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살아야 한다 (광주변호사회)

2013. 4. 10. 21:30시민, 그리고 마을/지방 시대, 지방 자치, 주민자치

 제86호 "지방이 살아야 한다"
대한민국 지방분권의 새 역사를 책임 질 지방일꾼을 뽑는 5.31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결과를 두고 이런 저런 해석들이 분분하지만, 이번 선거결과의 핵심은 유권자들이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해 투표했다는 것이다. 이는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지방분권에 기초한 지방화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방분권은 곧 지방에 대한 자율성 부여다. 지방정부는 지역발전의 기획에서부터 집행에 이르기 까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하게 할 의무를 지닌다. 이번에 출마하여 뽑힌 당선자들은 중앙집권 시대에서처럼 중앙정부의 꼭두각시 역할이나 하는 잔심부름꾼이 아니라 지역을 이끌고 가야하는 선장이다. 그가 누구냐에 따라 그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운명이 달라진다. 우리는 이번에 우리의 운명을 책임지는 선장을 뽑은 것이다.
만일 후보자들이 이런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그렇게 쉽사리 출마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에 어느 누가 남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그런 엄청난 일에 선뜻 나설 것이며, 또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할 만큼 파렴치 할 것인가. 만일 유권자들 역시 이런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그렇게 쉽사리, 생존을 위한 투표 보다는, 정당만 보고 정치적 의사표현 혹은 정치적 분풀이를 하는 투표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당선자나 유권자 모두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빨리 성장하는데 바빠 지방을 딛고 서서 중앙을 키워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방은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다. 이제 중앙의 디딤돌이었던 지방이 죽으면 중앙도 죽고 나라도 죽는다. 지금도 중앙집중주의자들은 이 사태의 핵심을 이해하려 들지 않지만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을 튼튼히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우리가 사는 터전인 지역을 살려내는 일이다. 지역이 살려면 지역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완전해야 한다. 지역민과 기업을 행복하게 만드는 행정 시스템, 쾌적한 주거요건, 시민 서로 서로가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문화가 곧 완전한 시스템이다.
이를테면, 지역에서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데 중앙정부 허가 받느라 서울 오가느라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면 지역 기업이 창달될 수 있나.
지역의 관공서가 기업유치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로만 떠들고 기업들의 불편사항은 조금도 줄여주지 못한다면서 어쩌다 자기들의 사정에 의해 지역에 들어오는 기업을 가리켜 유치에 성공한 기업이라고 홍보나 한다면 도대체 어느 기업이 지역에 들어오려 할 것인가. 역시 지역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들을 모두 지역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서울 오가느라 돈과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면 사람들이 지방에서 살고 싶겠나. 사람들이 지방을 버리면 지방은 어찌 살아 있을 것이며 지방이 죽으면 나라인들 어찌 살아 있을 것인가.
그래서 중앙정부가 빼앗아 움켜 쥔 권한은 지방정부로 돌려주어야 하고, 지방정부는 오로지 시민과 기업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시민과 기업도 마찬가지로 다른 시민과 지역사회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세상인심은 서울을 위해서 지방이, 나와 내 조직을 위해서 남과 지역사회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렇게 중요한 지방의 일꾼을 뽑는데 서슴없이 지역감정 투표를 한다. 이 일을 어찌할거나.
지방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하는 문제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방의 시민이 자기가 사는 영역에서 국민으로서 살아가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야 한다. 지방고등법원 상고부 설치가 행정적으로 가능하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법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국민인 지방시민을 위해서.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