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만 남긴 시군통합

2013. 6. 13. 06:02정치, 정책/시.군 통합 문제

갈등만 남긴 시군통합

사실상 무산…화합·상생 숙제로

무안반도 5번째 좌절·광양만권도 상처만
여수박람회 악재가능성 등 반목 치유 시급

목포시와 무안·신안군을 묶는 무안반도와 여수·순천·광양·구례를 아우르는 광양만권 통합안에 대한 찬성률이 반대율 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돼 전남지역 시군통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주도 통합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찬반 단체간 폭력사건 등 시군간 소지역주의를 비롯한 대립과 갈등 봉합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무안반도와 광양만권은 지난 8월 정부가 자율통합 시군에 대한 인센티브 등 종합지침을 발표한 뒤 4개월여간 지역발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긴 찬성론자들과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 추진이라는 반대론자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 90년대 이후 목포를 중심으로 네 번에 걸쳐 추진됐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무안반도 통합의 경우 무안에서 통합에 찬성한다는 이유로 폭력사건이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공무원들의 개입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면서 자율통합이라는 명분을 무색케 했다.
결국 통합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지역발전을 위한 이성적 접근보다는 경제적 인센티브만을 강조한 통합은 생채기만 남긴 채 사실상 종료돼 5차례의 시도에 따른 지역간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특히 지역 정치인들도 차기 지방선거를 의식, 선거구 통·폐합 등에 따른 유·불리를 따져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객관적인 여론 형성을 방해했고, 일선 지자체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통합 관련 여론 수렴 등을 기피하는 등 사실상 발을 뺐다.
한 뿌리라는 지역의 역사성과 동질성 보다는 소지역주의로, 상생보다는 공멸을 자초하면서 화합과 상생을 위해 숙제만을 안게 된 셈이다.
정해전 무안사랑포럼 수석상임대표는 “통합 추진과정에서 행안부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주민들을 설득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면서 말뿐인 자율통합을 시도했다”며 “군민의 결정을 존중하고 화합을 통합 군 발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윤석 국회의원(무안·신안)은 “그동안 정부는 수천억원의 인센티브와 무안공항 활성화, 호남 KTX 무안공항 경유, 국도 77호선 조기 착공 등을 제시하며 무안군과 신안군, 목포시의 통합을 추진해 왔으나 이로인해 무안군과 신안군은 지역여론이 분열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제는 찬성과 반대, 분열과 반목이 아닌 진정한 무안반도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전 도농통합을 한 차례 거친 바 있는 광양만권도 통합 논의과정에서 씻을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순천시가 독자적으로 정부에 통합을 건의하면서부터 일방적인 견해로 판단한 인근 여수와 광양시의 비난은 시작됐고, 결국 시의회와 시민들간의 갈등과 반목을 불러왔다.
특히 순천과 광양, 여수와 순천의 갈등은 여수세계박람회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중요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어 성공 개최에 악재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민 이모씨(47·여수시)는 “그동안 통합을 두고 벌인 찬반논란은 모두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속에서 진행됐다”며 “이젠 갈등과 반목을 버리고 공동발전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 화합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익 목포경실련 사무국장은 “이번 통합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과정에서 무리가 따른 만큼 지금부터가 통합을 위한 논의의 시작”이라며 “정치권과 통합을 두고 추진했던 사회단체도 지역내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