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영 기자 kyyharry@businesspost.co.kr | 2020-07-31 17:04:14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창녕 함안보 추가개방을 시작으로 8개 낙동강보의수문 개방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31일 환경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올해 안에 창녕 함안보 수문을 추가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방에 따른 주변 시설물 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준비하는 등 ‘개방여건’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창녕 함안보는 보를 닫았을 때 수위가 5m인데 지금은 일부 수문이 열려 수위 4.8m를 유지하고 있다. 조 장관은 연말까지 수문을 추가로 개방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앞서 조 장관은 수문 개방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낙동강 보 주변 시설물과 관련된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과의 이해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수문을 개방하면 강이 흐르기 시작해 수질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고여 있던 물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주변에 자리한 취수전, 양수장, 지하수 이용시설 등을 사용해야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물 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천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양수장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일부 지역의 농민들은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사를 짓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또 주변 시설물 가운데 일부는 지자체 소유이고 일부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사용하는 시설인 만큼 수문 개방에 따른 영향을 설명하고 이해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수문 개방이 어렵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문을 개방해 수위가 낮아져도 지역주민들이 물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취수구 시설물을 새로 만들거나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연내 개방을 목표로 하는 낙동강 창녕 함안보는 현재 수문 개방에 대비한 양수장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나 지역주민들과의 이해관계는 설명회을 통해 풀어갈 것”이라며 “6개월 단위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진행하는 정기적 설명회뿐만 아니라 소규모 설명회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며 “창녕 함안보 수문 개방일정도 소규모 농민단체나 지역주민과의 면담 등을 거쳐 정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창녕 함안보를 포함한 낙동강 8개 보의 수문 개방과 관련해 더디더라도 절차를 지켜 뒤탈 없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2019년 12월17일 기자들을 만나 “좀 더 기간을 두고 한강, 낙동강 보 처리 문제를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2020년 4월 총선을 전후해서는 좀 더 분명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2020년 2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는 “4대강 보 처리 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환경부 관계자는 낙동강 보 수문 개방 늦어진 지연된 이유를 두고 “금강과 영산강은 주변 시설물 관련 당사자들과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져 빠르게 진행된 것도 있다”며 “반면 낙동강은 4대강 가운데 보와 주변 시설물 개수가 가장 많아 협의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 장관의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문재인의 4대강’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내놓은 최승호 전 MBC 사장이자 현 뉴스타파 PD는 30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낙동강은 지금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한 단계이며 장마가 끝나고 더워지면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명박 4대강에서 ‘문재인 4대강’으로 불리게 된데는 조 장관의 책임도 얼마간 있다”고 꼬집었다.
홍종호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위원장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조 장관은 ‘원론’만 있고 ‘대안’은 없었던 교수 시절과 변한게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 장관이 수문 개방 시뮬레이션 등 '분석'에 치중하고 있다고 점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참다 못한 환경단체들은 조 장관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24일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는 2019년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제한 뒤 1년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낙동강의 보 처리방안 마련에 관련해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조 장관은 영남주민 13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의 녹조라떼를 방치하고도 환경부 장관직을 유지할 생각은 접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환경부는 4대강 수문개방과 보 처리방안은 대통령의 업무지시로 전 부처의 협력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데다 2019년에는 예산까지 확보된 양수시설 개선사업을 완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22일 조 장관은 서울 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환경부 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정부는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안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충분한 검토 절차를 따라야 하고 주민 반대의견 등을 풀어야 하니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 개방 추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예영 기자]