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북한 경제공동체 구상의 평가
- 남북한 경제공동체에 관한 논의는 대체로 기존의 경제공동체 개념의 틀을 중심으로 하고 한반도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간주되는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제시된 방안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비전의 제시와 논의를 통하여 구체적인 성과를 모색해야 할 시점임.
- 경제통합은 공동체의 최적상태를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하는 규범적 정의와 경제활동상의 각종 차별해소를 통하여 시장통합을 추진해 나가는 기능적 정의로 나누어 짐.
- 전자의 경우, 경제공동체는 경제통합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최적상태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음.
o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EU 통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유럽통합의 궁극적 목표를 ‘United States of Europe’을 지향하는 이른바 European Federalism에 기초해 있기 때문임.
o 특히, 1954년 유럽방위군 창설의 실패로 인하여 유럽방위공동체(European Defense Community)가 무산되자 유럽연방주의자들이 궁극적 정치적 통합을 위한 기능적 수단으로서 경제통합을 추진한 것이며 상대적으로 역내의 경제적 통합수요는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할 수 있음.
o 유럽통합의 시발점인 석탄철강공동체 역시 독일의 경제적 동기가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역안정을 위한 프랑스의 안보적 이해관계가 더욱 큰 역할을 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유럽연방주의의 이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Monet에 의하여 유럽의 공동체 형성이라는 장기적 비전하에서 창안된 것임.
- 후자의 대표적 사례는 NAFTA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회원국들이 경제적 목적 이상의 목표를 설정하기 보다는 시장의 통합을 통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
o NAFTA의 경우, 비경제적 요소, 즉 유럽확대에 대한 대응과 UR 협상의 부진에 따른 지역주의의 선호 등 비경제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힘들지만 NAFTA가 자유무역지대 이후 추가적 통합이 진행되거나 이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남.
- 한반도의 특수 상황은 기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경제통합의 모델을 직접적으로 적용시키는데 있어서 근본적인 제약조건이 작용함. EU의 모형은 EU의 정치사회적 통합이라는 궁극적 목표 하에 경제통합이 주된 동력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 한반도에 유효한 시사점을 갖는다. 그러나 유럽의 각국이 동일한 체제하에서 상대적으로 유사한 경제수준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에서 남북한과 여건상에 커다란 차이가 있음. NAFTA의 경우, 경제적 이해관계가 주된 목표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용이한 추진방안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반도에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압도하는 정치적 상황이 존재하고 있음.
- 그동안 제안되거나 추진된 남북한 경제통합 모형은 특정한 이론적 모형에 기초하여 설정 및 추진되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방안과 다양한 시나리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음. 이러한 현황은 규범적 통합과 기능적 통합을 복합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임. 특히, 남북한 정치경제시스템의 극복하기 힘든 근본적 차이, 정치적 통합과 경제적 통합간의 순서, 통합의 속도 등에 대한 상대적 고려에 따라 다양한 구상으로 연결되고 있음.
o 상당수의 남북한 경제공동체 형성 방안은 북한의 체제전환과정 및 대내외 개방정책과 연계하는 접근방식이 일반적임. 즉, 공동체 형성 방안이 이질적 경제체제, 통합주체의 주권, 경제수준과 경제규모의 차이 문제 등의 해결과 연계하는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상당히 일반적인 것으로 보임.
- 이러한 기존의 구상이 각기 일정한 논리적 타당성과 실천적 유용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오늘날의 한반도 상황에서 드러나듯이 실천적인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 따라서 향후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새로운 실천방안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어야 할 것임.
o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남북한이 갖고 있는 정치적 제도적 제약요인에 대한 현실적 고려가 결과적으로는 남북한이 성취할 수 있는 실천적 경제공동체 모형에 대한 합리적 검토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임. 경제공동체 모형에 대한 실천적 모형이 빈약함에 따라 개성공단과 같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성과를 거둔 경제협력이 작금의 외부적 위기상황에 쉽게 타격을 받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함.
2.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기본방향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추진에 있어서 통상적으로 간주되는 제약조건은 남북한의 이질적 경제체제 상이한 경제적 수준 및 규모 남북한의 주권 문제 등임. 그러나 이와 같은 제약조건은 최적화의 과정에서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제약조건을 내생변수로 간주할 경우 여하한 공동체 모형도 추진과정에서 제약조건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모순에 봉착하게 됨 이러한 시도는 적어도 지난 수십 년 간의 남북한 경제협력 경험에서 볼 때 실효성이 크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음. 즉 북한의 경제체제와 남북한 및 국제적 정치관계는 제약요인의 성격이 강하고 실천적인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상의 결정요인으로 간주하기 어려우나 대부분의 공동체 방안은 북한의 대내외 개혁조치의 병행을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음 이와 같이 제약조건의 해결을 경제공동체 형성방안의 필수과정으로 간주하는 방식은 결국 북한이 체제의 개혁이나 대외개방을 하지 않을 경우 여하한 형태의 경제공동체 모형도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음.
<그림1>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남북한 경제통합과 정치사회적 제약요인을 고려할 때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며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두 가지로 한정됨. 그러나 남북한의 경제통합과정에서 시장경제체제를 완전히 도입하거나 완전통합을 위한 공통의 정치사회적 시스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인정할 수밖에 없음.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실천 가능한 경제공동체 모형의 추진을 통하여 남북한이 독립적 체제를 유지하면서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최적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음.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구상이 실천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어진 정치적 외교적 측면의 현실적 제약 하에서 남북한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최적화한다는 관점에서 그 모형이 도출되어야 할 것임 그리고 이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하여 본래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와 공동의 번영 등 장기적 목표 달성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임 따라서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상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함으로써 일정한 기간 내에 가시적이고도 영구적인 성과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함.
<한반도 경제공동체 추진방향>
첫째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상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임은 분명하지만 경제공동체가 이러한 목적에 종속되기 보다는 그 자체가 남북한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최대한 충족하기 위한 독립적인 모형으로 성립시켜 나가야 함 그리고 이러한 모형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함
둘째 남북한 경제공동체의 형성에 있어서 단기적으로는 여하한 형태의 제도적 통합을 모색하는 접근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함 경제공동체는 남북한의 경제의 보완적 성격을 최대한 활용하고 각기 추구하고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능적 성격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함.
o 셋째, 남북한 경제공동체는 그 추진과정에서 양 체제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제도적 통합 대신에 경제협력을 관리하기 위한 공동의 메커니즘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함.
<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실천적 목표>
현실적 제약조건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할 때 남북한이 추진할 수 있는 공동체의 실천적 모형은 그 목표를 남북한의 경제적 보완관계를 활용한 최적의 산업협력 구조 달성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함 산업협력의 목표는 표준적 기술수준의 제조업의 육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함 북한의 경우 산업화에 의한 구매력의 증대로 식량 및 에너지 수입역량을 제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함 남한의 경우 국내 제조업의 구조 고도화를 통하여 성장잠재력과 고용창출을 도모해야 함.
첫째 이러한 목표는 남북한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동시에 단기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임 한국의 경우 제조업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산업구조가 갖는 성장동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임.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의 해소효과도 기대할 수 있음 북한은 기존의 남북경협이 토지와 노동의 제공을 통한 현금수입에 의존함으로써 북한경제의 구조개선에 직접적인 효과가 없었던데 반하여 제조업 부문의 기초적 생산 및 공급역량을 갖추는 계기를 확보할 수 있음 즉 남북한 산업협력은 북한 자체가 국내외 시장에 대한 공급역량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어 나가는 것임.
둘째 남북한의 산업협력은 새로운 제도적 틀을 형성하여 기존의 체제를 변경시키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 것임 이러한 점에서 이질적 경제체제라는 현실적 제약요인이 남북한 산업협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음.
셋째 산업협력 중심의 경제공동체는 일반적인 통합이론이 요구하는 경제적 수준이나 경제규모의 차이라는 제약요인에 구애받지 않으며 오히려 산업협력의 주요 동기로 작용할 수 있음.
3. 남북한 경제협력 전략: 한반도 산업협력계획(Korea Industrial Cooperation Plan)
(1) 개요 및 목적
- 향후 남북한 경제협력 방안은 남북한의 경제적 보완관계를 극대화하는 실천적 모형을 구상해야 하며 이를 통하여 남북한의 경제적 구조개선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함.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 전반에 걸친 생산분업을 내용으로 하는 ‘한반도 산업협력계획(Korea Industrial Cooperation Plan, KICP)’의 창설을 고려해야 함.
o 북한에 대해서는 표준적 기술수준의 제조기술, 생산시설 및 자원을 제공하고 광범위한 제조업 분야에 있어서 생산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함.
o 북한의 제조업 분야 생산역량 확충은 한국 제조업 기업과의 고도의 생산분업(Fragmentation)을 통하여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하여 한국의 주력산업 전반에 걸쳐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 함.
o 한편, 2000년대 이후 매우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실시하고 있는 대기업의 글로벌화 전략에 북한의 제조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유도가 필요함.
- 본 계획을 통하여 추구하는 세부목표는 다음과 같음.
<남한의 중소기업 육성 및 고도화 북한의 제조업 생산역량 강화>
o 한반도 경제공동체는 한국의 산업정책적 수단으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데 이는 본 정책이 국내 중소기업의 공급 관련 서비스 및 토탈솔루션의 생산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임. 즉, 국내 중소기업이 남북한 간의 높은 수준의 생산분업 실시 과정에서 협력 대상의 전산업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뿐만아니라 토탈솔루션의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이 분야의 공급역량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음.
<고도의 체계적 생산분업 구조의 형성>
o 남한의 자본재와 기술,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을 결합할 뿐만 아니라 전생산공정의 체계적 분업을 통하여 그동안 중국, 동남아 등 개도국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생산분업이 한반도 전지역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함.
o 본 계획은 개성공단이 주로 임가공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북한의 기업을 육성하고 남북한의 기업이 생산분업의 실시를 통하여 양측기업의 생산력과 경쟁력을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음.
o 산업협력의 시행에 있어서는 남한의 기업이 전 공정을 관리하는 방식과 북한에 별도의 기업(또는 자회사)이 설립되어 남북한 기업이 독립적 지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정분업을 실시하는 방식 모두 가능할 것임.
<국내의 중소기업 육성과 고도화>
o 국내의 중소기업이 제조과정과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상품의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과 자원의 확보를 기해야 함. 즉, 현재 주문판매형 절대적으로 치우친 생산구조를 설계․공정․설비관리 뿐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와 컨설팅, 무역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통합하는 솔루션 생산 및 판매활동을 집중 육성해야 함.
(2) 추진 방안
- 기본 방향
o 본 계획의 궁극적 목적은 다양한 부문의 제조업에 있어서 국내의 중소기업이 제조업 관련 사업서비스 복합형 생산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한편, 북한의 기업 또는 남한 기업의 자회사는 전 생산공정에서 최종재를 생산 및 수출하는 방향으로 분업화를 추진하는 것임.
-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수단은 다음과 같은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함.
<자금지원 방안>
o 본 계획의 실행은 북한기업 또는 남한기업의 자회사에 대한 설비 및 기술제공으로 출발하므로 이 단계에서 정부의 집중적인 자금지원이 가능케 하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 함. 이와 함께, 무역보험, 수출금융 등의 제도개선을 통하여 정부가 국내 중소기업의 위험요소를 경감해야 함.
o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서비스 복합형 생산역량의 강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다양한 지원제도 및 자원이 일관된 방향으로 재조정 되어야 함. 이를 위해서는 국내의 IT 산업 및 사업서비스 역량이 중소제조기업과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나가야 하며 이를 남북한 생산분업을 유도하는 인센티브와 연계할 필요가 있음.
o 예를 들어, 광역지자체 별로 설립되어 있는 테크노파크의 운영방향을 현재의 기술개발과 중소기업 전수에서 제조-서비스 복합형 생산기술의 개발에 대한 집중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한 지원을 이러한 복합상품의 구매와 연계시킴으로써 국내에서의 생산활동을 지원함.
<중소기업의 제조-서비스 복합형 생산지원>
o 남북한 산업협력은 원칙적으로 남북한 기업(남한 기업의 북한자회사 포함)간의 생산분업이 기본모형임. 따라서 남북한 기업의 공정분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내 중소기업이 제조-서비스 복합형 상품의 생산역량을 갖추는 것이 관건임.
o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 컨설팅 서비스가 초기에 집중적으로 지원되어야하며 현재 부처 간에 산재되어 있는 기술개발 중심의 지원수단을 재편해야 함. 과거 1, 2 산업정책의 경우,‘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와 ‘벤처기업활성화위원회’가 설치되어 집행을 관장하였는데 남북한 산업협력의 추진과정에서 중소기업고도화 위원회’를 설치하여 지원수단의 통합집행을 관장하도록 해야 함. 즉, 중소기업의 육성정책이라 할지라도 본 정책의 성격 상 중소기업청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범부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임.
<KICP 지원방식의 다원화>
o KICP는 북한내 기업 또는 국내 기업의 자회사가 한국의 중소기업으로부터 설비, 부품, 중간재, 원료 등의 조달행위와 최종재화의 생산, 자국시장 공급 및 수출활동 등을 최소한 프로그램의 초기에 지원해야 함. 이들 기업의 설비 및 운영자금의 지원방안으로써 기존의 협력기금은 규모상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됨.
o 따라서 한국을 중심으로 북한의 경제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함. 현재 매년 빠르게 증액되고 있는 ODA 예산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지원은 이에 포함되지 않고 있음. 따라서 향후 북한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 될 때 대외협력을 위한 예산이 이중으로 책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예산상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큼.
o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산업개발을 지원하는 다자간기구를 설립하고, 한국이 이 기구에 대하여 ODA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KICP 지원에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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