하는 대신 과학을 경시해왔으며, 이것이 인문학과 과학을 모두 중시하는 미국, 독일에 비해 영국이 뒤처지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정민 한양대 교수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은 조선 최고의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정약용이 주인공이다. 다산은 경전에 밝은 경학자, 기중기를 설계한 기계공학자, 의서를 쓴 의학자, 형법을 연구한 법학자였다. 오늘날 분류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든 셈이다. 정민 교수는 다산의 업적을 위대하다고 칭송하는 대신, 그러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방법론을 살핀다. 청나라를 통해 각종 지식이 쏟아져 들어오던 18세기, 필요한 정보를 취합하고 재배열해 새로운 질서를 가진 지식으로 통합해냈던 다산을 ‘지식경영’ 개념으로 읽어낸다. 정민 교수는 다산의 18세기와 오늘날의 21세기가 ‘정보화 사회’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본 뒤, 다산의 지식경영법이 오늘날에도 통한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출판인 찰스 밴 도렌의 <지식의 역사>(갈라파고스)는 인간이 경험하고 만든 ‘지식’의 기나긴 역사를 탐구한다. ‘지식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고대에서 현대까지 지식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일별한다. 기록된 역사의 출발점인 기원전 3000년에서 시작해 기원전 6세기 그리스에서 일어난 ‘지식의 폭발’, 실용적 지식을 중시했던 로마인, 르네상스의 지식 부흥,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알린 1914년의 1차 세계대전 등을 돌아본다. 아울러 미래 지식의 전망까지 살펴보면서 과거, 현재, 미래의 지식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님을 자연스럽게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