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문양효숙 기자 |
"녹색국가는 실현 가능한가?" 9월 6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무위당 장일순 선생 수묵전 기념강연에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완전한 녹색국가가가 아니라 '녹색적 국가'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발행인은 그간 녹색평론과 여러 강연을 통해 "국가는 결코 인민의 편이 아니다"라며 '국가권력' 자체를 부정하고 '생태주의'와 '농업을 기반으로 한 마을 공동체'를 대안으로 주장해 왔다. 그는 근대국가가 고대 왕족국가와는 다르게 '모든 개인은 천부 권리를 부여 받았다'는 이념적 원리를 기반으로 삼고, 평등한 개개인을 대신할 사람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며 "자본주의와 결합되어 돈이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복 불가능한 4대강 사업과 할머니들의 밀양 송전탑 싸움을 보라. 국가는 정말 인민의 편인가? 다수의 행복, 혹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행복, 약한 존재들의 권리가 짓밟히는 것이 어째서 당연한 것인가? 그리고 '국가의 이익'이라 할 때의 국가는 대체 누구인가?" 그는 이런 근대국가의 비극 속에서 해답을 제시한 것이 간디와 장일순 선생이라고 말했다. "간디는 '인도의 70만 개 마을(village)이 각각의 공화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마하트마 간디, 녹색평론, 2006)에 담긴 간디의 최종적인 구상은 영국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 그 자체가 아니었다. 영국과 같은 국가 시스템을 갖는다면 독립을 한다 해도 인도의 민중에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간디가 생각한 70만 개 '마을공화국'과 같은 연장선에서 장일순 선생이 1960년대부터 시작한 협동조합 운동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집권적 국가주의가 아니라 끊임없이 분권 · 분산화되어 인민 ·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일을 결정하는 구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정치를 인간화시킨다는 것은 국민들이 스스로가 협동적인 자기 결사체를 만드는 것이다. 자기 욕망에 갇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개인들이 국가와 완충 지대 없이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결사체들이 궁극적으로 인간적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거도 잘 하고 데모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협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 | | ⓒ문양효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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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그는 최근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덴마크에서 녹색국가로 가는 단초를 보게 된다며 코펜하겐 중심부에 있는 '크리스티아니아'라는 치외법권지역을 소개했다. 해군기지였던 이곳은 1970년대 초 해군기지가 패쇄되면서 집 없는 사람들과 자유를 원하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 방치된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40만 평방미터 정도의 면적을 무단점유한 이들은 천 명 가량 되었고, 이들은 그 땅을 '우리나라'라고 선언한 뒤 자신들만의 간단한 법을 만들었다. '도둑질, 무기, 자동차, 담배 금지'다. 주민 중 약 3분의 1은 농사나 목공 일을 하고, 3분의 1은 시내에 있는 직장에 다니며, 3분의 1 정도는 직업이 없다. 일종의 무단 점유이기 때문에 행정당국과 마찰이 있었고 간혹 경찰이 들어와 쫓아내려 시도하기도 했지만, 다른 시민들이 이 치외법권지역 사람들에게 힘을 모아 줬다. 신기한 것은 이들 중 대다수가 덴마크인이 아닌 독일인이라는 것. 최근 덴마크 대법원은 이들의 점거가 '불법'이라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정부는 이들을 강제퇴거시키지 않고 시가의 10분의 1 가격으로 땅을 매입할 것을 제안했다. 크리스티아니아 주민들이 이 돈도 마련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미국 시민들이 나서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종철 발행인은 "뭐, 이런 정부가 있나 싶다"며 "근대국가는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이론에 따라 움직이는 괴물이며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절망적인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덴마크를 보며 국가의 인간화, 국가의 비폭력주의화가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이러한 덴마크의 현재가 가능한 것은 "덴마크 왕조가 선하기 때문이 아니라 독일과의 전쟁에서 영토를 빼앗긴 후 자신들의 힘으로 땅을 일구며 아래로부터, 국가와 상관없이 스스로의 힘을 길러온 인민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귀농, 협동조합, 자치 등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을 물으면 너나없이 '인간관계'라고 답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머리 내밀지 말고 밑으로 밑으로 엮어라'라는 장일순 선생의 메시지가 더없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김종철 발행인은 장일순 선생에 대해 회고했다.
"장일순 선생 생각을 가끔 한다. 나보다 훨씬 그럴듯하게 사람을 설득하셨을 텐데. 음성, 말하는 표정도 멋있고 잘 생겼고 무한히 너그러웠다. 남자의 몸을 가지고 그렇게 생각과 사상이 여성적인 사람이 없다. 게다가 세상의 모든 사상가, 지도자들은 다 고향에서 일하지 않는다. 아니, 일할 수가 없다. 이것이 위대하다. 그 분은 자신의 마을, 원주를 평생 떠나지 않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