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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2011년 4월달력] 생강나무

정치, 정책/복지정책, 문화 기획

by 소나무맨 2013. 7. 13.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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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2011년 4월달력] 생강나무
2011.04.05 11:59 입력

 

나무 중에서는 생강나무와 산수유가 제일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린다. 산수유는 인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생강나무는 산에서 볼 수 있다. 요즈음 산행을 하다보면 아직은 새잎이 돋지 않아 무채색인 활엽수 숲 여기저기에서 노란빛을 강렬하게 발하는 생강나무 꽃을 볼 수 있다. 다른 해 같으면 더 일찍 볼 수 있었을 터이지만 올해는 꽃샘강치가 심했던 탓으로 다소 늦은 편이다.

 

그러고 보면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많이도 닮았다. 꽃 피는 시기, 꽃의 색깔, 꽃의 크기 등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내변산 청림의 어느 집 울안에는 생강나무와 산유를 함께 심어놓았는데 그 나무가 그 나무 같아 매번 혼동하곤 한다.

 

산수유도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친근한 나무지만 생강나무도 이에 못지않다. 먼저, 생강나무의 쓰임은 참으로 다양하다.

 

생강나무 잎이나 가지를 코에 대면 생강 냄새가 난다. 그런 이유로 생강나무라는 이름을 얻은 듯하다. 냄새만 생강과 비슷한 게 아니라 실제로도 잎을 말려 가루 내어 생강 대신 양념으로 썼다고 한다.

 

이처럼 향이 좋다보니 어린잎을 차로 마시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서는 생강나무 잎으로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고도 한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잠시잠깐 님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정선아리랑의 한 대목이다. 봄이 오면 정선 아우라지 강 건너에는 동박꽃이 만발하는데 그 꽃을 딴다는 핑계로 사랑을 나누던 처녀 총각의 모습이 이 가사에 담겨 있다. 몇 해 전 강원도 여행길에 정선에 들러 5일장도 둘러보고, 예술회관에서 주민들이 꾸미는 창극 ‘정선아리랑’도 감상했었는데 그 유장한 정선아리랑 가락에 흠뻑 취했던 기억이 새롭다.

 

여기서 동박이 바로 생강나무다. 옛 여인들은 동백기름으로 머리단장을 했는데, 동백이 자생하지 않는 추운지방에서는 동백기름 대신 생강나무 열매의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박 혹은 동백이라 부르는 듯하다. 동백기름은 방치해두어도 증발하는 일이 거의 없고, 또 변하지도 않는 고급기름이라고 하는데 생강나무기름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향기만은 더 좋을 것이라 여겨진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알싸하고 향긋한 노란 동백꽃 냄새” 또한 바로 이 생강나무를 말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생강나무는 약재로도 요긴하게 쓰이는데 타박상, 어혈, 삔 데에 신통한 효력이 있다고 한다. 또, 생강나무의 싹이 트기 전에 채취한 어린가지를 황매목(黃梅木)이라 하여 약재로 사용하는데, 건위제ㆍ복통ㆍ해열ㆍ오한ㆍ산후풍 등에 좋다고 한다.

 

 ◀ 생강나무 잎과 열매

 

그런가하면 생강나무는 꽃 피고, 잎이 지기까지 여러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녹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인 생강나무는 다 자라 봐야 높이 5m 정도로 작게 자란다.

 

꽃이 진 후에 잎이 나는데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넓은 달걀형으로 어린 아이 손바닥만 하며 끝부분이 3~5개로 얕게 갈라지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이른 봄 일찌감치 꽃을 피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져 버리면 자연 그 존재도 까맣게 잊게 된다.

 

그러다가 만산이 홍엽으로 물들어갈 때쯤이면 샛노랗게 물든 고운 잎이 다시 한 번 눈길을 끈다. 장과의 콩알만한 열매도 그렇다.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나중에는 검은색으로 바뀌며 여러 가지 색을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원산인 생강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자라며 일본과 중국 등지에도 분포한다.



허철희 huh@buan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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