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본식물로는 변산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등이 이른 봄 눈 속에서 꽃을 피워 제일 먼저 봄을 알린다면, 목본식물로는 생강나무, 산수유, 매화 등이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 그러기에 눈 속의 매화나 생강나무, 산수유 꽃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매화는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하여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군자(四君子) 대우를 받아 왔다.
산수유도 매화 못지않게 귀대 받아 온 나무다. 산수유나무는 꽃도 예쁘지만 가을에 붉게 익는 매혹적인 열매는 우리 몸에 좋아 예부터 한약재로 널리 쓰인다.
약간 따뜻한 성질에 신맛을 갖고 있는 산수유의 가장 큰 약리작용으로는 허약한 콩팥의 생리기능 강화와 정력증강효과를 꼽을 수 있다. 오래 두고 먹어도 부작용이 없고, 독특한 향기와 단맛을 지니고 있어 술이나 차로도 좋고, 다른 약재와 섞어 차로 끓여 장기간 마시는 것으로도 약효를 볼 수 있다.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등 산수유가 빠져서는 안 될 탕약재의 종류만도 십여 가지가 넘는다.
동의보감에는 “산수유는 음陰을 왕성하게 하며 신장의 정과 기를 보하고 성 기능을 높이며 음경을 딴딴하고 크게 한다. 또한 정수精髓를 보해주고 허리와 무릎을 데워주어 신장을 돕는다. 오줌이 잦은 것을 낫게 하며 늙은이가 때 없이 오줌을 누는 것을 낫게 하고 두풍頭風과 코가 메는 것, 귀먹은 것을 낫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난겨울의 장설과 강치 탓에 아직 변산의 꽃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을 터..., 변산바람꽃, 복수초는 3월 10일경부터, 산수유는 20일경부터나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위의 사진은 지난 봄(3월초)에 담아 둔 사진이다.
산수유가 이처럼 좋은 약재이다 보니 일찍부터 재배했던 듯하다. 삼국유사의 제2권 기이(紀異)에는 신라 48대 경문왕(861-875)에 대한 재미있는 설화가 소개되어 있다.
“경문왕(이 왕위에 오르자 그의 귀가 갑자기 당나귀 귀처럼 길어졌다. 왕후를 비롯하여 대궐에서 일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이것을 몰라보았으나 오직 두건 만드는 재인바치(幞頭匠) 한 사람만이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는 평생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않다가 그가 죽을 당시에 도림사(道林寺) 대숲 속에 들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대를 향하여 외치기를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그 후에 바람이 불 때면 대가 소리를 내어 “우리 임금님 귀가 노새 귀 같네!” 하였다.
왕이 이것을 싫어하여 곧 대를 베어 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더니 바람이 불면 다만 “우리 임금님 귀가 기다랗네!” 하는 소리만 났다.
남의 작은 소리도 크게 듣는 현명한 왕 이야기이지만, 기다란 산수유 열매가 유별나게 귓밥이 긴 사람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또 이때부터 벌써 산수유나무가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꼬리명주나비, '쥐방울덩굴 없이는 못살아요' --쥐방울덩굴 (0) | 2013.07.13 |
---|---|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 복수초 (0) | 2013.07.13 |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2011년 4월달력] 생강나무 (0) | 2013.07.13 |
죽은 언론의 사회 (0) | 2013.07.13 |
문정현 신부, 다시 길에서 길로 '평화유랑'하기로 --허철희의 포토갤러리 (0) | 2013.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