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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종의 지방자치법 이야기

시민, 그리고 마을/지역자치분권운동

by 소나무맨 2021. 1. 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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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종의 한마디 175-지방자치법 6]

모든 법이나 조례는 제일 먼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제1조는 그 법이나 조례를 왜 만들었는지와 그 법이 어떤 가치와 목적을 추구하는지를 밝힌다. 좀 길지만 두 개 사례를 소개해본다. 먼저 [지속가능발전법] 제1조는 “이 법은 지속가능발전을 이룩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여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이 법의 목적을 밝힌다.

수원시 조례 하나만 소개한다. [수원시 마을만들기 조례]는 제1조 목적을 “이 조례는 주민이 스스로 자신의 마을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 가는 창조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수원시 마을만들기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하고 밝히고 있다. 그럼 지방자치법 제1조에서 밝히고 있는 지방자치의 가치나 목적은 무엇일까?

지방자치법 제1조는 그동안 딱 두 번만 바뀌었다. 49년 첫 제정 당시의 조항이 40여년 이어지다가, 88년 전부 개정할 때 바뀌었다. 그리고 지난 해 다시 한 번 32년 만에 바뀌었다. 4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이 87년 6월 항쟁으로 한 번 바뀌었고, 또 다시 지난해에 바뀐 것이다.

49년 제정 당시 지방자치법 제1조는 “본법은 지방의 행정을 국가의 감독 하에 지방주민의 자치로 행하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적 발전을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되어 있다. 국가의 감독과 지방주민의 자치가 기묘하게 동거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자치는 하긴 해야겠지만, 남과 북의 대치, 신생 국가의 출발 등 여러 이유로 국가의 감독을 포기하지 못했다. 국가의 통치를 기본으로 지방행정을 이끌어가되, 주민의 자치를 실시하려고 했다. 또한 지방행정을 국가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하도록 종속시키고 있다.

‘국가의 감독’이라는 표현은 88년에 비로소 사라진다. 88년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1조는 다음과 같이 진화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감독과 피감독 관계가 아닌 특별한 관계로 규정하고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지방자치법의 고유한 역할인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을 맨 앞에 명기하고 있으며, 이 법의 목적이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도모하며 지방자치단체의 건전한 발전을 기함’에 있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88년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그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기본적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도모하며 지방자치단체의 건전한 발전을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지난 해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제1조는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로 되어 있다.

주민의 참여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고 이 법을 통해 (대한민국)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려는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지방자치법의 변화과정은 우리 사회 지방자치에 대한 그 시대의 인식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다시금 지방자치법을 개정한다면 제1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 간단하지 않은 질문이다.

[유문종의 한마디 176-지방자치법7]

재난지원금을 누구에게 얼마만큼을 지원해야 하는지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동네 통장님이 아닐까요? 지원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시급하고,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은 동네 사람들이 잘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자치단체 사무를 배분할 때도 이렇게 현장을 중심으로 추진하자는 원칙이 있습니다. 보충성의 원칙이라고도 하고, 현장중심주의 원칙이라고도 합니다.

중앙정부와 광역, 기초지자체가 해야 할 사무를 판단할 때 현장중심주의 원칙이 제일 먼저 거론됩니다. 주민 생활에 밀접한 사무는 주민에게 밀착되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초 지차체에게 맡기고, 두 개 이상 지자체가 협력해야만 하는 사무나, 기초 지자체가 할 수 없는 사무는 광역에게 배분하고, 광역지자체도 할 수 없는 범위와 내용의 사무라면 중장정부가 그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이것이 보충성의 원리, 혹은 현장중심주의 원칙 등등으로 표현합니다.

이번 전부 개정된 법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한부분이 제11(사무배분의 기본원칙)입니다. 그동안 자치법에는 담겨있지 않았던 내용입니다. 중앙정부 사무이양, 광역지자체 재 이양과정에서 항상 강조되었던 원칙을 법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앞으로 사무이양 논의과정에서 법에 따라 많은 사무들이 더 빨리, 더 많이 지자체로 이양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법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획기적인 사무이양을 약속하였지만, 아직도 현장중심주의 원칙을 적용해 보면 많은 사무들이 현장을 벗어난 곳에서 결정되고 집행되고 있습니다. 법 개정으로 사무이양에 가속도가 붙기를 기대합니다. 당연히 사무이양은 그 사무에 따르는 재정도 함께 이양되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신형 전기자동차만 내려주고 밧데리는 알아서 사다 쓰라고 하면, 어느 지자체도 그 전기차를 가져올 수 없겠지요. 사무이양은 재정이양과 동시에 진행될 때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사무배분 원칙에서 현장중심주의와 함께 논의되었던 것이 사무의 포괄이양입니다. 이번 개정된 법에도 포괄이양의 원칙이 담겨져 있습니다. 사무를 배분할 때나 이양할 때 부분 부분으로 나누어 배분하거나 이양을 하면, 현장에서 제대로 된 정책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전기자동차 문짝 따로, 타이어 따로, 밧데리 따로, 배선 따로 시차를 두고 이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심지어 타이어 네 개도 따로따로 내려주다가 두 개는 중형차, 하나는 소형차, 또 하나는 스포츠카 타이어가 내려오기도 하겠지요. 자동차 수십 대를 밧데리와 충전소 설치 비용까지 고려하여 이양해야 제대로 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안전한 도시 교통 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무이양의 포괄원칙을 생각하면서 행정의 칸막이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처가 다르고 같은 부처에서도 부서가 달라서 종합행정이 어려운 실정에 포괄이양은 쉽지 않습니다. 하천관리를 위해서 국토부를 비롯하여 환경부와 문화, 교육, 복지 등등의 여러 부처 관련 법률과 그에 따르는 업무를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 돌봄업무에서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다함께돌봄센터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같은 부처에서도 부서 간 협업이 미흡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칸막이 행정은 쉽게 극복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명확한 책임과 권한의 구분을 중시하는 관료체제가 유지되는 한 칸막이 행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마을에서 주민들의 삶은 절대로 각 부처 정책이나 부서의 사업에 따라 분리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고 잠자리에 들 때 까지 어디서 어디까지 무슨 정책, 무슨 사업인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현장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종합적인 사무가 절실합니다.

다시금 현장중심주의, 포괄이양 원칙을 실현하는 빠른 사무와 재정의 분권을 촉구합니다.
[유문종의 한마디 174-지방자치법 5]

불행한 일이지만 서커스단에서 오래 생활했던 코끼리는 정해진 공간에서만 움직인다고 한다. 처음 훈련을 받을 때 자신을 묶었던 줄에 갇혀, 그 줄이 없어진 다음에도 그 공간에만 머문다. 사람도 비슷하다. 쉽게 버리지 못하는 버릇, 습관, 관행, 전통과 문화 등등이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하여 민선 7기가 지나고 있다. 우리도 기존 틀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지방자치하면 4년에 한 번 시장(군수나 구청장, 도지사, 교육감)이나 시의원(도의원, , 구의원)을 뽑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나마 30년 넘게 중단되었다가 재개된 선거이니 91년 지방의원 선거와 95년 단체장 선거는 큰 설렘과 희망을 안구 시작되었다. 876월 민주화를 외치는 구호 중에 하나가 동장에서 대통령까지 내 손으로 뽑아보자였다. 직선제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뿐만이 아니라, 자치에 대한 꿈도 담겨있었다.

지자체가 부활하고 30년이 지나면서 우리는 지방자치제도 하면 시장(집행부)과 지방의회만을 떠올리게 되었다. 강한 시장과 약한 의회를 특징으로 하는 기관대립형 지방자치제도만 경험했기 때문이다. 마치 코끼리가 자신이 한정한 공간만을 맴돌 듯이 시장과 시의원만이 지방자치의 모든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하고 5만이 안 되는 지자체하고 기관구성 방식이 같을 필요는 없다. 5만 이하의 인구를 가진 지자체가 202012월 현재 53개 지자체가 있으며, 3만이하 지자체도 18개가 있다. 대한민국에 있는 226개 기초지자체가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양립하는 방식으로만 지방자치를 실행하는 것은 국가주의 잔재일 뿐이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자치라고 하지만, 기관구성이나 재정 등 대부분의 조건이나 범위를 중앙정부에서 규정해 왔던 것이다.

자치법 전부 개정 제4(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의 특례)로 그 족쇄중의 하나가 해제된 것이다. 법이 시행되는 22년부터는 그 지역 주민이 자치단체 기관구성을 선택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정책도 조직도 자금도 마련해가야 하겠지만, 자기 도시의 기관구성 형태부터 고민해야 한다. 건물 구조도 정하지 않고 그 안에 넣은 가구나 관리 방식을 먼저 고민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개정 자치법 제5장에 지방의회와 관련된 조항을 두고, 6장에 집행기관과 관련된 조항을 두고 있으나 주민투표에 따라 어떤 기관구성도 가능하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 자치의 주인으로 대리인을 뽑는 지역 주민이라면 먼저 자기 도시 운영구조부터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방자치 기관구성과 관련 우리의 경험도 참고할 수 있다. 우리나라 첫 시, , 면장은 주민이 선출하지 않았다 지방의회에서 의원들 중에서 선출했다. 의회 중심 기관구성이었다. 앞의 글에서 소개했듯이 동장과 리장은 꽤 오래 직선을 통해 선출했다. 기관구성 선택권이 어디까지 적용되는 지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나 지방의원 구성과 선출 방식, 단체장 선거방식 등을 통해 새로운 지방자치, 주민자치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 기관구성을 넓게 고민하려면 오랫동안 다양한 사례를 축적한 외국의 경험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강시장, 약의회 기관대립형부터, 의회중심 기관구성, 위원회 방식 기관운영, 행정전문가를 단체장으로 공모하는 방식 등등 여러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관행과 경험에 갇힌 코끼리가 아닌 자유로운 상상으로 다양한 지방자치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유문종의 한마디 169-지방자치법 1]
 
2020 12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향후 우리사회 지방자치 모습을 크게 바꿔나갈 것이다. 100만 이상 기초자치시를 특례시로 명시하여 수원시를 비롯한 해당 도시에서는 두 손 들고 환영하는 반면주민자치회 관련 조항 삭제로 비판의 목소리도 강렬했다.
 
수원시민에게 두 가지 사안은 워낙 관심이 높았다그런 연유로 환영과 비판 속에 이번 개정안이 갖고 있는 중요한 내용들이 묻히고 있어 안타까움에 글을 쓴다이번 전부 개정안은 앞의 두 개 내용만이 아니라 앞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과 행동이 가능할 수 있는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를 들면 현재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 방 수 있다지역 주민이 원한다면 단체장을 뽑지 않고 지방의회에서 선출할 수 있다지방의원 중에서 한 사람을 시장으로 선출하거나아니면 아예 외부에서 행정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다자치단체 규모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는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기관 대립형 체제가 아닌 다양한 체제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먼저 지방자치법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간단하게 살펴본다지방자치법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49 7 4일이었다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국회가 구성되어 제32호 법률로 만들어 진 것이다그 후 1956 2, 1958 12, 1960 11, 1961 9(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 1988 4월 등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 역사를 보면 가장 중심적인 내용은 도지사와 서울시장시장과 읍장면장동장과 리장에 대한 선출 방식의 변경이었다먼저 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도지사와 서울시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시읍면장은 시읍면 의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지방의회 의원 임기는 4년이었다지금 현실에서 생각하면 특별하게 주목할 부분은 이때부터 동장과 리장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였으며 임기는 2년이었다.
 
56년 개정안은 시읍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였으나, 58년 개정안은 시읍면장과 동리장을 임명제로 바꾸었다정권의 의도에 따라 주민자치가 변경된 것이다. 4.19혁명으로 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제2공화국이 시작되었고, 1960 11월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주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며 주민자치를 되살려 놓았다도지사와 서울시장,,면장과 동리장을 직선제로 바꾸었다다만 제2공화국은 다음 해 5.16쿠데타로 일찍 역사로 묻혔으며그 과정에서 지방자치도 오래 동안 역사에서 잊혀져왔다.
 
5.16군사쿠데타 군사정부는 포고령을 통해 지방의회를 해산하고,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통해 모든 단체장을 임명제로 바꾸고지방의회도 폐지하도록 하였다이 임시조치법은 지방자치법중 본법에 저촉되는 규정은 본법의 규정에 의한다는 조항으로 지방자치법을 무력화시켰다주목할 부분은 [지방자치법]은 그대로 두고헌법 부칙조항과 임시조치법을 통해 지방자치를 막았다는 사실이다.
 
 1962 12월에 개정된 헌법에는 이 헌법에 의한 최조의 지방의회의 구성 시기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지방자치법에는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 관련 규정이 살아있었으나지방자치를 부정하고 있는 임시조치법으로 1961 5.16쿠데타 이후 지방자치는 암흑의 시절을 겪어야 했다심지어 1972년에 제정된 종신독재를 규정하고 있는 유신헌법에는 지방의회는 조국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구성하지 아니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막을 수 없어 1980 12 12일 내부 쿠데타로 등장한 전두환 정권이 만든 제5공화국 헌법에는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구성하되그 구성 시기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며 변화를 주었다재정자립도와 조국통일 중 어느 것이 빠른지는 모르겠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부침을 거듭하던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1987 6월 민주항쟁으로 만들어진 제 6공화국 헌법에서 부칙 조항이 삭제되고, 1988년 지방자치법이 단체장과 지방의원 직선제로 바뀌고임시조치법도 폐지되면서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그러나 지방자치는 곧 바로 실행되지는 않았다여전히 지방자치로 자신들의 권력이 약화될 것을 걱정하는 중앙권력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유문종의 한마디 171-지방자치법 2]
 
권력은 부자(父子)사이도 나눌 수 없다고 한다역사에서 권력을 앞에 두고 부자지간형제혈육 간에 벌인 비극을 우리는 숱하게 보았다지방자치지방분권 또한 중앙권력과 지방자치 세력사이의 엄중한 투쟁을 통해 진전되었다. 87 6월 항쟁 이후 미흡하나마 지방자치가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규정되었지만그 법은 쉽게 실행되지 않았다중앙권력은 절대로 그 힘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1991년 지방의회 선거를 시작으로 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온전해 진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한 사람의 목숨 건 단식투쟁의 결과였다인권과 평화의 상징으로 알려진 고 김대중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시작이자 큰 스승으로도 다시 조명되어야 한다.
 
본인 스스로가 미스터 지방자치로 불려 지길 원했다. 1963년 제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항상 지방자치에 대한 열정으로 의정활동을 펼쳤다민주주의는 의회정치와 지방자치라는 두 기둥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한 그는 90 10월에 지방자치를 위해 다시 한 번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13일 동안 이어갔다.
 
87 6월 민주화운동으로 세워진 제6공화국 체제에서도 이러저런 핑계로 지방자치법을 어겨 가면서까지 지방자치 선거를 미루는 노태우 정부를 향해 단식으로 대항하였다철저한 민주주의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지방자치는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싸웠던 것이다.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어쩌면 고인이 되신 그의 유산일수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묵숨 건 투쟁으로 시작된 지방자치는 97년 정권교체를 통해 더욱 발전해 갔고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어우러지며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김대중 정부는 분권을 위해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적극적으로 사무이양을 추진하고의도는 다르지만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가 동정자문회의를 대체하고주민자치센터가 만들어지면서 마을자치도 싹을 내리기 시작했다노무현 정부 때는 지방분권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여 제도 정비를 통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지방자치 역사를 보면 법과 제도만으로 분권과 자치가 실행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법과 제도가 없으면 시작할 수는 없겠지만그 법과 제도를 통해 자치의 가치분권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가진 시민과 정치가가 없으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분권국가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아직도 제자리에 머물러있다. 2020 12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을 통해 한 발짝을 떼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고멀다한 번 개정하였으니이제부터는 더 자주 보완해나가자지금부터 지방자치법 개정운동을 펼치면 어떨까?

 

 


 


[유문종의 한마디 172-지방자치법 3]
 
지방자치법의 역사를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였다처음 제정된 1949년부터 동장과 리장은 주민이 직접 선출해 왔다정부수립 초기에는 행정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직선 동리장이 필요한 측면이 있었겠지만전통적인 마을공동체에 대한 인식도 깊게 이어져 온 측면도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기회가 되면 이 부분은 더 자료를 찾아보려 한다.
 
그 이후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기 전까지 동리장의 직선 조항은 꾸준히 유지되었다물론 5.16 쿠데타 이후 지방자치제가 전면 중단되었지만 법조문에서 만큼은 직선 조항이 삭제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라고 하면 법인격을 갖춘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자치와 함께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다스리는 주민자치가 병행되어야 한다현재 단체자치(물론 지방의회를 포함하여)에 머물러 있는 자치의 영역을 더 깊이 발전시켜야 한다주민 한 사람 한사람이 주인으로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주민자치가 실행되어야 만단체자치도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고지방자치도 온전하게 성숙될 수 있다.
 
리장 직선제가 실시되었던 60여 년 전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행정체계가 잘 정비되어 주민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 서비스는 행정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해준다마을에서 이웃들과의 소통과 관계가 많이 약화되어 공동체로 느끼지를 못한다각 자의 생활이 바쁘다보니 동네 일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다주말에는 산을 가거나 푹 쉬어야 한다누가 동장으로 나오든 관심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어가면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늘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어떠한 방역대책도 시민이 공감하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마스크가 답이었듯이시민이 답이다국가나 지자체 단위로 진행되는 방역은 허점이 많다국가 차원의 기준은 억울한 사람을 만든다지자체로 나눈다고 하여도마을 구석구석까지 살피기는 힘들다송파 세모녀도서초 모자의 아픔을 치유할 수 없다.
 
주민이 나서서 마을을 살펴봐야 한다주민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돌봄 체계를 세워 운영해가야만 위에서 거론한 문제들이 해결된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때와 같지만또 다른 이유로 마을자치가 시급하다리장 선출이 과거 역사 속에 있는 모습이 아니라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다급한 미래이다.
 
민주주의는 주권자가 권한을 위탁한 대리인(의회)와 주민자치를 통해 성숙해 간다리장 직접 선출로 지방자치를 살리고민주주의도 꽃피워보자.

 

[유문종의 한마디 173-지방자치법 4]

작년 12월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 내용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총괄 의견부터 밝혀야겠다. 이번 개정안은 절반의 반은 성공했고, 절반의 반 정도는 큰 아쉬움이 있다. 나머지 절반은 앞으로 지역주민과 단체장, 지방의원들의 활동에 따라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어느 지역에서는 큰 성공으로 드러날 수도, 어느 지역에서는 별다른 변화 없이 법전에서 썩어갈 수도 있다. 더 불행한 것은 주어진 권한이 악용, 오용되어 자치와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사례도 보게 될 것이다. 법과 제도는 변화의 시작이고 변화는 결과는 온전히 시민의 몫이다. 자치는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1/4 정도의 성공은 중앙정부와 지방 단체자치에 집중되었던 지방자치법이 지방자치 사무배분의 원칙, 주민의 권리와 참여 확대, 지방의회 기능 강화,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 등 변화된 상황에 필요한 지방자치 관련 내용을 법 조항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1조 목적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후 기관구성 선택권 보장(4), 사무배분에서 보충성과 포괄이양의 원칙을 명시(11조 사무배분의 기본원칙), 17조 주민의 권리(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26조 주민에 대한 정보공개, 그리고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역할 강화를 위한 내용 등이다.

앞의 성공을 무색하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바로 주민자치회 조항의 삭제이다. 한 다리로만 걸어가는 지방자치가 되었다. 단체자치와 주민자치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행정체계 안에 갇힌 자치가 된 것이다. 서둘러 법 개정을 제안하는 이유이다.

몇 가지 아쉬움은 또 있다. 2018년부터 논의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있던 사무배분의 기본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규정한 사무배분시 준수의무 조항이 빠졌다. 다음과 같은 조항이다.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간 사무를 배분·재배분함에 있어 이 법에 따른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 또 하나 개정안 논의과정에 있던 자치분권 영향평가 조항도 빠졌다.

지방자치는 의지와 열정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정책은 모두 허구다. 재원마련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공약은 지켜질 수 없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반반의 성공과 실패라고 판정하는 마지막 이유이다.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가 움켜쥐고 있는 재정권을 나누지 않는 이상 지방자치는 허상이다. 향후 자치법 개정과정에서 재정분권의 기본 방향과 원칙이라도 법에 담아내도록 하자. 이 지점도 지방자치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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