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대안전략과 협동조합 --정태인님

2013. 6. 3. 22:18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한국사회의 대안전략과 협동조합

정태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협동조합 등;역자) 결사체 형태(the form of association)는, 인류가 계속 발전시킨다면 결국 세상을 지배할 것임에 틀림없다...

노동자 자신의 결사체가 평등, 자본의 집단적 소유를 기초로, 스스로 선출하고 또한 바꿀 수 있는 경영자와 함께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형태이다.”(존 스튜어트 밀)

1. 한국사회의 대안전략 - “아래로부터, 안으로부터의 성장”

1)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의 성장” - 복지국가의 거시경제학

우리 사회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지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1987년 이래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고 선거에 의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꾸준히 발전했지만 여전히 지배 삼각동맹에 의해서 정치, 행정, 사법 모두 지배되고 있다. 정치는 민주화됐지만 경제는 여전히 독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이런 지배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지속가능하지 않다.

자본주의 발전 이래 GDP 물질적 총량 지표, 나아가서 주가지수와 같은 금융지표를 경제정책의 최우선의 목표로 삼았고, 특히 1990년대 초반 이래 시장의 작동에 모든 것을 맡긴 결과 사회의 재생산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불평등이 심화됐다. 대기업의 수출을 늘려서 파이를 키우면 모두 잘 살게 된다는 흘러내림효과(trickle-down effect)는 1990년대부터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우리는 그동안의 바깥으로부터(수출과 외자유치), 그리고 위로부터(적하효과)의 성장을 안으로부터(내수와 사회적 경제), 그리고 아래로부터(차오름효과, bottom-up effect)dml 성장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는 이런 전환 없이는 현재 국민적 합의인 복지국가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새누리 복지공약, 알고 보니 민노당 것 베꼈네”(조선, 1.13) 조선일보가 한탄하면서 은근슬쩍 색깔을 칠할 정도로 각당의 복지 경쟁이 뜨겁다. 새누리로 갈아탄 한나라야 그렇다 쳐도 과거 민주당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 복지정책에 나름대로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어떤 지표로 봐도 양극화는 심해졌고 국민의 불만은 더욱 더 깊어졌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고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후 한탄한대로 빨간 줄 좍좍 쳐서 복지 예산을 더 늘렸다면 괜찮았을까? 혹시 정권이 바뀐다 해도 또 한번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이명박 정부같은 토목형 시장국가가 다시 들어서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그림은 소득불평등지표 중 가장 간단한 지니계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수치는 낮을수록 소득이 평등하다는 걸 의미하는데 예컨대지니계수가 0이라면 전 국민의 소득이 똑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은 90년대 중반까지 소득불평등이 소폭 개선되거나 갈짓자 걸음을 보이다가 97-98년 외환위기

<그림 1> 시장에서의 양극화와 복지의 한계 : 지니계수 변화 추이(시장 소득과 가처분 소득 기준 비교)

이후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붉은 선은 재분배 정책이 반영된 결과를 나타낸다. 붉은 선의 추이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의 복지정책의 결과로 불평등도가 다소 수그러든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푸른 선의 기울기가 계속 가팔라진다면 아무리 복지예산을 늘려도 평등을 달성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2009-10년에 지니계수가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기저효과 때문에 수치가 감소한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즉 복지사회 제1의 적은 시장에서의 분배 악화이다. 무엇보다도 전체 GDP에서 이윤몫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그 중에서도 대기업 이윤몫의 비중 더 커진다면, 그리고 임금 몫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간의 격차, 남성과 여성간의 격차가 커진 것이 푸른 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이유이다. 또 하나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의 소유가 한편으로 쏠려서 이자소득이나 부동산 소득이 양극화된 것도 지니계수가 커지는 이유이다(새사연에서 노동연구원 패널 자료로 자산 지니계수를 계산해 본 결과 0.8이 넘는 극도의 불평등이 나타났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기초생활보장법을 도입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였으며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기울였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대기업의 하청단가 인하를 막지 못했으며, 자산 거품을 부추겼기에 결국 국민의 고통을 줄이지 못했던 것이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위기도 거시정책 때문이었다(박스). 세금 더 거둬 재분배정책을 쓰기 전에 시장에서 분배가 악화되는 것부터 막는 것이 복지국가 건설의 첫걸음이다. 즉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민영화, 규제완화라는 시장만능의 정책기조, 그리고 수출대기업을 위한 거시정책운용, 마지막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을 통한 경기부양정책을 쓰면서 복지사회를 만들겠다는 건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소리이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정책 없이도 경제를 운용할 수 있다는 것, 아니 그렇게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경제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박스> 스웨덴의 위기와 부활

19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내내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노정하던 스웨덴은 그예 1991년 통화위기를 맞았다. 1984년에서 94년까지 미국의 1인당 실질 GDP는 3.0% 증가한 반면 스웨덴은 1.4%에 머물렀다. “스웨덴 병”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미국과 스웨덴의 주류경제학자들은 앞다퉈 ‘복지국가의 사망’을 선언했다. 그들에 따르면 스웨덴 등 북유럽의 평등주의와 그 결과물인 ‘지나친 복지’가 노동자들이 일할 유인을 없애고 도덕적 해이에 물들게 했으니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은 95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3.1%를 성장해서 미국의 2.8%보다 높은 성장률을 거둠으로써 ‘부활’하게 된다. 임금격차 등 각종 평등 지표에서 스웨덴은 여전히 수위를 달리는 반면 미국은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 학자들은 “스웨덴에서 배우자”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다면 위기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문제는 거시정책이었다. 스웨덴의 자본자유화와 금융자유화(특히 85년의 대출상한규제 철폐), 그리고 조세개혁(특히 91년 이자에 대한 조세감면)은 전반적 인플레이션을 넘어 폭발적인 거품경제를 불러 일으켰다. 수출대기업을 위한 평가절하 정책에 따라 수출-내수 부문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수출분야의 남아도는 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더 쏠리게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외국 자본이 빠져 나가면 바로 외환위기이다. 변동환율제 하에서 외자를 붙잡기 위해 이자율을 무려 500%까지 올렸어도 이 상황을 막지는 못했다.

요컨대 위기의 원인은 거시정책이었고 동시에 노동자 연대의 붕괴였다. 사회 양극화를 가져오는 거시 정책을 쓰면서 복지를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는 것은 스웨덴에서 조차 불가능했다.

1995년 이후 스웨덴 경제는 다시 회복됐다. 과거의 연대임금제도가 원상복구되지는 않았지만 산업별, 지역별 임금교섭이 재개되었고 EU에 가입함으로써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되찾았다. 평등교육은 정보기술산업 클러스터에서 꽃을 피웠고 25%에 이르는 공공서비스 분야가 내수의 안정성을 확보해 주었기 때문이다.

2) “동아시아 시대”와 자본통제

현재 단기적으로 세계경제를 침체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브릭스, 그 중에서도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 홀로 세계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절대규모의 경제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중국 역시 내륙과 해안, 그리고 빈부 간의 엄청난 불균형과 부동산 버블과 금융불안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세계금융위기로 단숨에 G2로 떠오른 중국도 (동)아시아의 협력이 세계의 리더가 되기는 역부족이다.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가 세계 정치경제의 중심, 적어도 미국과 EU에 이어 제3의 기둥으로 떠오르리라는 것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참여정부의 동북아 구상도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동아시아가 EU와 같은 공동체로 순조롭게 발전하기란 매우 어려운데, 그 무엇보다도 (EU의 경우 미국이 주적인 소련의 위협에 맞서 유럽의 부흥과 통합을 적극적으로 돕거나 방조했지만) 미국의 잠재적 주적인 중국이 동아시아공동체의 핵심에 있기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생산시스템은 이미 90년대부터 자연경제권을 형성했고 2000년대에 이르면서 세계 제조업을 제패했다. 그 힘이 동아시아의 대규모 무역흑자, 4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낳았다. 97년 외환위기의 경험 때문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기보험 성격의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쌓았지만 한 나라, 한 나라로서는 그래도 불안하다. 치앙마이 협정, 그리고 2009년 금융위기 때 보여준 동아시아 협력은 역내 외환보유고의 공동관리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 그럴 경우 5조 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는 필요하지 않다. 이 중 최소 2조에서 3조 달러 정도는 중국의 내륙, 북한, 몽골, 나아가서 동시베리아 개발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1950년대의 유럽의 부흥을 통해 세계 경기를 진작했던 마샬플랜처럼 동아시아 스스로를 개발하면서 세계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낡아빠진 인프라 시설을 현대화할 수 있고 한국은 재정적,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성장의 중심으로 떠오른다는 것은 우리가 과거의 전략을 전면 전환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는 줄곧 바깥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을 추구했다. 바깥으로부터의 성장이란 수출대기업을 위한 거시정책을 말한다. 이명박정부는 2009년부터 세계금융위기 상황에서 한국으로 몰려 드는 달러를 1100원 수준에서 무제한 사들이는 환율정책으로 일관했다. 위로부터의 성장이란 수출이 성장률을 높이면 고용과 세수가 늘어나서 복지도 가능하다는 “흘러내림효과”(trickle down effect)를 말한다. 하지만 1980년대 이래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이 주장은 거짓임이 판명되었다.

이제 완전히 거시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이 모두 0-2%의 성장에 허덕이는 현실은 수출에 목을 매다는 경제가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미국이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우리의 오랜 구호를 실천하는 상황이다. 오바마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동아시아 수출을 두배로 늘릴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으며 의회는 “환율법”(상대 국가가 환율을 조작한다고 판단할 경우 무역보복을 할 수 있다)이라는 말도 안되는 보호무역입법을 했다. 환율법은 우선 중국을 노리고 있지만 현재의 양국의 세력관계 상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며, 또 2007년 이래 중국의 위앤화는 절도있게 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동안 1100원 선에 머무르고 있는 원화가 첫 번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래저래 원화 가치는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에 맡겨서 널뛰는 환율은 경제를 휘청이게 만들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자본통제가 그 답이다. 앞으로 국제표준도 일정하게 자본의 흐름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핫머니의 유출입에 따른 과도한 경기변동을 막기 위해서 동아시아 공동으로 토빈세(외환거래세) 등 “과속방지턱”(자본 유출입 속도를 조절하는 제도)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한국 홀로 시행하기에는 꽤나 부담스러운 정책이지만 한중일이 동시에 시행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정보기술협력으로 IT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표준을 장악할 수 있고 시급한 에너지/환경정책도 공동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의 호혜적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대외교류협력표준을 만들고 이에 비춰서 한미 FTA 등 과거의 무역협정, 투자협정을 개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중국의 패권 역시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아시아는 중국의 패권도, 또한 미국의 패권도 원하지 않는 나라들로 가득차 있다. 예컨대 러시아, 남북한, 일본, 아세안, 나아가서 인도까지 종으로 묶을 수 있다면 두 나라 모두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다. 이것이 한반도가 양대 패권 한가운데서 최대의 실리를 거두면서 이 지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러한 구도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남북의 대립이 협력, 나아가서 통일로 전환되어야 한다. 남북 대립은 중미 양 패권이 동아시아에서 (심지어 군사적으로) 맞부딪힐 소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남북이 양 패권의 첨병 역할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나라당의 상호주의는 대단히 위험할 뿐 아니라 반역사적이다. 실제로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은 “반복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아니라 “치킨게임”을 초래했고 “미친 놈”이 이기는 이 게임에서 한국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동아시아 공동체와 남북관계를 연계시켜서 양자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도록 하자는 참여정부의 동북아 구상은 이제 현실에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을 맞았다. 중국과 미국이 대립 속에서도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협력할 수 밖에 없는(일본도 어느 정도 미국으로부터 분리되는) 상황 속에서 남북이 지혜를 모은다면 통일의 획기적 전기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3)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 자본통제, 재벌규제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은 임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일 100% 수출기업이 존재한다면 이 기업에게 임금은 곧 비용일 뿐이다. 그러나 내수기업에게 임금, 특히 다른 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자기 제품에 대한 수요이다. 수출기업은 노동시장의 조건이 허락한다면(즉 노동에 대한 초과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 한) 생산성 증가분을 이윤몫으로 모두 흡수하려 할 것이다.

우리는 <그림 1>에서 90년대 중반부터 소득불평등이 심해지는 상황을 보았는데 이는 임금과 생산성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즉 생산성은 과거와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데 비해 실질임금의 상승 기세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그림 2>)

<그림 2>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이것은 임금 몫의 하락, 다른 지표로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을 의미한다. 최근 문제가 되는 가계소득 증가율의 하락, 또 가계저축의 감소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상대적으로 증가한 기업저축이 실물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민경제는 유효수요부족에 허덕이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 부족분은 금융 레버리지에 의한 자산투기로 메꿔온 것이 그간의 정책이었다. 즉 수출주도성장전략과 자산거품정책은 샴의 쌍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앞 절에서 보았듯이 더 이상 수출주도성장 전략은 유효하지 않으며 한국의 자산거품은 이미 폭발 직전까지 왔다. 앞으로의 거시경제정책은 우선 유효수요부족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이 우리의 소득주도 성장전략이다.

소득주도성장전략은 포스트-케인지언과 칼레츠키 성장 모델에 입각해서 생산성 향상에 상응하는 실질임금 상승이 거시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앞 절에서 보았듯이 동아시아 역내 수요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으므로 부족한 역외 수요를 내수로 대체하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 각국이 동시에 시행한다면 세계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전략은 앞에서 제시한 동아시아 협력과 결합한다면 국제적으로도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재벌-보수언론-경제관료의 삼각동맹이 지배해왔다. 오죽하면 대통령 입에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나왔을까. 재벌은 행정부와 입법부, 나아가서 사법부까지 사실상 우리 사회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모든 정책은 수출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 집중되어 있고 시민들도 재벌의 성쇠와 자신의 이익을 동일시하는 데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 15년의 세월이 증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위로부터의 성장”이 아랫목을 데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벌은 중소기업 50%에 이르는 하청기업의 단가를 수시로 인하하여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여력과 유인을 제거함으로써 제조업 강국의 지반을 밑에서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또한 재벌은 고환율 정책까지 동원해서 얻은 막대한 이익을 자산투기(부동산과 금융)에 투입함으로써 자산버블의 형성에 톡톡히 일조했다. 재벌이 바야흐로 종합편성채널에 의해 방송까지 장악하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빈사상태에 빠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관련법으로 재벌 산하의 개별 기업을 규율했지만 이제는 관련 조항을 하나의 법으로 묶어서 기업집단 전체를 규율해야 한다. 가칭“기업집단법”이 그것이다. 재벌의 실체를 인정하고, 책임도 기업총수가 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지주회사의 요건을 강화한다면 재벌들은 기업집단법의 규율을 받든지 아니면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재벌을 포함해서 우리 산업이 살 길이기도 하다.

4) 자산재분배와 에밀리아 로마냐형 클러스터

부동산/금융자산과 교육은 일반 시민들에게 가장 큰 자산이다. 그러나 이들 자산을 불리기 위해 우리 모두 목숨을 건 경쟁을 한 결과 자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그 결과 자산의 양극화는 소득의 양극화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 더 큰 문제는 그 자산이 극소수 상류계층에 집중되면서 세습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습귀족이 생기면 그 사회는 틀림없이 망했다.

시민들은 자산을 향한 경쟁으로 약 1000조원에 이르는 빚을 졌다. 장차 부동산 버블이 붕괴할 경우 가계파산이 속출할 것이다. 다른 한편 과거 사회적 이동의 통로였던 교육은 이제 사회적 이동을 가로막는 벽이 되었다. 자산의 불평등은 다시 소득(부동산 임대료, 이자, 근로소득)의 불평등을 낳는다.

자산의 양극화와 세습을 막지 않는 한, 복지로 살만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2005년 기획했던대로 종부세를 1%까지 높이고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여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내려 가도록 해야 한다. 만일 거품이 꺼지는 상황이라면 공적 자금으로 금융기관을 구제할 것이 아니라 일정 가격하락마다(예컨대 구매가격 기준 10% 하락 때마다) 이들의 주택을 구입하는 비상대책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이 정책은 부동산값이 급락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평균소득의 절반을 10년 정도 착실히 모아 모두 집을 살 수 있다면(PIR=10) 우리 사회는 훨씬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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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선 사교육 가격 및 양을 규제해서(나아가서 사교육을 전면 중지해서) 아이들 간의 경쟁부터 공정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입시를 개혁해서 교육에 의한 불평등의 세습도 원천 차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의 경쟁교육을 협력교육으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아이의 교육비 걱정으로 가구마다 단 한명의 아이를 낳은 결과가 현재의 합계출산율 1.19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복지가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국민경제 역시 존립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자산버블은 자본주의 역사 이래 언제나 존재했던 것이지만 신자유주의 시대 버블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그것은 국가의 정책기조가 만들어 낸 것이다. 즉 부동산대출과 신용카드 대출 등 금융에 의한 소비확대에 의한 성장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외없는 전 세계적 가계부채로 나타났다. 이제는 노동의 대가에 의한 성장이 가능해져야 한다. 최근 ILO가 제창하고 있는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이 그것이다. 즉 임금의 상승이 국제경쟁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수를 일으키고 그에 기초한 투자를 통해 오히려 성장을 촉진하는 경제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전 세계적 상황은 이런 거시정책기조가 가능하고 바람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현대 전체에 걸쳐 “위로부터의 성장”(trickle down economics)을 추구해 왔지만 이제는 “아래로부터의 성장”(bottom up economics)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침체기에는 소득재분배 자체가 국내 수요를 확대해서 성장률을 높인다. 거시정책 뿐 아니라 미시 산업정책에서도 “아래로부터의 성장” 원리는 적용되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다. 같은 해 젊은이의 70%가 대학을 가는데 대졸자들이 원하는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직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중소기업에 가거나 스스로 중소기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그 곳은 “빈곤의 늪”이다.

중속기업의 생산성이 정체하고 따라서 저임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첫째로 50%의 중소기업이 하청단가 인하에 시달리고 둘째로 땅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재벌규제와 자산재분배 정책이 성공할 때 비로소 중소기업에 의해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존의 혁신클러스터 정책은 실리콘 밸리형 기술/지식집약형 첨단기술, 즉 대기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중소기업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었다. 성공한 클러스터에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기술 클러스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 주(경기도의 두배 넓이에 400만명이 산다)에는 중위 기술과 기계부품산업으로 이뤄진 다양한 산업지구가 13개나 존재한다. 이 지역에서는 기업 당 평균 고용규모가 10명이 채 안되는 40만개의 중소기업이 수평적 네트워크와 신뢰에 기초해서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기껏 크다고 해봐야 500명 고용이 고작인 중소기업들이 생산량의 절반을 수출하여 1인당 GDP 4만 달러를 달성했다. 중소기업의 수평적 네트워크에 지방대학 및 연구소, 그리고 사업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다면 우리의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다. 이제는 대기업 위주의 모든 제도와 정책을 중소기업 지원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II. 협동조합의 원리

1)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협동(cooperation) - 인류 생존의 비결

협동조합에는 협동이란 말이 들어 있다. 협동은 인류 사상 가장 뛰어난 과학자 중 한명이었던 다윈을 죽을 때까지 괴롭힌 과제였다. 자신의 진화론에 의하면 모든 생물은 오직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데 수많은 사례에서 동물들은 협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사례도 빈번하게 관찰된다. 다윈은 협동하는 집단이 더 우월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을 뿐 협동의 조건을 파헤치는 데 이르지는 못했다.

협동은 심리학이나 사회학, 그리고 근년에는 경제학자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사회적 딜레마란 사회(집단)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모두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경우 결코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논술 시험 덕에 요즘 고등학생들도 잘 알게 된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집단행동의 딜레마” “공공재의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회적 딜레마이다. 어느 경우든 인간이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면 사회 전체에 비극이 초래되고 당연히 그 사회에 속한 모든 개인도 불행해진다. 전 인류의 생명이 걸려 있는 기후변화문제는 지금 맞닥뜨린 가장 큰 규모의 사회적 딜레마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안된 사회적 딜레마 게임(죄수의 딜레마, 사슴사냥게임, 치킨게임)은 답이 어디에 있는지 간명하게 보여준다. 가장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는 모두 이기적으로 행동할 경우 최악의 결과를 낳도록 설계되어 있다.

경기자 II

C

D

경기자 I

C

3, 3

1, 4

D

4, 1

2, 2

<표1> 죄수의 딜레마 게임

C는 협동, D는 배반(무임승차)을 나타내며 보수를 나타내는 각 칸의 첫 번째 숫자가 경기자 I(나)의 보수이고 두 번째 숫자가 경기자II(상대방)의 보수이다. 내가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각 칸의 나의 보수(앞 숫자)만 비교해서 더 큰 쪽을 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보수가 (D,C)=4 > (C,C)=3 > (D,D)=2 > (C,D)=1의 순서라면 언제나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된다. 상대방이 협동(C)를 선택했을 경우 내 보수는 C=3, D=4이므로 D를 선택할 것이고, 또 상대반이 배반(D)를 선택한 경우에도 내 보수는 C=1, D=2이므로 역시 D를 택해야 한다. 즉 상대가 배반을 하든, 또는 협력을 하든 나는 배반을 하는 게 이익이다.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므로 우리는 동시에 배반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일부러 꾸며낸 숫자 예처럼 보일테지만 우리 주위에 이런 상황은 널려 있다. 혹시 내가 그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싶을 때, 자문해봐야 할 리트머스 시험지는 이렇다. “남이 다 하면 나도 따라 할 수 밖에 없다”(공포), 그리고 “남이 다 안 하는 경우 나만 하면 ‘대박’이다”(탐욕). 이 두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바로 사교육이 그렇다. 그리고 부동산(주식)에 대한 우리 태도도 비슷하다. 남들이 다 과외시키는데 우리 애만 마냥 놔둘 수 없고, 남들이 다 빚내서 집사는데 나만 유유자적, 안빈낙도 하다간 영원히 셋방살이 신세일 거 같고, 반대로 남들이 다 안 하는 경우 어디 값싸고 좋은 과외선생이나 잘 나갈 땅이 없나, 기웃거리는 우리는 바로 함정에 빠진 것이다.

사회적 딜레마 게임은 둘 다 협동을 택할 때 사회적으로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간명하게 보여준다. 인류가 정말로 이기적이었다면 우리는 이미 절멸했을 것이다. 인간은 협동의 지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나 협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사교육이나 부동산투기의 예에서 보듯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많다. 언제 우리는 협동할 수 있는 걸까?

인간협동의 조건, 그리고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

지난 20여년간 진화생물학자, 진화심리학자, 행동/실험경제학자들은 인간이 어떤 조건에서 협동하는가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 합의점들을 찾았는데 하바드대의 생물학 및 수학과 교수인 노박은 이를 다섯가지로 정리했다(Nowak, 'Five Rules for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Science", 2007, V314, 더 대중적인 책으로는 최정규, “이타적 인간의 출현”을 보면 된다).

첫째는 “혈연 선택”이며 생물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답이다. 꿀벌이나 흰개미, 그리고 인간 세상에서 광범하게 관찰할 수 있는 협동, 그것도 자신을 희생하는 협동 대부분은 핏줄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설적인 생물학자 할데인은 물에 빠진 자식을 구하면 1/2의 확률로 자신의 유전자를 살리는 것이고 조카를 구하면 1/8의 확률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고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결국 협동이란 유전자의 뜻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아주 친한 친구라도 촌수는 무한대이다. 그래도 외국에서 처음 만난 한국 사람이 그렇게 반갑고 동향이라고 서로 돕는 건 혈연선택의 위력을 보여주는 건지도 모른다.

둘째는 ‘직접 상호성’(direct reciprocity)이다. 이 얘기는 단골을 떠 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언제든지 또 만날 사람에게 사기를 치면(무임승차하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 얘기다. 위에서 나온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무한히 반복하는 경우 협동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간단히 증명할 수 있다. 트리버스라는 유명한 생물학자는 이런 관계를 ‘상호적 이타성’이라고 불렀고 결국 이기적 행동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 유명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TFT)이다. 처음 게임에는 협력으로 시작하고 다음 부터는 전회에 상대방이 한 대로 따라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 실증됐다. 이 답은 경제학자들이 선호하는 해법이다.

셋째는 ‘간접 상호성’(indirect reciprocity)입니다. 반복해서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면 직접 상호성에 의해서 인간 사회에 일어나는 협력을 설명하는 건 아주 제한적일 것이다. 그러나 항상 남을 돕는 사람을 우리가 알고 있다면 그가 곤경에 처했을 때 우리는 도움을 주고 싶을 것이다. 또 어떤 이에게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협동이 일어나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평판에 신경을 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간접 상호성이 협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알려져 있어야 한다.

네 번째 규칙은 네트워크 상호성(network reciprocity)이다. 언제나 협동하는 사람과 배반하려는 사람이 골고루 섞여있는 사회에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한다면 무조건 배반자가 이긴다. 그러나 현실의 공간 구조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정상이다. 만일 협동하는 사람들끼리 만나게 된다면 이들은 네트워크 클러스터를 형성해서 살아남고 그 클러스터의 힘을 바탕으로 무임승차자들의 영역을 정복해 나갈 수 있다. 몇가지 가정을 한 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 네트워크 상호성은 일반적인 산업 클러스터 이론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하려 한다든가, 귀농에 성공하기 위해서 이미 형성된 공동체에 들어 간다든가 몇 명이 같이 움직인다든가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다섯번째는 집단 선택이다. 만일 협동하려는 사람들로 이뤄진 집단이 있다면 이 집단은 이기적인 사람들로 이뤄진 집단보다 훨씬 더 성과가 좋을 것이다. 위의 예로 본다면 협동사회에서는 모든 개인이 3을 얻을 것이고 이기적 집단은 모두 2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희생정신이 강한 투사들이 모인 스파르타가 협동 집단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 차원의 선택이 일어난다. 집단 내 선택(개인간 경쟁)에서는 이기적 인간이 유리하지만 집단 간 경쟁에서는 협동하는 사람들이 유리하다. 예컨대 어떤 군에서 협동이 잘 이뤄진다면 그 군은 탁월한 성과를 보일 것이고 다른 군이 따라 할 것이다.

이상을 정리해 보면 피가 많이 섞일수록(싸이나 블로그의 촌수도 마찬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어떤 사람을 다시 만날 확률이 높을수록(게임이 반복될 확률이 높을수록), 그리고 사람들의 평판이 잘 알려져 있을수록(만날 사람이 협력자인지 무임승차자인지 잘 알 수 있을수록), 그리고 협동하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다면 그 사회 전체에서 협동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 다섯가지 조건을 잘 갖춘 사회에서는 이제 협동이 사회규범(social norm)이 되고 협동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집단 정체성(group identity)를 갖게 된다. 협동하는 사회에서는 상호적 행동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협동하는 사람에게는 협동하고 사회규범을 어기는 사람에 대해서는 스스로 손해를 보더라도 응징하거나 아예 상종을 하지 않는 것이 상호성이다(위의 예에서 TFT 전략이 상호적 인간의 전략이다). 상호성이란 사실 칸트의 황금율(“대접받고 싶은대로 상대를 대접하라”)이나 맹자의 측은지심(상대를 생각하는 마음)과 수오지심(규범 위반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의 표현이니 오랜 인류의 지혜이기도 하다. 상대방이 협동할 것이라고 믿는, 신뢰(trust)의 사회에서 협동은 애써 노력해야 할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 한편 신뢰라는 사회자본은 쌓아 올리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배반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신뢰는 깨지고 협동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하나 집단을 형성한다는 것은 그에 따르는 위험도 수반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집단 정체성은 흔히 외부에 대한 폐쇄성과 공격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은 협동의 공동체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감베타라는 사회학자는 마피아라든가 거리의 갱단도 협동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협동하는 집단은 외부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내부의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기술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잠김(lock-in)현상이 발생하면 그 집단은 정체하거나 심지어 반사회적일 수 있다. 즉 민주주의의 원리 없는 집단, 특정 가치에 대한 지나친 집착(예컨대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이미 눈치챈 독자도 있겠지만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은 이런 다섯가지 규칙을 내면화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선구자들이 최근의 진화생물학이나 행동경제학을 숙지한 결과는 물론 아니겠지만 “협동이 살 길”이라는 인류의 오랜 지혜를 집단의 행동규범으로 만든 것이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이다.

공동소유와 공동이용은 이익과 위험을 공유하는 지혜이다. 인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식량을 공유해 왔는데 그것은 구성원 모두 사냥에 실패했을 때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었다. 또 하딘의 단언과 달리 인류는 오랫동안 “공유지의 비극”을 맞지 않았는데 그 원리 역시 공동체의 공동소유와 이용의 상호적 사회규범이었다.

민주적 운영, 교육 및 홍보는 집단 내의 소통을 증진시키고 결정에 대한 이해를 도와 상호신뢰를 촉진시킨다(간접 상호성의 제고). 자치와 자율은 행동원리와 규범이 다른 정부 및 시장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이미 존재하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인간협동의 다섯가지 규칙에 비춰 더욱 구체화해서 발전 전략 수립에 응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 간 협동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협동조합 발전의 조건이기도 한데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논의하자.

3) “왜 노동자 관리 기업, 또는 협동조합은 희귀한가?”

맨 앞에 인용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 그리고 맑스, 심지어 한계혁명의 창시자인 왈라스까지 좌우를 막론하고 협동조합을 예찬한 것은 협동조합의 장점을 이들이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적일 뿐 아니라 잘 운영되는 경우 효율성마저 높을 수 있는데 왜 현실에서 협동조합은 희귀한 것일까? 한국의 경우 생협이 겨우 1-2%의 비중을 차지하니 이 질문의 답을 찾는 일은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1980년대에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꽤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를 요약해 보자. 자본주의 기업과 협동조합의 차이는 경제학에서 투자자가 기업을 소유하는가, 아니면 노동자가 기업을 소유하는가로 정의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투자자가 노동을 고용하느냐, 노동자가 투자를 고용하느냐의 문제이다.

우선 자본동원의 면에서 자본주의 기업은 주식시장을 통해 유한책임의 소유권을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또는 단순하게 거품이 생긴다 해도) 대규모 자본을 동원할 수 있다. 반면 협동조합은 조합비(up front fee)와 비분리 유보(Indivisible Reserve)라는 제약 속에서만 자본을 동원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 해당하는 회원권(membership, 조합원권) 시장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전통적 협동조합의 경우 회원권의 구매란 그가 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본주의 기업에 비해 쉽게 매매가 일어날 수 없다.

흔히 금융기관은 협동조합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데 가장 평범면서도 일반적인 이유는 은행이 협동조합의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서 적절한 평가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은행이 상대적으로 통제가 용이한 비민주적 기업을 선호하거나(긴티스), 만일 협동조합이 고도로 특화된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담보로 잡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민주적 결정 원칙을 지키면서 자본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무의결권 우선주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 때도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프리미엄을 부여해야 한다(푸터만). 자본동원이 힘들다는 것은 기술혁신에 불리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1주1표에 의한 의사결정은 최대 주주에 의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지만 1인 1표에 의한 의사결정은 노동자 간의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노동자의 구성이 이질적이고 규모가 클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아진다(한스만, 크레머). 다수결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평균적 노동자들이 높은 생산성을 가진 노동자의 임금을 깎으려 할 것이므로 고능력자는 노동조합을 기피할 것이다(크레머).

경제학자들의 주장대로 자본과 노동의 동원 양 쪽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면 협동조합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을 때면 협동조합은 크게 성장해 왔다.

자본주의 기업이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모든 제도가 지배적 범주에 맞춰 구성되므로 협동조합이 점 점 더 불리해지는 경로의존성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평가의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대출 기피라든가, 불신 때문에 지급해야 하는 프리미엄이 그러하다.

한편 협동조합은 이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자본동원의 경우 협동조합은 신규 가입자가 상당한 액수의 입회비를 내고 비분리자산을 일정한 규모로 축적함으로써(몬드라곤의 경우 이윤의 30%를 재투자) 문제를 해결해 왔다. 또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기업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이어서 특히 불황 시기에는 노동자가 선호하는 직장이 될 수 있다(나바라, 크레이그와 펜카벨). 비분리자산은 경기변동에 대해서 일종의 자동안정장치의 역할을 하며 이것이 노동자에게 보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율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능력과 관계없이 협동조합을 선택할 것이다(자마니).

주주가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는 앨키앤과 뎀제츠의 주장과 달리 협동조합의 민주주의로부터 비롯되는 동료 간의 상호감시가 더 효율적이며(푸터만) 노동자 간에 상대적으로 높은 합의(commitment), 신뢰가 존재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협동조합은 적은 감시자와 이윤공유로 높은 생산성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크루스).

그러나 대규모 자본의 동원과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고급 노동력 유치에서 나타나리라 예측되는 문제는 노동의 양도불가능성에서 직접 비롯되므로 하나의 기업 단위에서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협동조합의 네트워크화와 새로운 협동조합형태의 발생이다.

하지만 대형 협동조합은 네트워크의 핵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의 일부 요소를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몬드라곤이나 레가처럼 필요한 기업의 인수, 합병이나 분사도 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은 공동체와 공공부문, 또는 비영리기금의 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데 우선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III 한국에서 협동조합 성장 전략

1) 전략1 - 네크워크화와 새로운 협동조합 형태

네크워크화와 새로운 협동조합 형태

이제 협동조합의 협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 보자. 스페인의 몬드라곤과 이탈리아의 라 레가로 대표되는 협동조합 네트워크에서 우리는 실리콘 밸리와 같이 성공한 클러스터의 여러 요소들을 거의 모두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인구 450만명)은 라 레가와 함께, 400만명에서 900만명 규모의 북유럽 복지국가가 하는 역할을 지방 차원에서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예컨대 북유럽 국가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협동조합 네트워크가 수행한다. 하나의 협동조합이 문을 닫아야 한다면 노동자들은 네트워크의 재교육기관을 거쳐 다른 협동조합에 취직할 수 있다.

스미스는 네트워크의 존재를 협동조합 성공의 필수 요건으로 파악한다. 그에 따르면 협동조합 생태계는 저밀도 균형(A)과 고밀도 균형(B)의 복수균형을 가질 수 있는데 네트워크는 외부성을 내부화함으로써 고밀도균형을 가져오는 필수 요건이라는 것이다. 첫째 협동조합이 최소단위(critical mass, A)를 넘어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수익성이 S자 형태로 체증하며 둘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지원기관(특히 교육과 사업서비스)이 생기면 수익성 곡선 자체가 상향 이동함으로써(곡선1 -> 곡선2) 수익성은 더욱 증가한다.(<그림1>).

<그림1> 협동조합의 밀도와 수익성

자료, Smith,S.(2001) Blooming together or Wiltering Alone? Network Externalities and Mondragon and La Lega Co-operative Networks, Discussion Paper N27. WIDER.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협동조합이 네트워크를 더욱 필요로 할 것이라는 점 또한 사실이며, 네트워크는 자본동원이나 대출의 어려움 등 협동조합의 취약점을 극복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이탈리아의 레가는 산하 협동조합 이윤의 4%를 적립함으로써 개별 협동조합 능력의 한계를 넘는 돌파혁신(break-through innovation)도 수행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강조하고 교육과 훈련을 원칙으로 삼은 것도 네트워크화의 효과를 증폭시킬 것이며 무엇보다도 협동조합 네트워크 내에 가치의 공유에 따른 신뢰가 쌓이고 조합원으로서의 만족도가 증가한다면 고급 노동력의 충원도 가능하다. 네트워크는 경제학이 추론하는 협동조합 고유의 약점을 대부분 극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새로운 협동조합 유형은 캐나다 등에서 전통적 협동조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표2> 전통적 협동조합과 새로운 유형의 협동조합

전통적 협동조합

신세대 협동조합(New Generation Co-ops)

후원자투자

협동조합(Patron Investment Co-ops)

노동자소유

협동조합

조합원(소유)

개방적 조합원제. 일반적으로 이용에 관한 계약이 존재하지 않음. 후원자만 조합원이 될 수 있음

폐쇄적 조합원제. 소유권이 이용에 관한 계약(상품 인도 계약)에 연계되어 있음. 후원자만 조합원이 될 수 있음.

개방적, 또는 폐쇄적 조합원제. 비후원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음.

폐쇄적 조합원제. 조합의 노동자만 조합원 자격.

지분

조합원 소유 또는 후원자의 (액면가) 지분 공동 소유.

비후원자에 대한 (무의결)우선주 부여 가능.

공동지분. 그러나 조합원 지분은 “시장가치”를 지니며 조합원은 조합을 떠날 때 다른 후원자에게 지분을 팔 수 있음.

후원자와 투자자라는 두 종류 회원의 공동소유.

조합원 소유 또는 공동 소유. 조합원의 지분은 최저 기준시간 이상 노동해야 부여.

투자와 위험

일반적으로 낮은 가입비(upfront investment).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위험.

일반적으로 높은 가입비. 조합원들의 점증하는 금융위험

낮거나 높은 가입비. 혼재된 금융위험.

낮거나 높은 가입비. 혼재된 금융위험.

자료 : Zeuli, K., Radel,J. (2005), Cooperatives as a Community Development Strategy: Linking Theory and Practice, The Journal of Regional Analysis & Policy, V35에서 작성

PIC이나 NGC, 그리고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캐나다 퀘벡 지역의 연대협동조합)은 국가나 지방정부의 투자를 받을 수 있어서 협동조합의 발전에 더 유용한 모델일 수 있다. 또한 NGC는 회원권 시장을 일부 도입해서 자본시장의 역할을 보완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투자가 아닌 사적 투자를 주 목표로 한다면 공동체 내에 새로운 양극화를 야기해서 사회자본의 축적을 오히려 저해할 수도 있으며 이질적 구성이 증가하므로 의사결정의 문제나 내부 차별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른바 “협동조합의 타락degeneration”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이런 비판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지만 사적 투자가 협동조합의 대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협동조합의 원칙에 비춘 민주적 결정만이 이런 위험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2) 전략2 - 지역공동체와 사회경제

세계화와 기술혁신은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도시와 농촌의 지역공동체이 집중적인 타격을 받기 일쑤였다. 이에 따라 EU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는 지역 공동체 차원의 발전 전략이 모색되었다. 예컨대 앞에서 본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은 1990년대부터 3년 단위의 주민 참여 “협상 경제계획”(negotiated economic planning)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역사가 깊은 이탈리아나 스페인보다, 의식적으로 공동체 발전의 일환으로 사회경제를 발전시킨 캐나다 퀘벡지역, 그리고 이후 퀘벡을 모델로 한 캐나다 각지의 경험이 한국에 더 유용할 것이다.

캐나다의 실험은 공동체경제발전운동(Community Economic Development Movement, CED)과 사회경제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CED의 초기에 협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20세기 중반에 이르면 CED는 별도의 조직으로(예를 들어 CDC와 같은 비영리기업을 만들어서) 다양한 성격의 사업을 해 나간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면 캐나다 전역의 CED를 연결한 CCEDnet를 결성했다. CED의 다양한 조직들, 여러 종류의 협동조합, 사회경제 조직들이 캐나다의 지역공동체를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Fairbairn, 2008).

“CED는 명시적으로 사회발전과 경제발전을 결합하는, 공동체 기초, 공동체 주도 전략이다. CED는 공동체의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그리고 문화적 복지를 지향한다. CED는 전통적인 경제발전 전략의 대안으로 탄생했다. CED는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들, 실업, 가난, 일자리 상실, 환경 파괴, 공동체 자치의 상실 등을 총체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CCEDNet)

CED는 개념 자체가 공동체의 참여라는 전략을 표현하는 동시에, 경제와 정치/사회를 구분하는 기존 발전 전략의 대안이라는 점에서 사회경제와 친화적이다(Laville et.al.,2005). 한편 퀘벡지역은 1999년 “사회경제위원회”(Chantier de leconomie sociale)라는,정부가 포함된 사회경제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구성했다(Fairbairn, 2008). 지방정부와 사회경제의 연합체(federation)가 체계적으로 사회경제를 발전시키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2004년 자유주의 정당 수상 폴 마틴은 “사회경제를 캐나다의 사회정책 수단의 핵심 부분으로 삼겠다...기업가가 강한 경제에 필수적이듯 사회기업가는 강한 공동체에 필수적”이라고 선언하여 사회경제를 중앙정부 차원의 핵심 정책수단으로 삼았다. 이후 CCEDnet와 캐나다 협동조합연합(CCA)은 사회경제를 대표하는 두 조직이 되었다. 가히 “CCEDnet와 CCA의 연합은 캐나다 사회경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2007년에 퀘벡우파행동당이 제1야당으로 올라선 뒤에도 사회경제의 지위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Fairbairn, 2008).

CED와 사회경제의 결합은 결코 단선적인 것이 아니었고 지금도 수많은 작은 실험이 복합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의 발전을 다음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을 것이다. 왼쪽의 유형은 공동체 수준에서 재현되는 과거의 경제성장전략이며 한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다. 두 번째 유형은 한국에도 소개됐고 서울에서 일부 시행중인 사회투자국가론이 제시한 개인의 자산/능력형성 전략과 맞닿아 있는 패러다임이다. 세 번째 유형은 현재 캐나다가 도달한 사회경제와 공동체 중심의 발전 전략이다. 물론 현재의 CED에서는 세 유형의 발전 전략이 한 프로젝트 내에서도 동시에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국처럼 사회경제의 형성이 미흡한 곳에서 세 번째 유형을 전격적으로 실행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 발전의 원천을 외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자산을 내부에서 찾아내서 공동체성원의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관점은 미국에서 “필요에 기초한 공동체 발전”에서 “자산에 기초한 공동체 발전”(Kretzman & McKnight, 1993)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사실을 거의 정확하게 반영하며

<표> CED의 세가지 발전 패러다임

발전 과정

밖으로부터 <---------------------------------------------> 안으로부터

경제시스템의 개혁에 초점

(I 유형)

개인의 경제적 능력 계발에 초점 (II유형)

그룹의 경제적 능력계발에 초점(III 유형)

CED는 경제성장의 수단

CED는 가난한 사람의 능력을 계발하여 자율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수단

CED는 개인과 집단이 권한을 강화하여 지역의 자원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수단

공동체는 명확하게 행정구역으로 정의됨

공동체는 인구학적 차원을 포함하는 경향 - 누가 경제적으로 주변화했는가에 초점을 맞춤

공동체는 스스로 정의됨 -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

자원의 사유화

금융시스템 개혁

외부 투자 유치

확장된 서비스(extension service)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업가정신의 개발

공동체에 기초한 자원관리

마을은행, 신용조합, 저축신용협동조합

협동조합, 공동체기업

Mathie & Cunningham, 2002.

사회경제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사회경제와 공동체발전전략의 결합이란 협동조합 등 사회경제의 구성요소들이 스스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공동체가 스스로 자산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캐나다에서도 각 공동체와 구성요소들은 크고 작은 기금을 형성하고 있으며 정부는 기본 기금을 형성하거나 매칭펀드를 부여하고, 또는 세제나 금융을 이용하여 공동체 자산 형성을 돕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의 노조 연대기금, 1억 달러 규모의 인내자본형성기금(patient capital fund), 공동체 대출기금 등이 대표적이다. 공동체의 자산 축적을 자본증식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유럽 전체의 현상이다(Laville et.al.,2004). 여기서 사회경제의 금융부문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에밀리아 로마냐 성공의 열쇠는 유니폴이라고 하는 거대한 보험회사와 조합기금(Coop Fund)라고 하는 대규모 투자기금이다”(ontario coops, 2008).

사회경제는 금융자본의 형성과 지역 재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경제의 투자자들은 대부분 지역 공동체에 속해 있으므로 수익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 또한 신용조합 등 사회경제를 상대로 한 전문적 대출기관이 발전한다면 자연스럽게 사회경제는 지역재투자법의 역할을 한다. 사회경제의 이런 역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 일부에선 지역화폐를 사용하기도 한다. “진정한 금융자본은 사회자본 위에 축적된다... 지속가능하려면 금융자본은 사회자본에 연계되어야 한다(feed back into social capital). 이럴 때는 금융자본이 발전할수록 사회자본도 강화될 것이다”(,MacLeod, 2004). 즉 공동체 기금과 사회경제의 금융부문, 그리고 사회자본이 서로 맞물려서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CCEDnet의 정의에도 나타나듯 공동체 발전 전략에서 생태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공동체 발전“(Sustainable Community Development, SCD)에는 로컬 푸드 운동과 지역 음식점, 소비자협동조합이 연계되어 있다(Soots & Gismondi, 2008). 퀘벡지역의 식품/에너지 협동조합, 시카고의 협동조합 시장, 디트로이트의 카스 코리도 협동조합 등은 경제적으로 쇠퇴하는 지역의 자영업자, 소매상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저소득 계층의 소비자 선택권을 지키고 값싼 제품 공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Zeuli & Radel, 2005, Wall et.al. 2004) 이들 협동조합은 지역공동체의 각종 발전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자 역할도 했다. 소비자협동조합은 종종 위기 때 최종 구매자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의 농업과 영세 제조업자들을 살려내기도 한다. 이런 결과는 공동체 정신이 발현된 것일 뿐 아니라 이들의 장기적 생존이 공동체의 발전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3) 전략3 - 복지국가의 전달체계로서의 협동조합

협동조합의 발전에 시장경제 및 공공경제와의 관계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경제는 그 비중이 적으므로 시장가격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경제의 비중이 커지는 경우 시장가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경제는 사회자본을 공급하므로 시장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협동조합은 제품의 질을 보장함으로써 소비자 교육과 보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즉 사회경제는 가격이라는 면에서 시장경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시장경제에 대해서 대안적 경영의 준거가 될 수 있다.

한편 자본주의 역사가 증명하듯 강력한 이윤동기는 여러 측면의 혁신을 이뤄낸다. 이에 비해 ‘연대동기’는 새로운 수요, 새로운 상품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는 시장경제에 뒤질 수 있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일어난 기술 및 제도혁신을 사회경제로 수용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에밀리아 로마냐나 몬드라곤이 R&D나 교육을 강조하고 네트워크의 핵심조직으로 대학과 연구소를 세우는 것은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다. 즉 사회경제는 시장경제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동행하거나 보완하는 존재이며 시장경제의 양극화 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

대체로 유럽국가들은 사회경제의 전통이 강하서 국가의 사회복지 전달체계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역사적 이유), 사회복지 지출이 많아도 소득수준이 높아서 사회경제의 재원조달이 일정 규모를 유지할 수 있으며(경제적 이유) 종교와 시민정신에 따라 자선 등이 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사회적 이유). 사회민주주의 모델보다 조합주의 모델의 비영리부문이 더 큰 것은 20세기 초중반에 노동계급 정당에 의해 철저한 복지개혁이 이뤄지기 보다 각 계급의 타협에 따라 전통적 사회경제(구사회경제)가 ‘잔존’해서 복지의 전달체계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모형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요인에 따라 정부의 개입을 최소로 억제한 가운데, 개인의 자발성에 의해 사회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하는 경우로 사회복지와 비영리부문이 일정 정도 대체관계를 보인다.

물론 한국은 국가주의유형에 속한다. 1960-80년대 중반의 개발 동안에 국가는 경제발전에 재원을 집중했고 사회복지를 공동체(60년대)와 가족(70-80년대)이 떠맡은 결과 지역공동체가 붕괴 상태에 이르렀고,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에 다다른 후에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여전히 사회복지가 최소한으로 제약되는 동시에 사회경제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경우이다. 나는 70년대의 새마을 운동이 한국의 자생적 사회경제를 완전히 뿌리뽑았다고 생각한다. 일제 시대인 1920-30년대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공동체 내의 각종 협동조합, 상호공제회, 두레 등이 총독부와 관제 협동조합에 의해 해산당했고 1960년대에 부활한 민간 협동조합(신협, 소비조합 등) 운동은 새마을운동(새마을금고 포함)에 의해 사실상 제거되었다.

한편 한국의 교육이나 의료복지의 확대는 공적 보조금을 받아 시장경제가 전달하는 경로를 따랐다. 1990년대 중반 이래의 ‘시장화’ 기조 속에서 병원이나 학교 등 사적 조달의 주체들은 스스로의 이익 추구를 위해 미국식 제도를 요구하면서도 국가의 보조는 지속되거나 확대되기를 원하는 일견 모순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대 진영은 공교육, 공공 의료기관의 확대와 함께 학부모나 환자 등 수요자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만일 사적 방식이 사회경제의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면(또는 사회경제의 비중이 높아진다면) 공공성과 수요자의 참여를 동시에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한국에서는 사회민주주의 유형과 조합주의 유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취약한 사회경제는 기능적으로 공공경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회적기업의 전기를 사들이는 것, 건강보험시스템이 인두당 수가제를 도입하여 의료생협의 수입을 보조하는 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공공경제와 사회경제는 상생의 보완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공공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적기관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서비스 분야(의료나 보육, 교육)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컨대 공공부문 민영화의 일종이었던 PPP(Private Public Partnership)을 다른 의미의 PPP(People Public Partnership), 또는 CPP(Citizen Public Partnership)으로 바꿔낼 수 있다. 또한 독일의 2차 노동시장의 역할이 그렇듯, “사회경제영역의 잠재적 고용 능력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주요 주체”(Birkholzer, 2005)이다. 사회경제는 정의상 일자리의 창출에 적합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도설계를 잘 하면 공동체, 시장, 그리고 국가는 서로 대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Bowles & Gintis, 2002)” 따라서 사회경제의 제도화(예컨대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의 제개정)는 두 영역과의 보완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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