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5. 11:50ㆍ시민, 그리고 마을/지역 마을공동체 활동
주민주도 상향식의 농촌 마을 만들기
- 전라북도 진안군의 경험 -
상향식 주민주도형 으뜸마을가꾸기 사업
전라북도의 동부산악권에 위치한 진안군에서는 전국 최초로 주민 주도의 상향식 마을개발사업이라 할 수 있는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11개 읍면에서 발전가능성이 높은 모델마을을 자체적으로 선정하여 친환경작목 중심으로 특화발전시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사업선정과 추진방식은 먼저 주민들이 마을회의에서 마을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토론하여 합의를 통해 결정하면 군행정이 이를 예산과 제도로 지원하는 형식이다.
추진경과를 보면 2001년 1월 ‘읍면지역개발계획’으로 출발하여 2003년 1월에 사업명칭과 방식이 현재와 같이 정착되었다. 2003년 7월에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조례가 제정되고, 마을별, 읍면별로, 또 군단위에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사업을 전담할 전임계약직 공무원으로 박사급 외부전문가가 2004년 12월에 채용되었다. 2005년부터는 독자 예산이 편성되었고, 2007년부터는 ‘마을가꾸기팀’이 신설되어 비로소 인력과 예산, 조직의 독립체계가 갖추어졌다.
지구별로 추진되는 마을공동사업은 주민들이 마을회의를 통해 합의, 제출한 소득사업(혹은 소득기반정비사업)이 중심이다.
예를 들어, 2005년에는 마을민박 설치나, 가공체험시설, 야생화단지, 감나무단지 등 33가지 개별 사업이 있고, 이외에 마을별 공통사업으로 주민교육과 마을 컨설팅, 마을안내판 제작 등이 있다.
재원은 국비 특별교부세 10억원으로 추진중이며 마을당 평균 9천만원 정도였다. 2006년에는 도비 5억원의 지원을 받아 전년도에 추진하지 못했던 보완사업이 중심이 되었다. 마을별로 지원되는 예산 총액은 많지 않지만 마을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업 위주로 선정되었기에 주민들이 거는 기대와 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주민교육에 특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교육과 개별사업을 반드시 병행한다는 점을 사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주민교육은 흔히 콩나물 농사에 비유된다. 시루에 물을 주면 아래로 그것이 모두 빠져버린 듯하지만 매일매일 거듭하면 어느새 쏙쑥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듯이 교육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자주 보고, 듣고, 또 자주 모여 토론하면서 주민 사이에 의욕이 생기고 리더가 나타나고 공동의 힘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처럼 상향식의 마을개발 사업을 통해 나타난 가시적 성과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희망이 없다고 주민 스스로 포기하고 있던 마을에 “우리도 합심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단초를 찾게 되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마을 공동사업의 중요성에 눈뜨게 되었고 합심하여 열심히 하면 행정이 적극 도와준다는 사실을 주민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마을간에도 ‘열심히 하기’ 경쟁의식이 확산되어 마을단위 공동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주민과 행정 사이의 상호불신도 많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협력체계도 형성되고 있다. 행정에 대해 욕만 하던 주민리더들도 마을 공동사업을 직접 추진하면서 행정의 애로사항을 알게 되었다. 행정절차가 가진 나름의 합리성을 인정하게 되고, 또 주민사이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 많은 노력을 하게 되었다.
마을에 들어오는 사업이 예산규모가 클수록 더 큰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작은 사업을 통해 내부기반을 정비하려 노력하고 있다.
행정 내부에서도 주민을 불신하는 풍조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공동사업이 특정인의 개인사업으로 둔갑하는 사례를 많이 보아온 공무원들은 공동사업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또 공동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을 ‘지도’해야 하는 아주 골치 아픈 사업이란 편견도 강하다. 아니면 주민들이 그런 사업을 할 역량 자체가 없다고 무시하는 자세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은 그런 불신과 편견, 선입관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주민과 행정이 합심하면 농촌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다.
전국 최초의 귀농인 ‘마을간사’ 제도
풀뿌리 마을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지역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 진안군은 2004년 12월부터 검토를 시작하여 2006년 3월부터 마을개발사업이 활발한 곳에 귀농인 중심으로 마을간사를 배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마을 활동을 도와줄 젊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점, 귀농자의 수많은 실패 사례를 참고삼아 지역 정착을 경제적으로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이 도입취지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농촌 마을과 도시민 귀농을 연계시켜 도농상생의 길을 모색한다는 발상이다.
먼저 2006년 2월 3일에 미리 제도 도입의 취지를 분명히 알릴 수 있도록 사전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선발과정은 지역주민과 의원, 마을대표,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엄격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선발하였다. 최종합격자의 특성은 전원이 남자이고 대졸 학력자였으며 평균연령은 39세였다. 마을
배치기준은 으뜸마을 지구를 포함하여 중앙정부 지원사업으로 마을개발을 열심히 추진중에 있는 마을이었다. 2007년 2월 현재 마을간사는 총 12명이고, 이와 유사하게 농림부에서 채용한 마을사무장이 별개로 3명이 있다.
2006년 예산은 총 1억2천만 원이고 전액이 신활력사업(국비)에서 지원되고 있다. 고용형태는 일용직이고 1인당 매월 90만원 내외를 지급받으며 4대 보험 혜택도 있다. 일단 3년 시범사업으로 시행중이며, 연차별로 제도를 조금씩 수정하면서 진안을 마을만들기와 귀농의 선진지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폐쇄적인 농촌 사회에서 이처럼 귀농인 중심으로 마을간사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토박이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시쳇말로 ‘굴러온 돌’이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귀농희망자에게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는 비아냥거림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농촌 살리기는 ‘도시와의 공존’이라는 큰 방향 속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토박이 주민들에게 말만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성과를 통해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마을간사의 활동상황은 http://cafe.daum.net/jinan4u 참조)
제1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 개최
위에서 기술한 으뜸마을가꾸기 사업과 마을간사 제도 운영의 성과가 기초가 되어 제1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또 그런 경험을 통해 이번 전국대회의 각종 기획도 이루어졌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인“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가 시사하는 역사적 의미는 아주 크다. 기존의 성장주의 지역개발 방식에 대한 큰 도전이고,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야심찬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작은 지자체에서 전국 행사를 개최하면서 힘든 경우도 있었지만, 민관협력의 전통 위에 주민과 행정이 협력하고 외부 시민단체(지방의제21, 지역혁신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또 15명의 마을간사(사무장)와 12명의 으뜸마을위원장이 협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해온 경험과 깊은 신뢰관계, 또 조직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2007,5,8)
(진안마을담당 식구들이 작성해주어서 홍보 많이 하고 다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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