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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의 트렌드 vs 클래식]작은 혁명

이런저런 이야기/다양한 세상이야기

by 소나무맨 2013. 9. 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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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의 트렌드 vs 클래식]작은 혁명

김경 | 칼럼니스트
 
‘와, 이 사람들에게 비하면 우리는 새 발의 피다.’ 작년 이맘때 19평 규모의 작은 시골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이삿짐을 줄인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런데 이 사람들은 5년에 걸쳐 계속 물건을 줄이고 세 번의 이사 끝에 지금은 바퀴 달린 3.6평 넓이의 작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얼마 전 지인이 보내 준 따끈따끈한 신간 <행복의 가격>이라는 책의 저자 태미 부부 이야기다.

“13.6평이 아니고?” 남편이 놀라서 물었다. “응. 그냥 에누리 없는 3.6평이라니까. 심지어 이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보고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게 됐다는 남자의 작은 집은 불과 2.3평이야. 이 사진 봐. 귀엽지? 천장을 높게 해서 이렇게 로프트 침실을 만들면 되는구나. 어때? 살 만할 것 같지 않아?”

 
책을 보며 혼자 감탄하다 그 작은 집의 멋진 채광창으로 바깥 풍경을 내다보는 두 마리 고양이 사진을 보여 주며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글쎄 그림 때문에도 큰 작업실이 필요한 나한테는 그림의 떡 같은데?” 남편의 대답이 시큰둥했다. “아, 그럼 나중에 바퀴 달린 이런 작은 집을 타고 여행해 보는 건 어때?” 내가 마치 인생의 새로운 꿈을 발견한 양 아주 신이 나서 묻자 남편이 내 변덕스러움을 비웃었다. “으이구, 이 따라쟁이. 언제는 헌책방 하자며?”

앗, 그랬다. 잊고 있었다. 정확히 ‘헌책방’이 아니라 ‘헌책방 같은 게스트하우스’였다. 그것 역시 <빅스톤 갭의 작은 책방>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와, 이 사람들 정말 대담하게 순진하거나, 무식하게 용기 있다! 탄광 도시에 헌책방을 냈대. 심지어 돈도 책도 별로 없어. 달랑 에드워드풍의 고풍스러운 2층집뿐이야. 개인 도서도 기껏해봐야 3000권도 안되고.”

그때도 나는 남편에게 내가 책에서 발견한 감탄스러운 부분을 일일이 알려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 멋진 걸. 돈도 없고 책도 없으니까 이 사람들 ‘머리’를 쓰고 ‘마음’을 쓰는데? 일단 ‘책벌레들 소환: 일생일대의 교환 프로젝트’ 뭐 이런 거창한 문구로 사람들의 관심도 모으고 책도 모으는 거지. 책을 가져오면 나중에 책방 열고 나서 다른 책을 교환해준다는 교환증 같은 걸 끊어주면서. 그뿐일 줄 알아? 공예품 위탁 판매에 이런저런 가벼운 여흥거리를 계속 제공하는 거야. 예컨대 화요일 뜨개질 모임이라든가 글쓰기 모임, 고슴도치를 위한 댄스 파티, 켈트 전통 춤과 함께하는 민속음악 연주회 같은 거. 그러면서 외롭고 심심한 탄광촌 사람들에게 처음엔 정신 나간 이방인이었다가 나중에는 보석 취급을 받게 돼. 멋지지 않아?”

아마 누구나 그런 상상 해보았을 거다. ‘미친 토끼처럼 뛰어다니’기 마련인 도시에서의 직장 생활을 관두고 좀 더 단순하게 살 수는 없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 삶의 규모를 대폭 줄이고 시골 같은 데 가서 보다 소박하게 살면 된다는 걸 다들 안다. 하지만 걱정이다. 시골 같은 데서 농사 말고 도대체 뭘 해 먹고 살지? 직장을 그만둔 걸 후회하지 않을까? 한적한 삶의 권태감에 더 불행지지는 않을까?’ <행복의 가격>과 <빅스톤 갭의 작은 책방>이 바로 그 질문들에 대한 해답이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소위 ‘정상적인 삶’이라고 불리는 삶은 알고보면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다. 회사를 그만두기 1년 전 나는 내 형편에 어림도 없는 멋진 외제차를 리스 형식으로 샀다. 그땐 허영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차는 내 몸이다, 내 몸을 귀하게 여긴다면 마땅히 튼튼하고 안전한 차를 타야 한다는 생각으로 산 차였다. 그런데 그걸 탄 지 얼마 안되어 덜컥 공항장애에 걸렸다. 그제서야 나는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 내게는 이미 1억원에 달하는 빚이 있었다. 나는 그 모든 빚의 노예였다. 빚 때문에 회사에 억지로 가고 또 그 스트레스를 소비로 풀며 더 많은 빚을 지는 악순환의 무한 반복!

혹시 나처럼 그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고 싶다면 이 두 책을 읽고 용기를 얻으시길. ‘행복은 선택이다. 돈 대신 시간을, 물건 대신 사람을 선택하면 그 끝에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커트니 카버의 말에 절대 공감하게 될 것이며 두려움 없이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며 더 이상 ‘돈’ 걱정하지 않게 될 것이다. 소박함에서 만족을 얻으며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멋진 안내서 <행복의 가격>으로 일단 다운사이징 하고, 그 다음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무한한 영감을 주는 책 <빅스톤 갭의 작은 책방>을 읽자. 무엇보다 당신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없는 돈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상상력과 인간적 온기, 재미로 채우면 된다’는 사실에 고무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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