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년을 극단적으로 평가하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닌 '풀뿌리 보수주의' 강화로 정리된다. 이는 주민이 주인인 풀뿌리 자치가 아니라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차지하며 사익을 챙기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와 <경남도민일보>가 지난 20년 동안 지방선거 결과와 지방의원의 인적구조를 분석한 결과, 경남에서 풀뿌리 보수주의는 더욱 튼튼해지고 있다. 마창진참여자치연대 조유묵 사무처장은 "지방자치 20년, 특히 지역사회 지방정치 현실을 보면 지방자치가 그 자체로 지역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닌 '풀뿌리 보수주의 아성'으로, 민주주의 학교가 아니라 지역 기득권 세력의 '경쟁적인 사적 이익 추구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견제 없는 독점권력 구조 = 경남은 줄곧 한나라당(민주자유당)의 아성이었다. 민선 4기까지 도지사는 모두 한나라당 독차지였다.
갈수록 보수 집권구도가 견고해지는 흐름이다.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 결과, 21곳 시장·군수선거에서 무소속이 52.4%(11명), 도의원선거 94명(비례 9) 중 야권(무소속 33명, 민주당 3명)이 3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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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거를 거듭할수록 보수의 힘은 강해졌다. 기초자치단체장 야권비율은 1998년 30%(무소속 6명), 2002년 20%(무소속 4), 2006년 30%(무소속 4, 열린우리당 2)에 그쳤다. 2006년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당선된 데 따른 것으로 결국 이들 대부분은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또한, 열린우리당으로 뽑혔던 밀양시장과 함양군수도 최근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갈아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
도의원선거도 마찬가지다. 1998년 51명 중 7명(무소속 5, 국민회의 2)이 뽑혀 13.7%(7명), 2002년 6%(민주당 1, 민주노동당 1, 무소속 1), 2006년 9.4%(열린우리당 1, 민주노동당 1, 무소속 3)로 집계됐다. 또 중선거구제 전환과 함께 정당공천제가 처음 도입된 2006년 기초의원선거에서 야권이 일부 지역구 당선, 비례대표 의석을 얻었지만 259명 중 25.9%(67명-무소속 35, 열린우리당 17, 민주노동당 15)에 그쳤다.
일당이 독점한 지역정치 권력구조는 견제와 균형 없는 지방자치를 만들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부패가 발생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유권자의 무관심은 독점구조를 고착화하고 독점구조에서 발생하는 비리와 부패로 유권자는 지역정치를 불신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셈이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하승수 운영위원은 "풀뿌리 보수주의는 민주주의 성장을 저해하고 보수독재 기반을 만들고 있다"며 "이게 가능한 것은 유권자의 관심이 낮기 때문인데 일상에 퍼진 무관심은 지방선거에서 낮은 투표율을 가져오고 낮은 투표율은 조직화 된 이익단체, 보수적 사회단체 영향을 키운다"고 말했다.
◇지역토호가 장악한 지방자치 = 지난 20년 동안 지방자치와 지방선거는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기득권 세력이 지방의회에 대거 진출하면서 지역사회 풀뿌리 보수주의를 강화하는 결과는 낳았다. 지방의원의 소속 단체를 보면 지역 보수층의 강고한 틀을 엿볼 수 있다. 3대 관변단체로 꼽히는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소속 의원들이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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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홈페이지에 게재된 도의원과 20개 시·군의회 의원들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이들 3대 관변단체 전·현직 임원인 의원이 72명(중복 포함)으로 분석됐다.
이는 도의원(53명)과 시·군의원(259명) 의원정수(313명)의 23%나 된다. 일부 의원은 3개 단체 모두 임원을 맡고 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각 지역 생활체육협의회나 체육회에 속한 의원들도 28%(88명)에 달했다. 지역 유지, 기득권 세력이 각종 관변단체를 통해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하며, 재생산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조유묵 사무처장은 "지방자치단체장은 선심성 행정과 예산지원을 등을 통해 지역 토호 등 기득권 세력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정해 '후견인-피후견인' 구조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지역정치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자치단체로부터 많은 재정지원을 받는 관변단체에 지방의원이 임원을 맡는 것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단체 임원으로 활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산배정에 압력을 넣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와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