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60년> 경기북부 전쟁유적은 말한다 '이젠 평화를'

2013. 9. 6. 19:26정치, 정책/통일, 평화, 세계화

<정전60년> 경기북부 전쟁유적은 말한다 '이젠 평화를'

경의선 장단역 '죽음의 다리'
경의선 장단역 '죽음의 다리'
(파주=연합뉴스)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내 경의선 장단역에서 남쪽으로 300여m 지점에 있는 '죽음의 다리'. 1951년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간 미군이 중공군에 밀려 후퇴하던 중 이 곳에 진을 치고 있다가 몰살당해 죽음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파주시 제공 >> 2013.7.10 wyshik@yna.co.kr

하루에도 수차례 전선 바뀐 최격전지…유적 '수두룩'

'죽음의 ~', '돌아오지 않는 ~', '자유의 ~'…비극의 다리들

(의정부=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경기북부지역은 6·25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곳이다.

초기부터 휴전까지 밀고 밀리는 전투 속에 전선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었다. 휴전 직전 한 움큼의 땅이라도 더 가지려는 막판 전투가 처절하게 벌어졌다.

전쟁 유적이 많은 이유다.

전쟁이 멈춘 지 60년. 유적은 말한다. 이제 평화를 기다린다고…

◇ 비극의 '다리들'

분단의 상징 판문점과 임진각.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에 위치해 있다.

판문점은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는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다. 남북 회담이 열리고 남북한의 경비병이 바로 코 앞에서 바라보는 현대 한반도 분단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임진각은 임진강 남쪽에 있다. 관광객이 자유로이 오갈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 현장을 언제든 실감할 수 있는 상징이 됐다.

판문점과 임진각 주변에는 전쟁 직후 이름이 붙은 다리 4개가 있다.

'죽음의 다리', '돌아오지 않는 다리', '자유의 다리', '독개다리'가 그것이다.

죽음의 다리는 DMZ인 옛 경의선 장단역에서 남쪽으로 300여m 떨어져 있다. 경의선 철로를 가로지른다.

높이 8.0m, 길이 7.2m, 폭 5.5m다. 장단에서 연천 고랑포로 나가는 국도 연결 교량이었다.

6.25 전쟁 때 사용한 '연천 유엔군 화장터'
6.25 전쟁 때 사용한 '연천 유엔군 화장터'
(연천=연합뉴스)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에 있는 '유엔근 화장터'. 1952년에 건립된 이 화장터는 백마고지 전투 등 고지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전사자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조성됐다. << 연천군 제공 >> 2013.7.10 wyshik@yna.co.kr
그러나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간 미군이 중공군에 밀려 후퇴하던 중 이곳에 진을 치고 있다가 몰살당해 죽음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서쪽을 흐르는 사천(砂川)에 놓인 다리로 군사분계선(MDL)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원래 널문다리로 불렸으나 1953년 휴전협정 뒤 이 다리에서 포로 교환이 이뤄지며 '한 번 건너면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의 이름을 갖게 됐다. 1968년 북한에 납치된 미국 푸에블로호 선원들이 이 다리로 돌아왔다.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발생 이후 유엔군사령부가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을 구분짓도록 요구, 북한이 새로운 다리를 놓으며 이 다리는 그저 쓰임새 없이 아픈 역사만 간직하고 있다.

자유의 다리는 임진각 광장 망배단 뒤에 놓인 다리다. 6·25전쟁 포로 1만2천773명이 이곳으로 돌아왔다.

당시 임진강 경의선 철교는 상·하행 2개의 다리가 있었으나 폭격으로 기둥만 남았다.

전쟁 포로들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서쪽 다리 기둥 위에 철교를 복구하고 그 남쪽 끝에 나무를 짜맞춰 임시 다리를 설치했는데, 바로 자유의 다리다.

독개다리는 지금 경의선 열차를 타고 임진강을 넘어가는 철교다. 자유의 다리 바로 앞에 있다.

독개다리는 임진강의 남과 북을 잇는 유일한 다리다. 휴전 뒤 군인들과 대성동마을 주민들이 차를 타고 건넜으나 1998년 6월 통일대교 개통 이후 사용되지 않다가 2000년 경의선 철교로 복구됐다.

◇ 인도주의 산물 '적군묘지'…박 대통령 6월 한중회담서 유해 송환 표명 '관심'

남방한계선으로부터 불과 5㎞ 떨어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산55에는 적군(敵軍)묘지가 있다.

경의선 장단역 증기 기관차
경의선 장단역 증기 기관차
장단역 증기 기관차 (파주=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있는 장단역 증기기관차. 중공군에 밀려 후퇴하는 연합군이 북한군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 열차를 폭파했다. 화통은 철로 옆에 붉게 녹슨 채 방치돼 있다가 2007년 11월 보존 처리돼 임진각으로 옮겨졌다. 2013.7.10 wyshik@yna.co.kr
6·25전쟁 직후 전국에 산재해 있는 것을 정부가 1996년 7월 지금 위치에 모았다. 적군이라도 정중히 매장해 분묘로 존중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정에 따랐다.

6천99㎡에 북한군 718구, 중국군 362구 등 모두 1천80구가 안장돼 있다.

1968년 1·21 사태 때 김신조와 함께 휴전선을 넘어와 청와대를 습격하려다가 사살된 무장공비 30명, 1987년 김현희와 함께 KAL 858기를 폭파하고 자살한 김승일, 1998년 남해안에 침투했다가 사살된 공작원 6명도 묻혀 있다.

처음에는 흰색 푯말로 묘비를 세웠으나 적군묘지를 찾는 중국인 참배객이 늘며 지난해 비석을 세우는 등 새롭게 단장했다.

적군묘지의 무덤은 햇볕이 잘 드는 남쪽이나 동쪽을 향하는 전통 매장방식과는 다르다. 적군이지만 고향 땅이라도 바라보라는 인도적 배려 차원에서 북쪽을 향하도록 만들어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7∼30일 중국을 국빈 방문하며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칭화대 연설에 앞서 만난 류옌둥(劉延東) 부총리에게 한국에 있는 중국군 유해 367구 송환을 공식 제안했기 때문이다.

9일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천뤄비(81·여), 량덩가오(78), 라이쉐시앤(85)씨 등 중국인 3명이 정전 이후 처음으로 방한, 이 묘역을 찾았다.

이들은 이날 "중국 국민들이 송환 제안에 모두 기뻐했다", "이렇게 양지바른 곳에…한국민에 감사하다", "하루빨리 통일을 해 평화를 이루길 기원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대사의 비극 한 자락이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한 화해와 이해로 승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피난민·전쟁물자 나른 전쟁사…경의선·경원선

DMZ 경의선 장단역은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경원선 신탄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
경원선 신탄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
(연천=연합뉴스)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2리 경원선 신탄리역 '철도중단점' 표지판. 전쟁 전 북한 소유였으나 6.25 전쟁 뒤 철도가 끊겨 철도 중단점이 됐다.<< 연천군 제공 >> 2013.7.10 wyshik@yna.co.kr
장단역은 1906년 경의선 개통과 함께 건립됐다. 6·25전쟁 전까지만 해도 역 주변에는 금융조합 등 각종 상가가 즐비했다.

그러나 폭격과 함께 불에 타 현재는 승강장, 화물 하역장, 철로 일부만 남아 있다.

장단역 남쪽 50여m 떨어진 곳에는 경의선 마지막 증기기관차 화통이 폭격을 맞아 멈춰선 채로 50여 년 의 역사를 지켜봤다.

중공군에 밀려 후퇴하는 연합군이 북한군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 열차를 폭파했다.

화통은 철로 옆에 붉게 녹슨 채 방치돼 있다가 2007년 11월 보존 처리돼 임진각으로 옮겨졌다.

경원선 역시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38선 북쪽인 연천군 신서면 대광2리에 있는 경원선 신탄리역사는 전쟁 전 북한이 소유한 역사였다.

1961년에 현재의 역사가 신축됐다. 1971년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를 새긴 철도중단점 표지판이 설치됐다.

연천역 역시 38선 이북에 있어 6·25전쟁 전에는 북한 소유였다.

증기기관차가 다닐 때 사용한 급수탑 2개와 우물 1곳이 있다. 우물에는 총탄 자국이 지금도 선명하다.

1948년 국군이 만든 '포천 방어 벙커'
1948년 국군이 만든 '포천 방어 벙커'
(포천=연합뉴스) 1948년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38선 인근에 국군이 북한군의 침공을 막기 위해 만든 방어 벙커 내부. 4개의 벙커가 설치됐으나 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며 3개는 훼손되고 현재 1개만 남아 있다. 콘크리트로 만든 벙커 벽체에는 총탄 자국이 가득하다. << 포천시 제공 >> 2013.7.10 wyshik@yna.co.kr
◇ 또 다른 흔적들…연천 유엔군 화장장·포천 방어 벙커·동두천 노르웨이 전시병원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에는 6·25전쟁 당시 서부전선 전투에서 사망한 유엔군 전사자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화장장이 있다. 1952년에 건립됐다.

1천596㎡ 터에는 현재 10여m 높이의 굴뚝과 벽돌, 시멘트로 지어진 벽체 일부가 남아있다.

인근 중면 마거리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지역에도 1951년 건립된 유엔군 화장장이 있다. 이곳에는 잡초 사이로 3∼4m 굴뚝 2개만 남아 있다.

유엔군은 마거리 화장장만 운영하다가 전사자가 늘어 시신 처리에 어려움을 겪자 동이리에 추가로 화장장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38선 인근에는 1948년에 만들어진 방어 벙커가 있다.

국군은 북한군을 막기 위해 4개의 방어 벙커를 설치했다. 그러나 6·25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며 3개는 훼손되고 현재 1개만 남아있다. 현존 벙커 벽체에는 총탄 자국이 가득하다.

동두천시 하봉암동 신천변은 1951∼1954년 노르웨이 의료지원단이 주둔하며 수많은 부상자를 치료한 병원이 있던 자리다.

노르웨이 적십자사가 편성한 이동외과병원은 민간인을 위한 외래환자 진료소도 운영했다.

기념비와 유물은 2000년 상봉암동 자유수호박물관으로 옮겨지고 1972년 지어진 목조건물 노르웨이 기념관이 남아있다.

wyshi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0 07:03 송고

관련기사
<인터뷰> 정전 60년 산 증인 대성동마을 박필선·김경래씨| 2013/07/10 07:03
<정전60년> 최전방 영토 지키는 경기 민통선 마을| 2013/07/10 07:03
<정전60년> 남-북 연결 '동해북부선' 열차는 달리고 싶다| 2013/07/10 07:03
<정전60년> '생태 寶庫' 민통선 외래종 침투 '몸살'| 2013/07/10 07:03
<정전60년> 희귀 안보관광 '세계적 브랜드'로 거듭나다| 2013/07/10 07:03
<르포> '무장' DMZ…60돌에 '평화'를 꿈꾼다| 2013/07/10 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