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다원화·참여 통한 정책결정 절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과 시민사회 중심으로 '공동지방정부'가 뜨고 있다. 승자의 독식이 아닌 시민사회와 야권연대의 큰 틀을 선거 이후 집권기간 동안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그림이다. 지금까지 특정세력이 독점한 폐쇄적인 구조를 바꿀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운영구조가 될지 관심을 끌 만하다.
유권자에게는 누구를 뽑을 것인지 최대 관심사다.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한 의제인 지방자치 혁신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당과 후보자가 지방자치·분권과 주민참여를 추구하느냐, 중앙집권을 대변하느냐 나눌 수 있겠다. 주민의 대표자,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의 대리인으로 구분된다. 지방자치 혁신을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이 중요하지만 지역내부에서 지방자치 혁신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 중앙집권 강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지난 2008년 10월 30일 경남대 월영지 앞에서 등록금 네트워크 회원들과 경남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학자금 이자지원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주민참여 활성화 =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주민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 현행 제도가 한계가 있고 제한적이지만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도내 대학생들은 지난해부터 학자금 대출이자를 경남도로부터 지원받았다. 도내 23개 대학 재학생 2418명이 2008년도 2학기분 2억 1600만 원을 지원받은 것을 시작으로 7792명이 2009년도 1·2학기분(6억 59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만들어진 대학생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에 따른 것으로 시민사회와 도민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2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등록금 대책을 위한 경남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2008년 5월 도의회에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 청원을 했다. 도의회 조례청원 1호, 전국 첫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청원이었다. 경남등록금네트워크는 도가 조례제정을 거부하자 주민발의에 나섰다. 도는 이듬해 조례 제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경남의 학자금 이자지원조례 주민발의는 전국으로 퍼졌다. 또 새로운 시도도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전국농민회 총연맹 부경연맹을 비롯한 농민단체가 쌀값 폭락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쌀재배 농가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을 청구했다.
자치단체 예산에 대해서도 주민이 직접 제동을 걸었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은 도민 서명을 받아 지난해 경남도가 월드콰이어챔피언십으로 예산을 낭비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주민감사 청구를 했다. 80억 원이나 든 이 합창대회는 도의회에서도 행사 전·후 논란의 대상이었다. 감사결과 '위법은 맞지만 예산낭비는 아니다'라는 데 그쳤지만 주민이 직접 자치단체장 예산 전횡에 경고를 한 것이다.
◇주민참여 거버넌스 구축 = 주민이 주인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주민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협력적 통치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역사회 권력을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가치의 다원적 배분과 네트워크에 기초한 다양한 참여구조를 형성해 참여민주주의에서 나아가 공개적인 논쟁과 대화로 정책을 결정하는 심의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참여와 자치활동, 지역공동체를 위한 주민자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읍·면·동장이 위원회 구성 권한을 행사하는 '관제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주민자치위원회'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시민사회와 협력적인 네트워크 강화가 중요하다. 단체장 중심의 지방권력구조를 네트워크형 거버넌스(협력적 통치)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도지사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김두관 예비후보는 야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주도정협의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역 거버넌스 체제 형성과 관련해 시민사회가 공동 참여하는 인수위원회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참여예산조례 제정과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운영이 중요하다. 2004년 광주 북구에서 첫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제정·운영하고 있으며, 2004~2006년 3년간 참여예산제를 통해 주민의견 268건 중 72%(194건), 예산기준 251억 6800만 원 중 29%(74억 7800만 원)를 반영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2006년 정부가 표준조례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전국 246개 자치단체 중 관련 조례를 만든 곳이 경남도, 거제시·의령군 등 도내 3곳을 비롯해 30%나 되지만 대다수가 시민참여예산위원회도 만들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주민 직접 참여를 가로막고 알맹이 빠진 껍데기 조례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인사권과 예산 편성권을 독점한 자치단체장의 힘을 흔히 '제왕적'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자치단체 조직 내에 독립적인 감사조직이 필요하다. 자체감사 조직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위원장 의회 임명동의를 받는 독립기구인 감사위원회가 있다.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남용 차단을 위한 인사위원회 도입 요구도 있다.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와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2010년 05월 11일 (화) 표세호 기자 po32dong@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