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의정포럼 (설훈 민주당의원) |
| | | ▲ 사회자 : 이병훈(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 | | ▲ 발제자 : 김철(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
1. 문제제기 공공기관은 2013년 현재 총 295개에 달하고 총예산은 574.7조원, 총고용은 25.4만명(비정규직 제외)에 이르는 등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493조원으로 국가부채 445조원보다 크다. 따라서 공공기관에 대한 개편방향을 짜는 것은 한 정권의 향방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부는 모두 정권 초반기에 공공기관 개혁방안을 제출하였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3일에 있었던 2013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수위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공기관 책임경영 강화 등과 함께 공공기관의 일자리 창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ㆍ공유 확대, 공공기관의 협업 활성화, 그리고 관리운영체계 개선 등을 총체적으로 종합한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TF 및 의견수렴 등을 통해 올해 5월까지 마련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보다 2개월이나 늦은 지난 7월 8일에야 발표된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이하 “정책방향”)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당초 정부 내의 여러 가지 정황을 미루어봤을 때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정책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변형으로서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초점을 둘 것으로 파악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과 본질에서 크게 다르지 않으며,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상시화하는 내용이 핵심을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역시나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은 ‘국민 신뢰’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3대 전략 8대 주요 과제라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공공기관 상시 구조조정, 기관ㆍ사업영역 통폐합이 정책방향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들어 동안 공기업 부채 증가나 공공기관의 비리, 방만 경영 등과 관련한 정부의 보도자료, 언론의 기사 등이 넘쳐났던 사정을 감안하면 예상된 반응이다.
물론 정책방향은 나름대로 진전된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기관 개혁방안은 새 정권이 시작될 때마다 반복되었던 것이며, 큰 효과를 내지도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글에서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과 쟁점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개선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2.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 3대 전략 8대 주요과제 정부는 2013. 7. 8(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향후 5년간 추진할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을 수립하였다. 여기에서는 효율성ㆍ책임성ㆍ투명성을 공공기관 정책의 3대 원칙으로 하여 상시적 기능점검 및 시장화 테스트 체계 구축, 공공기관 부채관리 강화, 협업 활성화로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제공, 실질적인 자율경영 기반 구축, 책임경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일자리 창출 등 창조경제 지원,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 공개ㆍ활용, 국민 직접 감시체제 구축 등 8대 주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1) 효율성 -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1) 상시적 기능점검체계 확립
기존 공공기관에 대한 상시적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여 공공기관 경영상의 문제를 적시에 해결하고, 매년 기능점검을 통해 공공기관간 협업을 유도하되, 필요시 유사ㆍ중복기능 조정, 기관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병행한다. 기능점검 1단계로, 국정과제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중소기업지원, 정보화, 고용복지 및 해외투자가 급속히 증가한 분야 등에 대해 2013년 12월까지 구체적인 기능조정안을 마련한다. 신설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시장화테스트 제도 도입 등 신설타당성 점검장치를 강화하고, 설립 3년 이후 그 운영성과를 평가하여 존치여부를 검토한다. (2) 공공기관 부채관리 강화
지난 정부에서 크게 증가한 공공기관 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증가요인 억제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공공기관 부채에 대한 증가항목, 내역, 증감원인 등을 알리오에 자세하게 공개하는 등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지속적 수립을 통해 전체적인 부채수준을 관리하고 재무관리계획의 실효성도 제고한다. 공공부문 부채의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구분회계제도와 공공기관 사업에 대한 사후 심층평가제도 등 신규제도를 도입한다. (3) 협업 활성화로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제공
공공기관간 칸막이를 제거하여 국민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협업 활성화 및 평가ㆍ지원 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한다. 이를 위해 수혜대상, 국민편익, 기관간 협업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1단계로 30대 협업과제를 선정하고, 국민제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업과제를 발굴ㆍ추진한다. 공공기관간 협업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 구축,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공공기관간 협업 확산을 유도한다. 2) 책임성 - 자율ㆍ책임경영 체제 확립 (1) 실질적인 자율경영 기반 구축
공공기관 중기(5년) 운영계획 수립 등 중기운영체계를 마련하고 공공기관 예산ㆍ인사지침을 간결하게 정비하는 등 과도한 경영상의 간섭과 규제를 정비하여 기관장이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부적격자가 선임되지 않도록 임원추천위원회의 운영 내실화를 통해 역할을 강화하고 임원 직위별 전문자격요건을 구체화한다. 그리고 인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선임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주무부처의 비상임이사 임명권 확대 등 인사권을 확대한다.
(2) 책임경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자율책임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상시 경영 모니터링ㆍ진단 시스템을 구축하여 문제기관에 대한 적시 해결을 추진하되, 경영평가제도를 개선하여 평가 실효성이 높은 대규모 공기업ㆍ준정부기관에 대해서만 경영평가를 하는 것으로 평가대상을 조정하고, 기관장이 기관의 성과에 대해 책임지고 일할 수 있도록 기관장 평가를 기관 평가로 통합하고, ‘기관장 경영성과 협약제’를 도입하여 재임기간 중 1회만 평가한다. (3) 일자리 창출 등 창조경제 지원
무분별한 증원증가는 억제하되, 통신보안, 안전관리, 보건복지 및 신규 부가가치 창출분야를 중심으로 26천여 명을 증원하고, 인력재배치, 임금피크제 등 제도개선, 선택형 일자리 등을 통해 공공기관에서 향후 4년간 7만여 명을 신규채용, 고용률 70% 달성에 기여한다. 스펙초월 채용시스템 및 직무능력평가 도입 등 채용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여성인력 활용도 제고 등 다양한 사회형평적 인력을 운용한다. 중소기업의 사업화 全과정에서 관련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ㆍ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3) 투명성 - 공공정보 개방 확대 및 국민 감시체제 강화 (1)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 공개ㆍ활용 확대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 개방 촉진을 위해 「정부 3.0 추진 기본계획」과 연계하여 ‘공공데이터 개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민간 창업을 공공기관이 지원하도록 유도하고, 개방된 공공데이터에 대한 일반국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데이터 활용ㆍ지원 기반을 구축한다. (2) 국민 직접 감시체제 강화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정보를 자세히 공개하면서 국민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를 개편하여, 국민감시에 의한 공공기관 경영 쇄신을 도모하고, 공공기관 정책의 추진 및 집행 상황, 기관별 경영실적 등에 대한 종합적인 백서를 매년 발간ㆍ배포한다.
3.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로 가능하겠지만, 지난 5년 동안 추진되어왔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과의 비교내지 공공부문 노동운동진영과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공공기관 체제전환 과제와의 비교를 통해 그 함의와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
1) MB정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과의 비교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으로 통칭되는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정책은 공공부문이 정치적으로는 가시적인 개혁성과를 확보할 수 있는데다 방만경영 및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중적인 반감을 자극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경제적으로는 부족한 국가재정을 보충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까지 강력하게 추진할 정치적 의제로서 유인을 갖고 있었다.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은 ‘① 작은 정부, 큰 시장 지향, ② 국민편익의 증대, ③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 ④ 기관별 특성에 맞는 방안 수립 및 투명한 추진’ 등의 원칙하에 추진되었다. 그 기본 전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축소하고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는 민영화 추진 정책으로 반영되었다. 이렇게 마련된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은 총 6차에 걸쳐 발표되었다. 하드웨어 측면의 개혁은 민영화, 통ㆍ폐합, 경쟁도입, 기능조정, 경영효율화, 출자회사 선진화 등이었고,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혁은 노사관계 선진화, 보수체계 개편, 인사관리 혁신 등이었다. 그리고 공공기관 선진화 이후에도 자율ㆍ책임 경영, 재무건전성 강화, 신규채용 및 열린고용 확대, 공정사회 실천 등이 추진되었다.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은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등 그 내용도 문제였지만, 추진 절차 또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음에도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공공기관의 이해관계자인 공공기관 노동조합들과 시민사회를 배제하고,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설득과 동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격하시키면서, 사회적 합의를 동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는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에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이해당사자 및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미흡”했다고 밝힌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공기업 민영화, 공공부문의 축소에 초점을 맞췄던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과는 달리,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은 공공기관의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 정책방향이 많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기능 통폐합과 상시 구조조정이 언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개별 공공기관을 민영화한다거나 공공기관의 인력 정원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은 빠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석준 기재부 차관도 기자브리핑에서 “과거에는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잣대를 대서 예를 들어서 어떤 기관은 통ㆍ폐합, 어떤 기관은 단계적 폐지, 이런 식으로 주로 접근해왔는데, 이제는 공공기관 간에 협업을 하다 보면 발견되는 기관의 유사기능, 중복기능들을 조정하고, 필요하면 증원, 기구 확대를 할 수도 있으며, 감원, 기구 축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률적으로 기관을 통ㆍ폐합한다는 잣대보다는 그런 기능점검을 통해서 과연 필요한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기능조정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큰 틀로 봐서 지난 15년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기관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민영화라는 용어만 없을 뿐 선진화 정책과 유사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다만,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사항들, 즉 정부 3.0 추진 기본계획에 따른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 공개 확대 및 활용 활성화, 공공기관의 칸막이 제거 등을 통한 공공기관간 협업ㆍ융합 활성화 등이 새롭게 추가되었을 뿐이다. 공공기관 인사시스템 개선이나 경영평가 개편과 관련된 사항은 지난 2009년 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발표한 「공공기관 운영체계 개편방안」에 포함된 개편내용에 비하면 그리 두드러진 것도 아니다.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주로 하드웨어 측면의 공공기관 개혁 정책을 펼쳤다면,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공공기관의 경영혁신 제고에 초점을 두었던 노무현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정책과 유사한 방향을 가질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에 두드러졌던 소프트웨어 측면의 경영효율화 전략이 강화된다는 의미에서 MB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대부분 그대로 승계할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아래의 표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의 내용 중에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계승하였거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을 비교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사실상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제2기로서, 이를 답습한 사항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그간의 공공기관 정책에 대한 평가(2쪽)에서 그간 공공기관에 대한 지속적 개혁정책 추진으로 공공기관의 효율성이 상당히 제고되었다고 언급한다. 공공기관에 대한 통일적 관리체계가 도입되었고, 방만경영을 견제했음은 물론 불합리한 노사관계도 상당히 개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 속에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대한 평가와 반성은 빠져 있고, 오히려 이를 답습하고 승계한 사항들이 많다. 이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 | | |
2) ‘공공기관 체제 전환 기본방향’과의 비교 공공운수노조ㆍ연맹, 시민사회 싱크탱크, 국회의원 등 세 주체가 모여 결성한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의정포럼은 지난 2012년 초 현행 공공기관을 ‘경제개발형’이라고 비판하며 근래 부상하는 공공성과 복지 민심을 반영해 공공기관이 ‘사회정책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지금까지 권력기관의 부속물로 간주되어온 공공기관의 혁신을 목표로 삼아, 공공성 관련 이론적 자원을 비롯하여 공공기관의 구성, 경영평가, 지배구조, 노사관계 등을 검토하고, “공공기관 체제 전환을 위한 3대 기본 방향”으로 공공성 인프라 강화, 공공기관 운영 민주화, 공공기관 모델 노사관계 구축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첫째, 공공기관 재구성, 대안 운영평가 등을 통해 공공기관의 공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인프라를 강화한다. 공공성 가치에 부합하는 공공기관 영역을 설정하고, 경제개발형에서 사회정책형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특히 이미 민영화되었더라도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통신, 정유사, 민자지하철 등의 재공공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 운영을 민주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정부가 독점하는 ‘권력형’에서 이해관계자가 함께 하는 ‘참여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구 공공기관에선 정부, 시민사회, 노동조합 등이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공공이사회’ 제도를 가진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 ‘내부운영 투명화’ 작업도 필요하다. 일종의 ‘공공기관 운영 백서’ 활동이 요청되는 것이다.
셋째, 공공기관에서 ‘모델 노사관계’가 구축되고 노동조합의 역할이 확장돼야 한다. 공공기관은 사실상 정부가 사용자인 조직이기에 정부가 어떠한 역할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공공부문 단체교섭 집중화를 구축하고, 공공기관 노사관계가 민간부문 노사관계에 준거가 돼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사회공공적 활동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사회공공성운동은 서비스 이용자의 눈높이에 이르지 못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조합이 기존 활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이후 이용자 관점으로까지 사회공공성운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공공기관 체제 전환의 문제의식에 비추어 보면,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의 한계는 분명하다. 정책방향은 4대 국정기조, 140개 국정과제의 차질없는 수행을 위해서 공공기관 역량 제고 및 일하는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공공기관 관리 틀’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공공기관 관리체계의 근본적인 전환과 혁신을 얘기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향후 5년간 추진할 공공기관 정책의 방향을 수립한 것이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창조경제의 부속 정책인 듯한 느낌이 있을 뿐, 현 시기 공공기관의 위상에 걸맞는 시대적 과제들은 반영되지 않았다.
애초에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의 초안 성격으로 발표된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의 新정부의 공공기관 정책방향(안)은 최근 10년의 공공기관 정책은 기관별 비용절감과 성과제고에 초점을 둔 신공공관리(NPM)에 입각하여 하향식(top-down)으로 추진되었고, NPM의 대체론 혹은 보완론으로 정책결정과 집행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새로운 공공거버넌스론(Neo Public Governance), 시장, 효율성, 고객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민주적 시민성(democratic citizenship), 지역공동체와 시민사회와 협력, 조직적 인본주의를 강조하는 새로운 공공서비스론(New Public Service)을 소개하고 있다(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2013). 그러나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는 이론적 배경에서 이러한 내용을 제외한 채 단지 140개 국정과제의 차질없는 수행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 정책의 원칙으로 효율성, 책임성, 투명성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 내용을 보면 사실상 이 3대 원칙 모두 능률성에 입각한 사항들만 나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임성과 투명성은 공공성내지 공익성과 관련되는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그 항목에 능률성으로 분류될 수 있는 내용들만 포함된 결과, 공공기관이 견지해야 할 공공성 과제는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속되고 있는 공공기관 낙하산 또는 관치 인사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내용을 포함되지 않고서 신뢰받는 공공기관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향후 5년간 추진할 것이고, 공공기관 관리 틀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필요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행계획을 포함하여 대체적인 내용은 1-2년 사이에 진행될 것이 대부분이다. 단기적인 시야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급박하게 작성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결국 일부 개선된 사항이 있지만, 공공부문 노동운동과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공공기관 체제 전환의 기본 방향에는 미치지 못하는 미흡한 수준의 공공기관 정책이 제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4.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의 주요 쟁점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는 분명 일부 개선된 지점이 있으며, 이는 그 동안 공공부문 노동운동과 시민사회가 꾸준히 제기하여 왔던 요구들을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사항도 제한적인 제도개선에 머무르고 있어 그 운용 여하에 따라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방향의 주요 쟁점을 개선된 사항과 문제점을 구분하여 검토해야 하겠으나,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하나의 쟁점 안에 긍정적인 측면과 문제가 되는 측면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각 쟁점별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상시적인 기능점검체제 확립 = 관료적 통제, 구조조정 상시화 (1) 은폐된 민영화ㆍ구조조정 정책의 용인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올해 12월까지 경영평가, 모니터링 등과 연계하여 공공기관 기능을 상시점검하고, 유사ㆍ중복기능 조정, 기관 통ㆍ폐합 등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이를 관계부처, 전문가 등으로 분야별 TF를 구성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재부는 정책방향이 공기업 민영화를 도모하고 있지 않으며, 공공기관 구조조정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각 부처별 주도하에 행해지고 있는 철도공사 분할 민영화, 민자발전 활성화를 통한 전력민영화, 가스 경쟁도입을 통한 가스공사 우회적 민영화 등도 공공부문 구조조정 내지 민영화 정책이라며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경쟁체제 도입, 독점구조의 비효율 제거를 위한 산업구조 개편 등의 명목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기능조정’ 방식, 부처별 자율추진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결국 상시적인 기능점검체제란 이러한 은폐된 민영화ㆍ구조조정 정책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2) 협업 활성화가 구조조정으로 귀결될 우려
또한 기능점검과 관련하여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공공기관간 협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협업과제에 대한 평가결과 단순한 협업수준을 넘어 기능ㆍ조직의 융합이 더 효과적인 경우에는 기능점검 등을 통한 조정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는 기능중복 등이 있는 경우 공공기관 구조조정내지 통폐합하겠다는 방침의 완곡어법으로 파악될 수 있다. 협업이란 말을 내세워 공공기관 인력에 대한 우회적인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간 칸막이를 제거하여 국민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하면서, 협업 활성화를 조직 융합으로 포장된 공공기관 구조조정 및 통폐합으로 귀결시킨다면 목적이 전도된 것이다. (3) 공공기관에 대한 관료적 통제 강화
공공기관들은 지금도 감사원 감사, 경영지침, 예산지침, 공공기관 경영평가, 경영공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시적 기능점검을 강조하는 것은 공공기관에 대한 관료적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 아닌지 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사실 공공기관의 기능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발상은 이미 2008년 12월 12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제9차 회의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운영체계 개편방안」에서 나왔던 내용이다. 여기에서는 지금까지 공공기관의 인력감축 내지 구조조정이 기획재정부 등의 경영지침, 예산지침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면서, 공공기관 기능을 주기적(3~5년 단위)으로 점검하여 민간에서 수행 가능한 영역은 민영화하고, 존치기관은 성과중심, 내부경쟁을 유도하는 운영시스템 도입 등 상시 경영효율화 추진을 밝히고 있다.
공공기관이 당면한 방만경영이나 관료적 지배구조의 문제를 개선하는데 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대국민 서비스 증진 및 공공기관 역할 재정립, 효율성 강화 등을 위한 기능 조정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명목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능 조정 과정에서 정권의 이해관계가 개입될 가능성이 농후한데다, 종국적으로는 효율성만 강조하는 쪽으로 흘렀던 것이 과거의 전례이기 때문이다. 이미 감사원은 지난 2월부터 ‘공공기관 경영관리 실태 감사’를 다수 공공기관에 대해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대대적인 공공기관 감사를 실시했던 것과 똑같은 양상이다. 상시적인 성과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으나, 우려되는 지점에 대한 해소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4) 4대 기능점검 분야의 통폐합 가능성
한편, 정부는 국정과제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대해 상시 점검을 우선 추진하기로 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산업진흥분야, 개인정보보호, 방송․콘텐츠 지원 등 협업이나 기능 조정이 필요한 정보화 분야,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협업이 중요한 고용ㆍ복지분야, 그간 해외투자가 급속히 증가한 분야 등 4대 분야의 공공기관들을 언급했다. 기재부는 이들 우선점검 기관에 대해 12월까지 기능점검을 실시하고, 협업 방안(안) 및 유사ㆍ중복 기능 조정(안) 마련하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은 공공기관의 기능축소와 폐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기능 개편과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공공기관 기능점검’ 분석보고서(기획재정부ㆍ한국조세연구원, 2012)를 실행하겠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재정부와 조세연구원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공동작업한 ‘공공기관 기능점검’은 기관간 기능통합과 함께 민영화, 민간과 지방정부기관에 이관, 구조 개편과 같은 장단기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점검’ 분석보고서에서 제시된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위한 단기적 정책과제를 재구성하여 4대 기능점검 분야 및 기능ㆍ기관 통폐합 대상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향후 5년간 추진할 공공기관 정책이라고 하면서도 상시적 기능점검체계 확립과 관련하여 올해 12월까지 추진될 4대 기능점검 분야만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상시적 기능점검을 기능ㆍ기관 통폐합이라고 생각하는 해당 기관의 반발을 우려하여 이후의 계획을 은폐한 것이거나 아니면 말은 그럴싸하게 하면서도 실질적인 내용은 마련하지 못한 준비부족의 소산일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해당 기관들과의 논의와 소통 하에 추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재부가 밀어붙이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 긍정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또한 소규모기관에 대해서는 경영평가 대신 간이평가 또는 주무부처에 의한 성과관리로 전환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 자리에 기능점검이 자리잡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5) 민영화, 구조조정의 사전단계로서 시장화 테스트
공공기관 신설에 대한 점검장치 강화를 위해 민간과 경합 가능성이 있는 공공기관 자회사 나 새로운 공공기관 신설시 시장화 테스트를 도입하는 방안은 예상된 것이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철도 경쟁체제 일환으로 수서발 KTX를 운영하는 제 2의 법인을 만들 계획을 발표한 것과 맞물려 주의깊게 봐야 한다. 철도공사가 30% 출자하고, 나머지 70%는 연기금 등 공적 자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이 철도 자회사에 시장화 테스트를 적용할 경우 공기업을 자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이 ‘공공기관’ 설립이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을 이유로 한 민영화 추진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제 2의 철도법인의 설치 3년 이후 그 운영성과를 평가하여 존치여부 검토하는 정책에 따라 분할된 철도 자회사가 민영화될 수 있다. 공공기관으로 존치할 필요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언제든 민간기업으로 넘기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기재부는 시장화 테스트(Market Test)가 새로운 것인 양 포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방향과 원칙, 절차 등을 정립하고 기능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시장화 테스트는 영국에서 특정 정부기능을 기존 조직에서 계속 수행할 것인지, 사업단 조직으로 전환하여 수행할 것인지, 내부시장화 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계약제로 할 것인지, 민영화할 것인지, 아예 폐지할 것인지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절차인 사전대안 분석(prior options analysis) 과정에서 제시되었던 것으로, 새로운 공공서비스 등에 대하여 공공기관, 자회사, 민간기업 중 가장 효율적인 공급자를 도출해내는 방법이다. 이후 영국의 내각사무처가 공공기관 설립 타당성 평가 및 존립 필요성을 점검하는 지침에서 특정 서비스나 기능에 대한 외부위탁(contracting out)의 가능성을 검토할 때에도 시장화 테스트가 적용되었다. 지난 정권에서도 시장화 테스트는 민영화 대상 기관으로 적합한 기관을 모색하는 공공기관의 기능 적정성 점검의 일환으로 검토되었다. 그리하여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서는 기능조정 대상 기관을 크게 세 부분, 즉 ① 민간부문이 활성화되었거나 설립목적의 달성 등으로 더 이상 공공부문에 존치할 필요가 없거나 역할이 축소된 경우, ② 비핵심 사업 비중이 과다한 경우, ③ 기관간의 역할분담을 재검토하여 효율성 제고가 가능하고 이용 편의성이 증가할 수 있는 경우 등으로 나누어 검토하였고, 그 결과 20개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였다. 시장화 테스트가 민영화, 구조조정과 따로 떼어낼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 공공기관 부채관리 대책의 부실 박근혜 정부가 공기업 부채 문제를 은폐하는 데 급급했던 지난 정부와는 달리 모든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채를 전부 국민 앞에 공개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정부 3.0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러한 방침에 따라 정부는 내년 3월 중앙ㆍ지방 정부와 439개 공공기관을 포괄하는 공공부문 부채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29일 ‘정부 3.0’과 관련하여 “공공기관 부채 중 무엇이 늘었는가에 대해 전부 정보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실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되는 것과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맥락을 달리하는 사안이다. 공개ㆍ공유ㆍ소통ㆍ협력, 모두 근사한 단어들이지만, 책임 부담과 대안 제시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국정운영의 자격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부채를 사업부문별 손익과 함께 발생 원인별로 분석하는 구분회계제도를 도입하고 공공기관의 준재정활동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 것은 공공기관 부채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공공기관 재정 운영의 합리성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 공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현재 누적되어 있는 부채문제와 관련하여 부처의 책임 소재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고 당장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국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기관 부채는 단지 구분회계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여 해소되지는 않을 것인데, 이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
공공기관의 부채가 급증하여 국민경제 부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부채는 몇몇 공기업에 한정된 문제로, 이를 공공기관 전반의 문제로 전환시켜 파악하고 있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체 공공기관 중에서 부채규모가 큰 한국토지주택공사부터 25개 공공기관만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금융기관의 부채를 제외하고 부채 점유율을 보면 LH, 한전, 가스공사, 도로공사, 수력원자력, 수자원공사, 석유공사, 철도공사의 순으로, 이들 기관이 공공기관 부채의 90%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나머지 공공기관은 부채규모를 문제삼을 필요도 없다. 결국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이 공공기관 일반을 방만경영 및 비효율성 덩어리로 각인시켜 공공기관에 대한 관료적 통제를 원활하게 하려는 정치적 효과를 모색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있다.
한편, 공공요금 문제가 이번 합리화 방안에서 제외된 것도 지적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는 정부가 4대강 등 대형 국책 사업을 공공기관에 떠넘긴 영향이 크지만, 산업용 전기 요금처럼 낮게 유지되는 공공요금이 부담으로 작용한 기관도 있다. 이에 공공기관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공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지만,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물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가 논란이 되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공공요금 인상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에 결국 언급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의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정치적 고려 때문에 5년간 추진할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 공공요금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공공요금은 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이를 공기업 부채문제 부각과 공공기관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만일 정부가 공공요금을 합리화하고자 한다면 공기업 부채를 매개로 애매하게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3) 공공기관의 경영자율 확대에 따른 문제 (1) 불필요한 경영간섭 최소화는 바람직
5년 단위의 ‘공공기관 중기 운영계획(재무, 인력 포함)’을 수립하고, 공공기관 예산ㆍ인사지침을 정비하여 주무부처 등의 불필요한 경영상의 간섭ㆍ규제를 최소화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시장형 공기업을 중심으로 경영자율권을 확대하고 인건비 한도 내에서 정원 운영에 자율성을 확대하는 총액인건비제 도입을 검토키로 한 것도 전향적이다. 다만, 경영자율 확대 조치가 시장형 공기업에 한정되어 있어, 수익이 있는 공기업과 적자 공기업내지 공기업이 아닌 공공기관 사이의 격차가 확대할 우려가 있다. 기재부에서는 총액인건비제도의 도입이 예시 차원일 뿐이고 확정된 것은 아니며, 정원 등 인력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또한 공기업은 몰라도 준재정기능을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에는 적용하기 힘들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총액인건비제도는 정원통제와 함께 운영된 결과 상당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준재정기능의 수행이 도입에 장애가 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2) 경영자율권 제도 확대의 문제점
경영자율권 확대 및 기관장 경영성과 협약제 도입으로 대표되는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 강화가 현행 경영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온존시키고 기존 ‘경영자율기관’의 문제점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2010년부터 시행중인 공공기관 경영자율권 확대제도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부산항만공사 등 5개기관을 대상으로, 기관장에게 인력ㆍ조직ㆍ예산상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자율에 상응하는 도전적인 성과목표를 부여하여 책임성을 확보하는 맞춤형 관리방식으로, 기관장 평가를 자율경영계획서 이행실적 평가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기관장 경영성과 협약제는 재임기간 중 1회만 평가한다는 것만 상이할 뿐 사실상 경영자율기관의 자율경영계획서 이행실적 평가를 확대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경영자율권 대상기관들의 성과목표가 공통목표(노사관계 및 공공기관 선진화)와 기관별 고유목표로 구성되며, 고유목표가 대체로 ‘영업이익 지표’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경영성과협약제가 경영자율권 대상기관들의 길을 따른다면 기관 고유의 공공성은 뒷전인 채 높은 성과를 실현하는 명목으로 재무적 경영효율성, 수익성에 매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경영자율권 적용대상 기관의 기관경영평가를 자율경영평가로 대체하는 경우, 이는 공공기관의 경영자율성 확대가 사실상 민영화의 전단계로 파악될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평가결과가 우수한 기관에 더 높은 수준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공공성이라는 특성도 감안하여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관 고유의 사업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소홀히 해선 안 된다. (3) 공공기관 재분류의 검토
공공기관을 재분류하여 그 관리범위를 적정화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그 방향성이다. 정책방향은 재분류의 기준으로 시장성과 규모만을 언급하고 있어 과거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에 의한 민영화 대상 선정과 같이 경쟁도입-민영화 정책으로 연결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행 공공기관 지정ㆍ분류에서 공기업은 공공성과 기업성의 조화를 모색해야 하고, 준정부기관은 공공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데, 시장성 및 규모만을 고려한 재분류 방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공기관 지정ㆍ분류 개편방안은 공공기관 평가유형의 분류도 고려하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타공공기관의 정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기타공공기관의 경우에도 현실적인 관리범위 안으로 포함시켜 규율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기타공공기관 유형을 폐지할 경우, 이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개정안으로 발의되었고, 25개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이 공동으로 발표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 발전전략”에서도 적시된 사항, 즉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활동을 위해 출연(연)을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정 해지하여 공운법이 아닌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원ㆍ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4) 낙하산 인사 방지책 없는 공공기관 인사시스템 개편 지난 대선 공약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국정 운영의 일환으로 공무원 및 공사의 채용 과정에서 인사비리나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관의 인사권(부처 및 산하기관장) 보장 및 인사권 분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또한 청와대 조직개편을 설계하면서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인사권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무분과에서도 국민의 시각에서 국민과 기업에 직접적 부담을 야기하거나 상대적 박탈감 등을 초래함으로써 정부의 신뢰도 저하로 직결되는 불합리한 관행 중의 하나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꼽았다(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013). 그렇다면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의 핵심적인 내용 중의 하나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임원 선임절차를 간소화하고 주무부처의 인사자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 인사개혁에서 핵심은 낙하산 인사 극복방안인데,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는 전문성 강화만 강조했을 뿐 낙하산 인사 근절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1) 임원추천위원회의 운영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부재
정책방향에서는 역량있는 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임추위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기재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임추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임추위 구성을 비상임이사 과반수에서 기관 밖의 민간위원 과반수로 바꾸고 위원장은 호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는 합리화 방안의 초안격인 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의 ‘新정부의 공공기관 정책방향(안)’에도 포함되었던 내용이다. 현재 임추위는 비상임이사와 이사회가 선임한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비상임이사는 임추위를 통해 추천되면서도 임추위 위원이 되는 자기선임의 구조에 빠져 있는데다, 임추위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비상임이사의 임명권자가 사실상 임추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으며, 비상임이사의 영향력이 과다하다는 점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간위원 과반수가 명확하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에 노동계를 포함한 관련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위원을 과반수로 하고, 임추위 위원장도 이들 중에서 호선하는 것이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는 이에 대한 부분이 아예 빠진 것이다. 향후 공운법 개정과정에서 재론되겠지만, 최소한 임원 선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준정부기관 임추위 구성 시에도 주무부처 소속 공무원이 임추위 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해당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와 노동계를 포함한 관련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위원의 경우에는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임직원과 공무원이더라도 임추위 위원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2) 임원의 전문성 제고방안의 문제
정책방향은 기관장과 감사 등 임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임원 직위별 전문자격요건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현행 공운법 제30조에 따르면 기관장은 ‘기업경영과 그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막연하게 규정되어 있어, 낙하산 인사가 투하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임원의 직위별 전문자격요건을 구체화하고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를 임원의 전문성에 대한 계량적 평가로 파악한다면, 공공기관의 정치적 책임성 확보와 상충된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자칫 소관 부처나 관련 기관을 퇴직한 고위 관료들이 정치인 대신 공공기관 임원으로 투하될 가능성이 있으며, 소관 부처와 관료 출신 임원 간의 유착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석준 기재부 차관도 기자브리핑에서 “내부적인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경영능력과 그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같은 외부적인 전문성도 중요”하며, “내부승진이 더 많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임이사와 감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내부견제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임기제를 개선하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다. 2년의 상임이사 임기로는 우수인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감사의 경우 임기를 3년으로 연장하는 것보다 그 책임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보수를 줄이는 것이 낙하산 감사의 투하를 막는 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3) 임원 선임절차의 개악
공공기관 인사시스템 개편의 핵심은 임원 선임절차를 간소화하여 공운위가 개별 인사 안건에서 손을 떼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선임절차를 ‘임추위 → 공운위 → 임명’의 3단계(소요기간 평균 40일)에서 ‘임추위 → 임명’의 2단계(소요기간 평균 26일)로 14일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감시기능이 부재한 채 복잡했던 임원추천구조를 단순화한 것은 의미가 있으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의 원인은 임원 선임절차가 복잡하고 소요기간이 길어서가 아니라 청와대를 비롯한 위로부터의 개입으로 인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시 기능이 미약했던 데 있었다는 점에서 임원 선임 절차 간소화는 초점이 어긋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적은 이미 2009년 공공기관 임원 선임절차를 간소화했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공공기관 운영체계 개편방안」(이하 “개편방안”)을 둘러싸고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임추위 구성에 관계부처의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후보자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보류, 부결 등 의결기능을 활성화하여 관행적인 2배수 압축방식을 개선하기로 한 것에서 후퇴하여 공운위마저 임원 선임절차에서 제외된다면 “관계부처 관료가 추천하고 청와대가 임명하는”, 공운법 이전의 상황으로 사실상 회귀하는 셈이 된다.
물론 현행 공운위는 그 구성 및 운영에 있어 많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으며, 개별 기관의 인사와 관련하여 임추위가 추천한 3∼5배수 후보자를 2∼3배수로 축소하는 역할을 해왔으면서도 형식적인 성격의 심사에 머물렀으며,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가 여전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인수위 백서에서는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공공기관 인사제도의 중심에 놓여 있는 공운위의 운영을 내실화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런데도 그 내용이 기재부 업무보고에서는 물론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도 보이지 않는 것을 긍정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임원 선임 절차의 적정성 확보 및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보강도 필요하지만, 공운위에 노동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공정성과 전문성을 보강하는 것도 공운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할 문제이다.
또한 애초에는 임원 추천후보를 기존의 ‘3∼5배수’에서 ‘3배수 이하’로 줄이거나 주무부처 요청에 따른 재공모를 금지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리고 ‘관치 인사 논란’ 이후 언론에서는 청와대의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시스템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내용 또한 정책방향에는 빠져있다.
청와대에서 검토하고 있는 공기업 기관장 인사를 위한 검증시스템 강화방안에 따르면 후보군의 배수가 늘어나고, 소요기간도 한달 가량 늘어난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공공기관 후보군을 기존 3배수에서 최대 6배수로 두 배 늘려, 이들을 대상으로 평판 조회 등의 다양한 검증 절차를 거쳐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 다음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재가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해당 부처 장관이 후보군을 3배수로 올렸지만 바뀐 시스템에서는 장관이 3명을 추천하고, 관련 수석비서관도 별도로 3명을 추천하여 최대 6명을 후보군으로 올린다. 장관과 수석은 각각의 후보에 대한 추천 사유도 쓴다. 추천된 후보군은 모두 청와대 인사위원회로 올라가고, 인사위는 민정 라인과 함께 검증 작업을 벌인다. 여기에 해당 공기업을 관할하고 있는 수석이 함께한다.
청와대는 이러한 공공기관 인사시스템 변화의 장점으로 관료 일색의 낙하산 인사가 사라지고, 문제 인물이 사전에 걸러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주무부처 장관과 관련 분야 청와대 수석이 좀 더 나은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여기에다 추천 이유까지 밝혀야 하는 만큼 추천 후보의 전문성 등을 세세하게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사시스템의 변화 때문에 최근 공기업 기관장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하지만, 청와대의 친정체제가 강화되는데다가 공공기관의 임원 선임절차가 실질적으로 더 길어지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최근 공공기관장의 공백으로 남아 있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었고, 이로 인해 공기업들의 주요 의사결정이 미뤄지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심지어 “신규 사업을 비롯해 주요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결국 낙하산 인사 문제를 일으킨 핵심적인 진원지가 청와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임원 선임절차에서 청와대의 개입을 강화한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인사시스템 개선방안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4) 주무부처의 인사자율성 제고?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현재 기재부 장관에게 주어진 공기업 비상임이사의 임명권을 주무부처 장관에게 넘기기로 했다. 비상임이사를 기재부에서 임명한 결과 오히려 비전문가가 선임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운법 제정시에 공기업의 견제임원인 비상임이사와 감사의 임명권을 기재부에 준 것은 공운법이 근거로 삼았던 ‘OECD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의 권고, 즉 공기업의 산업정책기능(기관별 고유사업)과 소유권기능(임원 임면, 경영감독 및 평가)을 명확히 분리하여 소유권 행사기능을 집중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에 따른 것이었다. 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임원선임에서 주무부처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공운법의 입법취지를 무시하겠다는 발상이며, 지금까지 기재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또한 주무부처의 인사자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하여도 앞에서 언급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 검증방안이 이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 또한 지적되어야 한다. 관치 인사 논란 이후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을 주도하면서 정작 관할 주무부처는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추위에서 3~5배수로 추천된 기관장 후보자들에 대한 제청권을 주무부처에서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하지 못한 채 “(청와대에서) 하라고 하면 진행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대선 공약에서는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국정 운영의 일환으로 공무원 및 공사의 채용 과정에서 인사비리나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관의 인사권(부처 및 산하기관장) 보장 및 인사권 분권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정과제에서는 이와 관련된 사항이 제시되지 않았고, 기재부 업무보고는 물론 이번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도 이를 위한 대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합의제 성격의 인사위원회를 청와대를 비롯하여 각 부처에 설치하도록 했으나, 현재 청와대를 제외하고는 인사위원회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고 본다. 5) 변죽만 울리는 경영평가제도 개선방안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와 관련하여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의미 있는 제안을 많이 내놓고 있다. 우선 공공기관 경영평가대상을 조정하여 평가 실효성이 높은 대규모 공기업ㆍ준정부기관에 대해서만 경영평가를 하고, 기관 규모에 비해 평가부담이 과도한 소규모기관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에 의한 간이평가 또는 주무부처에 의한 성과관리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또한 글로벌 지표를 확대하고, 새로운 사회적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평가방법을 도입하는 등 공공기관별 특성을 반영하여 평가방법을 차별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평가지표는 국정과제 등 핵심지표 중심으로 간소화하고 주무부처 평가와의 연계성을 제고하며, 과도한 비계량지표와 정치적 평가로 문제가 되었던 기존 기관장 평가는 기관 평가로 통합하되, ‘기관장 경영성과 협약제’를 도입하여 재임기간 중 1회만 평가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일선 공공기관에게 분명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평가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평가제도 자체의 결함, 공공성의 무시, 과도한 경영효율화 지표 편향, 신자유주의적 통제의 심화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조차 느끼기 힘들다. 또한 운영평가상의 문제를 개선하는 문제나 평가의 편의성 명목으로 획일적인 계량평가 위주의 평가지표 문제도 경영평가 개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관리 틀’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필요에서 제출되었다는 이번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경영평가의 대부분의 문제가 평가 결과와 성과급 지급을 연계하는 데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내용도 보이지 않는다. 성과급 지급은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공공기관 직원들의 선호 자체를 바꾸어 평가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 여기에 주무부처에 의한 성과관리로 전환되는 기관의 경우 주무부처의 자의적인 평가에 의해 성과급이 지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영평가 성과급을 폐지하거나 지급 기준을 공정하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평가단 운영의 경우 전문기관을 적극 활용하고, 경영평가단 규모는 축소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와 봐야 그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 이를테면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의 경우 공공의료강화정책에 대한 전문적 기술을 지원하는 기관이자, 지역거점공공병원에 대한 평가기준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면서 전문성을 축적해온 기관이었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기관평가센터나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를 수행하다가 2012년 민간회계업체인 삼일회계법인이 전문기관으로 평가를 수행하였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은 기업의 경영효과를 높이기 위한 재무 중심의 컨설팅 전문기업에 불과하여 지역거점공공병원에 대한 운영평가를 담당할 기관으로서는 전혀 적절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보건복지부가 삼일회계법인에 위탁하여 수행한 2012년 지역거점공공병원에 대한 운영평가와 2012년 지방의료원 운영진단 결과는 지역거점공공병원 발전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공성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공공기관 평가단 운영 개선방안 또한 현재의 평가단을 보완하여 제시되는 전문기관이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가에 따라 그 개선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한편,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공공기관에 요청되는 대부분의 사항들을 경영평가에 반영하여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정부시책을 경영평가 사항으로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명시적으로 언급된 사항을 보면, ①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의 연간 재무전망 달성도 등 이행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 ② 공공기관간 협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하여 기존 경영평가에도 협업성과를 반영하고 고객만족도 조사도 협업과제 수혜자의 서비스 평가를 반영하도록 개선, ③ 여성관리자 목표 준수여부 등을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 ④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실적을 경영평가에 적극 반영, ⑤ 공공기관의 데이터 개방 및 활용정도를 경영평가에 반영 등이 있다. 이러한 사항들은 기존의 정부정책이행실적 평가지표처럼 공공기관에 부담을 줄 뿐 경영평가의 애초 목적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더욱이 경영평가 대상기관은 축소되는데, 정작 경영평가에 포함되는 사항들은 늘어나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6) 돌려막기식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 ‘정책방향’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일자리 창출규모가 향후 4년간 7만명 정도로 제시되고 있으나, 인력증원 26천여명을 제외하고 인력재배치(24.5천명), 제도개선(임금피크제 등 15천명), 시간제 근로 등 선택형 일자리(4.5천명)는 자연 감소분 등에 따른 채용이어서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로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공기관 일자리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 2012년 11월의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서는 2013년도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규모를 잠정 결정하면서 유형별로는 준정부기관 및 기타공공기관의 채용규모가 증가하고, 업무분야별로는 2012년에 비해 복지ㆍ노동분야 및 교육ㆍ문화, 환경 등 기타분야의 채용규모가 크게 증가한다고 밝혔는데, 정작 기재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그 구체적인 채용규모를 밝히지 않았다가 이번에 명시적으로 2만6천여명이라고 밝힌 것이 눈에 띈다. 다만, 공공기관에서도 외양만 공공인프라일 뿐, 복잡한 하청, 외주 구조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 유지ㆍ보수, 안전 분야에서 인력 축소ㆍ감원이 강제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력재배치는 말 그대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배치전환에 불과하며, 임금피크제 도입은 정년연장의 취지를 살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부분은 미미하다. 그리고 시간제 일자리 확산은 일자리 총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쪼개기’ 정책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지난 정부의 선진화 정책에 따른 획일적인 정원 축소의 부작용이 입증된 지금, 감축된 정원의 원상회복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정원을 일률적으로, 단시일 내에 확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개별 기관별로 5년 단위의 중기 운영계획을 마련하기로 한 만큼, 여기에 정원의 원상회복을 포함한 인력계획이 기관 실정에 맞게 짜여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별도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ㆍ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여성인력 활용도 제고 명목으로 시간제근로, 즉 비정규 계약직을 활성화한다는 내용과 모순된다. 나아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더라도 2년 이상 상시고용일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해야 하므로 상시고용은 조건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7)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 공개ㆍ활용 확대의 문제 (1) 창조경제의 부속물로 전락한 공공기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를 통해 기관별 더 많은 정보공개를 모색하고 있다. 공공데이터 중에서도 민간의 활용 가치가 높은 기상, 교통, 지리, 교육, 복지, 재정정보 등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 공공데이터가 자본에 의해 영리화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이 자신들이 가공하였다고 하여 지식재산권을 주장하면서 정보 접근에 대한 통제를 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공공정보의 적극적인 공개와 개방을 통해 15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24조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예측의 실현가능성은 별개로, 여기에서 정부 3.0이 내포한 본질이 드러난다. 민ㆍ관 협치 강화와 직접민주주의 확장이 정부 3.0 추진계획의 핵심이라고 하지만, 그 실내용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효과 제고에 있었던 것이다.
정부 3.0의 개념도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여 국민과 공유하고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민간과 협력함으로써, 국민 개개인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으로 정의된다.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도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 활성화 등 창조경제 지원기반 구축이 주요한 과제로 언급된다. 결국 정부 3.0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 또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부수적으로 수반되는 하위 정책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2) 기존의 공공데이터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현실 간과
공개되는 공공데이터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정보들을 제외한 채 일반적인 것들만 제공하는 수준이어서 한계가 있다. 더욱이 당연히 공개되어야 하는 공공데이터를 정부가 독점한 상황에서 공공데이터의 공개ㆍ활용 확대는 레토릭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비공개대상정보 조항들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정보공개 청구의 실효성을 제약해왔다. 국가안전보장,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의 보호, 사생활의 보호, 진행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 등을 운운하면서 사실상 정보공개를 봉쇄해왔던 것이다.
대표적인 비공개 정보가 바로 국민세금으로 수행된 정부의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들이다. 정책연구관리시스템 사이트(http://www.prism.go.kr/)에 용역의 대략적인 개요가 공개된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들 중 내용 자체는 비공개로 하고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감사ㆍ감독ㆍ검사ㆍ시험ㆍ규제ㆍ입찰계약ㆍ기술개발ㆍ인사관리ㆍ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ㆍ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법 제9조 제1항 5호)에 해당되어 비공개되기 일쑤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에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관련된 연구용역보고서의 공개를 청구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답변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정책결정을 위한 참고자료로서 기관의 공식적인 입장의 자료가 아니”며, “따라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업무의 공정한 수행 및 향후 원활한 제도의 개선을 위해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안전행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기관에 관한 구체적인 현황이 궁금하여 찾아봤더니 안전행정부 홈페이지는 물론 정부부처 어디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안전행정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는데, 이에 대해 안전행정부는 “요청하신 사항에 대해 현재까지 안전행정부가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현황에 대해 외부에 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비공개결정을 하였다. 정부 3.0의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가 이런 행태를 보이는데, 다른 부처들은 어떠할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8) 국민의 직접 감시체제 강화 이번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 그마나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고 효율성보다는 공공성내지 민주성의 가치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공공기관 경영정보에 대한 통합공시 시스템 개편 및 연차보고서 발간 등을 통해 국민 감시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영정보를 더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를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정작 연구자나 국민들이 원하는 정보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거나 미흡하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낙하산 인사 근절과 관련하여 임원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과 관련된 회의록 및 의결내용이 공개되고 이에 대해 임원추천위원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되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사항은 공시되거나 정보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알리오에는 요약본 형태의 경영공시만 이루어져서 국민들이 공공기관의 경영 실태를 파악하는 데 애로가 많았다.
또한 경영공시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며, 매년 조금씩 바뀌어서 시계열 데이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매년 4월 말에 기획재정부는 경영공시된 공공기관의 경영정보와 재무정보를 발표하고 있으나, 이들 자료와 국정감사 시에 국회의 요구로 제출하는 공공기관 경영정보의 수치가 다른 경우도 상당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의 정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국민의 직접 감시체제 강화로서 경영공시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사실상 경영공시의 내용을 경영평가와 연계시켜, 아래로부터의 통제가 아니라 위로부터의 관료적 통제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는 것 또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5. 공공기관 정책의 과제
공공기관 개혁의 기본 방향은 그 설립 목적과 기능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조직의 위상과 역할을 바로잡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기업의 제자리 찾기, 공공성의 확장 및 서비스 질 제고에 중점을 두고 공공기관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8일에 기재부가 발표된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뒷받침하여 국민행복, 경제부흥, 문화융성 등에 기여한다는 정책목표에 얽매인 나머지 공공기관 개혁 정책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을 빠뜨리고 있다. 여기에서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의 주요 쟁점에서 제시된 사항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이 보완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공공성 강화의 측면에서 공공기관 운영체계를 볼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효율성 제고도 필요하지만, 공공기관의 공공성에 주목하여 공공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번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향후 5년간 추진할 것이고, 공공기관 관리 틀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필요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행계획을 포함하여 대체적인 내용은 1-2년 사이에 진행될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공공기관 체제 전환을 위한 기본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공공기관은 신설하고, 현재는 시장영역에 속하지만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서비스로 민영화된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토대로 재공공화하는 등 공공성 강화방안에 대해 모색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재무구조를 종합평가하여 공공기관이 자신이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또한 효율성과 관련해서도 비용절감, 인력감축 등에 초점을 맞추는 관리적 효율성보다는 전반적인 국가 정책의 시야에서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바라보는 정책적 효율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상시적인 기능점검체제 확립은 관료적 통제, 구조조정 상시화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 과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공공기관 운영체계 개편방안」에서처럼 공공기관의 기능에 대한 상시 점검이 상시 경영효율화 추진으로 전락했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상시적 기능점검이 국민중심 서비스 증진에 기여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역할을 재정립하는 방안일 뿐 구조조정과 기관 통폐합의 외피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참여하에 기능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신설에 대한 점검장치 강화를 위해 민간과 경합 가능성이 있는 공공기관 자회사 나 새로운 공공기관 신설시 시장화 테스트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 효율적인 공급자 선택에 머무르지 않고 더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자를 선택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자. 이를 위해서는 재무적 효율성과 수익적 성과만을 강조하는 ‘상업화’에 기반하지 않고, 필수서비스의 적절한 제공 여부에 중점을 두어 평가하는 공공성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공공기관 부채와 관련해서는 정보공개 확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실효성 제고, 구분회계제도 도입을 비롯한 공공기관 사업관리의 강화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으로 인해 현재 누적되어 있는 부채문제와 관련하여 부처의 책임 소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향후 국책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기관 부채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 부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 또한 중단되어야 하고, 공공기관 부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공공요금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하에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5년 단위의 ‘공공기관 중기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공공기관 예산ㆍ인사지침을 정비하여 주무부처 등의 불필요한 경영상의 간섭ㆍ규제를 최소화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경영자율권 대상기관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의 공공성이라는 특성도 감안하여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관 고유의 사업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공기관을 재분류하여 그 관리범위를 적정화함에 있어서 그 기준으로 시장성과 규모뿐만 아니라 공공성과 기업성의 조화를 모색해야 하는 공기업의 특성 및 공공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준정부기관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임원 선임절차를 간소화하고 주무부처의 인사자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 인사개혁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낙하산 인사 극복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에서는 전문성 강화만 강조했을 뿐 임원추천위원회의 운영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부재하고, 임원 선임절차를 오히려 개악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추위 구성에 이해관계자의 참여 확대 등 임추위의 구성 및 역할 정상화, 임추위의 복수 임원 추천시 순위를 두어 추천토록 하여 임명권자의 자의적인 낙하산 인사 최소화, 공운위의 기능 강화,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정 공공기관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제도 도입 등과 같은 사회적 감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공공기관의 최고 의결기구인 공운위를 비롯한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공운위를 기획재정부에 종속된 들러리 기구로 격하시킬 것이 아니라, 공운위를 통해 실질적으로 공공기관의 예산 및 운영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공공기관의 의사결정구조를 기획재정부가 좌지우지하는 ‘정부 독점형’에서 공공서비스 이용자, 생산자를 대표하는 인사가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참여형’으로 혁신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구성에 다양한 분야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확대한다. 정부는 공공개혁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주체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허용하는 민주적 지배구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공운위의 공공기관 평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민간위원의 공정하고 책임 있는 의사 참여를 담보하기 위해서 공공기관의 공적 서비스의 직접 이해관계자인 공공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가 참여토록 하여 그 구성기준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민주적ㆍ자율적 운영 및 대국민 서비스 증진을 도모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어떠한 방식을 취하든지간에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법과 기준으로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의 이사회에 있어서도 그 구성ㆍ선임절차에 있어 직능대표성의 가미를 통해 직능집단 및 이해관계자 집단의 대표성과 책임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독립성이 확보된 이사회 중심의 공공기관 지배구조 구축으로 감독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여섯째,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민간부문의 수익성, 상업성 지상주의의 관점을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경영평가라는 명칭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그 안에서 아무리 공공성 평가의 필요성이 강조되더라도 명목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경영평가 명칭을 ‘운영평가’로 변경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 제공과 강화를 위해 해당 기관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도록 한다.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는 재무적 성과의 획일적 확대, 정부정책의 무비판적 수용 및 왜곡된 노사관계 강요 등이 아닌 공공적 성과 및 사회적 책임 확대, 기관의 특성에 맞는 지표의 자율적 선정과 그에 따른 평가 등으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방법과 관련하여도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 확보 및 평가단의 공공기관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위해서 1년 단위의 평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평가단 운영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한편, 평가의 목적이 공기업의 운영 및 서비스 개선에 있다면, 지나치게 성과급과 연동되는 현재의 제도는 변경되어야 한다. 성과급 차등을 현재의 차등 수준의 절반 수준으로 조정하는 노력을 곧바로 시작하지 않는 이상, 현재 제도 운영과 평가지표에서 각종 문제점과 모순이 드러나는 경영평가를 통해 성과급 차등을 과도하게 강제하는 것은 정당성과 신뢰를 얻기 힘들다. 일곱째,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돌려막기식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공공부문은 여러 나라에서 경제위기시기에 ‘최후의 고용자(the state acting as employer of last resort)’로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으로 무리하게 감축한 공공기관 정원ㆍ현원을 원상회복시키고, 실질적인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덟째, 정부 3.0에서 말하는 공개ㆍ공유ㆍ소통ㆍ협력ㆍ참여 등이 레토릭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행정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 3.0은 플랫폼을 만드는 데 주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에 앞서 시민들과의 소통 및 정책의 환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정부 3.0을 떠벌리기에 앞서 공공정보의 공유를 제대로 하는 정부 2.0, 아니 시민들의 정보공개 청구에 제대로 응하는 정부 1.0부터 정착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 및 민간 활용 활성화가 민간 창업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창조경제에 기여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공공기관 정책 참여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의 많은 사항들은 이후 공운법 개정시에 반영되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미 상당히 많은 수의 공운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공운법을 개정할 때에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의 보완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국회에서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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