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녹색혁명가들을 만나다

2013. 6. 6. 20:39시민, 그리고 마을/시민사회운동과 사회혁신

진정한 녹색혁명가들을 만나다| 내가 사는 세상
Samuel S. | 조회 80 |추천 0 | 2009.04.14. 13:50

네팔의 카트만두와 방글라데시 다카를 15일 동안 댕겨왔습니다. 지난 주말에 꽤 큰 행사까지 있었던 상태라 방 청소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포스팅을 할 여력이 없었죠. 워낙 급한 일들이 많은 판에 한가하게 블로그에 글 올릴 시간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행사를 치르고 나서 본격적으로 출장갔다온 것을 가지고 문서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머릿속을 좀 정리하는 의미에서라도 하나 올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들의 활동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선진적'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이걸 적용시키려고 하는 나라 뿐만 아니라 충분히 산업화된 국가인 대한민국도 배워야 할 부분들이 있거든요. 몇 가지 신화들이 깨어지기 때문입니다.

 

-1/. PV, 태양광 발전도 경제성이 있다.

 

 

 


예... 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전기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형광등 하나 켜고, 모바일 전화기 충전하고(유선전화보다 무선전화의 보급율이 제3세계에서 더 높은 이유는 아시죠?), 라디오나 흑백 TV하나 켤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40W 패널이면 떡을 칩니다. 더군다나 40W 패널, 이 사람들이 조명 대신 태우는 케로신 사용량을 감안하면 3년내에 본전 뽑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거죠. 훈련생들과 단위 사업자들을 얼기 설기 엮은 모델로 가니까... 그라민 은행의 자회사인 그라민 샥티는 지난 10여년간 그리드에 물리지 못하는 22만가구에 총 10MW급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보급할 수 있었더군요. 그리고 다년간의 마이크로 크래딧의 경험이 있는 그라민 은행은 이걸 자기들이 대출하는 시스템을 응용해서 보급하구 있더라구요.

 

 

사업현황을 설명하는 Grameen Shakti의 Senior Manager Fazley Rabbi씨.

 

-2/. 음식쓰레기의 효과적 처리 방법은?

 

 

더 깬건 Waste Concern입니다. 정치 명문가와 재벌가의 아들네미 둘이 사회적 기업을 하겠다고 만든 이 넘의 회사는 음식물 쓰레기를 가지고 고품질 퇴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농축퇴비의 경우엔... 5성급 호텔에 주로 납품하고 있는데... 주로 원예용으로 들어가는 이 넘의 퀄리티가 장난이 아닌겝니다. 거기다 방글라데시는 석유화학플랜트가 없는 관계로 톤당 화학비료의 가격이 좀 쎕니다. 거의 120달러 수준이거든요. 이 친구들, 그보다 훨씬 나은 유기성 퇴비를 톤당 40~60달러 수준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당삼 돈 됩니다. 이 아저씨들은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로 CDM 인정까지 받은 상태라 더 돈 됩니다.

 

 

 

Waste Concern 100t/d plant. Dhaka 남동부에 위치.

 

아무리 쓸모 없어 보이는 것도 어디다 낑구느냐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참... 어처구니 없는 일상의 깨달음을 확인한 셈이라고 할까요? 발전소로는 최악인 PV도 자가용으로 달면 답이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퇴비 가격이 없는 나라와 달리 비료의 need가 충분한 나라들은 유기 폐기물을 가지고도 장사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건 제3세계 뿐만 아니라 제1세계에서도 진행하는 겁니다. 바이오 가스 플랜트로 유기성 도시 폐기물을 처리하면 답 안 나옵니다. 하지만 돈 별루 안들어가는 호기성 퇴비화 플랜트는 프랑스도 잘만 돌리고 있죠. 더 나아가... 독일 아저씨들은 이 들쑥 날쑥인 재생 에너지들을 가지고 "기저부하"로 잘만 쓰고 있습니다.

 

 

 

Waste Concern. 퇴비화 마스터 훈련센터. 하루 10t/d 처리 Dhaka 남부에 위치. 

 

녹색"성장"을 외치는 가카네 정부의 활약으로 보건데... 가카의 임기말쯤이면 탄소세라는 황당한 세원까지 추가될 거 같더군요. 사실 이거 감안하면 아파트형 축사의 가능성도 없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제가 계산을 해봤으니까요. 권리의식은 가지고들 있어서 뼛가루 날린다고 화장장 반대운동은 하시는 분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플랜트로 처리하는 방식은 거꾸로 현실의 넘사벽 덕택에 말이 안됩니다만... 호기성 처리 시설은 얼마든지 말이 되는 형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연식이 오래된 사기들이 등장을 하게 됩니다. 뭐냐...

 

"한국 음식물 쓰레기는 짜고 매워서 퇴비화하는데 애로사항이 만발한다"

 

조까라 하십셔.

 

남쪽 나라로 내려갈 수록 더 짜고 더 맵습니다. 사실 매운 성분의 함유량을 표시하는 팹사이드의 수준으로 보면 청량고추 조차도 고추 평균 팹사이드의 함유량의 중간도 안됩니다. 3분 카레 말고, 정말 매운 음식을 인도에서 혓바닥에 올려놓은 경험이 있다면... 이런 사기 안 속습니다. 왜냐면 걔네들은 그거 가지고 잘만 자원화하고 있거든요.

 

맵고 짠거 먹고 나서 우유와 물 마시면 되잖아요?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흙이나 톱밥을 추가하고 지렁이를 잘 쓰면 됩니다.

그럼 왜 이런 사기를 쳤을까요?

 

문젠... 퇴비화 혹은 사료화 시설로 가면 거대한 플랜트를 만들 수 없다는 거쥬. 나까마로 돈 버는 컨설팅 업체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건축과 토건 업체분들이 돈 벌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들어갑니다. 현대식 화장장 치고... 뼛가루 날리는 화장장은 없습니다. 섭씨 3천도 이상으로 태우는데 뭐가 날린다는건 심각한 물리학적 상식이 없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두 이런 선동, 잘만 들어갑니다. 마찬가지로... 냄새가 좀 나는 호기성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많이 달라집니다만... 사람들은 그에 관계없이 일단 반대부터 하고 시작하는게 이 땅의 현실이라는 겁니다.

 

더군다나... 이런 "이해관계자 조정"이라는 난이도가 상당한 민주적 의사결정의 경험이 대한민국에는 "별로 없다"는 아픔이 걸리죠. 그 결과... 남들은 몇 십억도 안 들어가는 시설 가지고 탄소배출권 문제까지 해결하면서 처리하는 처리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천억이 들어가는 시설을 가지고 발전은 까꿍이고 퇴비는 품질관리가 안되는 액비만 나오는 설비들을 앞다퉈 돌리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방글라데시 아저씨들과 프랑스 아저씨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해주니까 자지러지더군요. 근데 우울해지던건... 그 다음의 대화였습니다.

 

"야... 너네 중앙정부에서 그런 삽질을 해도 정권유지가 되냐?"

"어... 일단은 이게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가 하는건데?"

"뭐셔? 예산을 그렇게 낭비해도 지자체장들 탄핵 안 당해?"

"탄핵은 무슨... 지자체 한지 십 수년 동안 한 정당이 아도 치고 있는걸"

"하..."

"그니까... 니들 나에게 보여줄거 좀 다 보여줘"

"OK!"

 

 

Waste Concern의 공동설립자 Iftekar Enayetullah


예... 사실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고 재생에너지의 시대로 돌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행위'에 그 핵심이 있습니다. 효율만 쫓는다고 한다면 재생에너지를 가지고도 황당한 삽질들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의 경우, 현재로선 가장 효율이 높은 게 '추적식'입니다. 하지만 이거... 산 깎아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죠. 친환경적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요? 쓰레기 처리의 경우엔 더 깝깝합니다. 한국은 분리수거가 세계에서 가장 잘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걸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있을까요? 소각이 가장 저렴한 방식이지만, 어느 동네는 수효예측에 실패해서 1KWh를 발전하기 위해 18만원에 가까운 돈을 퍼붓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문제는 '철학'과 '정치적 리더십'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없는 이 두 가지, 방글라데시에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더군요. 실제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에 대비해 이걸 끌구 가는 이들에게선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것. 그래서 진정 이들을 영웅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