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본연의 자세 포기"… 리더십·소선거구 문제도 제기[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한국정치에서 제3당에 가장 근접했던 정당은 다름 아닌 민주노동당이었다. 2004년 총선 당시 정당투표에서 13.8%를 받아 비례대표로 8석을 확보한 것을 포함해 총 10석의 의석을 건졌다. 2012년 총선에서도 통합진보당은 13석을 확보했지만 현재 진보정당을 제3정당으로 인식하는 시선은 없다.
진보진영 인사들은 현재 진보정치가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진단이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진보가 본연의 정체성을 잊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한 편, 또 다른 일각에서는 독자노선을 걸어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야권연대나 통합이 위기의 본질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통적으로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으로부터 통합진보당 창당과정과 총선과정에서 빚어진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 논란이 유권자들의 환멸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과 동떨어진 운영방식과 리더십의 부재도 위기의 원인으로 꼽는 시선이 있다.
이용길 노동당 대표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진보정치가 본연의 궤도를 이탈하면서 진보정치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라며 "북한 논란 등 진보적 문제를 이탈한 주장과 현실 정치에서 선거연합이나 단일화에 매달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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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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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진보정치의 분열 때문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분열이 아닌 진보정치 약화가 맞다"며 "민주노동당 창당 당시 보수 양당과 분명히 구별됐고 여기에 대중적 동의가 이어지면서 2004년 총선에서 13%까지 득표하게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시 선거에서 진보정치가 선거연합을 했거나 한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반면 박철한 진보정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독자적 방향을 걷는다는 분들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연합 등이 본질이 아니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진보의 위기는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로 대표되는 것"이라며 "이 사태가 (대중들에게)진보의 실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한 외부적 조건으로 "선거제도 자체가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이기 때문에 이것이 제3정당의 진입을 막는 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사회는 분단의 조건이 워낙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조건이 제약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더십의 문제를 지적한 목소리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유권자 토양만 보면 충분히 진보정당이 잘 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진보정당이 실패한 것은 전략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도그마된 자기 논리로 정당정치를 하고, 리더나 자기 정치인을 키워주지 않는 것이 진보정당"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유권자들은 지도자를 보고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진보정당 리더가 누구인지 인지를 못하고 있다"며 "아울러 논쟁이 이어지니 노선으로만 분열이 되고 있고, 당 운영 원리도 지나치게 관성으로 접근하니 당의 논리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