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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IBD 도시 시리즈] 몰락하던 철강 도시, 살아있는 생태 도시로 거듭나다. 환경 도시 '뒤스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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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생각하는 멋진 도시란 어떤 모습인가요? 멋진 건물들이 많은 도시, 교통이 편한 도시, 문화 공간이 많은 도시 등 여러 가지 도시들을 떠올리실텐데요. 다이어트 해서 살 빼듯이 자신의 체질을 완벽하게 바꾼 도시가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철강 도시에서 생태 도시로 완벽히 탈바꿈한 뒤스부르크의 이야기, 궁금하지 않나요?




엘리베이터 자주 타시나요? 엘리베이터를 타다 보면, 엘리베이터 버튼 한 켠에 ‘티센크루프(ThyssenKrupp)’라고 써있는 것을 가끔 보실 수 있을텐데요. 바로 이 ‘티센크루프(ThyssenKrupp)’가 오늘 만날 뒤스부르크와 매우 가까운 관계랍니다. 뒤스부르크는 독일 철강 산업을 이끈 인구 50만명의 작은 도시인데요. 이 곳에는 독일 최대 철강 회사인 '티센(Thyssen)'의 제철소가 있었답니다. 티센(Thyssen)은 아우구스트 티센이 설립한 철강 회사로 철강 무기 회사인 크루프와 합병하여 현재 유럽 최대, 세계 3위의 철강회사인 티센크루프(ThyssenKrupp)로 불리고 있죠~ 독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명한 철강 회사의 공장이 바로 뒤스부르크에 있던 셈입니다.


티센(Thyssen)과 뒤스부르크. 우리나라로 치면 포스코와 포항의 관계라고나 할까요? 사회 기간 산업으로 철강 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뒤스부르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죠. 뒤스부르크는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산업화로 인해 유럽의 가장 중요한 철강 공업 도시 중 하나가 되었으며, 라인 강과 연결된 엠셔강 가까이에 있어 무역 항구로도 발달하게 됐답니다.




뒤스부르크의 '티센(Thyssen)' 제철소는 19세기의 시작인 1901년 지어져 세계 철강 산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어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철강 설비가 현대적으로 바뀌고, 독일 철강 산업이 저물어가면서 뒤스부르크 제철소는 1985년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한때 유럽 최대 크기를 자랑했던 뒤스부르크의 제철소는 새 공장으로 이전했답니다.


이렇듯 도시의 주요 시설이던 제철소가 문을 닫고, 독일 철강 산업이 쇠퇴함에 따라 과거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던 뒤스부르크도 차츰 활기를 잃어가게 되었죠. 주요 산업의 쇠퇴와 함께 몰락하는 도시의 모습. 한 때 우리나라에도 많았던 광업 도시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하네요. ㅠㅠ


공장과 굴뚝으로 가득했던 공업 도시, 뒤스부르크. 철강 산업이 몰락하면서 뒤스부르크도 ‘운명’의 갈림길에 서있었습니다. 이대로 망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인가?하는 문제 말이죠. 이런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서 뒤스부르크가 속한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서는 과감한 시도를 하게 돼요. 그것은 바로 ‘건축 박람회’를 여는 일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서는 왜 ‘건축 박람회’를 열자고 했을까요? 그들은 일반적인 ‘건축 박람회’에서 벗어난 아주 색다른 박람회를 생각해 냈습니다. 흔히 ‘건축 박람회’하면 멋드러진 건축물을 '전시'하는 박람회를 생각하는데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는 ‘건축 박람회’를 열어 위기에 처한 도시들을 건축과 접목시켜 문화, 환경도시로 변화시키는 원대한 계획을 생각한 것이죠~ 그리고 이 박람회는 엠셔강 유역의 공업 도시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엠셔 공원 건축 박람회’라는 이름이 붙게 됩니다.


건축 박람회의 핵심은 폐공장과 같이 버려진 산업 시설을 활용해서 자연 친화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엠셔강 주변 도시들이 힘을 모아 환경 오염 지역의 생태를 복구하고, 여가 공간을 만들며, 옛 건물의 문화재화, 친환경 주거 단지 조성, 자전거 도로 개발 등을 위해 1989년부터 10년간 추진하는 계획을 담았어요. 여기에 뒤스부르크를 비롯해 엠셔강 유역의 17개 공업 도시가 참여했답니다.





이렇듯 공업 시설을 문화 시설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답니다. ‘옛날에 이곳에서 땀 흘려 일한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곳을 파티 장소나 놀이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주민들 사이에서 등장한 것이죠.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여러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산업 현장의 상징이던 제철소에 '환경'이라는 가치를 녹여 사람들의 흥미를 이끄는 방법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공장의 껍데기를 새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공원으로 만들어 지역 주민의 삶을 바꾸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모델을 제시한 것이죠. 그리고 환경도시 뒤스부르크의 중심에는 ‘공원’이 생겼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1997년 뒤스부르크는 세계에서 유일한 ‘공장’ 공원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원의 이름은 '뒤스부르크 환경공원(Duisburg landschaftspark)'. 200헥타르에 이르는 옛 제철소 건물을 개조하여 환경 공원으로 멋지게 바꿨고, 지금은 이 공원이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죠~ 뒤스부르크의 녹슨 공장 공원을 찾아오는 관광객은 연간 70만 명.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은 '공원'이지만 평범한 공원이 아니랍니다. 그렇다고 테마파크처럼 청룡열차, 바이킹같은 스릴 만점 놀이 기구가 있는 공원도 아니죠~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것은 녹슨 용광로와 공장의 모습입니다. 공원을 조금씩 둘러볼 때마다 19세기의 산업 시대로 돌아온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는 환경 공원이 가진 철학 때문입니다.


'우리는 디즈니랜드가 아니다!'


디즈니랜드처럼 상업적인 테마파크와는 달리, 뒤스부르크 환경공원(Duisburg landschaftspark)은 자연과 역사가 있는 공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런 철학 덕분에 낡은 제철소를 그대로 활용했죠.






뒤스부르크에서는 이렇게 낡은 제철소를 어떻게 활용했을까요? 공장 사무실은 유스호스텔로 바꿨고 물자 운반에 쓰인 대형 파이프는 아이들의 미끄럼틀로 변했습니다. 광석 저장 벙커는 140여 개의 암벽 시설을 설치한 암벽 등반 코스가 되어 레저 스포츠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공원 안에는 물의 공원, 용광로 공원, 부스러기 공원, 철길 공원, 벙커 갤러리 등 공장의 특성에 맞춘 특별한 공간들로 나누어져 있어요. 가스 엔진이 있던 공장은 컨벤션 센터로 개조되었고, 컨벤션 센터에서는 각종 행사가 1년 내내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합니다.


제철소의 약 100미터 정도 되는 가스저장탱크에는 물을 채워 유럽에서 가장 깊은 다이빙 센터를 만들었답니다. 다이빙 센터 안에는 난파선과 고래 모형 등의 조형물을 설치해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름이면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든 사람들이 공장 속으로 들어가는 웃지 못할 상황도 펼쳐지곤 하죠~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뒤스부르크. 역사적으로 많은 의미를 갖는 건물에 담긴 추억은 남기면서, 옛 것을 현대에 맞게 지혜롭게 바꾸는 '온고이지신'의 미덕을 잘 실천한 도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뒤스부르크처럼 과거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면서도 '환경'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혀 쓸모없을 것 같은 공간을 필요에 맞게 재생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극적으로 바꾼 좋은 사례입니다. 기존에 있던 것에 대한 전혀 새로운 발상으로 새롭게 태어난 도시, 뒤스부르크.'앞으로 도시의 미래는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해주는 도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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