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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메가시티 충청권 메가시티 꿈

시민, 그리고 마을/지역자치분권운동

by 소나무맨 2023. 12. 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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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메가시티 충청권 메가시티 꿈

기자명김재근 선임기자 goldkim8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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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목적 등 고민 없이
소모적 도시통합론 몰두
통합창원 실패 타산지석

라인-루르 메가시티의 에센시는 150년 역사의 졸버레인 탄광이 쇠퇴하자 수영장과 박물관, 전시공간으로 개발하는 등 친환경 녹색도시,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독일의 라인-루르 대도시권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메가시티이다. 인구는 1162만명이고 역내의 GDP는 4852억 달러에 이른다. 최대 도시인 쾰른을 비롯하여 뒤셀도르프, 도르트문트, 에센, 뒤스부르크, 부퍼탈, 보쿰, 레버쿠젠, 본 등의 도시가 있다.
 

메가시티 제대로 가고 있나


◇독일 라인-루르, 일본 게이한신 메가시티 사례

라인-루르는 19-20세기 석탄과 수력발전을 바탕으로 독일과 유럽의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제철·기계·화학공업이 크게 발달했다.

 
 

쾰른은 철도를 통해 벨기에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로 가는 교통의 요지로 미디어산업과 서비스업, 관광산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전시 및 박람회, 축제 등이 연중 열린다. 뒤스부르크는 라인강과 루르강이 만나는 항구도시로 철강과 무역으로 번성하고 있다. 도르트문트는 석탄과 철강의 도시였으나 재빠르게 변신을 거듭, 현재는 생명공학과 의학, IT산업이 번성하는 첨단산업도시로 성장했다. 석탄과 철강으로 유명했던 에센은 이 도시를 대표했던 졸버레인 탄광과 코크스 공장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등 친환경녹색도시, 디자인과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라인-루르 대도시권이 하나의 산업권으로 작동하는 것은 라인루르 S반이라는 광역철도를 비롯 경전철·버스·운하 등의 교통 덕분이다. 이들 교통망이 인접도시는 물론 유럽의 주요도시들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일본의 게이한신 대도시권도 마찬가지이다. 오사카-고베-교토로 게이한신은 인구가 1870만명으로 연간 GDP가 6713억 달러에 이르며, 도쿄 수도권에 이어 일본 제2의 경제권으로 손꼽힌다.

중심도시인 오사카는 상업이 발달한 곳으로 대형 도매상가가 많고, 금융기관·무역상사도 발달했다. 한신공업지대의 중심으로 철강·기계·금속 등 중화학공업과 섬유·의류·식품·잡화 등 경공업도 활발하다. 고베는 19세기 후반부터 서구 문물이 드나들었던 항구도시로 무역과 조선·철강, 기계·빵·사케 산업이 발달했고, 교토는 794-1869년 일본의 수도였던 곳으로 서비스업(관광업) 비중이 크고, 전기·전자 제조업도 발달했다.

게이한신 대도시권을 묶는 것은 철도이다. 전철과 모노레일·지하철·전차 등 다양한 철도가 그물망처럼 연결됐다. 간사이국제공항과 오사카국제공항, 국제항만인 오사카항, 사카이센부쿠항, 고베항도 국내외 무역과 물류 유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의 게이한신 메가시티는 오사카(大阪)-고베(神戶)-교토(京都) 3개 도시의 철도와 도로 등 교통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한다.


◇기존 도시 유기적 연계, 경제발전 시너지 목적

독일과 일본의 메가시티 모두 기존의 도시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경제와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각자 도시를 유지하며 인접도시와 공조 협력하여, 경제, 생활, 문화권을 형성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라인-루르 메가시티의 도시들을 통합하자는 얘기는 없다. 일본도 수차례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졌지만 대도시끼리 묶은 사례는 없다. 일본은 시·정·촌이라는 기초단체를 1953년 9868개에서 61년 3472개, 99년 3232개, 2022년 1741개로 줄였다. 우리나라는 기초자치단체 226개, 광역자치단체 17개로 전체 자치단체가 243개이다. 일본의 행정통합과 대한민국의 메가시티 도시 통합론은 결 자체가 다르다.

작금 국내에서 전개되는 메가시티 논의는 취지와 목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행정통합론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에서 제기한 서울의 김포 흡수론은 주변의 과천·광명·고양 등까지 번졌고, 경기도에서는 찬반 논란이 빚어졌다. 여당은 서울과 부산, 광주를 기점으로 한 '3축 메가시티'까지 들고나왔다.

충청권도 메가시티를 싸고 고민이 깊다. 대전·세종·충남·충북을 인구 560만명의 메가시티로 묶어 수도권에 필적하는 경제권을 만들자는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4개 시·도는 지난 13일 '준비된 메가시티, 충청시대 선포식'을 가졌고, 충청권지방정부연합 출범도 예고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금산과 옥천의 대전 통합론을 제기했고, 공주시 일각에서는 공주와 세종시 통합을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에서 매가시티 논의가 벌어지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다. 다수 국민들이 왜 이 시점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해하고, 특히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로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 살리기가 더 급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메가시티=행정통합'은 잘못된 발상

충청권 4개 시·도 단체장이 지난 13일 '준비된 메가시티, 충청시대 선포식'을 가졌다. 사진=대전시


가장 큰 문제는 '메가시티=도시통합'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라인-루르나 일본의 게이한신 메가시티가 세계적인 경제권을 구축한 것은 도시 통합과는 무관하다. 교통을 거미줄처럼 연결함으로써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도록 했다. 도시마다 각자의 정체성과 환경에 걸맞게 산업구조를 갖춤으로써 경쟁력을 갖게 되고 주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시켰다.

통합 창원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절반의 실패' 사례이다. 2010년 7월 이명박 정부의 주도로 마산·창원·진해가 합쳐져 통합 창원시로 출범했다. 그러나 인구는 108만1499명에서 23년 10월 현재 101만 820명으로 줄어들었다. 통합 10년이 지난 2020년 평가에 따르면 재정자립도는 45.4%에서 36.7%로 낮아지고, 수출액은 34% 감소했으며, GRDP와 경제성장률도 경남도 및 전국평균보다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은 3863명에서 4033명으로 170명이 늘었다. 이 때문에 3개 시로 재분리하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실제로 마산시 분리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두 번째로 자치행정 단위 확대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여기는 점도 문제다. 자치의 범위가 커지면 피부에 와닿는 행정을 펼치지 못해 행정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진다. 충청권 4개 시·도가 합해질 경우 대전·청주·세종 등 도시 위주로 행정이 펼쳐질 수 밖에 없다. 수도권과 인접한 제조업 중심의 천안·아산·음성·괴산, 해안지역의 서산·태안·보령·서천 등에 걸맞은 맞춤행정을 펼치는 게 어려워진다. 도시가 커지면 커질수록 쓰레기 처리, 교통·주택문제 등이 더 복잡해진다. 27조원(2023년 기준)이 넘는 충청권 4개 시도의 예산을 지역별로 배분, 집행하는 데도 갈등과 논란이 빚어질 게 뻔하다.


◇충청 메가시티 방향 재설정, 속도 조절 필요

인구소멸 시대 수도권 위주로 메가시티론이 벌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59곳(25.8)이 소멸위기에 처해있으며 인구 2만명 이하의 군(郡)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6%가 몰려 세계 최악의 일극 집중국가이다. 지방소멸의 진앙지인 수도권을 분산하는 등 지방살리기 노력이 더 급하다. 21세기 새로운 국토경영 전략과 행정체제 개편안을 먼저 마련한 뒤 메가시티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충청권 메가시티도 방향 재설정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내년에 충청권지방정부연합을 띄운다고 해도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도도 미흡하고 예산이나 조직 등의 난제가 산적해 있어, 자칫하면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라인-루르 대도시권은 202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함께 치른다. 뒤스부르크와 뒤셀도르프, 뮐하임, 에센, 보훔에서 분산 개최하는 것이다. 굳이 행정을 통합하지 않고도 세계적인 산업권을 형성했고, 국제행사도 잘 준비하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도 2027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공동개최한다. 우선 4개의 시·도가 당장 할 사업들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공동발전을 위한 사업을 발굴하여 하나하나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메가시티는 여러 도시의 기능과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다. 통합 창원시처럼 취지와 목적을 고민하지 않고 행정통합에만 몰두하면 마이너스 시너지 효과만 기다릴 것이다.

 
김재근 선임기자 goldkim8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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