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금융 "소셜 임팩트 본드"(공부하기)

2012. 12. 7. 16:16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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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권운동단체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거리 노숙인은 전국적으로 2,700명에 이르며 이 중 1,600명이 서울에 집중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숫자는 드러난 것일 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최근 한 광역시가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늘어나는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숙인들의 상태와 수준에 따라 단계별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이들이 스스로 노숙을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좋은 일이다. 미국은 1987년에 노숙인 지원법(Steward B. Mckinney Homeless Act)이 제정되어 연방정부 차원에서 노숙인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영국은 2002년 홈리스법을 통해 모든 지방정부가 의무적으로 노숙인 대책을 강구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숙인 문제를 단지 응급구호(求護) 차원에서 바라볼 뿐, 이들의 보호나 자활을 돕기 위한 종합 대책을 수립하거나 관련 법률을 제정한 경우는 이제까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중앙(지방) 정부가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하는 정책수단은 무엇인가? 적절한 해결 방안을 수립한 다음,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만일 예산을 훨씬 덜 들이고도 노숙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투입되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면, 이 방법을 통해 더 많은 노숙인들을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는 해법이 있다면, 정부는 어떤 길을 선택할까?

다양한 사회 경제적 문제를 이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사회투자채권(Social Impact Bond)을 발행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먼저 정부는 이 과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지원기관(Intermediary)을 선발하여 민간 위탁계약을 맺는다. 정부와 계약을 맺은 지원기관은 정부의 지급보증을 담보로 투자자들(Investors)에게 채권을 발행하고 운전자금을 얻은 후, 문제(노숙인의 사회복귀율 저하)를 해결할 능력을 갖춘 서비스 제공자를 선정하여 자금을 제공한다.

사업자금을 제공받은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s)는 재활치료를 위한 강좌 개설, 주거 지원 및 일자리 창출 등 필요한 사업을 통해 노숙인들의 자립 자활을 위해 노력한다. 최초 설정했던 기댓값을 충족할만한 성과가 나올 경우 정부는 지원기관에게 약속했던 지원금을 지급하고, 지원기관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과 이익금을 돌려준다는 것이 사회투자채권(SIBs)의 기본적인 구조다.


 

 

 

 

 

소셜 임팩트 본드 모델 (www.socialfinance.org.uk)


2010년 8월 영국 피터버러(Peterborough)市에서 범죄자들의 재범율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최초의 SIBs가 시행된 이후, 올 1월에는 미국 메사추세츠(Massachusetts)州 정부가 노숙인들의 자립 자활과 비행 청소년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하는 등 최근들어 사회투자채권은 호주, 아일랜드를 포함하여 많은 국가, 정부로부터 사회목적투자(Impact Investing)의 유망한 제도,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투자채권이 도입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무엇일까?

먼저 비용구조를 살펴보도록 하자. 영국 소셜파이낸스(Socialfinance.Inc)의 분석에 따르면, 어떤 지방정부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해에 사용하는 돈을 100이라고 가정할 때, SIBs가 도입될 경우 정부의 예산 투입액은 25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고, 시스템 도입에 따른 운영비용이 40 정도 들어가게 되므로 나머지 금액 35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 경우)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성과보수금으로 적립하게 된다.


 

 

노숙인 문제 해결을 위한 SIBs 도입 효과 (www.socialfinance.org.uk)


우선, 정부 예산은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괄목할 수준만큼 예산을 절감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을 갖게 될 것이다. 서비스 수행자인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은 자금을 모으기 위한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얻을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에 동참하면서도 동시에 재무적인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사회적 성과는 이 시스템 도입의 최종 목표(노숙인의 사회복귀율)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피터버러市의 경우, 1년간의 짧은 실험 기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주거 지원, 건강 및 심리 상담, 취업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 제공 등을 통해 약물 및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거나 범죄 집단과 결별한 출소자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SIBs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사회투자채권이 매우 혁신적인 방법론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 문제가 없는 만능의 해결책은 아니다. 프로젝트의 실질적 운영 책임자인 중간지원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 제공자가 성실하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프로젝트의 성패를 판단하는 잣대가 불분명하여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목표 달성 가능성이 낮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을 경우, 일정한 성과가 나왔음에도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 등 SIBs 수행과정에는 많은 위험과 어려움이 내재되어 있다.

아직 시범 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회투자채권이 향후 어느 정도의 성공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이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당사자이며 수혜자이기도 한 대상인원(Target population)의 적극적인 참여를 포함하여 복잡한 문제의 실마리를 효과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섬세한 디자인, 그리고 이해관계자 간 합의와 조정 과정 등 인내심을 갖고 성실하게 ‘공동의 목표’를 완수해가는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이 함께 결합되어야만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투자채권은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협치(Governance)의 과정이며, 측정 가능한 방법론을 통해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내는 성과 기반의 사회혁신 프로그램이다. 사회 각 섹터 간 경계를 넘는 협조와 협동의 과정은 만성적이고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론의 개발을 자극할 것이며, 공공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각 사회부문(Sector)들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줄 것이라 믿는다.

작년 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에 총 1억 달러의 예산을 사회투자채권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글_문진수 사회적경제센터장 (mountain@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