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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평가와 모색-문 정 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 정책/통일, 평화, 세계화

by 소나무맨 2013. 9.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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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평가와 모색

문 정 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webmaster@self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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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06  09: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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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평가와 모색

문 정 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 서 론

박근혜 정부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조성'을 외교정책의 기본목표로 설정하고 그 실현 메커니즘으로서 '신뢰외교'에 바탕을 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신뢰외교 구상은 취임 초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3월 초부터 거의 두 달에 거쳐 지속되어온 북의 도발적 행보,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 조치 등은 남북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키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대두케 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상황 전개에 대해 한편으로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 억제를 확고히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 양면 전략을 구사해 왔다.

남북 관계에 대한 돌파구는 5월 7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은 6월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두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지지를 이끌어 낸 바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을 통한 대북 설득과 압박이 크게 주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6일 남북관계의 극적 반전이 연출되었다. 북측이 남의 당국회담 제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고, 6월 12일에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는데 합의했던 것이다. 이러한 반전의 배후에는 중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 이를 계기로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장관급 회담 개최 하루 전에 양측이 회담 수석대표의 ‘격’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회담은 취소되고 말았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7차례의 남북대화가 진행되어 양측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고, 북측이 남측의 이산가족 실무접촉에 응하는 등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가동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금강산 재개 문제도 북측과 협의 할 용의가 있다고 표명함으로서 남북관계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 낙관하기는 어려우나 남북한 경색 국면의 해소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 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박근혜 정부의 ‘신뢰외교’와 그 실현 메커니즘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개괄적 분석과 평가를 담고 있다. 그리고 바람직한 정책 전개에 대한 몇 가지 제언도 제시하고 있다. 국정 운영이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할 때 평가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밝히는 바이다.


2. 박근혜 정부의 신뢰외교 핵심기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핵심개념은 신뢰(trust)다. 지난 대선기간 박근혜 후보는 외교정책 공약으로 ‘국민적 신뢰, 남북간의 신뢰, 국제적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기 위한 ‘3대 기조와 7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3대 정책 기조로 ①지속 가능한 평화, ②신뢰받는 외교, ③행복한 통일 등을 제시했다. ‘지속 가능한 평화’는 북한이 도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 우리의 대북정책도 유화 혹은 강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법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대북정책이 추진될 때 달성된다고 밝히고 있다. ‘신뢰받는 외교’는 지구촌 문제 해결에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할 때 이뤄지며,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도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행복한 통일’은 먼 훗날의 일로 미뤄서는 안 되며, 다가서는 통일이 되어야 하며, 국민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7대 정책과제로는 ①주권과 안보 수호, ②북핵 문제 해결, ③남북관계 정상화, ④작은 통일에서 시작, 큰 통일 지향, ⑤동아시아 평화와 유라시아 협력 촉진, ⑥경제외교 upgrade 및 신성장 동력 발굴, ⑦국민외교시대 개막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과제 중 외교정책의 핵심은 ‘북핵 문제 해결’, ‘남북관계 정상화’, 동아시아 평화협력’을 들 수 있다.

[표 1]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당시 박 후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간의 실질적인 협의를 추진하면서 6자 회담의 재개, 한·미·중 3자 전략대화 가동, UN 및 EU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정치·경제·외교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또한 MB 정부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주요 원칙으로 정치·군사적 신뢰구축과 사회·경제적 교류협력의 상호보완적 발전, 기존 합의에 담긴 평화와 상호존중의 정신 실천, 다양한 대화채널 상시 개설 및 정상회담 개최, 정치적 상황과 연계하지 않는 인도적 지원 지속 등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신뢰와 비핵화 진전에 따라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 추진, 남북 간 호혜적 경제협력 및 사회문화 교류 업그레이드, 서울과 평양에 ‘남북교류협력사무소’설치 등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의 평화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동북아의 역사적 갈등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면서, 한편으로는 미국 및 중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북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로 통하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제시한 주요 외교정책 공약들은 대통령취임 한 달여 만에 실시된 외교부와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보다 구체화되었다. 우선, 지난 3월 27일에 실시된 업무보고에서 외교부는 '국민행복, 한반도행복, 지구촌 행복구현'을 외교 비전으로 삼아 한반도-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발전,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신뢰받는 대한민국, 국민행복 증진과 매력한국 실현을 핵심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핵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①북핵 문제의 진전을 위한 동력 강화, ②한미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의 조화·발전 및 한일관계 안정화, ③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협력 확대, ④세계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중견국 실현, ⑤재외국민 안전·권익 보호와 공공외교·일자리 외교 확대, ⑥경제협력 역량 강화, ⑦공적원조(ODA) 지속 확대 및 모범적·통합적 개발 협력 추진 등 총 7개의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신뢰외교'를 전개해 나가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외교부의 업무보고를 통해 본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은 한미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를 어떻게 조화롭게 발전시키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어떻게 구체화 시키느냐가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미관계는 동맹체결 60주년을 계기로 안보와 경제를 포괄하는 동시에 한반도, 지역, 세계적 도전에 공동으로 대체할 수 있는 21세기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심화·발전시키며, 한중간에도 정치·안보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민감한 현안문제까지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할 계획이다.

한미동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동맹을 기존의 안보·군사 동맹에 경제동맹을 포괄하는데 합의했을 뿐만 아니라 개도국에 대한 개발지원에서도 협력하는 나눔과 배려(sharing and caring)의 동맹으로까지 확장하는 공동의 가치와 신뢰에 기반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심화·발전시켰다. 특히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부정적인 인식을 고려해 MB 정부 시절 한미동맹의 핵심 개념인 ‘가치동맹’ 대신 ‘나눔과 배려의 동맹’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중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나갔다고 강조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외교력을 구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조화로운 발전과 더불어 외교정책의 핵심과제로 제시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동북아 역내 국가들 간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군비경쟁과 역사·영토적 갈등 심화 등 지속되는 갈등 구조를 다자간 상호협력의 틀로 전환함으로써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강조해왔던 이 구상은 지난 5월 8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서 아래와 같이 구체화되었다.

미래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질서는 역내 국가간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협력은 뒤처져 있는 소위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을 우리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한 비전으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이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안전, 테러대응 등 연성 이슈부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다른 분야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동북아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상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이 지역의 평화와 공동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여기에는 북한도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공동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부터 함께 노력해 나가면, 나중에 더 큰 문제와 갈등들도 호혜적 입장에서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는 중국과 심지어 북한 등 모든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과 집단안보체제의 개념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동맹개념과 상치될 소지가 있다. 박 대통령이 미국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구상이 확고한 한미동맹에 기반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제시된 바 없다.

통일부도 3월 27일에 통일부의 정책 과제와 방향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통일부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와 국제 협력을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실질적 통일준비를 확실히 추진해 나감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정립했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전략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와 작은 통일에서 시작해 큰 통일을 지향하는 ‘실질적 통일준비’를 설정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 당국간 대화 추진 및 합의이행 제도화, 호혜적 교류협력의 질서 있는 추진, 개성공단의 국제화, 그리고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기여 등을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목표는 명확하다. 북한이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만드는 것이며, 남북한 사이에 점진적인 신뢰구축과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의 행위와 구조의 변화를 유도하고 예측 가능한 신뢰구축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운용원칙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도발과 보상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도발에는 항상 보상이 따랐기 때문에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 나쁜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좋은 행위에 대해서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진보정권의 햇볕정책이나 MB 정부의 강압정책 모두 북한을 변화시키는데 실패했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전 정부 정책들의 장점들을 적용한 유연하고 원칙에 입각한 포용정책이라는 것이다.

셋째, 파기된 약속은 상호 신뢰를 손상시키는 만큼 약속의 이행은 반드시 신뢰구축에 기반해야 한다. 약속이 준수될 때만이 상호 교류와 협력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고, 신뢰구축을 용이하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신뢰 구축의 제도화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넷째, 신뢰구축은 상호 이익 위에 구축되어야 한다. 상호 이익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쉬운 것부터 먼저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한다는 선이후난(先易後難)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바 이는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사안별로 일관된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즉 안보는 교류협력과 균형을 맞춰야 하고, 남북대화는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

여섯째, 신뢰과정은 평화과정에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전자를 통하지 않고 후자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신뢰 외교' 구상은 남북관계 개선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열린 자세로 장기적 목표에 역점을 둔다. 때문에 대북 정책은 인내심을 가지고 신중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3.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남북관계

1)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형성 배경: MB정부의 실패와 김정일 면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의 배경은 무엇인가? 아마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MB정부의 정책 실패와 남북관계 악화일 것이다. 사실 MB 정부 5년간 남북관계는 바닥을 쳤다. 천안함 피격, 연평도 피폭, 그리고 미사일 시험발사와 지하 핵실험 등으로 남북간 군사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북한은 연일 한국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켜 왔다. 2009년 로동신문 사설에서 북한은 MB정부를 '반북 적대대결에 사로잡힌 광신적인 정권'으로 비하했고, MB 정부의 상생공영정책도 남북간의 대결을 조장하는 정책으로 폄하했다. 이런 배경 하에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본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의 또 다른 배경은 김정일과의 면담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당시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유럽·코리아 재단이사 자격으로 2002년 5월 11일-14일간 북한을 방문해 5월 13일에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측으로 귀환한 직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대화하기 편한 상대"라 밝히면서 "북이 섭섭해도 일단 약속을 지켜, 만나서 무엇이 섭섭하고 잘못된 것인지를 따지더라도 신뢰회복에 도움이 된다, 국제사회가 남북대화를 지켜보는데 약속을 지켜야 국제사회도 ‘남북이 신뢰를 쌓는 중이구나’라고 판단하면 둘 다 이득이 된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당시부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키워드인 ‘신뢰’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2)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인식 변화

초기 박 대통령의 대북 인식은 유연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상황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다. 2002년 김정일 면담 이후 북한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인 인식을 보이면서 대북 포용정책을 옹호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을 계기로 다시 강경으로 전환하는 양상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1차 핵실험 이후 "남북경협과 대북지원의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고, 남북관계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정부 대북정책의 전면적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2007년 2월 13일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연설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북한의 핵 도발을 1950년 한국전쟁에 이은 '제2의 안보위기'로 규정하고, 교류협력보다는 안보리제재나 PSI 동참을 호소했으며, 한반도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한나라당 제17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지속되었다. 2007년 4월 자신의 '3단계 통일론'(①북핵 완전 제거 및 군사적 대립구조 해소를 통한 평화정착, ②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통한 경제통일 ③정치․영토적 큰 통일로서의 정치통일)을 제시하면서 "북한은 선군정치를 폐기하고 선민정치로 나와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면 보상하고 합의를 깨면 불이익을 주는 강력한 '변화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북한이 변화하지 않고는 '신뢰'도 교류와 협력도 있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던 것이다.

이러한 대북 강경 입장은 제18대 대선 1차 TV 토론에서 다시금 유화적인 입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12월 4일 TV토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새누리당과 박 후보처럼 전제 조건을 달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제조건을 다는 동안 북핵 문제는 악화됐다”는 비판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대화에 전제조건이 없고, 필요하면 정상회담도 할 수 있고, 인도적 지원도 정치상황과 별도로 하겠다”는 일종의 전술적 포용 자세를 보인 바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박근혜 후보가 MB 정부와는 달리 북핵 문제와 교류와 협력을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대목이다. 당시 박 후보는 여전히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할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입장을 반영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선거 공약은 박 후보의 대선을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북한은 2012년 12월 12일 UN 안보리 제재 결의안(제1695호, 제1718호, 제1874호)을 위반하면서까지 장거리 로켓 발사(은하 3호)를 전격적으로 감행했다. 이어 북한은 UN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 제2087호(2013.1.22)를 채택한 지 불과 20일 만인 2013년 2월 12일에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 접근 방식도 급격히 강경 모드로 전환되었다. 남북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면서도 북한에 기존 합의와 국제 규범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고, 인수위 기간에는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 심지어는 북한 당국과의 비공식 접촉마저도 금지시킨 바 있다.

3) 대통령 취임과 남북관계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 연설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한민족 모두가 보다 풍요롭고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취임 전후로 지속된 한·미와 북한과의 정치·군사적 대립 상황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통일시대 기반 조성’이라는 대통령의 취임 일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미 대 북한’의 ‘강 대 강’ 대결은 5월까지 지속되었다. 한미 간의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 연습 개시 때부터 북한은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정전협정 무효화와 남북 기본합의서 폐기 등과 같은 적대적 선언으로 이어졌고, 이에 한국과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한미 군 당국은 방어적 성격의 연합훈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과는 달리 상당한 규모의 전략 무기체계들을 동원했다. B-52 폭격기가 전개되어 한반도 상공에서의 폭격훈련을 실시했고, 키 리졸브 연습도 실제 전개훈련이 아닌 지휘소 연습(CPX)이었음에도 핵 잠수함, B-52 및 B-2 폭격기, 그리고 이지스함과 F-22까지 동원되어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북한도 이에 맞서 전략적인 수준에서 대응했다. 북한군 1호 전투태세 명령이 하달되었고, 김정은은 전략로케트군의 화력타격계획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비준했다. 김정은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인민들에게 자신의 카리스마적 결단력을 과시하고 군부에 대한 통제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과거와 다른 도발적 행보를 보였다. 반면 북한의 이러한 도발적 행위들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었다.

일련의 위기 상황은 개성공단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MB 정부 시절에도, 특히 천안함, 연평도 사태 등과 같이 군사적 충돌 상황에서도 유지되었던 개성공단이 지난 4월 8일 북측 김양건 대남담당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 담화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가동이 중단되었다. 남한은 북한의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면서 공단 재개를 위한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으나, 북한이 ‘반공화국 적대행위에 대한 선(先) 사과'를 요구하면서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우리측은 북이 당국회담에 응하지 않으면 중대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최종 통고했지만 북한은 이마저 거절했고, 우리 정부는 우리측 입주 기업과 노동자들의 철수를 결정하면서 공단은 완전 폐쇄되고 말았다. 결국 군사 및 민간 통신선 차단에 이어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면서 남북관계는 완전히 멈춰 섰다. 상황은 MB 정부시절보다도 더 심각했다.

북한의 공세적 대응이 지속되자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도 다르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우선 박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원칙이 ‘안보와 협력’의 균형 있는 추진이라고 밝혔지만, 위기 상황이 악화되자 신뢰프로세스도 ‘북한의 태도’와 ‘북핵 진전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북 당국간 대화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국제 정세와 '북한의 태도 등을 감안'하면서 추진하되 합의된 사항은 철저히 이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다... 남북한 호혜적 교류협력도 '북핵 상황 진전을 고려'하면서...평양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문제도 '남북관계 여건을 감안'하여 검토할 계획이다.

5월 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은 도발에는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으며,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만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안보와 협력’의 균형이 아닌 안보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5월 8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북한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영유아 등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관련 없이 해나가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미 이후 열린 언론사 정치부장단 초청 만찬에서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도 국제화가 되든지, 합의를 통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약속이 나오기 전까지는 들어갈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 ‘정치상황과 연계하지 않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의 민간차원에서의 대북 인도적 지원 승인 건은 지난 4월 유진 벨 재단의 결핵 약 지원이 유일하며, 통일부는 대북 지원 승인 절차를 밟으려는 민간단체들에 계속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으며, 이미 제출된 대북 반출 승인 신청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통일부가 어린이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의약품과 이유식 등 5개 단체들의 대북지원을 승인하기는 했지만,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 승인계획이 남측이 북측에 마지막으로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제의한 직후에 발표된 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 상황과 무관한 인도적 지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뢰의 대상인 북한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문제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공약 발표 직후에 ‘조평통 서기국 명의의 7대 공개질문장’을 통해 ‘선핵포기론을 전제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MB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전혀 다른 것이 없으며, 그 연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6월 들어 극적인 반전이 연출되었다. 북한이 6월 6일 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를 통해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남한 당국이 호응하면 판문점 연락채널에 대한 복구조치도 취하겠다"는 의견까지 피력했던 것이다. 그 동안 남측의 3차례에 걸친 당국 간 회담 제의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던 북한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전격적으로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는지는 불명확하나, 우리 정부는 즉각적으로 환영의사를 표하고 장관급 회담 개최를 제의하면서 남북 대화의 문이 열리는 듯 했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장관급 회담 개최 하루 전에 북측이 회담 수석대표의 ‘격’ 문제를 제기하면서 돌연 회담 보류를 일방적으로 남측에 통보한 것이다. 남측은 회담의 ‘수정 제의’는 없을 것이라 표명했고, 북측도 ‘회담에 미련 없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다시금 6차례에 걸친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진행됐지만 개성공단 폐쇄의 책임소재와 재발방지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사실상 회담은 결렬되는 듯 했다. 하지만 남측이 최후통첩으로 마지막 회담을 제의하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경협보험금 지급을 결정하자, 개성공단 완전 폐쇄에 불안감을 느낀 북측이 실무회담을 제의해오면서 7차 회담이 성사되었다. 7차 회담에서 양측이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고, 이어서 북측이 남측이 제의한 이산가족 실무접촉에 응하면서 어렵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가동을 위한 새로운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됐던 것이다.

4)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평가

대통령 취임 이후 6개월에 지나지 않는 현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평가하는 것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여곡절 끝에 남북한 관계가 개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예상대로 개성공단이 정상화되고, 이산가족 재상봉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금강산 관광사업이 재개 된다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제 몫을 다하는 것으로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과 민간 부문에서의 남북 교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MB 정부의 '잃어버린 5년'이 박근혜 정부 하에서 빠른 속도로 복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려가 없는 것이 아니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신뢰'를 강조 한다. 중국어로 신뢰를 상신(相信)으로 번역한다. 바꾸어 말하면 신뢰는 '서로 믿으려고' 노력할 때 가능해 지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신뢰가 원칙을 지킬 때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원칙은 관련 당사자간에 합의가 있을 때 구속력을 가진다. 때문에 우리가 일련의 원칙을 '보편'이라는 명분하에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북이 이를 수용, 그에 따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남북 간에 신뢰를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은 약속 이행, 국제규범이나 UN 안보리 결의안 준수를 남북 간의 신뢰구축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북한이 이를 수용하고 구체적으로 변화 하지 않을 시 북한과의 어떠한 관계도 형성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 해 왔다. 자신들은 어떠한 약속도 어긴 적이 없으며, UN제재 결의안은 단지 억압적인 패권세력의 폭압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핵무기를 국가와 정권 생존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간주하는 북한에게 일방적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둘째, 최근 북한은 예상 외로 우리 정부 주장을 수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 외교가 먹히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과신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북에 대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남북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던 박 대통령에 대해 북한 당국이 가지는 기대는 매우 크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은 박 대통령에 대해 매우 긍정적 평가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훈 통치를 하는 북한 사회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문제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북의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해 예의를 갖추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 할 것이지만, 인내의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그 실망과 반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형식과 실리', 이 둘은 남북관계에 핵심 담론으로 자리 잡아 왔다. 회담 장소와 대표의 격 등과 같은 형식적인 문제들이 남북회담을 치킨게임과 같은 상황으로 치닫게 했다. 형식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남북관계를 보다 원활하게 해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아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안 한 것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간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실리 보다는 형식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남북 당국자 회담이 무산된 이후 박 대통령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언급한 데서 이는 분명히 들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지적한 바 있지만 남북 관계의 개선은 '윈-윈'의positive sum game 으로 풀어 나갈 때 가능해 진다. 그러나 형식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남북 관계는 'zero-sum' 구도로 전개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신뢰프로세스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넷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쉬운 것부터 먼저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이른바 '선이후난(先易後難)’을 실제적인 접근방식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발전과 핵개발의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한 이러한 접근에 현실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북한이 이러한 노선을 추구해서도 안되며,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선 기간 중 박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노력과 남북 교류, 협력을 균형적으로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국민을 설득하고 주변국, 특히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대안이 면밀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 째, 대내외적 도전도 만만치 않다. 국내적으로 강경 보수주의자들은 박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자주와 민족 대단결의 원칙을 표방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들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의 자금 줄로 인식하고 있다. 군부를 중심으로 한 북한의 강경파들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찬성 할 리 만무하다. 북한 군부는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의 긴장과 적대적 분위기가 고조되기를 원할 것이다. 미국의 분위기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시절 대북 제재결의안을 주도했던 수잔 라이스(Susan Rice)가 최근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에 임명됐다. 라이스 대사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강경파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도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책결정구조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정책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반면 국가안보실의 정책조정기능은 약화됐고, 통일부의 자율성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과거 남북 관계를 활성화 하는데 있어서 막후 조정 역할을 했던 국정원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박 대통령의 개인적 선호 이외에는 합리적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이 갖추어 지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듯하다. 이는 매우 부정적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4.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강대국 외교

1) MB 정부의 동맹정치 강화와 한·중 관계 악화

박근혜 정부의 강대국 외교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도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은 그 동안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국교 정상화는 1979년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지 13년 만에 한국과 국교 수립이 이뤄졌다. 1992년의 한중 수교는 북한과 미국의 국교 수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동맹인 중국과 국교 수립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사에 한 획을 긋는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한중 수교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활성화 되었고, 특히 대중 교역액은 수교 당시인 1992년 64억불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약 2,151억불로 34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MB 정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 임기 말인 지난 1월 ‘이명박 정부 국정 성과’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외교 성과 부문에서 한중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켰다고 자평했다. 요지는 최상의 외교관계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20차례의 정상급 회담 개최와 FTA 협상을 개시했으며, 외교 및 국방차관 전략 대화 등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을 회고해보면, MB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MB정부의 대중정책은 비효율적이다 못해 비생산적이었다. 특히 북한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의 인식과 접근방식에 대한 이견은 양국 관계를 더욱 긴장시켰다. MB 정부는 그 이전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 압박과 제재, 그리고 ‘공세적 억지’에 기초한 대북 강경 정책으로 일관했다. 특히 북한 붕괴론을 기정사실화하고 작계 5029에 의한 북한 급변사태 대비책은 북한 체제의 안정과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바라는 중국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MB 정부의 편향적인 친미외교도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소원하게 만들었다.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2008년 5월 27일 당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친강(秦剛)은 한미동맹에 대해 “한미군사동맹은 냉전시대의 역사적인 유물”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나 MB 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우려에 개의치 않고 '가치 동맹'이란 기치 하에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펼쳤으며,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을 추진하는 등 한미일 3국 군사공조 체제 구축에 주력했다. 이러한 외교노선은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고 북중 관계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특히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후 양국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이었다. 무엇보다 중국은 천안함 피폭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 ‘교전’으로 인식했다. 반면 북·중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당시 대외관계를 총괄하던 리창춘(李長春)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조·중 우호증진은 전략적 선택”이라고까지 하고 나섰다.

2)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한미·한중관계의 조화로운 발전

MB 정부의 이러한 외교적 패착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중정책 수립에 있어 반면교사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번영에 있어서 미국과 더불어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는 역사적 흐름을 비교적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특히 북한의 변화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을 주요한 전략적 가치로 인식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강대국 외교의 핵심은 MB 정부 시절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복원시키고,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있다. 이는 당선인 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중국을 첫 특사 파견국으로 선택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노무현 당선인은 미국을 첫 특사 파견국으로 선택했고, 이명박 당선인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의 동시 특사 파견을 선택한 것을 감안 하면, 박 당선인의 이러한 결정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특히 새누리당의 거물급 정치지도자이자 대선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한 김무성을 특사단 단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난 3월 27일 실시된 외교부 업무보고에서도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정책 선호가 반영된 바 있다. 외교정책 과제 우선순위에서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조화로운 발전’이 ‘북핵 문제의 진전을 위한 동력 강화’에 이어 2번째에 핵심정책으로 부상했다. 표면상 중국의 지위가 미국과 동일한 위치까지 상승했으며, 이러한 한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화답으로 중국도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적극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박근혜 정부의 강대국 외교, 즉 동맹정치와 한중관계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고도의 전략적 대응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29일 ‘제8차 제주포럼’ 만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아래와 같이 밝혔듯이 이 구상은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유지하면서 비전통적 안보문제에서 출발하는 다자지역협력의 틀 내에서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도에서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께서 미국 의회 합동연설에서 설명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동북아 지역 내에서 그물망 같이 중층적으로 엮어진 상호의존 속에서 취약한 연결고리를 보강하고 공백을 채우기 위한 것입니다. 환경, 재난구호, 원자력안전, 테러리즘 대처 등 연성(soft)의 협력안보 이슈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협력을 축적하여 협력의 습관을 형성해 나가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협력의 습관을 통해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평화롭고 협력적이며 책임 있는 동북아 시대를 실현하게 될 것입니다.

이 구상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인 화춘잉(華春瑩)은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에 제안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환영의 의사를 표하면서 “관련국들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도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 남북평화통일 실현, 그리고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지지함으로써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한 고위안보 대화 채널 구축, 경제통상 협력 확대, 국민교류 형태 확대, 그리고 인문유대 강화도 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의 강대국 외교는 성공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alignment)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상당한 수준의 외교력을 요하는 것이다. 더구나 아직까지 이 구상의 구체적 내용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평가는 시기상조라 하겠다.

3) 향후 과제들

박 대통령의 강대국 외교는 여러 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전향적이라고 평가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북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의 미국 및 중국과의 차이점들을 어떻게 수렴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신뢰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한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억지와 압박을 강조했다. “잘못된 행동에 보상은 없다”며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요구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남북 간의 신뢰구축에 험난한 앞날을 예고해 준다. 압박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에 중국이 쉽게 동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한·미·중 3자 전략대화를 천명하고는 있지만, 중국은 기본적으로 先대화 재개, 즉 6자회담, 북미 양자회담, 남북회담, 그리고 궁극적으로 4자회담의 재개를 원하고 있다.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조했다는 사실과 북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도 한중 정상 간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동맹과 다자안보협력의 조화'도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이 둘은 상충적이다. 중국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하는 신뢰외교에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비전통적인 안보위협 분야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점진적으로 전통적인 안보 분야까지 파급시켜나가겠다는 기능주의적 이론에 대해 논쟁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동맹보다는 다자안보협력을 통한 집단안전보장체제의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개최된 보아오(Boao) 포럼 연례회의 기조연설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제사회가 포괄안보·공동안보·협력안보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동맹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국과의 양자관계를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재균형(Pivot to Asia) 정책의 린치핀(lynchpin) 역할 수행과 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를 위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심화시키겠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까지 박 대통령은 역내에서의 다자안보협력보다 동맹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전작권 전환 연기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중국인들의 일반 정서에 비추어 보아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중 관계를 적대적으로 인식한다는 의견이 2010년 8%에서 2012년에는 26%로 증가했다. 이러한 인식은 일반 대중은 물론, 정부 관료, 학계, 싱크탱크 전략가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특히 미중관계 전문가이자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왕지스(Wan Jisi) 원장은 “세계문제에 대한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패권과 지배를 유지하고, 미국의 위상을 증진시키는데 있으며,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억제할 것이라고 인식하는 중국의 견해가 더욱 심화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동맹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한중 간에 외교적 마찰을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 새로운 강대국 관계를 구상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설정도 문제다. 지난 2013년 6월 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신형대국관계’를 언급하며 세 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첫째, ‘갈등과 대립의 청산’을 위해 양국은 상대국의 전략적 의도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 양국은 각국의 핵심이익과 주된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고, 셋째,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형 대국관계로부터 두 가지의 함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 만약 중국과 미국이 G-2 틀에서 협력적 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나간다면 한국은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양두(Bigemony) 지배체제가 형성되면 한반도의 미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양국간에 잠재적인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면, 한국은 미국과 더불어 중국을 견제(balancing)하거나 동맹국인 미국을 포기하고 중국에 편승(bandwagoning)해야 하는 외교적 딜레마에 빠지게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 본질적으로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5. 결 론

취임한 지 6개월에 불과한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교부나 통일부의 업무보고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은 보이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박 대통령이 미국과의 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도발 행위와 핵개발 야욕을 멈추지 않는 한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역으로 박 대통령이 외교정책의 핵심과제로 제시한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본질적 제약이 될 것이다. 한편에서는 동맹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전통적인 안보문제까지 협의할 수 있는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상충적일 수밖에 없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못지않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포용정책과 이명박 대통령의 압박정책 중 가장 좋은 부분(best parts)들을 취합해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이다. 비록 북한이 남북대화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했다기 보다는 다분히 중국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측면이 크다. 지난 5월 최룡해 방중 시, 시진핑 주석은 북한에 남북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요구했고, 7월에는 북한을 방문한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도 김정은에게 “올해 안에 개혁·개방정책에 성의를 보여주고, 개성공단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를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한 결과로 오판해 북측의 변화를 강경하게 주장하고, 북한에 대한 포용과 압박의 균형에서 다시금 압박 쪽으로 경사된다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실패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동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은 북한의 도발에 있다. 그러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단선적이고 반사적인 대북정책으로 일관해온 박근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지난 6개월 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전혀 가시화 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 가지 흠으로 지적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납득 할 수 있는 북핵 해결책이 제시되었어야 한다.

결국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가동 여부는 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했듯이 6자회담에 새로운 동력을 주입해 다자틀 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남북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면,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나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조화로운 발전에도 전례 없는 모멘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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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 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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