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한 분단 현장·수려한 풍광…철모 쓴 군인 안내 '신기'
외국인 관광객 발길 크게 늘어…편의시설 개선은 과제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남북 분단의 현장 비무장지대(DMZ)가 세계적 관광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6·25전쟁이 중단된 지 60년 간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아 자연 생태가 보고로 불릴 만큼 잘 보존돼 있고 군사 대치 현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DMZ가 재조명되며 세계에서 손꼽을만한 관광 브랜드로 만들려는 연구와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접경지역 안보관광지는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외국인들의 발길이 늘며 세계적 관광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 셔틀버스 타고 DMZ 투어…코 앞엔 북한군
안보관광지는 DMZ 연계 관광, 판문점 투어, 전망대 관람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경기북부 DMZ 연계 관광은 임진각 매표소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A·B코스에 따라 제3땅굴, 도라전망대, 허준 묘역 등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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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문점 방문한 6.25 참전 용사. <<연합뉴스DB>>
강원지역에도 양구통일관, 제4땅굴, 을지전망대 등 코스가 있다.
판문점은 유엔사가 관리, 절차가 복잡해 투어 승인까지 2~3개월 걸리지만 자유의 집, 본 회담장, 돌아오지 않는 다리 등을 관람, 북한군을 바로 코 앞에서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망원경으로 북한 땅도 보인다.
서부전선에 애기봉(김포), 오두산통일·도라·승전OP(파주), 상승OP·태풍·열쇠(연천) 전망대, 중부전선에 월정리·백골·승리(철원), 칠성·백암산(화천), 을지(양구), 동부전선에 통일(고성) 전망대 등이다.
대부분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에 있지만 군 초소에 신분증만 보여주면 쉽게 출입할 수 있다.
경기도북부청이 운영하는 DMZ 홈페이지(http://dmz.gg.go.kr) 등에서 상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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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전망대 방문한 통일캠프 대학생. <<연합뉴스DB>>
판문점은 휴전선에 걸쳐 있어 신원 확인 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이 때문에 내국인보다는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을 주 대상으로 한다. 일부 국적은 참가할 수 없다.
외국인은 특정 여행사 4곳을 통하고 내국인은 30~45명 단위 단체를 구성, 국가정보원 안보상담센터에 신청해야 한다.
판문점은 북한군을 자극할 수 있는 운동복, 슬리퍼, 민소매, 찢어진 청바지, 짧은 바지·치마 등을 착용하면 출입할 수 없다.
멋모르고 투어에 나선 관광객이 급한 대로 관광버스 창문에 걸린 커튼을 뜯어 맨살을 가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태풍전망대는 155마일 휴전선상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유명하다. 휴전선까지 800m, 북한 초소까지 1천600m에 불과하다.
임진강 줄기를 따라 훼손되지 않는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운이 좋으면 순찰 중인 북한군과 어로 활동하는 북한 주민을 볼 수 있다.
상승OP전망대에서는 실물 크기의 제1땅굴 모형을 견학할 수 있다. 실제 땅굴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DMZ 안에 있어 모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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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전망대 <<연합뉴스DB>>
DMZ 안보관광지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분단의 현장에 있다. 종전이 아닌 정전인 탓에 총부리를 겨누는 사이를 관광하는 셈이다.
이 같은 희소성에 안보관광지는 외국인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군복을 입고 철모를 쓴 군인이 직접 안내하고 지켜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DMZ와 전망대 등에는 2011년 기준 내국인 173만5천17명, 외국인 25만193명 등 198만5천210명이 찾았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9년 14만1천432명, 2010년 17만8천410명, 2011년 25만193명 등 증가 추세다.
유료인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역시 연간 60만명 가량 찾고 있다. 이 가운데 40%가 외국인이다.
반면 판문점 투어는 외국인 비중이 2009년 26.9%, 2010년 22.2%, 2011년 18.9%로 감소했다.
남북관계 악화로 북측의 도발 위협이 있을 때마다 관람을 통제하거나 불안한 마음에 스스로 포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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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통일전망대 찾은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와 참전유공자. <<연합뉴스DB>>
DMZ는 분단, 슬픔, 위험한 장소라는 꼬리표가 붙어왔지만 몇해 전부터 평화·생태공간 등 희망의 메시지가 따라붙고 있다.
그동안 개발제한으로 생태관광 잠재력이 높은 세계적인 생태 보고이기 때문이다.
안보와 생태를 접목,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할 가능성은 그 만큼 크다.
전 세계적으로 DMZ가 여러 곳 있지만 자연 생태가 잘 보존돼 있는 장소로는 유일하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우선 편의시설 부족이다. 교통체계 개선과 숙박·편의시설 확충은 시급하다.
더 나아가 DMZ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사유지 훼손을 줄이는 범국민운동을 펼치고 기업의 문화지원사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DMZ는 냉전의 상처를 간직한 상징적인 공간이자 세계평화라는 인류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공익사업을 끌어내기 최적의 장소다.
이수진 경기개발연구원 박사는 "관광특구로 지정해 외국인 관광을 늘리고 DMZ 일대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0 07: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