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교육’ 현장을 가다]‘누구나 원하는만큼 배운다’
핀란드 학부모들은 교육비로 인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한국과는 딴판이다. 초·중·고교는 전액 무료다. 급식비도 내지 않는다. 학용품과 통학 비용까지 대주는 학교도 적지 않다. 대학도 등록금을 일절 받지 않는다. 외국인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
대학도 등록금을 일절 받지 않는다. 외국인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 올해 헬싱키대에 진학한 김혜영씨(경영학)는 “학교에 낸 돈은 학생회비 78유로(10만1000원)가 전부”라고 밝혔다. 게다가 산학 협동이 잘 돼 있어 기업이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하는 이공계 학생들은 매달 200만~300만원의 생활비를 받으면서 학교를 다닌다.
공짜라고 해서 교육 내용이 부실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3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헬싱키대는 산업디자인과 정보통신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 강의와 캠퍼스 생활에서 영어 사용이 일상화돼 학생들은 학업을 마치면 높은 수준의 영어 구사능력까지 갖추게 된다.
핀란드의 대학교는 모두 국립이다. 그러나 학교 운영과 학생 선발은 철저하게 대학 자율로 이뤄진다. 교육부의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규제와 간섭은 핀란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핀란드는 성인교육에도 열심이다. 핀란드의 직업교육 이수자는 연 평균 50만명 정도다. 노인과 학생을 제외한 성인 5명 중 1명꼴로 매년 교육을 받는 셈이다. 현재 공장에 다니고 있는 근로자가 레스토랑 경영 과정에 등록해 음식 조리와 식당 경영기법을 배우거나, 자영업자가 정보통신 분야 취업을 목표로 컴퓨터 활용능력을 키워주는 교육과정을 밟는 식이다. 이런 직업교육을 받는 비용 또한 전액 무료다. 국가가 모두 부담한다. 교육을 받으러 오라고 교통비까지 주는 직업교육센터도 수두룩하다.
박흥식 주 핀란드 대사는 “핀란드는 교육기관에 최신형 기자재를 우선 배치하고 있다”며 “핀란드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성인에 대한 직업교육”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비해 뒤떨어진 장비로 교육을 시키면 현장이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을 키워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기업 노조들도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투쟁보다는 교육을 통해 노동자들 스스로의 몸값을 올리자는 것이다. 핀란드 최대 기업인 노키아에 다니는 중국인 컨설턴트인 리안천 추는 “노키아 노조만 해도 10개가 넘는 스터디센터를 운용 중”이라며 “노동법 강의에서부터 실직 때 재취업을 할 수 있는 전문기술 강의까지 폭넓은 교육 과정이 마련돼 있다”고 소개했다.
평소 다양한 직업교육으로 무장한 근로자들은 실직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덜 수 있다. 기업들은 회사가 어려울 때는 직원수를 줄이기가 쉬워 경영에 도움을 받는다. 반면 회사가 직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첨단 장비로 교육을 받았던 인력들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 회사 성장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인구가 500만명을 조금 넘는 작은 나라지만 노키아(휴대전화), 코네(엘리베이터), F-시큐어(컴퓨터 보안) 등 각 부문에서 세계 10위 이내에 드는 정상급 기업들을 잇따라 배출하고 있는 배경이다.
핀란드는 국민 모두가 교육비 걱정 없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배울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또 성인교육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를 통해 평생 교육이 이뤄지는 나라로 자리잡았다. 교육 강국 핀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 평가에서 2003~2005년 3년 연속 1위, 지난해와 올해는 6위를 차지했다.
〈헬싱키|김용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