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조상진)

2013. 4. 10. 21:26시민, 그리고 마을/지방 시대, 지방 자치, 주민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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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진 칼럼 ]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조상진  |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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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9.09  00: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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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대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코앞인데 도통 오리무중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후보를 확정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아직 경선 중이다. 경선이 준준결승이라 영 흥미가 떨어진다.

오히려 관심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판여부에 쏠려 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온통 관심사다. 그런 가운데 불출마 종용 문제가 터져나왔다.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안 원장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문제와 뇌물을 거론하며 "출마하면 죽는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야 사이에 국정조사 공방이 일고 있다. 또 한쪽에선 내노라하는 학자들이 총동원돼 안 원장이 펴낸 책을 '경전'인양 탐독하고 분석한다. 정치권은 하나같이 구체제로 몰리고 한 사람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5000만 명의 리더를 뽑는 대한민국 대선이 희한하게 돌아간다.

민주당은 곧 후보를 확정할 것이다. 이어 안 원장의 거취에 따라 단일화든 연대든 뭔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같은 와중에 실종된 것은 정책이 아닌가 싶다. 지금쯤 서로 공약을 내놓고 심판을 받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인데도 말이다. 여야는 지금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에 대해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구체성이 결여되긴 했으나 방향은 옳다. 경제 성장보다 사람과 통합을 우선시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빠진 게 있다. '지방 살리기' 의제다. 이 의제는 경제민주화나 보편적 복지 못지 않게 중요하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산과 대구, 광주와 전주가 비슷한 처지다. 노무현 정부는 5년 내내 여기에 매달렸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포기하다시피했다.

거슬러 올라가 보자. 박정희 대통령이 수도 이전을 구상했던 때가 1977년이다. 벌써 35년 전으로, 당시 수도권 인구가 700만 명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국토의 11.8%에 불과한 면적에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살고 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추세다. 이는 권력과 돈, 정보, 인물이 수도권에 집중된 탓이다. 좁아 터진 수도권은 비만증을 앓고 지방은 기아에 허덕인다. 수도권은 남아서 문제고 지방은 모자라서 문제다.

이 문제를 푸는 키워드는 지방분권이다. 권한과 돈을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있을 게 아니라 지방과 나누는 것이다. 지난 3일 국회 지방살리기 포럼 창립총회에서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홍철 위원장의 제안은 시사하는 바 크다. 중앙부처들이 국·과 단위로 관리하고 있는 국고보조사업이 984개에 이르고, 이것이 지자체의 자주재원인 지방교부세의 66%를 빼먹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재정의 블랙 홀이다. 지방교부세 비율을 대폭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도 예산과 더불어 대폭 이양해야 마땅하다. 이와 함께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방교육의 특성화, 지방 대도시의 거점기능 회복 등도 필수적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그리고 실천은 차기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수반돼야 가능하다. 그런데 유력 후보들의 정책은 미흡하기 이를데 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개인별 맞춤행복을 지향하는 정부 3.0시대 달성'이 고작이다. 안철수 원장은 저서'안철수의 생각'에서 국토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대안으로 수도권 규제 유지와 인재 지역할당제, 지방대 육성 등을 언급하지만 지방분권이 빠져 있다. 민주당 문재인·김두관 후보는 그래도 노무현 정부에 몸 담아서인지 조금 구체적이다. 문 후보는 강한 지방을 위한 분권개혁을, 김두관 후보는 헌법에 분권형 국가 조문화를 내놓고 있다.

국회 포럼은 슬로건으로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를 내세웠다. 이번 대선이 그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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