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격차해소, 입시위주 학교교육을 바꿔야[시사프리즘‧] 서창원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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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원 | 과거 한국 사회는 집이 가난하고 부모가 변변치 못한 가정의 자식도 공부만 잘 하면 성공할 수
있었다. 본인 의지와 노력에 따라 주요대 입학이나 고시 합격 등 출세 코스를 밟아 부와 명성을 쌓는 게 가능했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한
교육의 힘으로 개천에서 용이 많이 났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용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 교육이 오히려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부와 빈곤의 대물림을 고착화하는 통로로 전락하면서 부터이다.
소득 양극화가 교육 격차를 벌리고 있는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가계수지를 살펴보면 소득 상위 20% 계층이 지출한 교육비는 평균
40만7000원으로, 소득 하위 계층 20%의 평균 교육비(5만7000원)의 7배에 달했다. 해당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격차다.
문제는 이런 교육비 격차가 학생들의 학력차를 낳고 향후 취업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교육업체
이투스청솔에 따르면 입학과 재학을 위한 교육비 부담이 만만찮은 외국어고와 국제고 등 특목고 진학생(지난해 기준) 중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노원구의 ‘교육특구’ 출신이 45%에 육박했다. 서울대 합격자는 7년 전 전체의 77%에
달했던 일반계고 출신이 2013학년도에 63.1%로 준 반면, 특목고 출신은 6.7%에서 11.9%로, 과학고 출신은 8.1%에서 11.6%로
늘었다. 특히 고교 유형과 상관없이 지난해 서울대 신입생의 47.1%가 ‘월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자녀였고, ‘월소득 1000만원 이상’
가구의 자녀도 9.3%나 됐다.
전통적으로 출세코스의 꼭짓점으로 꼽히는 법조계도 이미 외국어고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법률신문의
‘2013년판 한국법조인대관’에 따르면 경기고와 대원외고 출신 법조인이 각각 460명으로 공동 선두였다. 1984년 개교한 대원외고가 100여년
역사의 경기고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하지만 현직 판사만 따지면 대원(85명)·한영(43명)·명덕(39명)외고 출신이 1∼3위를 휩쓸었고,
경기고 출신은 33명으로 4위에 그쳤다. 교육이 계층 이동 사다리보다 계층 고착화 구실을 하면서 ‘희망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자신은 물론
자식도 계층 상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통계청이 격년으로 발표하는 ‘201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일생
동안 노력한다면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한 응답자는 28.8%에 그쳤다. 2년 전 같은
조사 때의 35.7%보다 훨씬 준 것이다. 반대로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비관적 응답자는 48.1%에서 58.8%로 크게 늘었다. 자식들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 응답자 비율은 48.4%에서 41.7%로 하락했고, 부정적 응답자는 30.8%에서 43.0%로
급증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중추인 30∼40대가 본인과 자식의 신분상승 가능성에 가장 부정적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30대는
본인의 계층 상승가능성에 65.1%(자식 47.8%)가, 40대는 64.1%(자식 46.9%)가 ‘낮다’고 응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이 자료와
가계동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월 소득 100만∼200만원 가구 중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23.5%로,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50.7%)의 절반도 안 됐다. 가난이 희망까지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역대 정부는 교육기회 형평성 확충을
위해 노력했지만 교육 격차를 막지 못했다. 박근혜정부도 교육 불평등 해소와 함께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을 약속했다.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교육비 지원과 무료 방과 후 돌봄·활동 등 다양한 ‘교육복지’ 정책으로 교육 소외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복지도
중요하지만, 입시·성적 위주의 학교 교육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저소득층 학생을 학력 경쟁에만 매달리게 지원하는 것은 승산 적은 싸움에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아울러 이러한 교육 격차를 방치하면 사회 통합 방해 등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